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모니터_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주요일간지 2차 모니터보고서(2013.5.3)- 주요 증거 보도 안한 채, 검찰 수사 흔들기 나서
지난 대선 당시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여론을 조작했다는 의혹을 뒷받침할만한 증거들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지난 30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국정원이 정치개입 활동을 벌인 ‘오늘의 유머’(오유) 사이트를 분석한 결과, 국정원 관련 아이디가 대선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지지하는 글을 직접 게시했다고 밝혔다. 민변이 오유 게시글과 추천·반대 기록 및 가입·탈퇴 기록 등 1400만 여건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국정원과 관련된 아이디는 총 73개로 8월 27일∼11월 28일 사이에 만들어졌다. 이후 해당 아이디들은 국정원 직원 김 씨의 정치 개입 활동이 발각된 12월 11일 이후 동시에 활동을 중단했다. 이들은 활동기간동안 370여개의 대선관련 글을 게시했으며, 모두 1467건의 게시글에 ‘반대’를 누른 것으로 밝혀졌다. 이 중 75%에 달하는 1100여개의 ‘반대’는 박 후보에 불리하거나, 야당 후보에 유리한 게시글에 대해 이뤄졌다. ‘북한’과 관련해서는 겨우 3건의 반대를 누르는데 그쳤는데, 이마저도 모두 ‘종북’과 관련된 것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종북 활동 감시’였다는 국정원의 주장이 궁색해진 것이다.
앞서 <뉴스타파>도 국정원 연계 추정 650여개 트위터 계정의 사회관계망 지도를 작성, 이들이 최소 10개 그룹을 형성하며 조직적으로 활동을 했다고 밝혔다. 또 이들 계정이 최초 작성한 3만 6천여 개의 트위터 게시글에 키워드를 넣어 분석한 결과 2천 6백여 개가 대선 관련 트윗이었으며, 지난해 8월부터 12월 초까지 대선 관련 주요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여론에 개입해왔다고 보도했다.
한편, 검찰은 국정원 정치 개입과 관련해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 관계자들을 소환조사하는가 하면, 4월 30일에는 국정원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검찰은 또한 국정원 직원들이 동원한 것으로 의심되는 수백명의 휴대전화와 전자우편 주소를 확보하고, 포털사이트에서 활동한 내역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로 국정원 정치개입·선거개입의 실체를 밝혀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런 가운데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민변 등이 고발한 국정원 대선 개입의 정황과 주요 증거들을 보도조차 하지 않고 있다. 더 나아가 조선일보는 연일 내부 칼럼과 사설을 통해 이번 검찰의 수사를 ‘정권 교체기 마다 반복되는 홍역’인양 치부하면서 물타기에 나서는 한편, ‘북한의 대남심리전 방어목적이었다’는 국정원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국정원이 조직을 동원해 대선 개입을 자행한 것이라면 이는 국기문란에 해당하는 심각한 사안이다. 때문에 검찰의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함에도 불구하고, 조선일보는 관련 증거들에 침묵하거나 검찰수사 자체를 흔들고 있다.
<국정원 압수수색… 史上 두번째 ‘수난’>(조선, 1면/5.1)
<국정원이 정말 부끄러워해야 할 일>(조선, 내부칼럼/5.1)
<5년 주기로 망가지는 대한민국 국정원>(조선, 사설/5.2)
<“국정원 직원들이 댓글 작업에 이용 주민번호 89개·이메일 654개 확보”>(조선, 10면/5.3)
<‘익명’이 ‘실명’을 이겨서야>(조선, 내부칼럼/5.3)
조선일보는 2일자 사설 <5년 주기로 망가지는 대한민국 국정원>에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소환조사와 압수수색을 인사(人事)문제와 묶어 “국가정보원이 정권이 바뀌는 5년 주기로 치러온 홍역을 또 치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여당과 야당은 집권하면 교대로 국정원을 허물어뜨리는 똑같은 일을 경쟁하듯 해 왔고 그 결과 국정원 핵심 기능은 망가질 대로 망가져 버렸다”, “정권이 바뀔 때 마다 정권의 이해에 따라 정권에 입맛에 맞춰 국정원을 뜯어고치는 일이 앞으로도 계속된다면 언젠가는 나라의 발등을 찍게 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국정원의 정치·선거 개입을 지적하기커녕 이번 사태를 ‘정치패권 싸움’인양 치부하며 본질 흐리기에 나선 것이다. 또 사설은 ‘북한 위협’를 언급하며 “이 비상상황에서 국정원 전체가 뒤숭숭해 본업에 손을 놓아버린 게 아닌지 걱정”, “국정원의 대북 핵심 기능을 가능한 한 다치지 않도록 배려하면서 의혹을 철저히 규명하는 방안을 찾았어야 한다”며 검찰의 수사를 탓하기도 했다.
앞서 1일자 내부칼럼 <국정원이 정말 부끄러워해야 할 일>에서는 “정보요원이 미행을 당하고, 정당 사람들과 오피스텔 문을 사이에 두고 대치하는 장면이 며칠째 TV로 중계되는 코미디 같은 일이 벌어졌다”면서 “정보기관으로서의 자격과 기능을 상실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또 “국정원이 압수수색을 당한 것은 세상에 속살을 드러낸 것이나 마찬가지” “대북 정보에서도 긴 실패”라고 언급했다. 칼럼은 정보기관으로서 드러나지 않게 행동하고 대북정보를 모으는 ‘국정원 본연의 역할’을 못한 것을 ‘국정원이 정말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국정원이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 것을 넘어 ‘해서는 안 되는 일’을 벌이며 대선에 개입한 상황이다. 이에 대한 언급은 회피한 채 ‘국정원 본연의 역할’을 강조한 칼럼은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의 본질을 흐릴 뿐이다.
3일 내부칼럼 <‘익명’이 ‘실명’을 이겨서야>에서는 이번 사태로 국정원의 ‘심리정보국’이 폐지된 것을 두고 “북한의 대남 심리전 담당자들은 쾌재를 부르고 있을 것”이라면서 “국내에는 마음만 먹으면 북한에서 가입해 활동할 수 있는 사이트가 널려 있다”, “국정원 직원들이 ‘오늘의 유머’ 등의 사이트에서 대북 심리전을 진행한 배경”이라면서 두둔하고 나섰다. 또 트위터를 언급하며 “북한의 대남 심리전 부서에서 이를 그냥 두었을 리 없다”, 인터넷에서 익명을 사용하는 것을 두고 “북한의 대남 심리전 요원이나 종북 카페 가입자들까지 북한에서는 꿈도 못 꾸는 표현의 자유를 한국에서 누리고 있다”는 등 북한의 위협을 지속적으로 강조하며 ‘대북심리전을 진행했다’는 국정원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국정원 직원들이 댓글을 달거나 ‘추천·반대’ 활동을 벌인 글 대부분은 북한과는 상관없는 대선관련 글인 것으로 드러났다. 조선일보는 이에 대한 보도는 제대로 하지 않은 채 국정원 주장만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檢, 국정원 8년만에 전격 압수수색>(동아, 2면/5.1)
<검찰, 국정원에 추가자료 제출 요청>(동아, 12면/5.2)
<국가정보원의 수모 언제까지 계속돼야 하나>(동아, 사설/5.2)
동아일보도 민변 등이 밝힌 주요 증거들은 전혀 다루지 않았다.
2일자 사설 <국가정보원의 수모 언제까지 계속돼야 하나>에서는 “국정원이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면서도 “국정원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언제까지 이런 수모를 겪으려는 것인가”라며 조선일보와 마찬가지로 이번 일을 ‘정권교체기마다 발생하는 해프닝’인양 다뤘다.
반면,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은 민변에서 분석한 내용을 주요하게 전하며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사설에서는 검찰에 철저한 수사를 주문하고, 국회와 정부에 국정원 개혁 작업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정원 연루된 아이디 주인이 박근혜 후보 지지글도 올렸다”>(한겨레, 1면/5.1)
<북한 관련글 반대 클릭 3건뿐…국정원 ‘종북 대응’ 해명 무색>(한겨레, 3면/5.1)
<국정원 보조 요원? ‘댓글 알바’ 실체 드러날까>(한겨레, 3면/5.1)
<윗선소환→압수수색 ‘역순’ 증거자료 구체화 등 노려>(한겨레, 3면/5.1)
<점점 짙어지는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한겨레, 사설/5.1)
<국정원 심리정보국 간부들 조만간 소환조사 예정>(한겨레, 11면/5.2)
<국정원 아이디 ‘야당 대선후보 비방글’ 여러개 썼다>(한겨레, 10면/5.3)
한겨레신문은 1일자 3면 <북한 관련글 반대 클릭 3건뿐…국정원 ‘종북 대응’ 해명 무색>에서 국정원 직원 김 씨 등이 오유에서 벌인 활동은 “국정원의 설명과 달리 ‘종북 대응’과는 거리가 먼 정치적인 내용”으로 드러났으며, 이로 인해 “국정원과 일부 보수진영의 주장은 더욱 궁지에 몰리게 됐다”고 꼬집었다. 이어 “민변이 국정원과 연계된 아이디 73개의 ‘오유’ 누리집 활동을 분석한 결과, 국정원 직원 김씨 등이 1467차례의 게시글 반대 활동을 하면서 북한 관련 글에 반대한 것은 단 3차례”에 불과했으며, “그나마도 모든 글이 종북 성향은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같은 면 <국정원 보조 요원? ‘댓글 알바’ 실체 드러날까>에서는 “국가정보원 직원들이 인터넷 게시글·댓글 등을 다는 활동에 동원한 것으로 의심되는 수백명의 휴대전화와 전자우편 주소를 검찰이 확보하고 이들이 다음·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에서 활동한 내역을 파악하고 있어 이른바 국정원 ‘댓글 알바’의 실체가 드러날지 주목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확보한 휴대전화 번호 등의 사용자들이 국정원 직원의 ‘보조 요원’으로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수백명이라는 규모가 “‘개인 차원’에서 사람을 모으기보다는 ‘조직 차원’에서 민간인을 동원하고 함께 움직였을 것이라는 추정에 더 힘을 싣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한겨레는 사설 <점점 짙어지는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에서 “선거법 공소시효를 고려하면 검찰 수사는 더욱 신속하게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뒤, “정보기관이 정치에 개입하고 선거에 영향을 끼치려 했다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며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검찰은 국정원의 정치관여, 선거개입은 물론 지난해 경찰 수사의 축소·은폐 의혹에 대해서도 함께 수사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검찰, ‘정치 개입 의혹’ 국정원 압수수색>(경향, 1면/5.1)
<북한 관련글 ‘반대’ 3건·박근혜 후보 불리한 글엔 ‘반대’ 1100건>(경향, 10면/5.1)
<국정원에 수사팀 25명 투입 13시간30분간 압수수색>(경향, 10면/5.1)
<심리정보국 업무결과보고서 등 ‘물증’ 확보>(경향, 10면/5.1)
<국정원 치욕의 역사 이제는 종지부 찍어야>(경향, 사설/5.1)
<“댓글 활동한 국정원 아이디 인터넷주소 계속 바꿔 접속”>(경향, 12면/5.2)
<국정원 의심 아이디, 대선 관련 글 103개 직접 작성>(경향, 1면/5.3)
<문재인·박원순 비방…한·미 FTA 반대 글엔 “왜 이러는 거냐”>(경향, 10면/5.3)
<여당·박근혜 후보 불리한 글 집중…젋은층 투표 독려하는 글도 클릭>(경향, 10면/5.3)
경향신문은 1일자 10면 <심리정보국 업무결과보고서 등 ‘물증’ 확보>에서 검찰이 국정원 압수수색을 통해 “국정원의 조직적인 정치·선거 개입 의혹을 뒷받침할 ‘물증’을 상당 부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며, 압수물의 내용에 따라 “의혹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넘어 이명박 전 대통령 쪽으로 뻗어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고 전했다. 이어 압수수색은 국정원 메인서버에 집중된 것으로 보이는데, 국정원 메인서버에 저장된 기록물은 임의로 삭제하기 힘들게 돼 있어 “원 전 원장 시절 작성된 주요 문건들이 메인서버에 고스란히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심리정보국 직원의 활동결과를 보고한 ‘업무결과보고서’ △댓글 알바의 고용 정황을 파악할 수 있는 ‘예산신청서’를 확보했을 것으로 보이며 △대북심리전단을 심리정보국으로 확대개편하고 관련 내용을 청와대에 보고한 ‘직제 확대 개편 보고 문건’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같은 날 사설 <국정원 치욕의 역사 이제는 종지부 찍어야>에서는 “‘원세훈 국정원’의 행태로 미뤄볼 때 이번 사건은 예고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며, “정보기관이 정치적 중립을 저버리고 대통령에게 코드를 맞춘 결과가 선거 개입 의혹으로 귀결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국정원은 그럼에도 댓글작업을 ‘대북심리전’으로 호도하고 조직적 여론조작을 부인하는 등 뻔뻔한 태도를 보였다”고 질타한 뒤, “이번 사건에 연루된 전·현직 국정원 인사들은 의혹의 실체에 대해 솔직히 고백하고 수사에 협조”하라고 요구했다. 또한 국회와 정부가 국정원의 환골탈태를 위한 개혁 작업을 해야 한다며 △국가안보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 마련 △수사권 폐지 검토 △국정원에 대한 국회 통제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시스템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며 “통치권자가 정보기관을 정권보위에 활용하지 않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갖고 이를 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
2013년 5월 3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