7월 22∼24일 방송 3사 저녁종합뉴스 일일 브리핑
방송사들, MB정부 아래 ‘검증’이란 말 잊은 듯
■ ‘의혹백화점’ 권재진·한상대 … ‘검증’ 손 놓은 방송3사
이명박 대통령이 ‘친위인사’라는 비판과 반대를 무릅쓰고 내정을 강행한 권재진 법무장관 후보자와 한상대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해 각종 의혹이 제기되면서 ‘의혹백화점’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권 후보자에 대해서는 장남의 병역 특례 의혹과 위장전입 의혹이 불거졌다. 권 후보자의 장남은 2002년 9월부터 2004년 12월까지 경기도 포천의 병역특례업체 ㄱ사에서 병역을 대신해 산업기능요원으로 일했다. 이 회사는 권 후보의 고등학교 동기가 운영하는 곳으로 출퇴근 시간만 4시간여에 달한다. 일반적으로 집과 가까운 곳에서 공익근무를 하기마련이어서 업무상 특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권 후보자의 부인과 장남은 지난 2002년 2월 강남구 대치동 집에서 봉천동 친척집으로 주소를 옮겼다가 3개월 뒤 다시 대치동으로 이전했다. 이 기간 동안 권 후보자의 장남은 서울대 공익요원으로 선발됐는데, 당시 서울대 공익요원은 집이 가까울수록 선발에 유리했다. 권 후보자의 부인과 장남이 공익요원 선발을 위해 실제 거주하지는 않고 주소만 옮기는 위장전입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이후 권 후보자의 장남은 권 후보자의 권유로 공익요원을 포기하고 포천 ㄱ사로 옮겼다.
한상대 후보자는 위장전입과 병역기피, 세금탈루 의혹 등이 제기되고 있다. 한 후보자는 내정 직후 두 딸의 진학 때문에 두 차례 위장전입을 했다고 불법행위를 인정했다. 위장전입은 주민등록법 위반으로 징역 3년 이하, 벌금 1000만 원 이하에 처해질 수 있는 범죄다. 또 한 후보자는 현역판정을 받았지만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고 병역을 면제받아 병역기피 의혹이 제기된다. 한 후보자는 대학 새내기 시절 미식 축구부 활동을 하다가 허리에 무리가 생겼고 사법시험 공부로 상태가 악화돼 수술을 받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한 후보자가 골프를 즐기는 것으로 알려져 ‘병역면제를 받을 정도로 허리 상태가 심각하냐’는 의문이 나온다. 이 외에 한 후보자의 가족이 SKT법인차를 무상으로 타고 다녔다며 ‘스폰서’ 의혹도 불거졌다. 한 후보자가 소유하고 있다고 밝힌 ‘2006년식 그랜저’는 2006년 2월부터 2010년 5월까지는 SKT법인차로 등록되어 있었다. 문제는 이 차가 2006년에 한 후보자가 소유한 신동아아파트에 주차등록이 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한 후보자는 SKT상무인 처남이 한 후보자 소유의 신동아아파트에서 살아 차량등록을 했다며 스폰서 차량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랜저 차량을 500만원에 산 경위에 대해서도 한 후보자 측은 법인차를 한 후보자 처남이 감가상각비 등을 감안해 600만원에 샀고 몇 달 뒤 한 후보자에게 500만원에 넘겼다고 해명했다. 이 외에 한 후보자가 제주도 오피스텔과 서울 성동구 행당동 땅을 시세보다 지나치게 싸게 팔아 세금을 탈루하기 위해 다운계약서를 쓴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그동안 이 대통령의 ‘권재진-한상대 내정’ 강행의 문제점을 외면해 온 방송3사는 두 후보자에 대해 제기되는 각종 의혹에 대해서도 제대로 보도하지 않고 있다. 주말동안 두 후보자 관련 보도는 22일 KBS의 권 후보자 장남 병역특례 의혹을 다룬 보도가 전부였다. MBC와 SBS는 주말 동안 관련 보도가 전혀 없었다.
지난 18일부터 24일까지 방송3사 보도를 살펴봐도 두 후보자에 대한 보도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MBC와 SBS가 18일 각각 한 건씩 ‘병역기피’ 및 ‘위장전입’ 문제에 대한 한 후보자의 해명을 다뤘을 뿐이다.(KBS는 17일 단신으로 관련 내용을 간단하게 다뤘었다.) 법 집행을 총괄하는 검찰총장 후보자가 실정법 위반인 위장전입을 두 차례나 저질렀지만 방송3사는 문제점을 제대로 비판하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인사’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이번에도 방송3사는 ‘인사 검증’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동창회사 특혜 의혹>(KBS, 김명주/22일)
KBS 22일 <동창회사 특혜 의혹>(김명주 기자)은 권 후보자의 장남이 근무했던 경기도 포천의 병역특례 업체를 비추며 “해당 업체 대표는 권 후보자의 경북고 동기 동창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서울 대치동 집에서 경기도 포천 공장까지 편도 49킬로미터, 오늘 낮 교통량이 많지 않은 시간에도 승용차로 1시간 45분이 걸렸다”, “출퇴근 시간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왕복 4시간 이상 걸리는 셈”이라고 문제를 지적한 뒤, “장남이 첫 1년은 쌍문동에서 출발하는 통근버스를 타고 다녔고 그 이후부턴 의정부 원룸에서 생활하며 출퇴근 했다”는 권 후보자 측 해명을 실었다. 이어 권 후보자 장남의 출근기록부를 보관하지 않고 있다는 해당 업체 관계자 인터뷰를 실었다. 그리고는 “다음달 8일 열릴 국회 인사청문회 때까지 권 후보자의 장남이 정상 복무를 했는지 여부를 놓고 논란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MBC와 SBS는 18일 한상대 후보의 해명 기자회견 내용을 단순 전달했다.
MBC는 18일 <병역 의혹..해명>(이필희 기자)에서 병역기피 의혹을 전한 뒤 “한 후보자는 당시 의무 기록을 공개하며 법무장교로 입대할 수 있는 상황에서 병역을 피할 이유가 없었다고 해명했다”고 전했다. 또 위장전입에 대해서는 “투기 목적이 아니라 두 딸의 중학교 진학 때문이었다며 송구스럽다고 사과했다”고 전했다. 그리고는 여야는 반응을 나열하는데 그쳤다.
SBS도 18일 <“위장전입 송구”>(정혜진 기자)에서 병역면제와 위장전입에 대한 한 후보의 해명과 사과를 단순 전달하고 한 후보자를 비판하는 민주당의 주장을 덧붙였다. <끝>
2011년 7월 25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