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향된 ‘국사 수능 필수’ 토론회
…<조선><동아> “대다수 찬성” 왜곡
새누리당과 교육부가 국민들과 충분한 논의없이 박근혜 대통령의 구상에만 맞춰 ‘한국사 수능 필수과목화’를 무리하게 추진해 비판이 제기 된다.
최근 청소년들의 역사의식을 높이는 방안으로 역사교육을 강화하고 정상화해야한다는 요구가 사회적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역사교육 강화’에 대한 구체적인 토론 없이 한국사의 ‘수능 필수과목화’ 방향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달 10일 박근혜 대통령이 언론사 논설실장 간담회에서 역사교육문제를 언급하며 “수능으로 딱 들어가면 깨끗하게 끝나는 일”이라고 밝히자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다. 7월 30일에는 당정청 협의에서 한국사 시험을 대학입시전형에 포함시키는 것으로 방향을 정했다.
이어 8일 교육부는 당정청이 제시한 4가지 방안(△한국사 수능필수과목화 △한국사표준화시험 시행 및 대학입학 자격 연계 △한국사능력 검정시험 결과 활용 △한국사 표준화시험 마련 및 학교 내 시행)을 두고 토론회를 열였다. 그러나 발제자와 토론자 총 6명 중 5명이 ‘한국사 수능 필수과목화’에 동의하는 사람들로 구성돼 패널구성의 ‘형평성’문제가 제기됐다. 유일하게 반대 의견을 피력한 1인은 토론회 불과 2시간전에 연락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구색맞추기’ 섭외라는 비난이 이어졌다.
이렇듯 정부가 ‘역사교육 강화’에 대한 교육계의 다양한 목소리에 주목하기보다 박 대통령의 ‘입’을 쫓아 진행하는 형국을 두고, ‘백년대계’를 ‘졸속’으로 처리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가지고 있는 수구 보수 진영의 ‘왜곡된’ 역사관을 강제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9일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은 교육부 토론회의 형평성 논란을 제기하면서 비판 목소리를 주요하게 실었다. 특히 경향신문은 ‘역사교육’에 대한 논의가 ‘수능 필수화 찬반’으로만 흘러가는 것을 경계하며 우려를 표명했다. 중앙일보도 해당 보도에서 교육부의 토론자 섭외 문제를 지적했으나 직접적인 비판은 피했다.
한편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교육부가 토론자를 ‘편향적’으로 선정하고, 반대 토론자에게는 불과 2시간전에 연락하는 등 파행적으로 토론회를 운영한 것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심지어 조선일보는 ‘수능 필수과목화’에 반대하는 입장은 아예 싣지 않은 채 대다수가 “국사 수능필수, 가장 현실적인 방안”으로 꼽았다는 제목을 뽑았다.
<‘수능에 한국사 필수화’ 반대 1명뿐…“이게 토론회냐?”>(한겨레, 10면)
<‘국사 수능 필수화’ 짜맞추기 토론회 논란>(경향, 10면)
<교육계 “한국사 강화, 어떤 역사 가르칠지 고민이 없다”>(경향, 10면)
한겨레신문은 교육부가 주최한 토론회의 ‘형평성 논란’을 지적했다. 10면 <‘수능에 한국사 필수화’ 반대 1명뿐…“이게 토론회냐?”>에서는 교육부 주최 토론회에서 ‘한국사를 수능 필수 과목으로 지정하는 것’에 “참가자 7명 중 1명만 반대의견을 내놨다”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수능 필수화’를 직접 언급한 마당에 정부가 사실상 미리 결론을 내려놓은 채 보여주기용 토론회를 열었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전했다. 기사는 수능 필수화에 반대 의견을 나타낸 송호열 교수가 “토론회 2시간 전에 연락받고 왔다”, “반대자와 찬성자가 1대 6, 이게 어떻게 토론회인가”라고 비판하는 목소리를 싣고, “토론회 말미에는 방청객사이에서도 형평성 잃은 토론자 선정을 두고 비난이 잇따라 제기됐다”고 덧붙였다.
경향신문도 <‘국사 수능 필수화’ 짜맞추기 토론회 논란>에서 “한국사를 대학수학능력시험의 필수과목으로 정하는 방안이 확정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지난달 중순 박근혜 대통령이 ‘수능으로 딱 들어가면 깨끗하게 끝나는 일’이라고 방향을 제시한 지 한달만의 일”이라고 꼬집었다. 기사는 8일 열린 교육부 주최 토론회의 참석자 섭외 문제 등를 언급하면서 “교육부가 이미 결론을 내려놓은 상태에서 짜맞추기식으로 토론회를 진행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자유토론 시간에 일선교사들은 ‘대통령 말 한마디에 한 가지 결론을 정해놓고 끌고 가려는 생각이 비겁하다’며 교육부의 졸속대책과 포퓰리즘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쏟아냈다”고 덧붙였다.
같은 면 <교육계 “한국사 강화, 어떤 역사 가르칠지 고민이 없다”>는 “역사교육을 강화하고 정상화하자는 데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없”지만 “어떤 방법으로 어떤 교육적인 성취를 얻으려 하는지, 교육계의 폭넓은 논의가 빠진 채 분위기에 떠밀려 한국사 수능 필수화를 추진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이 나온다”며 이를 우려하는 현직교사, 교수들의 목소리를 실었다.
<한국사, 2017학년부터 수능 필수과목 될 듯>(중앙, 12면)
중앙일보 12면 기사에서도 교육부가 주최한 토론회에 대해 “수능 필수과목화 찬성론자 위주로 토론자를 초정해 ‘공정하지 못하다’는 비판을 샀다”고 보도했다. 기사는 “교육부는 이날 발제자 외에 5명의 토론자를 초정했으나 이 중 한국사 수능 필수과목화에 반대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며 “기자들의 지적이 나오자 토론회 개시 두 시간 전에 토론자 한명을 추가 섭외하는 소동을 빚었다”고 전했다. 한편 중앙일보는 지난 달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을 전하면서 “(이때 이미) 가닥이 잡힌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교육부도 이를 받아 속도를 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교육부 주최 토론회서 대다수가 “국사 수능필수, 가장 현실적 방안”>(조선 12면)
<‘한국사’ 수능 필수과목 지정 유력>(동아, 10면)
반면 조선일보는 <교육부 주최 토론회서 대다수가 “국사 수능필수, 가장 현실적 방안”>에서 ‘수능 필수과목화’에 찬성하는 토론자들의 목소리를 연이어 나열한 뒤 “교육부도 한국사를 수능 필수 과목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가장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럴 경우 2017년학년도 대입부터 수능에서 한국사가 필수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수능 필수화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전혀 싣지 않았다.
동아일보는 <‘한국사’ 수능 필수과목 지정 유력>에서 “한국사를 대학수학능력시헙의 필수 과목으로 지정하는 방안이 굳혀지는 분위기”라며 박 대통령의 발언과 ‘당정청 협의 과정’을 거쳐 ‘부정적’이었던 교육부도 입장이 바뀌었다고 전했다. 또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등 일부 교원단체와 시민단체 역시 수능 필수가 가장 효과적이라며 지원사격에 나섰다”고 덧붙였다.<끝>
2013년 8월 9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