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정부, 경제민주화 뒷전 인선
…<중앙> “성장이 바람직” 적극 대변
경제민주화에 부합하지 않는 박근혜 정부의 경제팀 인선이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18대 대선에서 경제위기 극복의 핵심 과제로 경제민주화를 주창한 박근혜 당선인은 경제부처 장관들의 컨트롤타워 수장 격으로 5년 만에 경제부총리 자리를 부활시켜 주목을 받았다. 기획재정부 장관을 겸하는 경제부총리는 재벌개혁을 포함한 경제민주화 및 복지확대라는 시대적 과제를 수행함과 동시에 저성장‧가계부채 및 청년실업 해소‧부동산 시장 정상화 등 산적한 경제현안을 해결해야 한다. 따라서 경제민주화에 대한 철학과 각 부처의 이견을 조율할 강력한 리더십이 요구된다.
그러나 지난 17일 박 당선인이 새 정부의 경제팀 수장으로 내정한 현오석 한국개발연구원(KDI)원장을 두고 대체로 실망스럽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현 내정자에 대해 정책을 수행할 자질이 부족하다는 비판과 함께 △경제부처 주요보직을 수행한 바 없어 리더십이 검증되지 않은 점 △정권 입맛에 맞는 행보를 해온 전형적인 보신형 관료라는 점 △성장과 경제위기를 강조해온 대표적 시장주의자로 평가받는 점 △편법 증여와 같은 도덕성 의혹 등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주요일간지 역시 박근혜 정부의 경제팀 인선을 두고 우려를 표명했으나 초점이 달랐다.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은 현 내정자의 경력 뿐 아니라 과거 언행 및 KDI 내 평가 등을 조명하며, 현 내정자가 경제민주화 철학 및 의지가 부족하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꼬집었다. 조원동 경제수석 내정자에 대해서도 실무형에 가까워 개혁과제를 이끌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중앙일보는 ‘성장’을 강조하며 현 내정자 ‘감싸기’에 주력했다. 중앙일보는 시종일관 “2%대의 저성장율”을 부각하면서 한국 경제가 계속 침체될 것이라고 겁박했다. 그리고는 “‘성장중시형’ 인선은 바람직한 일”이라고 감싸며, “현오석 내정자가 적임자”라고 추어올렸다.
조선일보는 박근혜 정부 경제 컨트롤 타워 수장으로서 현 내정자가 중량감이나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점을 언급해 차이를 보이는 듯 했다. 하지만 성장중시형 인선으로 경제민주화 이행에 대한 우려를 사고 있는 ‘현 부총리-조 경제수석 라인’에 대해 “궁합이 잘 맞을 것”이라고 띄우며 우려를 축소시키고 나섰다.
동아일보도 강력한 리더십에 의문을 제기했으나, 경제민주화에 퇴행한 인선이라는 비판에 대해 ‘정책컬러가 엷다’며 물타기에 나섰다.
<성장옹호론자 ‘경제수장’으로…경제민주화 뒷전 밀릴라>(한겨레, 3면/2.18)
<철학도 비전도 안 보이는 ‘무소신 경제팀’>(한겨레, 사설/2.18)
<현오석 “차기대통령, 복지 확대 말아야”…작년 언론에 역설>(한겨레, 4면/2.19)
<경제민주화를 선거용 수사로 만든 경제팀 인선>(한겨레, 사설/2.20)
한겨레신문은 경제팀 인선을 가장 실망스러운 인선으로 꼽으며, “경제민주화는 선거용 수사에 불과했나 싶을 정도”라며 질타했다. 특히, ‘성장론자’인 현 경제부총리 내정자의 인선을 두고 박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에서 경제민주화를 뒷전으로 미룬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18일 사설 <철학도 비전도 안 보이는 ‘무소신 경제팀’>에서 현 경제부총리 내정자에 대해 “박 당선인이 강조해온 경제민주화에 대한 철학이나 비전을 갖춘 인물도 아니다”고 평한 뒤, “경제관료 출신이지만 보직을 거친 적 없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권 입맛에 맞는 행보를 해온 전형적인 보신형 관료”라고 일갈했다. 그리고는 “5년 만에 부활시킨 중요한 경제부총리에 이런 함량 미달 인사를 내정한 박 당선인의 의중이 무엇인지 궁금하다”며 반문을 제기했다.
20일에도 사설 <경제민주화를 선거용 수사로 만든 경제팀 인선>을 통해 경제부처 관료들이 비용문제를 거론하며 박 당선인의 복지공약 수정을 노골적으로 요구하는 판국에 “경제민주화에 대한 의지도 없는 보신형 관료가 경제수장을 맡아 어떤 변화와 개혁을 이뤄낼지 불을 보듯 뻔하다”며 경제민주화의 퇴행 가능성을 두고 강한 우려를 표했다.
또한 현 내정자의 과거발언을 분석한 <현오석 “차기대통령, 복지 확대 말아야”…작년 언론에 역설>(19일, 4면)에서 현 내정자가 복지정책을 차기 대통령이 펴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면서 “복지공약을 반드시 지키겠다며 재정부에 134조원의 재원마련 대책을 주문해온 박 당선인의 생각과 배치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외에도 현 내정자가 “기업형 슈퍼마켓의 진입 자체를 규제하는 것은 시장 왜곡을 초래한다”며 재벌 규제를 통한 경제민주화에 반대의견을 표명한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한겨레는 이명박 정부의 성장중심의 정책기조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기도 했다. <성장옹호론자 ‘경제수장’으로…경제민주화 뒷전 밀릴라>(18일, 3면)에서 현 후보자가 “이명박 정부의 성장주의 경제정책의 강력한 옹호자로 평가받아왔다는 점”을 지적하며 “큰 틀에서의 정책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최회갑 아주대 교수)”이라는 전문가 분석을 덧붙였다.
<경제성장률 전망‧FTA 효과 등 MB정부 입맛 맞춰 ‘마사지’ 의혹>(경향, 5면/2.18)
<국정 비전은 ‘희망의 새시대’…발탁 인물 면면은 ‘구시대 회귀’>(경향, 2면/2.19)
< KDI 원장 때 정권 미화 보고서…“눈치보기냐” 현실인식 논란>(경향, 4면/2.19)
<경제민주화 의지 의심스러운 새정부 경제팀>(경향, 사설/2.19)
경향신문도 경제팀 인선에 대해 박 당선인의 “경제민주화와 정면충돌할 가능성”을 놓고 우려를 제기했다.
19일 <국정 비전은 ‘희망의 새시대’…발탁 인물 면면은 ‘구시대 회귀’>(2면)는 현 내정자가 17일 기자회견에서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을 통해 중산층을 복원하겠다”고 발언한 데 대해 “성장에 방점을 둔 것”이라고 분석한 뒤, “경제 분야 컨트롤타워를 해야 할 현 내정자의 인식은 박 당선인의 대표 공약인 경제 민주화, 복지 확대 정책과 충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같은 날 사설<경제민주화 의지 의심스러운 새정부 경제팀>에서도 현 내정자에 대해 “전형적인 시장주의자로 알려졌고, 평소 의료‧교육 등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를 부르짖었다는 점에서 영리의료법인 도입과 같은 정책을 추진할 경우 경제민주화와 정면충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 “경제민주화, 복지확대라는 시대적 과제를 구현하는 데 현 내정자가 적임자인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한편, 경향신문은 현 내정자의 정권보신형 관료적 면모를 드러내는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18일 <경제성장률 전망‧FTA 효과 등 MB정부 입맛 맞춰 ‘마사지’ 의혹>은 2009년 KDI 원장이 된 이후 정부에 ‘협조’하면서 연구보고서를 정부 입장에 맞추는 사례가 잦았다며 “2011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발표할 당시 현 원장 지시로 한미 FTA에 따른 상승효과를 조작했다”는 KDI 내부 지적을 싣기도 했다.
19일 < KDI 원장 때 정권 미화 보고서…“눈치보기냐” 현실인식 논란>(4면)에서도 지난 총선을 2개월 앞둔 시점에 작성된 ‘이명박 정부 출범 4년 경제적 성과와 향후 정책과제’ 보고서에서 현 정부의 대표적 예산낭비로 지적받고 있는 한식세계화‧4대강 정책 등을 미화하는 내용이 실린 사례를 전했다.
<새 경제팀이 꼭 챙겨야 할 일>(중앙, 사설/2.18)
<성장론자 아니냐 묻자…“고민해 봐야” 즉답 피해>(중앙, 5면/2.18)
<기업 10곳 중 6곳 “올 경제 성장률 2% 밑돌 것”>(중앙, 경제 7면/2.19)
< EPB 출신 경제 투톱 박근혜 노믹스 이끈다>(중앙, 5면/2.20)
반면, 중앙일보는 경제팀 인선을 두고 “전문성”을 강조하며 적극 띄웠다. ‘성장중심형’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저성장을 부각시키며 “성장중심이 바람직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18일 사설 <새 경제팀이 꼭 챙겨야 할 일>을 통해 “새 정부 첫 경제팀이 ‘성장 중시형’으로 꾸려지는 건 바람직하다”고 노골적으로 성장론을 주장했다. 사설은 세계 경제난항에 이어 “한국 경제 역시 2%대의 유례없는 저성장이 예상”되고, “성장 동력이 떨어지면 일자리 창출이나 복지 재원 마련도 어려워진다”고 으름장을 놨다. 그리고는 “새 정부도 성장을 소홀히 할 수 없다”면서 “현 경제부총리 후보는 그 점에서 적임자”라고 추어올렸다.
18일 <성장론자 아니냐 묻자…“고민해 봐야” 즉답 피해>(5면)는 현 내정자가 △김대중 정부 경제정책국장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장 △KDI 원장으로 4년간 재임한 사실을 거론하며 전문성을 강조했다. 이어 20일 < EPB 출신 경제 투톱 박근혜 노믹스 이끈다>(6면)에서 현 부총리-조 경제수석 라인에 대해 둘의 친분, ‘충청도 출신의 KS라인인 점, 1999년 경제정책국에서 국장과 심의관으로 함께 일한 점 등을 강조한 뒤, “둘 다 경제기획원에서 잔뼈가 굵은 성장론자들이어서 거시정책 수립에 호흡을 맞출 것”이라며 적극 띄우고 나섰다.
19일 <기업 10곳 중 6곳 “올 경제 성장률 2% 밑돌 것”>(경제 7면)은 “현오석 경제팀 앞에 놓인 기업 현실’은 실적악화‧투자 위축‧심리 위축 등 ‘3감의 아우성’으로 암담하다”고 운을 뗀 뒤, “엔저 등 환율 악제까지 겹쳐 몸을 낮추는 기업이 늘고 있다”며 경제에 대한 ‘흑빛 전망’을 늘어놨다. 그리고는 “대기업 규제가 강화될 것이란 불안감으로 인해 눈치보는 기업이 더 늘고 있다”, “기업 활동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규제를 개선해 투자 활력을 높여야 한다”는 등 기업논리를 대변하고 나섰다.
<새 정부 경제팀, 한 목소리 낼 팀워크 갖춰야>(조선, 사설/18일)
<‘개발시대 두 기관차’ 경제기획원‧KDI 거친 관료를 경제부총리로>(조선, 3면/2.18)
<경제기획 通 투톱, 가계부채‧환율 대응력은 의문>(조선, 5면/2.20)
조선일보는 현 내정자의 ‘중량감’에 대한 지적을 내놓는 데 그쳤다.
18일 사설 <새 정부 경제팀, 한 목소리 낼 팀워크 갖춰야>는 현 내정자에 대해 “새 정부 경제 정책의 컨트롤 타워를 맡기에는 중량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며, “부총리를 포함한 새 경제팀이 부처 간 정책 조율‧조정과 여야 정치권 협조를 이끌어낼 수 있는 정치력과 정무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걱정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같은 날 3면 <‘개발시대 두 기관차’ 경제기획원‧KDI 거친 관료를 경제부총리로>(18일, 3면)에서는 성장론자인 현 내정자가 새 정부의 경제민주화 철학과 충돌할 가능성이 언급되는 데 대해 “무색무취한 실무형이어서 대립각을 세우기보다 박 당선인의 공약을 충실히 뒷받침할 것”이라며 상반된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더구나 조원동 경제수석 내정 이후, <경제기획 通 투톱, 가계부채‧환율 대응력은 의문>(20일, 5면)에서는 현 경제부총리 후보자와 조 경제수석 내정자를 “개발경제시대 주역인 옛 경제기획원 출신”이자 “경제정책국장 출신의 기획통”, “현-조 라인은 외환위기 당시인 지난 1999년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장과 정책조정심의관으로 손발을 맞춰 4대그룹 구조조정과 규제개혁 등 경제 체질 개혁을 주도”했다며 띄우기도 했다.
<박근혜 경제팀, 숲 못 보는 ‘전문가의 덫’ 경계해야>(동아, 사설/2.18)
<정책컬러 엷은 현오석…관리형 경제사령탑?>(동아, 3면/2.18)
<‘견제와 균형’ 부족한 인사, 성과로 증명하라>(동아, 사설/2.20)
동아일보는 18일 사설 <박근혜 경제팀, 숲 못 보는 ‘전문가의 덫’ 경계해야>에서 “현 부총리 후보자에 대해서는 실무 능력과 전문성을 고려한 무난한 인사라는 평가도 있지만 경제위기를 극복할 경제 사령탑으로는 카리스마가 부족한 ‘올드 보이’의 귀환이라는 비판도 들린다”고 지적했다.
이어 20일 사설 <‘견제와 균형’ 부족한 인사, 성과로 증명하라>에서도 “경제부처 장차관을 한 번도 해보지 못한 현 부총리 후보자가 다른 경제부처 장관들의 컨트롤 타워로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중량감 및 리더십 문제를 재차 부각했다.
그러나 동아일보 역시 경제민주화에 퇴행한 인선이라는 비판에 대해 ‘정책컬러가 엷다’며 물타기에 나섰다. 18일 <정책컬러 엷은 현오석…관리형 경제사령탑?>(3면)은 “성장을 중시하는 편이지만 독자적인 정책컬러가 강한 편은 아니어서 박 당선인의 정책 청사진을 충실히 이행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고 편들고 나섰다. 또한 경제정책국장 역임 등 “경제정책을 입안하고 조정하는 부서에서 잔뼈가 굵은 관료출신, 또 세계 은행 이코노미스트를 지내 글로벌 감각도 갖췄다”며 ‘전문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2013년 2월 20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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