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3일 방송 3사 저녁종합뉴스 일일 브리핑
재벌‧정권‧언론, 노조탄압 ‘환상의 콤비’
- 유성기업 파업에 방송3사 “생산차질” 부각에 열 올려
■ 현대차 부품업체 유성기업 파업 … 방송3사 “생산차질” 부각 편파보도
현대․기아차가 엔진 부품 ‘피스톤링’을 생산하는 유성기업의 직장폐쇄와 파업에 개입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3일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 진보신당은 기자회견에서 유성기업을 방문한 현대차 구매본부장의 차량에서 발견된 ‘유성기업 쟁의행위 대응요령’ 문건을 공개했다.
이 문건은 유성기업이 지난 11일 작성한 ‘대외비’로 주간연속 2교대 시행에 대해 “현대차와 기아차 시행 전 ‘선 시행’ 노사합의를 방지”한다고 적시되어 있으며 그 이유는 “현대․기아차 본교섭에 일부 변수 발생 우려”때문이라고 되어 있다. 즉, 현대‧기아차가 시행하지 않고 있는 ‘주간연속 2교대’를 유성기업에서 먼저 시작해선 안된다는 얘기다.
주간연속 2교대는 밤 12시 이후에는 일 하지 않는 근무형태를 말한다. 현재 대부분의 자동차 업체들은 24시간 주야간 맞교대 형식(주간조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야간조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밤샘 근무)으로 일하고 있다.
야간근무는 노동자들의 건강을 해치고 정상적인 가정생활을 어렵게 해 선진국에서는 없어진지 오래다. 주간연속 2교대를 하게 되면 생산성은 줄어들게 되지만, 노동자들의 정상적인 삶을 위해 도입돼야 할 제도임에는 틀림없다. 노조는 주간연속2교대에 따른 생산성 감소는 신규 설비투자로 해결하면서 임금과 노동강도 강화, 고용불안이 없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지만, 사측은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유성기업은 ‘주간연속 2교대 시행’과 ‘월급제’를 지난 1월 1일부터 도입하기로 노조 측과 약속해 놓고는 그동안 시행을 미뤄왔다. 12차례의 노사 교섭에서도 사측은 아무런 대안을 내놓지 않았고, 결국 노조는 지방노동위원회의 조정과 조합원 찬반투표를 걸쳐 18일 적법하게 파업에 들어갔다. 그러자 사측은 곧바로 직장폐쇄를 해버렸고, 19일에는 사측이 고용한 용역직원의 차량에 치어 노조원 13명이 중경상을 입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편 정부와 경찰은 유성기업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강경 대응하고 있다. 23일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1인당 연봉이 7000만원이 넘는 회사의 불법파업은 국민이 납득하기 어렵다. 유성기업의 노조에서 주장하는 주간 연속 2교대제와 월급제는 완성차 업계에서도 하지 못하고 있고, 부품업계도 한 회사만 할 수 있는 제도가 아니다”라며 사측의 입장을 앞장서 대변했다. 경찰도 노조 집행부 9명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섰다.(최 장관이 운운한 ‘연봉 7000만원’에 대해 노조는 28년 근무한 노동자가 하루 14시간씩 쉬지 않고 일을 해야 받는 금액이며 대부분의 노조원은 200만원 남짓한 임금을 받고 있다고 반박했다.)
부품업체 파업에 재벌과 정부가 이토록 민감하게 나서며 강경 대응하는 이유는 ‘주간연속 2교대’가 유성기업에서 시작되었을 때 그 파급이 자동차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차 측의 개입의혹, 사측의 직장폐쇄 부당성 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노조만 ‘불법’으로 몰아가는 것은 사태만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노사 간 갈등을 합리적으로 중재하지는 못할망정 재벌의 이익을 노골적으로 대변하면서 노동자 탄압에 열을 올리는 것은 스스로 ‘친재벌 정권’의 본질을 폭로하는 꼴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다수의 언론들은 재벌과 권력에 ‘합세’해 노조에 대한 편파보도를 일삼고 있다. 방송3사도 유성기업 파업을 두고 최소한의 역할을 하지 못했다.
방송사들이 ‘야간노동’ 문제를 심층 취재하거나, 사태해결을 위한 합리적 방안을 제시하는 등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는 기대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방송3사는 현대차 등 완성차 업체의 ‘생산차질’을 집중 부각하는가 하면, 현대차 부당 개입 등 노조탄압 의혹도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 등 노골적인 편파보도 행태를 보였다.
<파업…잇단 생산 차질>(KBS, 김원장/22일)
<엿새째 대치 팽팽>(KBS, 황정환/23일)
<자동차 산업 흔들>(KBS, 조지현/23일)
KBS는 22일 <파업…잇단 생산 차질>(김원장 기자)에서 유성기업 노조의 “파업 여파는 곧바로 완성차 업계로 이어지고 있다”며 기아차 소하리공장 카니발 생산라인이 멈췄고 현대차 울산공장의 미니트럭 포터와 싼타페 생산이 중단됐다며 생산에 차질을 겪고 있는 현대차의 상황을 자세하게 다뤘다. 또 “한국GM이나 르노삼성 역시 정도에 차이가 있을 뿐 생산 차질이 예상된다”, “완성차 업계의 생산 차질 장기화는 물론, 수출 시장에도 비상등이 커졌다”고 전했다. 유성기업 노조가 왜 파업을 벌였는지에 대해서는 “교대근무제 등을 놓고 노사가 극심한 의견차를 벌이다 결국 지난 18일, 노조가 파업에 들어갔다”고 언급하는데 그쳤다.
23일 <엿새째 대치 팽팽>(황정환 기자)은 “노조는 사측이 지난 2009년 야간근무를 없애고 주간근무를 시행하기로 약속해 놓고 이를 어겼다고 주장하며 공장을 점거한 채 엿새째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파업의 원인도 사측의 직장폐쇄에 있다고 주장한다”고 보도했다. 노조 측의 주장을 짧게 전하긴 했지만 파업 쟁점을 구체적으로 다루지 않았다. 이어 “노조와 민노총은 유성기업 노사협상에 현대·기아차가 개입했다며 쟁의행위 대비전략과 사후조치 등이 담긴 사측의 문건을 공개”했다고 언급한 뒤, 현대차 측의 해명을 덧붙였다.
<자동차 산업 흔들>(조지현 기자)에서는 “유성기업은 피스톤 링을 현대차에 70%, 한국GM에 50%, 쌍용차에는 가솔린 엔진용으로 100% 공급하고 있다”며 “이번 주부터 당장 현대 기아차는 그랜저와 K5의 생산 차질이 우려되고 있으며 한국 GM도 다음주부터 영향을 받을 것”, “르노삼성도 이달 말이면 재고가 떨어져 SM5의 생산차질을 우려하고 있다”고 완성차 업계가 피해를 자세하게 전했다.
이어 “7000만 원이 넘는 연봉을 받는 유성기업 노조의 파업은 국민들이 이해하기 힘들 것”이라는 최중경 장관의 인터뷰를 실을 뒤, 정부의 공권력투입을 요구하는 경총의 입장을 전하는데 그쳤다. ‘연봉 7000만원’은 28년 근무한 노동자가 하루 14시간씩 쉬지 않고 일을 해야 받는 금액이며 대부분의 노조원은 200만원 남짓한 임금을 받고 있다는 노조 측의 반박은 전하지 않았다.
<자동차생산 차질>(MBC, 정준희/22일)
<왜 조업 중단됐나?>(MBC, 정준희/23일)
MBC도 다르지 않았다.
22일 <자동차생산 차질>(정준희 기자)은 유성기업 파업으로 “부품 공급이 끊기면서 자동차 제조사들은 비상이 걸렸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경기 소하리 공장의 카니발 생산이 그제부터 중단됐고, 오늘은 울산공장의 SUV라인이 멈춰 섰다”고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부품 공급이 안 되면 완성차 생산에 큰 차질이 있고 해외 시장 추출에도 타격을 입게 된다”는 한국자동차공업협회 강철구 이사의 인터뷰를 싣는데 그쳤다. 유성기업 노조의 파업 이유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없었다.
23일 <왜 조업 중단됐나?>(정준희 기자)도 “자동차 엔진 부품 업체, 유성기업이 노사 갈등으로 엿새째 조업을 중단하면서 완성차 업계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는 앵커멘트로 시작했다.
보도는 유성기업 노사갈등이 “근무 시간 조정과 임금 문제”라며 “하루 10시간씩 2교대 근무를 바꿔 자정부터 다음날 아침 8시까지는 뺀 나머지 16시간만 2교대로 근무하자는 게 노조 측의 주장”인 반면 “사측은 생산 시간이 줄어드는데, 월급은 그대로 달라는 것이라며 거부했다”고 전했다.
노조 측의 주장을 다루긴 했지만 근무 시간 조정을 요구하는 이유는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채 노조와 사측의 주장을 나열하는데 그쳤다. 그리고는 부품 수급에 차질을 빚은 완성차 업체들의 피해 상황을 덧붙였다.
<부품업체 1곳 파업에..>(SBS, 박민하/22일)
<파업 불똥..가동 중단 확산>(SBS, 박민하/23일)
SBS도 22일 <부품업체 1곳 파업에..>(박민하 기자)에서 “근무시간 단축과 월급제 도입 등을 놓고 노사 다툼이 벌어져 지난 18일부터 노조가 파업에 들어갔다”, “사측이 직장을 폐쇄하고 관리직을 투입하려 했지만, 노조원들이 충남 아산 공장을 점거해 생산이 중단됐다”며 이 때문에 현대․기아차 등이 생산을 중단하고 있다며 완성차 업체의 피해 상황을 전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23일 <파업 불똥..가동 중단 확산>(박민하 기자)에서도 기아차 소하리 공장이 생산을 중단한 모습을 비추며 “파업이 계속되면 모레(25일) 이후로는 이 곳 카니발 생산라인뿐만 아니라 K5와 쏘렌토 등 다른 라인도 멈춰 설 것”, “현대차 울산공장도 엔진공장 가동에 차질이 빚어져 포터와 스타렉스 생산라인이 내일 정상가동 될지 불투명하다”고 파업에 따른 ‘피해’를 전망했다.
이어 “5000여개의 협력사 또한 연쇄적인 생산중단을 맞게 된다”, “지금 주장하고 있는 월급제라든지 주간 2교대제 같은 것들은 완성계 업체에서도 아직 실시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며 사측을 옹호하는 현대·기아 협력회 회장과 최중경 장관 인터뷰를 싣는데 그쳤다.
■ ‘의혹 백화점’ 서규용 후보 청문회 … KBS․SBS ‘중계’, MBC 보도 안 해
23일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실시됐다. 그러나 청문회 시작부터 각종 의혹들이 쏟아졌다. 쌀 직불금 수령에 대해서는 한나라당 의원들조차 “대학교수와 민간단체 대표 등으로 바쁜 사람이 언제 내려가서 농사를 지었냐”고 질타했고, 여야의 비판을 받은 서 후보자는 ‘법적 하자가 없다’고 주장하다 결국 “좀더 신중했어야 했다”고 사과했다.
서 후보자가 2006년 2월 실경작자도 아닌데 이후 양도소득세를 100%감면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한국김치협회, 로컬푸드 운동본부 등 공직 퇴직 후 간 단체들마다 정부의 거액 지원을 받은데 대해서는 한나라당에서도 ‘외압설’을 제기했다. 서 후보자가 자녀를 강남권 학교에 진학시키기 위해 동생 아파트로 위장 전입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이런 의혹이 쏟아졌지만 서 후보자는 그때마다 “잘 모르겠다”, “한 점 부끄럼 없이 살았다”며 빠져나갔다. 여야 의원들은 서 후보자의 불성실한 답변 태도를 질타했으며 청문경과 보고서를 두고 여당 내에서조차 반대 목소리가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5.6개각을 두고 청와대는 ‘청문회 과정이 순탄할 것’이라고 자신했지만, 서 후보자의 청문회는 보란 듯이 이런 장담을 무너뜨렸다.
방송 보도는 후보자들의 자질 검증은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청문회 상황을 중계하는데 머물렀다.
21일 KBS와 SBS는 서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쌀직불금 수령에 대해 사과했다고 전했지만 문제점을 명확하게 따지지 않았다. 다른 의혹도 의원들의 주장을 나열하는데 급급했다. MBC는 아예 관련 보도를 하지 않았다.
<“쌀 직불금 부당 수령”>(KBS, 하송연)
<“쌀 직불금 수령 신중했어야”>(SBS, 박진호)
KBS <“쌀 직불금 부당 수령”>(하송연 기자)은 “의원들은 서규용 후보자가 지난 2007년과 2008년 신문사 사장을 지내는 동안 수령한 60만원의 쌀 직불금을 문제 삼았다”, “직불금을 수령한 농지의 일부를 팔면서 양도소득세를 탈루하려 했다는 의혹도 쟁점이 됐다”, “17대 총선과 2006년 지방선거에서 공천을 받으려 했던 정치적 행보도 도마 위에 올랐다”고 의원들이 제기한 의혹과 서 후보자 측의 답변을 나열하는데 그쳤다.
SBS <“쌀 직불금 수령 신중했어야”>(박진호 기자)는 서 후보가 “지난 2007년과 2008년 고향인 충북 청주에서 농사를 지었다며 쌀 직불금 59만원을 받았다”며 “서울에 살면서 어떻게 농사를 지었냐는 의혹, 농지를 팔 때 양도세를 줄이기 위해 농사를 지은 것처럼 위장했다는 의혹 등이 집중 제기됐다”고 의원들의 문제제기를 전했다. 또 “현지주소도 허위라는 의혹과 함께 결국 양도세 감면혜택을 노린 ‘무늬만 농민’이라는 지적이 나왔다”고 전했다.
이어 “여당 의원들까지 비판에 가세하자 서 후보자는 신중하지 못했다며 사과했다”며 신 후보자의 사과를 전했다. 그리고는 “한나라당은 농업분야 실무경험을 평가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은 부적격이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끝>
2011년 5월 24일
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