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방송 모니터_
국정원장 정치개입 지시 의혹 관련 신문·방송 모니터보고서(2013.3.19)국정원장 정치개입 지시…입 다문 언론
<한겨레신문>은 18일 민주통합당 진선미 의원으로부터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이라는 제목의 국정원 내부자료을 입수해 보도했다. 해당 자료에는 원 국정원장 취임 직후인 2009년 5월부터 2012년 11월까지, 국정원 본부 국장과 지역 지부장 등 주요 부서장회의 발언이 담겨 있다. 문건에 따르면, △선거기간동안 인터넷 여론에 개입하도록 지시 △종교단체의 정부비판 및 정치활동 견제 △4대강 사업 등 국책사업에 대한 대국민 여론전 지시 △국정원 직원 김 씨가 소속된 심리전단의 젊은 층 우군화 심리전 강화 등을 주문한 내용이 적시돼 있어, 명백한 정치개입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전교조와 민주노총을 내부의 적으로 규정하고, 국정원 간부들까지 나서 정부기관에 압력을 넣도록 한 사실도 적시돼 있다. 해당 자료에는 “북한과 싸우는 것보다 민주노총, 전교조 등 국내 내부의 적과 싸우는 것이 더 어려우므로 확실한 징계를 위해 직원에게 맡기기보다 지부장들이 유기관장에게 직접 업무협조를 하기 바란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특히 원 국정원장의 지시 내용과 국정원 직원 김 씨의 인터넷 게시글이 ‘유사성’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 김 씨가 원 국정원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예를 들어 해당 자료의 원 국정원장 지시내용 중 “제주에서 개최된 세계 자연보전총회 시 종북좌파들이 행사장 앞에서 방해활동”을 하고 있다는 내용(2012년 9월 21일)이 나오는데, 김 씨는 이와 비슷한 내용의 댓글을 총 6차례 올린 바 있다. 또한 “대통령님의 외교가 국내 정세와 연계될 수 있도록 원이 더욱 역할을 다해야 함”이라는 지시사항(2010년 7월 19일)에 대해서도 김 씨가 총 4차례에 걸쳐 이 대통령의 해외순방을 칭송하는 게시글을 올렸다는 점도 맥락이 같다.
한편, 15일 <뉴스타파>는 “트위터 상에서도 국정원 직원 김 씨와 연계된 것으로 보이는 사용자 계정들이 집단적으로 여론조작에 가담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자체취재 결과를 보도했다. <뉴스타파>는 김 씨의 게시글과 유사한 글을 조직적으로 올리고 퍼나른 트위터 아이디 65개의 계정을 포착해 활동패턴을 그래프로 나타내 분석했는데, “지난해 8월 20일을 전후해 매우 활발하게 움직이기 시작하다가 12월 11일을 기점으로 일시에 활동이 중단했”다면서 “8월 20일은 박근혜 후보 선출일이고, 12월 11일은 국정원 김 씨의 사건이 드러난 날”이라고 전했다. 이후 18일 <뉴스타파>는 국정원장의 정치개입 지시 문건을 분석하면서, 트위터 상에서도 원 원장 지시에 따른 게시글이 올라온 것을 확인했다. 보도는 ‘IAEA 사무총장이 한국 원전을 호평한 내용을 홍보하라’(2012년 11월 23일)는 국정원장의 지시 이후, 문제의 계정에서 지시 문구 그대로의 트윗 게시글이 올라왔는데, 취재진 확인 결과 관련 내용은 언론에 의해 보도되지 않은 내용이었다며 의구심을 제기했다. 보도는 국정원과 연계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트위터 계정이 추가로 발견돼 총 160여 개의 트위터 계정이 트위터 상에서 조직적으로 여론조작에 개입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한편 이같은 내용에 대해 <한겨레신문>은 “원 원장이 인용한 발언을 한 인물은 IAEA가 아니라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이었다”며 일부 트윗 계정들은 “지시사항의 오류까지 그대로 옮겼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국정원 김 씨의 게시글과 불특정 다수 트윗계정이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 문건과 유사성이 발견됨에 따라 국정원의 불법적인 정치개입 사건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다.
한편, 같은 날(17일) 여야는 국정원 직원 김 씨의 정치개입 의혹이 불거진 지 95일 만에 국정조사에 합의했다. 그동안 김 씨의 추가 아이디 확보, 대선기간동안 작성된 찬반 표시 및 댓글, 제 3자 이 씨의 존재 등 당초 “김씨가 댓글을 작성한 흔적이 없다”는 경찰의 중간수사결과를 뒤집을만한 정황들이 속속 포착됐지만, 별다른 진척이 없어 경찰의 수사의지를 두고 비판이 제기돼 왔다. 따라서 국정조사를 통해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 및 국정원장의 정치개입 지시 사건을 얼마나 투명하게 밝혀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시민사회에서도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 문건은 국정원장의 명백한 정치개입이자 국정원법 위반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김 씨의 활동이 국정원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정황을 보여주고 있다”며 “국회의 국정조사나 특별검사 등을 통해 이번 사건의 실체를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여연대도 성명을 통해 “국정원이 국가안보를 위해 정보활동을 벌이는 국가기관이 아니라,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정책을 적극 홍보하고, 정부정책에 반대 또는 비판하는 시민들을 ‘종북좌파’로 몰아가며 탄압하고 여론조작을 일삼는 비밀정치조직으로 전락했다”면서 중앙정보부나 안기부와 다를 바 없다고 질타했다.
또한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에 구체적으로 “내부의 적”으로 지목된 민주노총도 성명을 통해 “헌법이 규정한 노동3권을 정당하게 행사하는 노동조합총연맹 조직에 대해 이렇듯 대놓고 종북딱지를 붙이고 권력기구를 동원해 탄압에 나섰다는 것은 정치개입을 금지한 국정원법 위반은 물론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반헌법적 범죄행위”라고 반박했다.
이 가운데 방송3사는 원세훈 국정원장의 정치개입 정황이 포착된 내부자료가 공개됐음에도, 관련 사실을 주요하게 다루지 않거나 침묵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안은 국정원이 국내정치에 개입해선 안 된다는 국정원법을 위반하고, 국정원장의 진두지휘하에 조직적·지속적 정치개입을 벌였다는 정황이 포착된 사건이다. 더구나 국정원 직원 김 씨 정치글 게시사건과 연관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는 점에서 방송3사가 사안을 축소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민주통합당 진선미 의원이 문건을 공개한 17일 방송3사 중 관련 내용을 보도한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다만, 정부조직법 여야 합의와 관련해 국정원 직원 댓글 의혹사건을 국정조사하기로 합의했다는 소식만 짧게 전한 데 그쳤다.
언론을 통해 원 원장 정치개입 지시 문건이 공개·확산된 18일에도 방송3사는 관련 내용을 축소·은폐했다. MBC는 22번째로 단신 처리했으며, 이마저도 국정원 해명에 절반을 할애했다. SBS는 4번째로 배치해 비교적 주요하게 보도했으나 국정원의 해명을 적극 반영하면서, 사안과 무관한 ‘통진당 이석기-김재연 의원’의 여야 원내대표 고발 사건을 보도 후반에 덧붙여 본질을 흐렸다. KBS는 아예 보도를 내놓지도 않았다.
단 18일 KBS는 22번째 보도에서 국정원 직원 김 씨의 정치글 게시 의혹 사건의 국정조사를 앞두고 사건의 쟁점을 정리했는데,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원 국정원장의 개입 여부는 핵심 쟁점에서 제외했다. <댓글 의혹 국조 쟁점은?>은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게시글을 쓰도록 지시했는지, 국정원 직원의 활동을 선거 개입으로 볼 수 있는지, 그리고 경찰이 특정후보에게 유리하도록 의도적으로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는지 여부”라고 사안의 쟁점을 세 가지로 요약한 데 그쳤다.
SBS는 사안을 4번째로 배치하고 비교적 주요하게 보도했으나, MBC와 마찬가지로 문건 자체에 대한 취재보다, 진 의원의 ‘주장’으로 치부하는 한편, 국정원의 해명을 적극 실었다.
<“국내 정치 불법 개입”..“왜곡 말라”>(주시평)는 진선미 의원이 “원세훈 국가정보원장이 대선을 앞둔 지난 해 11월 ‘사이버상에서 펼쳐지는 종북세력들의 국정 폄훼에 선제적으로 대처할 것을 지시했”다면서 “원 원장이 여론조작과 정치개입을 지시한 것이라며 국정원 여직원 댓글 사건 국정조사를 할 때 함께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보도는 “국가정보원법을 정면으로 위반한 국정농단 행위”라는 진 의원의 발언을 실었다. 그리고는 “국가안보를 위한 정당한 지시를 정치개입으로 왜곡했다”는 국정원 측의 해명 입장을 실었다.
그러나 진 의원이 공개한 문건 내용을 살펴보거나 분석하는 등의 추가 검증은 뒤따르지 않았다. 오히려 보도는 사안과 무관하게 “여야가 국회의원 자격심사를 하기로 합의한 통진당 이석기-김재연 의원이 여야 원내대표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는 내용을 덧붙이며 끝맺음했다.
19일에도 원 국정원장의 지시에 따른 국정원의 정치 활동 의혹을 추가 제기하며, 국정원이 ‘정치개입’ 의혹에 자가당착 해명을 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19일에는 경향신문도 원 국정원장의 정치 개입 지시와 국정원 여직원 댓글 내용의 유사성을 지적하며, 대선 당시 국정원 직원의 댓글 활동은 원 국정원장이 국정원 정치 개입의 배후로 지목될 수 있는 근거라고 설명했다. 경향신문은 이번 문건을 통해 드러난 국정원의 활동은 ‘정치 개입’이자 ‘국기문란’ 행위라고 비판하면서, 박근혜 정부에 국정원 정치 개입 의혹에 대한 확대 수사를 촉구하는 한편, 국회에도 여야가 합의한 국정조사에서 철저히 진상 규명할 것을 당부했다.
19일 동아일보는 관련 기사를 실었으나, 민주당 진 의원이 제기한 원 국정원장의 정치 개입 의혹과 국정원의 반박을 단순 전달하는데 그쳤다. 그러면서 국정원이 내부 자료 유출의 진상 규명에 착수했다며, 사건의 본질은 외면한 채 국정원 내부 문건 유출 사실에 주목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18~19일 이틀 동안 관련 기사를 전혀 싣지 않았다.
<“민노총․전교조 등 징계, 유관기관장 협조 얻어라”>(한겨레, 3면/3.18)
<원장 지시사항 등 올려 모든 직원 열람 가능>(한겨레, 3면/3.18)
<국정원 김씨 인터넷 글, ‘지시 말씀’ 의도 충실히 따른듯>(한겨레, 4면/3.18)
<‘국정원 여론조작’ 국정조사 합의 조직적 대선 개입 의혹 밝혀질까>(한겨레, 4면/3.18)
<원 국정원장 ‘지시’는 민주주의에 대한 정면도전>(한겨레, 사설/3.18)
<국정원장 ‘지시 말씀’ 그대로 옮긴 트위터 계정들 발견>(한겨레, 1면/3.19)
<대북심리전→개인글→종북대응…국정원, 댓글 해명 또 바꿔>(한겨레, 3면/3.19)
<민주당 “국정농단, 국조서 철저 규명” 민노총 “종북몰이, 법적 책임 묻겠다”>(한겨레, 3면/3.19)
한겨레신문은 18일과 19일 관련 기사를 1면 톱으로 실으며 주목했다.
18일자 사설 <원 국정원장 ‘지시’는 민주주의에 대한 정면도전>에서는 ‘국정원장 지시․강조 말씀’의 내용대로라면 원 국정원장은 “대놓고 국내 정치에 개입하며 각종 불법을 저질러온 셈”이라며, 이번 일은 “정보기관이란 보호막을 이용해 비싼 세금을 써가며 대북정보전은커녕 우리 국민을 상대로 정치공작과 여론조작을 시도해왔음이 폭로된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국정원의 이런 행태는 “민주주의의 존립을 뿌리부터 뒤흔드는 것으로 대역죄에 가깝다”고 꾸짖고는, 여야가 합의한 국정조사를 통해 “철저히 파헤쳐 관련자들을 엄히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9일에는 1면 <국정원장 ‘지시 말씀’ 그대로 옮긴 트위터 계정들 발견>에서 “(원 국정원장의) 대국민 여론전 지시 내용을 그대로 실행에 옮긴 트위터 계정들이 확인”됐으며, “이 트위터 계정의 글을 리트위트해 퍼뜨린 계정 65개가 발견돼, 국정원 직원들이 트위터에서도 조직적으로 여론조작을 벌였다”는 의혹을 추가로 제기했다. 원 국정원장이 ‘원장님 지시․말씀 게시판’에 올린 원전 관련 글의 내용이 트위터에 오타까지 그대로 옮겨졌으며, 이들 트위터 계정의 활동이 국정원 댓글 사건이 터지면서 중단됐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3면 <민주당 “국정농단, 국조서 철저 규명” 민노총 “종북몰이, 법적 책임 묻겠다”>에서는 18일 국정원이 보도자료를 내고 원 국정원장의 국내정치 개입 지시를 사실상 시인하면서도, 원 국정원장의 지시가 ‘국가안보를 위한 정당한 지시와 활동’이라고 억지 논리를 펴고 있다고 꼬집었다. 보도는 국정원 보도자료를 보면 △국정원 댓글 사건에 대해 ‘개인적으로 작성한 글’이라고 했다가 ‘대북 활동’이라 말 바꾸기 △국정원장 발언은 비밀이라던 국정원이 스스로 국정원장의 ‘정치적 중립 지시’ 발언 공개 등 “국정원의 해명에는 어설프고 자가당착적인 대목이 여럿 눈에 띈다”고 지적했다.
<국정원 여직원 댓글 내용, 원세훈 원장 ‘지시 말씀’과 판박이>(경향, 2면/3.19)
<경찰, ‘국정원 댓글’ 수사 의지․능력 도마에>(경향, 2면/3.19)
<“내부 적과 싸우는 게 더 어려워…좌파에 정공법 대응 필요”>(경향, 3면/3.19)
<“국가 정보기관이 정치적 중립 위배”>(경향, 3면/3.19)
<국정원 “북의 선동지령에 적극 대처 지시한 것”>(경향, 3면/3.19)
<‘원세훈 국정원’ 정치 개입 철저히 규명하라>(경향, 사설/3.19)
사설 <‘원세훈 국정원’ 정치 개입 철저히 규명하라>에서는 원 국정원장이 국정원 내부 게시판에 게재한 내용은 “국가 안보와 안전을 책임지는 최고 정보기관의 것이라고 믿고 싶지 않을 정도로 정치적이고 공작적”이라고 지적했다. 국정원장 지시 문건에 따르면 “여야 정치권은 물론 국민 간에 첨예한 찬반 논란이 있는 현안에 대해 국정원의 적극 개입을 독려하는가 하면 전교조․민노총 등 정부 비판 단체들을 싸잡아 종북좌파로 몰아세우며 단호한 대응을 지시”했는데, 이는 “국정원의 통상적 활동을 명백히 벗어난 정치 개입이자 국기문란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땅에 떨어진 국정원의 신뢰를 다시 세우기 위해서는 “이번 사태를 총체적으로 파악하고 불법성이 드러날 경우 엄중하게 책임을 묻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박 대통령과 국회에 확대 수사와 국정조사를 통한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동아일보는 10면 <野의원 “원세훈원장 정치개입 의혹” 국정원 “北선동전 맞선 정당한 지시”>에서 민주당 진 의원이 원 국정원장에 대해 정치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고 단순 전달하면서, 국정원이 즉각 보도자료를 내며 ‘정면 반박’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는 한편, 국정원이 “어떻게 세세한 내부 자료가 유출될 수 있었는지 조사가 필요”하다며 “곧장 진상 규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내부 문건 유출 사실에 주목했다.<끝>
2013년 3월 19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