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모니터_
1월 31일자 주요 일간지 일일 모니터 브리핑(2013.1.31)
등록 2013.09.25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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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경찰, 사건 은폐·축소 의혹…몰랐나 알면서 숨겼나
 
- 국정원 여직원 대선 관련 글, <한겨레>가 밝혀내
 
 

지난 18대 대통령 선거 때 야당 후보에 불리한 글을 작성하는 등 선거에 불법 개입했다는 의혹으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국가정보원 여직원 김 씨가 대선 관련 글을 직접 썼다는 것이 밝혀져 논란이 되고 있다. 이는 김 씨가 대선 관련 글을 직접 작성한 사실이 없으며, 인터넷 상의 종북 활동을 감시했다는 국정원과 경찰의 발표에 전면 배치되는 것이어서 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31일 한겨레신문은 ‘오늘의 유머’(진보성향 누리꾼들의 활동이 활발한 유머사이트로 김 씨가 활동한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누리집에서 사용된 김 씨의 아이디 11개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지난 해 8월 28일부터 12월 11일까지 이들 아이디로 91개의 게시글이 작성됐고, 다른 사람이 쓴 228개의 글에 244회에 걸쳐 찬반 표시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한겨레신문에 따르면 김 씨는 정치·사회적으로 쟁점이 되는 부분에서 정부·여당을 일방적으로 편들거나 야당 및 야당 대통령 후보에게 비판적인 글을 주로 작성해 온 것으로 보인다. 김 씨는 지난 해 8월 28일 ‘오늘의 유머’ 누리집에 가입했으며, 9월 4일부터 본격적으로 대선 관련 글에 찬반 표시를 했다고 한다. 한겨레신문은 김 씨가 ‘박정희’,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등이 등장하는 대선 관련 글에 모두 100차례 찬반 표시를 했으며, 이 가운데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선 후보에 유리한 방향으로 찬반을 표시한 것이 96차례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김 씨는 4대강 사업이나 무상보육 철회, 제주해군기지 건설 등 이명박 정부의 정책을 두둔하고, 이명박 대통령의 해외 순방을 치켜세우는 등 이명박 정권을 옹호하는 글들도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겨레신문은 또 주로 시사게시판에서 활동한 김 씨가 요리게시판 등에서도 53건의 찬반 활동을 했는데, 특히 지난 해 10월 10일 오후 3시 48분부터 4시 41분 사이에 48건이 집중돼 1분에 1건 꼴로 추천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 날은 북한군 병사의 ‘노크 귀순’으로 정부 및 군 당국이 뭇매를 맞고 있던 때라 정부와 군에 대한 비판글 대신 자신이 추천한 요리·연예 관련 글이 주요 화면에 노출되도록 한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국정원은 31일 오전 ‘한겨레신문 보도에 대한 국정원 입장’이라는 보도자료를 내고 김 씨의 게시글이 “대북심리전 활동을 위한 글이지, 정치적 목적으로 올린 글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동안 국정원은 김 씨가 찬반 표시만 했을 뿐 직접 글을 쓴 적은 없다고 주장해 왔으나, 국정원의 업무 차원에서 김 씨가 온라인 상에 글을 썼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해서는 부인하고 있으며, 이명박 정부를 옹호하는 글을 올리는 등 대북심리전 활동이라고 보기 어려운  부분에 대해서는 명확한 해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앞서 27일에는 김 씨가 경찰 조사 당시 국정원 내 자신의 업무는 ‘인터넷 종북활동 적발’이었으며, ‘오늘의 유머’를 대상으로 감시해왔다고 진술했다. 이에 국정원도 “사이버 종북세력 감시와 척결은 우리업무에 포함된다”고 밝혔다. 중앙일보는 28일자 12면 <경찰, “국정원 여직원은 인터넷 종북 글 추적 요원”>에서 “경찰 수사 결과 김씨는 인터넷상의 종북(從北)활동을 적발하는 일을 해 온 것으로 27일 확인됐다”고 관련 내용을 단독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이에 국정원이 언론을 통해 사건을 종북 프레임으로 호도하고 수사를 무마하려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편, 경찰도 이같은 사실을 알면서 사건을 축소·은폐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은 지난 3일 ‘김 씨가 특정 사이트 2곳에서 글을 올린 흔적은 있었지만 대선이나 정치, 시사와 관련한 내용은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한겨레 보도가 나오자 ‘김 씨가 주로 4대강이나 해군기지 건설 등 주요 사회 이슈와 관련해 78건의 글을 올린 사실을 확인했으며 정부나 여당에 유리한 내용이었다’고 밝혀 의혹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경찰은 지난해 12월 16일 대선 후보 3차 토론회 직후 ‘김 씨가 선거에 개입 했다는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중간 수사 결과를 섣불리 발표해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로써 경찰 수사를 신뢰할 수 있느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정원 직원, 대선 글 안썼다더니 야당후보 비판 등 91개 글 올렸다>(한겨레, 1면)
<국정원 김씨 “종북 혐의자 추적 업무만” 결국 ‘거짓진술’>(한겨레, 6면)
<‘오늘의 유머’서 244차례 찬·반 표시 그중 191차례 ‘정치적 글’ 게시판 집중>(한겨레, 6면)

한겨레신문은 6면 <국정원 김씨 “종북 혐의자 추적 업무만” 결국 ‘거짓진술’>에서 “김 씨가 다른 사람의 게시글에 찬반 표시를 한 게 이미 드러난 상황에서도 국정원이 ‘김씨가 작성한 글’의 존재를 애써 부인한 것은 그만큼 적극적으로 대선 여론 조작에 개입했다는 핵심 정황이 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겨레> 취재 결과, “△91건의 게시글과 244회의 찬반 표시 모두 평일 업무 시간에 작성됐다는 점 △글 작성 및 찬반 표시 때마다 11개의 아이디를 번갈아 사용했다는 점 △첨예한 몇몇 정치·사회 쟁점에 대해 비슷한 취지의 글을 지속·반복적으로 올렸다는 점 등은 순전히 개인적 의사를 표현하는 방식으로 보기 어려운 대목”이라며, “대단히 의도적으로 지속적이며 체계적으로 활동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활동이 과연 김씨에게만 국한된 것이었는지도 밝혀져야 할 부분”이라며, “온라인 공간에서 정부·여당을 옹호·지지하고 야당을 비방하는 글을 일상적으로 올리는 업무를 심리전단이 조직적으로 펼친 게 아니냐”는 민주통합당 측의 의혹을 덧붙였다.<끝>
 

 


2013년 1월 31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