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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사전 유출 의혹에 대한 신문․방송 모니터 보고서(2013.6.28)
등록 2013.09.25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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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세‧김무성, 대화록 불법 활용…조중동, “민주당 도청정당”
- KBS·MBC, 대화록 사전 유출 감추기 나서
 
 
 
 
 
새누리당이 지난해 대선 당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사전에 불법 입수해 정치적으로 이용했으며, 대화록 공개가 계획된 시나리오였음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지난 24일 국정원 대화록 무단공개와 관련해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개입 여부에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이같은 사실이 드러나자 국정원 선거개입의 공모 의혹이 더욱 더 짙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26일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에서 박근혜 후보 캠프의 상황실장이었던 권영세 주중대사가 대선을 앞둔 12월 10일 한 식당에서 “우리가 집권하면 (대화록을) 까겠다”고 말한 음성파일을 공개했다. 박 의원은 ‘녹음파일에서 권 대사가 언급한 남북정상회담 내용은 전문과 거의 일치하며, 단순히 전해들은 정도가 아니라 대화록을 직접 봐야만 알 수 있는 수준의 내용과 분량’이라고 주장했다.
 
더불어 이날 대선 당시 박 후보 캠프의 중앙선대위 총괄본부장이었던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이 비공개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에서 ‘지난 대선 때 이미 대화록을 입수했다’고 발언한 사실이 밝혀졌다. 김 의원은 “그 원문을 보고 우리 내부에서도 회의를 해봤지만, 우리가 먼저 까면 모양새도 안 좋고 해서 원세훈(당시 국정원장)에게 대화록을 공개하라고 했는데 원세훈이 협조를 안 해줘 가지고 결국 공개를 못한 것”이라는 말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 의원은 지난 대선 당시 선거 유세를 하면서 대화록 내용을 읽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실제 김 의원이 지난해 12월 14, 16일 부산 유세 현장에서 읽은 대화록 내용은 대화록 전문의 표현을 그대로 옮겨놓아 ‘새누리당의 대화록 사전 입수’에 힘을 싣고 있다. 뿐만 아니라 25일 당 내에서 김 의원의 ‘대화록 사전 입수’ 발언을 유출한 사람을 색출하고 있다는 것이 알려졌고, 유출자로 지목된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이 김 의원에게 해명문자를 보낸 사실까지 드러나 새누리당의 대화록 불법 입수․활용 정황이 사실로 굳어지고 있다. 
 
이처럼 지난 대선 당시 박 후보 대선캠프의 핵심 인사들이 사전에 대화록을 입수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박 대통령 역시 이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김 의원과 권 대사는 박 대통령의 최측근으로서 수시로 보고를 올렸으며, 평소 모든 것을 본인이 챙기는 박 대통령의 성향으로 봤을 때도 이같은 상황을 모를 리 없다는 관측이다.
한편, 민주당은 새누리당의 대화록 사전 입수에 대해서도 수사 및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박 대통령에게는 새누리당의 대선개입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촉구했다.
 
■ 권영세‧김무성, 대화록 불법 활용…조중동, “민주당 도청정당”
 
새누리당의 대화록 사전 불법 입수 정황이 드러나면서 새누리당과 국정원의 선거개입 공모 의혹이 선명해지는 가운데, 조중동은 ‘새누리당의 대화록 사전 입수’ 문제의 불법성과 심각성을 주목하기보다는 여야의 ‘공방’이나 ‘해프닝’ 정도로 보도하는 데 그쳤다. 또 조중동은 새누리당이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민주당을 공격하기 위해 내놓은 ‘민주당 도청’주장을 적극 전달하면서 물타기에 나섰다.
반면,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은 새누리당이 지난 대선 때 대화록을 사전 입수해 불법 활용하고, 대화록 공개도 사전 기획한 것으로 드러난 데 대해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나아가 현 사태와 관련해 새누리당과 박 대통령이 책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상 대화록’의 대선 불법 활용 진상 밝혀라>(한겨레, 사설/6.27)
<박근혜 후보 모르게 “원세훈에 대화록 공개 요구”?>(한겨레, 2면/6.28)
 
한겨레신문은 27일자 사설 <‘정상 대화록’의 대선 불법 활용 진상 밝혀라>에서 “이번 사안은 국가의 기본질서에 관한 문제로 결코 가벼이 넘길 수 없다”면서 “이명박 정부의 누가 어떤 방식으로 이 문서를 새누리당에 넘겼는지, 새누리당 쪽에서는 어떤 사람들이 이 기록을 불법으로 열람했고, 이 회의록을 활용하기 위한 내부 선거전략 회의 내용은 무엇이었는지 등을 확실히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설은 “여러 정황상 박 대통령이 당시 이런 진행 상황을 소상히 알고 있으리라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며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결코 어물쩍 넘기려 하지 말고, “불법행위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관련자들에 대한 처벌”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28일 <박근혜 후보 모르게 “원세훈에 대화록 공개 요구”?>에서는 지난 24일 박 대통령이 “대선 때 국정원이 어떤 도움을 주지도, 국정원으로부터 어떤 도움을 받지도 않았다”고 결백을 주장했으나 지금 상황에서는 설득력을 얻기 힘들다고 꼬집었다. 이어 김 의원이 대화록을 보며 회의했다는 시점은 ‘박 후보와 문재인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엎치락뒤치락’하던 때라며 “캠프 인사가 최소한 박 후보에게 보고도 하지 않고 선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만한 민감한 요구를 원세훈 당시 국정원장에게 했다는 것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박 대통령의 ‘깨알 리더십’과 “친박은, 그 누구도 박 대통령의 허락 없이는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구조”라는 여권 핵심 인사의 말을 언급하며 박 대통령의 연루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NLL 대화록 공개’ 정권 차원의 기획이었나>(경향, 사설/6.27)
<새누리당, 대야 비방 아닌 대국민 사과해야>(경향, 사설/6.28)
 
경향신문은 27일 사설 <‘NLL 대화록 공개’ 정권 차원의 기획이었나>에서 “녹취파일이 시사하듯 정상회담 회의록을 불법적으로 열람․유출해 대선에서 악의적으로 왜곡해 이용하고, 회의록의 공개를 정권안보 차원에서 활용한 것이라면, 청와대와 대통령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사설은 청와대에 “박근혜 대선 후보의 종합상황실장 발언과 이번 국정원의 불법적인 정상회담 회의록 공개의 연관 여부에 대해 책임 있는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어 28일 사설 <새누리당, 대야 비방 아닌 대국민 사과해야>에서는 새누리당이 “절차적․불법성은 외면한 채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가 본질이라고 주장하더니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캠프의 직․간접적인 연루가 드러나자 이를 폭로한 민주당의 공개 방식을 문제 삼고 나섰다”며 새누리당의 적반하장식 대응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새누리당에 “남북정상회담을 정치적으로 악용한 사태에 대해 사과부터 하는게 우선”이라고 강조하며,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막는 우를 범하지 말길 바란다”고 경고했다.
 
 
<野 “대화록 유출도 국정조사” 與 “민주, 도청전문 정당”>(조선, 1면/6.28)
<野 “대화록으로 정치 공작”…與 “터무니없는 왜곡”>(조선, 5면/6.28)
<도청 정치 vs 공작 정치>(중앙, 6면/6.28)
<野 “대선때 회의록 악용한 경위 밝혀내야” 與 “음성파일 폭로는 ‘도청정당’ 자인한 꼴”>(동아, 6면/6.28)
 
새누리당이 대선 때 대화록을 사전 입수해 불법 활용하고, ‘NLL 발언 논란’으로 물타기 시도에 나선 것이 기획된 것이라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고, 특히 이 과정에서 새누리당이 국정원과 공모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시점이다.
그러나 조중동은 이 문제는 외면했다. 오히려 새누리당의 대화록 불법 활용 논란과 관련해 여야의 주장을 제목으로 뽑아 교묘하게 대비시키면서 마치 여야간의 ‘공방’인양 몰아갔다. 또 조중동은 민주당을 ‘도청정당’이라고 몰아세우며 물타기에 나선 새누리당의 주장을 적극 전달했다.
 

■ KBS․MBC, 대화록 사전 유출 감추기 나서
- KBS는 ‘권영세 음성파일’ 누락, MBC ‘김무성 영상’ 누락
 
KBS와 MBC는 새누리당이 대선전에 ‘2007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불법적인 경로로 확보하고, 이를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려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으나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 두 공영방송사는 사실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권영세 주중대사(당시 선대위 종합상황실장), 김무성 의원(당시 총괄선대본부장)의 음성 및 영상 자료를 ‘누락’시켰다.
 
 
KBS <‘대화록’ 공방 격화>(국현호 기자/6.26)
MBC <폭로·막말 난타전>(박영일 기자/6.26)
SBS <“권영세 파일” 공개..“정체불명 정치공작”>(주시평 기자/6.26)
 
26일 KBS는 ‘집권하면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까자’는 권영세 주중대사의 말이 녹음된 육성파일을 공개하지 않았다. 대신 민주당의원의 발언으로 처리했다. KBS는 명백한 ‘증거’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민주당의 발언으로 처리하면서 야당의 공세인양 다룬 것이다.

한편, 이날 김무성 의원이 대선전 정상회담 대화록을 사전 입수했다는 발언이 알려졌으나 KBS는 김 의원과 관련된 내용을 아예 보도조차 하지 않았다.
 
SBS는 <“권영세 파일” 공개..“정체불명 정치공작”>에서 “지난 대선 당시 새누리당 총괄 선대본부장이었던 김무성 의원이 오늘 당회의에서 지난해 대선 전 NLL 대화록을 입수했다고 말한 것으로 일부 회의 참석자를 통해 외부로 알려졌다”며 김 의원은 이를 부인했다고 전했다. ‘회의중 김 의원의 발언’이라는 것과 유출 경위가 ‘내부 참석자’라는 사실을 전한 것이다.
 
반면 MBC는 <폭로·막말 난타전>에서 보도말미에 “민주당은 대선 당시 새누리당 선대본부장이었던 김무성 의원이 대화록을 지난해 입수했다며 의혹을 제기했고, 김 의원은 정상회담 이후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을 모아 만든 문건이라고 밝혔다”고 짧게 언급했다. 출처를 상대정당인 ‘민주당’으로 하고, 유출 경로도 정확히 밝히지 않아 ‘의혹’ 수준에 머무르게 한 보도였다.
 
 
KBS <“대선전 입수” 논란>(김경진 기자/6.27)
MBC <“도청정당” “중정정치”>(김지훈 기자/6.27)
SBS <대선 지원 연설, NLL대화록과 흡사>(이강 기자/6.27)
SBS <사전유출의혹으로 번진 ‘대화록’ 파문>(이한석 기자/6.27)
 
27일에는 김 의원의 발언과 ‘대화록 사전유출 의혹’이 논란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따라서 선거 유세 때 김 의원이 한 발언이 이번에 공개된 대화록과 일치하는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그러나 이 날 MBC는 김 의원은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여야의 ‘공방’만 나열하는 데 그쳤다.
 
KBS와 SBS는 대선 당시 김 의원이 유세하고 있는 영상자료를 내보내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그러나 SBS가 김 의원의 유세발언이 ‘대화록 전문과 흡사하다’는 리포트를 낸 반면, KBS는 ‘발췌본과 흡사하다’고 보도해 차이를 보였다. 김 의원 발언 중에는 ‘전문’을 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내용이 있었으나 KBS는 이를 지적하지 않고, 대화록 전문 유출 의혹을 비켜간 것이다.
 
한편, 이날 새누리당에서는 ‘언론에 발설한 사람을 색출’하는 작업이 벌어지는 등 김 의원이 ‘대선전 대화록을 봤다’고 말한 것이 ‘사실’인 정황들이 드러났으나, 방송3사는 이를 추적하기는커녕 김 의원의 해명을 나열하고 ‘논란’으로 처리하는 데 그쳤다. <끝>
 
 

 

2013년 6월 28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