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모니터_
4월 19일 방송 3사 저녁종합뉴스 일일 브리핑(2011.4.20)KBS, 4.19에도 낮뜨거운 “선진화 다짐”
- 4.19단체들이 ‘사과’ 거부한 이유도 제대로 언급 안해
- 4.19단체들이 ‘사과’ 거부한 이유도 제대로 언급 안해
방송3사는 이승만 기념사업회와 유족의 ‘51년만의 사과’가 4.19단체의 반대로 무산됐다는 소식을 주요하게 다뤘다. 그런데, 왜 이승만 유족 측이 지금에 와서야 사과 의사를 밝혔는지 그 의도에 대해서는 따지지 않았다. 방송사들은 양측의 ‘충돌’에 초점을 맞췄는데, KBS는 4.19 단체들이 왜 이승만 유족 측의 ‘사과’를 거부하고 있는지에 대해서조차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다. MBC와 SBS는 4.19단체들이 이승만 유족 측의 ‘사과’를 ‘이승만 동상과 기념관 건립 등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반대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의도로 본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때 그상황 재구성> (KBS, 류호성)
<51년만의 사죄 무산> (KBS, 김준범)
첫 번째 <“4.19정신 영원히”>는 민주묘역의 추모 물결을 다뤘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도 교묘한 ‘MB 띄우기’가 있었다.
보도는 참배객들의 묵념 모습을 보여주며 “그날의 주역들이 먼저 떠난 가족과 친구 앞에 고개를 숙였다”, “대한민국 민주화, 역사 발전의 원동력이었던 고귀한 희생을 추모했다”더니, 곧 이어 “그리고 4.19혁명 정신을 선진화로 이어갈 것을 다짐했다”고 덧붙였다. 이명박 정부의 ‘선진화’를 4.19혁명 정신의 계승인 양 슬쩍 끼워 넣은 것이다. 그러면서 “이 자리가 선진 일류국가를 향한 우리 모두의 결의를 새로이 다지는 소중한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는 김황식 총리의 발언을 덧붙였다.
또 이 대통령이 “기념식에 앞서 4·19혁명에 참여했던 대표들과 함께 민주 영령들의 넋을 기렸다”면서 “재작년부터 3년 연속 4.19 민주묘지를 찾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보도는 “학생과 시민, 군인 등 그 당시 다양한 계층의 목소리를 통해 4.19 당시 상황을 돌아봤다”면서 당시 고등학교 교사, 고등학생, 대학생의 증언을 자료 화면과 함께 전했다. 이어 ‘이승만이 시위대에 발포를 하지 못하게 했다’는 증언도 담았다.
보도는 당시 송요찬 계엄사령관 전속부관이던 김운용 씨의 증언을 전했는데, 김 씨는 이승만 박사가 계엄사령관에게 “발포를 하면 안된다”, “(국민들이)뭐를 원하느냐”고 말했으며 계엄사령관은 “하야를 원한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4.19 일주일 뒤에 나온 이승만 대통령의 하야 성명 모습을 보여줬다.
4.19혁명 당시 187명이 사망했다. 이승만이 시민들에게 발포를 하지 못하게 했다는 주장이 사실이라면 발포는 누구에 의해 어떻게 이뤄진 것인지 따져야 하지만 보도에 그런 내용은 없었다. 다만 ‘대통령이 하야하기까지 187명이 희생됐다’는 언급만 덧붙였다.
보도는 이승만의 양자 이인수 씨 일행과 4.19단체들의 충돌을 보여주었는데, 4.19 단체들이 왜 ‘사과를 받지 않겠다’는 것인지를 명확하게 전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4.19단체 인사 발언 가운데 “진정성이 전혀 없다. 그래서 4.19 혁명 동지들이 오늘 그들의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내쫓은 것이다”라는 대목만 인터뷰로 덧붙였다.
이어 “양측은 기념 동상 건립 등 최근의 이승만 추모 분위기에 대해서도 첨예한 시각차를 드러냈다”면서 ‘독재를 했던 사람은 역사적으로 존경받을 수 없다’는 주장과 ‘이승만은 독재자가 아니다. 나라를 세운 분이다’라는 주장을 나란히 전했다.
보도는 양측의 충돌 장면을 보여준 뒤, 이인수 씨와 4.19단체의 입장을 나란히 전했다.
그러면서 4.19 혁명공로자회 등 희생자 관련단체가 “이 전 대통령 측이 기념관 건립 등을 위한 여론 조성을 위해 정치적 쇼를 하고 있다”는 이유로 사과의 진정성을 의심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저들의 사과는 우리가 진정성이 없기 때문에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지, 우리가 국민 화합이나 어떤 화해를 하지 않겠다는 뜻이 아니다”라는 단체 관계자의 인터뷰를 덧붙였다.
기념식과 이 대통령 묘역 참배에 대해서는 “소동이 가라앉은 뒤 4.19 혁명 기념식은 김황식 총리 주재로 각종 시민단체와 학생 2천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무사히 치러졌다”, “이명박 대통령은 아침 7시쯤 일찌감치 묘역을 찾아 참배했다”고만 전했다.
<“사과한다”...“진심없다> (MBC, 이용주)
<이승만 공과 재평가 논란> (MBC, 김필국)
이어 <“사과한다”...“진심없다>에서는 이승만 유족과 4.19단체들 사이의 충돌을 전했다.
보도는 양측의 충돌 모습을 보여주고 이인수 씨와 4.19단체의 입장을 전했다. 아울러 “4.19단체들은 이씨의 사과는 동상과 기념관을 건립하기 위한 여론용”으로 보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승만 박사의 동상을 광화문에 건립하겠다는 의도”라는 인터뷰를 담았다.
보도는 이승만을 ‘독재자’로 인식하고 있는 시민들의 인터뷰를 보여준 뒤, “연임을 위한 헌법 개정과 3.15 부정선거, 그리고 4.19 유혈진압까지. 역사 속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은 부패한 독재자로 기억”되고 있는데, “최근 다른 시각의 평가가 학계에서 제기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승만의 ‘공적’을 평가해야 한다는 사람들의 주장과 여기에 반대하는 주장을 나란히 실었다. 그러면서 “논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접점을 찾기란 아직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마무리했다.
우리사회에서 이른바 ‘보수’를 자처하는 수구보수 세력들은 이승만이 자신들의 정치적 뿌리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 때문에 호시탐탐 ‘이승만 살리기’를 시도해왔고, ‘이승만 동상건립’, ‘기념관 건립’ 따위를 통해 친일파 등용, 분단, 독재 등으로 얼룩진 수구보수의 정치적 정통성을 얻어 보겠다는 의도를 드러내 왔다. 최근 조중동은 이승만에 대해 ‘건국 대통령’,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뿌리내린 공이 크다’는 등의 주장을 펴며 ‘이승만 살리기’ 의제를 적극 띄우고 있다. MBC가 이런 수구보수세력들의 의도를 정확하게 따지지 않은 채 ‘학계의 엇갈리는 평가’ 정도로 다룬 점은 유감스러울 뿐 아니라 자칫 ‘이승만 재평가’라는 의제를 부각하는 데 그치고 마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