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모니터_
1월 29일자 주요 일간지 일일 모니터 브리핑(2013.1.29)■ 오늘의 브리핑
- 삼성전자 불산 누출…<중앙><동아>는 제 식구 챙기기
지난 27일 오후 1시 30분쯤 삼성전자 화성공장의 반도체 생산구역 11라인에서 불과 2~3m 떨어진 불화수소희석액(50% 농도의 불산액) 공급 장치에서 경보기가 울렸다. 당시 배관에서는 불화수소희석액이 방울로 떨어지고 있었으나 삼성전자 측은 ‘경미한 양’이라며 누출 부위를 10시간 동안 비닐봉지로 막아놓은 채 방치했다. 그리고 10시간이 지난 밤 11시쯤 협력업체 STI서비스 직원 5명이 누출 배관 교체작업에 투입됐으며, 작업은 다음날(28일) 새벽 5시께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작업을 마친 협력업체 직원 5명은 오전 7시 30분부터 목과 가슴의 통증을 호소하며 이상증세를 보이기 시작했고, 이후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해당 직원 한 명이 오후 1시쯤 사망했다. 삼성전자는 해당 사실을 28일 오후 2시 반쯤에서야 경기도청에 전화로 통보했다. 사고가 처음 발생한지 25시간 만이었다.
이에 삼성전자가 사건이 밖으로 알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쉬쉬하다 일을 키운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밸브관의 부품이 낡아서 불산이 누출된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위험 물질의 부품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점과 사망한 협력체 직원의 경우 방제복 없이 작업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작업자들의 안전에 대한 감독이 소홀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뿐만 아니라 불산희석액이 누출되던 당시 배관 근처 11라인에는 50여 명의 노동자들이 일을 하고 있었는데 이들에게 대피명령을 내리지 않고 작업을 이어갔던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한편, 삼성전자 화성공장은 환경부가 지정하는 녹색기업으로 그동안 지자체의 유독물질 지도 점검을 받아오지 않았으며, 지난 해 9월 구미에서 불산사고가 발생했을 때 유독물 안전기준을 잘 지키는 사업장으로 분류되면서 삼성전자가 자체 점검을 제대로 하지 않아 이 같은 사고가 발생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9일자 주요일간지는 모두 삼성전자 화성공장에서 불산 누출사고가 발생한 사실을 전했다.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 조선일보는 해당 사건을 1면에 싣는 등 주요하게 다루며, 삼성전자가 불산 누출 사실을 당국에 알리지 않고 쉬쉬하다가 피해를 키웠고, 불산이 누출된 인근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도 대피명령을 내리지 않고 생산 라인을 계속 가동했던 점 등을 지적했다.
반면, 중앙일보는 사고 내용을 단순히 전하며, ‘불산의 외부 유출은 없었다’는 삼성전자 측의 해명을 강조하고 나섰다. 동아일보도 사고 내용을 전한 뒤 삼성전자가 경기도에 뒤늦게 사고 발생을 통보한 사실만 짧게 언급하고, 사고 과정에서 발생한 삼성전자의 대응문제 등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삼성전자 불산 누출…1명 사망>(중앙, 14면)
중앙일보는 “불산이 (밀폐공간인) 클린룸 외부로는 유출되지 않아 환경오염 문제가 없고 공장도 정상적으로 가동하고 있다”, “불산 용액 누출량은 2~3L 정도인데 외부로 유출되면 폐수처리장으로 자동으로 흘러가게 설계돼 있어 구미 불산 사태처럼 대량의 불산 가스가 외부로 빠져나가지는 않았다”는 삼성전자 측의 입장을 주요하게 전하는 등 사건을 축소하는데 급급했다. 중앙일보는 삼성에 부정적인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이를 축소하거나 외면해왔는데, 이번에도 삼성과의 혼맥관계를 의식해 제대로 된 보도를 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중앙일보는 제 가족 챙기기에만 급급해 불산 누출 피해자나 삼성 노동자들을 외면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불산 누출 수리업체 직원 1명 사망-4명 부상>(동아, 12면)
동아일보는 사고 내용을 간단히 전하고, “삼성전차 측은 사고 사실을 당국에 신고하지 않다가 박 씨가 한강성심병원에서 숨지자 관할 영등포경찰서에 사망신고”를 했으며, “사고 발생 25시간여 만인 28일 오후 2시 40분경 경기도에 뒤늦게 통보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전하는데 그쳤다. 사고 과정에서의 삼성전자의 대응 부족 문제 등은 지적하지 않았다. 동아일보 역시 삼성가와 혼맥으로 얽혀있어, 이 같은 배경이 보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불산 누출사고 7시간 넘게 숨겼다>(한겨레, 1면)
<직원 일부 방재복 없이 작업…사고수습중 대피명령 없었다>(한겨레, 10면)
한겨레신문은 10면 <직원 일부 방재복 없이 작업…사고수습중 대피명령 없었다>에서 “삼성은 불산의 외부 누출 가능성은 없다고 공식 확인”했는데, 그러면서 “28일 오후 뒤늦게 불산 누출사고 사실이 알려진 뒤에도 ‘위험’을 이유로 경찰 등의 현장 접근을 막는 데 힘을 썼다”고 전했다. 이어 “경북 구미 불산 누출사고 넉달 만에 일어난 이번 사고는 글로벌 기업으로 평가받던 삼성전자조차 유해화학물질 관리에 얼마나 둔감한지를 보여주고 있다”며, “자칫 대형 인명피해가 우려되는 사고인데도 삼성은 석연치 않은 대처로 사고를 축소하는데 급급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키웠다”고 비판했다.
<삼성 화성공장 불산 누출사고>(경향, 1면)
<대피 명령 않고 25시간이나 ‘쉬쉬’…사망자 발생하자 신고>(경향, 6면)
<10시간 동안 비닐봉지로 누출 부위 막아>(경향, 6면)
경향신문은 6면 <대피 명령 않고 25시간이나 ‘쉬쉬’…사망자 발생하자 신고>에서 “삼성전자는 불산 용액이 누출된 화성사업장에서 사고 발생 사실을 25시간이 지나도록 유관기관은 물론 직원들에게조차 제때 알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으며 “사고를 자체 수습하려고 쉬쉬하다가 작업자 1명이 사망하고 4명이 불산가스에 누출돼 병원 치료를 받는 등 안전불감증으로 피해를 키운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같은 면 <10시간 동안 비닐봉지로 누출 부위 막아>에서는 “불산 누출사고로 숨진 작업반장 박 모(34)씨는 수리작업 당시 방제복을 착용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으며, “STI서비스는 27일 오후 1시 31분쯤 불산 유출 사실을 확인한 뒤 본격적인 수리작업 전까지 10시간 동안 유출 부위를 비닐봉지로 막아 놓았던 사실도 드러났다”고 전했다. 경향신문은 “삼성전자와 STI서비스가 직원들이 안전 장구를 제대로 갖추고 작업하도록 감독하지 않은 것은 물론 10여시간 불산누출에 소홀히 대처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고 비판했다.
<삼성전자에서도 불산 누출 1명 죽자 25시간 만에 신고 공장내 직원들 대피 안시켜>(조선, 1면)
<구미 누출 4개월 만에…세계적 기업서 또 불산 사고>(조선, 10면)
<저장탱크 밸브에서 새어나와 다음날 새벽 교체후에도 누출>(조선, 10면)
조선일보는 10면 <구미 누출 4개월 만에…세계적 기업서 또 불산 사고>에서 “정확히 4개월 만에 세계적 기업인 삼성전자에서도 불산이 누출돼 이명 사고가 발생했다”며 “이번 사고 역시 불산 누출 전후에 안전 조치를 소홀히 해 피해를 키운 정황이 계속 드러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에서 △낡은 부품 방치 △작업자의 방제복 미착용 △불산 유출 후에도 공장 조업 지속 △불산 누출에 늑장 대응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끝>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