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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8일∼3월 1일 방송3사 저녁종합뉴스 일일 브리핑(2011.3.2)
등록 2013.09.25 11:41
조회 328

 
 ■ 오늘의 브리핑
1. 허준영 ‘망언’…KBS만 보도 안 해
2. 방송 3사, ‘노동자들의 죽음’ 이렇게 외면해도 되나?
3. KBS, 이제 ‘조중동 방송’ 대변까지?
 
 
 
2월 28일∼3월 1일 방송3사 저녁종합뉴스 일일 브리핑
방송 3사, ‘노동자들의 죽음’ 이렇게 외면해도 되나?
- 쌍용차 노동자들의 잇따른 죽음…방송 3사, ‘나몰라라’
 
 
 
 
1. 허준영 ‘망언’…KBS만 보도 안 해
 
지난 달 28일 오전 5시 10분 상봉역을 출발한 경춘선 전철이 10분 만에 전력공급 이상으로 멈춰 섰다. 앞서 26일에는 한국형 KTX인 KTX-산천 354호 열차가 대구역을 출발한 뒤 20분 만에 동력 기관 이상으로 멈춰 승객들이 비상열차로 이동하는 불편을 겪었다. 2월 한 달 동안 KTX는 탈선, 오작동, 운행지연 등 5차례나 사고가 발생했고, 경춘선, 지하철 등에서도 안전사고가 잇따랐다.
이런 가운데 코레일 허준영 사장이 “무슨 사고는 무슨, 사람이 다쳤습니까? 작은 고장인데…”라고 발언을 한 것이 알려지면서 파문이 일었다. 허 사장은 “오히려 언론 보도가 불안감을 조성해 큰 사고를 불러올 수 있다”며 언론 보도를 탓하기도 했다. 여론이 악화되자 28일에는 “발언이 와전된 거 같다”며 언론 간담회를 열고 “이 사고는 직원의 잘못으로 인한 인재로 국민들에게 죄송스러울 따름”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발언도 사고를 책임지는 자세가 아니라 ‘직원에게 잘못을 전가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한편 ‘경춘선 민간위탁 반대 춘천시민대책위원회’는 경춘선에서 발생한 사고는 우발적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 무리한 인원감축과 민간 기업에 외주를 넘긴 것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진보신당도 허 사장에게 “적정인원 확보, 외주 업무 직영화 등 유사한 사고가 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28일 MBC와 SBS는 허 사장의 발언과 코레일의 태도를 지적했다.
그러나 KBS는 관련 내용을 보도하지 않았다.
 
MBC <“작은 고장인데‥”>(고현승 기자/2.28)
SBS <또 ‘스톱’‥코레일 왜 이러나>(이병희 기자/2.28)
 
MBC <“작은 고장인데‥”>(고현승 기자/2.28)는 “KTX 사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경춘선도 사흘 만에 또 고장 났다”면서 “반복되는 사고 자체도 문제인데, 허준영 코레일 사장의 가벼운 말 한 마디가 더 큰 파장을 낳고 있다”는 앵커멘트로 시작했다.
보도는 KTX 열차의 잇따른 운행 사고와 함께 “새로 개통된 경춘선에선 오늘 사흘 만에 또 고장이 나 열차 운행이 차질을 빚었다”고 전했다. 또 “이용객들은 불편을 넘어 이젠 열차 타기가 불안하다고 말한다”며 이용객들의 인터뷰를 덧붙였다.
반면 “허준영 코레일 사장의 인식은 달랐다”며 “무슨 사고는 무슨. 사람이 다쳤습니까. 좀 이상신호가 들어오니까 그걸 점검하고 다시 출발한 건데, 그걸 가지고 무슨 큰일 난 것 같이. 그냥 어디까지나 작은 고장인데…”라는 허 사장의 인터뷰를 실었다.
이어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안전문제에 대한 무감각한 대응으로, KTX에 대한 신뢰 저하는 물론 해외 수출 길에도 차질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SBS <또 ‘스톱’‥코레일 왜 이러나>(이병희 기자/2.28)는 “지난 주 멈춰 섰던 경춘선 전철이 오늘(28일) 아침 또 멈췄다”며 “KTX부터 전철, 지하철까지 툭하면 고장이 나고 있는데, 운영 주체인 코레일의 인식은 안일하기 짝이 없다”는 앵커멘트로 시작했다.
보도는 “오늘(28일) 경춘선 열차가 4시간 반 동안 편도 운행하면서 무더기 지각 사태를 빚었다”면서 “지난 25일 출근길에도 급행전철이 청평역에서 고장 나 승객들이 다른 전동차로 갈아타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어 잇따른 KTX 열차사고와 서울지하철, 경의선 전동차의 운행 사고를 언급한 뒤 “잇단 사고로 시민들은 불안해하고 있지만, 운영주체인 코레일의 허준영 사장은, ‘사고가 아닌 작은 고장’이라고 말해 안전 불감증이 심각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2. 방송 3사, ‘노동자들의 죽음’ 이렇게 외면해도 되나?
- 쌍용차 노동자들의 잇따른 죽음…방송 3사, ‘나몰라라’
 
지난 2009년 쌍용자동차가 대량해고 과정에서 ‘희망퇴직’, ‘무급휴직’ 등으로 사실상 쫓아낸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의 죽음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달 26일 쌍용차 무급휴직자인 임 모씨가 사망했다. 임 씨는 무급휴직한 뒤 지난해 4월 부인이 생활고 문제로 자살하고, 아이들이 우울증에 걸려 치료를 받는 등 어려운 처지에 놓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임 씨는 ‘사실상 해고 상태’인데도 ‘쌍용차 노동자’로 분류돼 실업급여도, 재취업도 불가능해 날품팔이로 생계를 이어왔다고 한다.
28일에는 쌍용자동차 창원공장 희망퇴직자인 37살 조 모씨가 승용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번개탄을 피운 흔적이 있고, 조 씨가 생활고로 힘들어 했다는 가족들의 진술에 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2009년 쌍용차 해고 이후 자살하거나 사망한 노동자와 가족은 무려 15명에 이른다.
2009년 쌍용자동차는 2600여명의 정리해고 명단을 발표했고 노동자들은 점거 파업으로 맞서다 77일 만에 461명의 ‘1년 무급휴직 뒤 복직’을 약속받고 파업을 접었다. 당시 희망퇴직은 2026명, 정리해고는 159명에 이르렀다.
그러나 파업이 끝난 뒤, 사측은 노사 타협안 이행을 위해 노력하기는커녕 “현재 생산물량 대비 인원이 넘친다”는 이유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2009년 파업 당시 정부는 노사 합의를 이끌어내기보다 ‘불법파업’으로 규정하고 헬기와 경찰특공대를 동원해 무리한 진압작전을 벌였고, 이후 생계의 위협에 내몰린 노동자들에게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쌍용차 정리해고 이후 15명의 노동자 또는 그 가족이 죽어나가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고 있지만, 방송3사는 이를 외면하고 있다.
 
1일 KBS가 <가출 소녀 흉기 난동>(안다영 기자)에서 전국의 사건사고를 다루는 중간에 짧게 언급한 것이 전부였다.
KBS 보도도 “부산에서는 지난 2009년 쌍용차 파업 당시 희망퇴직 했던 36살 조 모씨가 자신의 승용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며 “09년 퇴직한 이후 스트레스를 심리적 스트레스를 받아왔다”는 창원지회 관계자의 인터뷰를 싣는 데 그쳤다.
 
 
3. KBS, 이제 ‘조중동 방송’ 대변까지?
- 정병국 발언 뒤늦게 전하며 ‘일본문화 추가개방’ 힘 실어
 
1일 KBS가 ‘3.1절에 한일 두 나라의 문화교류에 대해 생각해 본다’면서 한류열풍을 다뤘다. 이 과정에서 KBS는 지난달 23일 나온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일본 드라마 개방’ 발언을 뒤늦게 전하는 등 일본 문화 추가개방에 힘을 실었다.
 
앞서 2월 23일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일본 대중문화 추가개방을 시사해 ‘종편 특혜’ 의혹이 일었다.
정 장관은 “10여년 전에는 일본에 문화적으로 종속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결과는 예상과 달리 일본 내 한류 확산으로 나타났다. 지금은 우리가 여러 면에서 문화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 드라마를 개방할 때가 됐다”고도 했다.
다음날인 24일 문화부는 보도자료를 내고 ‘장관의 평소 소신을 얘기한 것뿐’, ‘정부 차원에서 이를 정책적으로 검토하거나 결정한 바는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조중동 등 종편 사업자들이 일본 프로그램에 대한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 장관의 발언은 ‘조중동 방송’을 위한 또 하나의 특혜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현재 일본 드라마는 부분 개방되어 있는데, 지상파는 ‘한일 공동제작 드라마’만을 방영할 수 있다. 케이블과 위성방송의 경우는 ‘15세 이상 시청가 드라마’를 방영할 수 없도록 돼 있다. 또 일본 쇼‧오락 프로그램은 개방하지 않고 있다.
 
하반기 출범할 것으로 알려진 종편 사업자들은 콘텐츠 확보를 위해 일본 쇼․오락 프로그램, 드라마 규제를 풀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적은 비용으로 손쉽게 콘텐츠를 확보할 수 있고, 특히 시청률 경쟁에 유리한 선정적 프로그램도 싼 값에 들여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KBS가 뜬금없이 ‘일본 문화 개방에 대한 자신감’ 운운하며 정 장관의 발언을 전한 것이다.
 
KBS <개방 13년 한류 역수출>(김석 기자)은 “3.1절에 한일 두 나라의 문화교류에 대해 생각해 본다”면서 “13년 전 우여곡절 끝에 개방된 일본 대중문화가 힘겨운 자리잡기를 하는 사이 일제 강점기 내내 일본이 그렇게 말살하려고 했던 우리문화는 일본 사회에서 한류열풍을 일으키고 있다”는 앵커멘트로 시작했다.
보도는 1998년 일본문화가 처음 개방된 후 “4차례에 걸쳐 드라마와 가요, 오락 프로그램을 뺀 대부분의 일본 대중문화가 단계적으로 개방됐다”면서 “문화적 종속을 초래할 거란 우려와 달리, 일본은 만화영화를 빼곤 제대로 기를 못폈다”고 전했다.
또 “드라마로 폭발한 한류 열풍이 일본 열도를 뒤흔들었고, 아이 돌 가수들이 주도하는 ‘신 한류 열풍’으로 이어지며 한국 대중문화의 힘을 확인시켰다”면서 “최근 정병국 문화부 장관이 이제 일본 드라마를 받아들일 때가 됐다고 언급한 것도 우리 문화의 경쟁력에 대한 자신감으로 풀이된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보도는 일본 드라마 개방이 “자극과 함께 일본 진출의 명분과 활로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큰 기회가 된다고 생각한다”는 평론가의 인터뷰를 실은 뒤, “경쟁력으로 무장한 한국의 대중문화가 도리어 일본을 사로잡으며 문화 강국의 저력을 발휘하고 있다”면서 일본 문화 추가개방에 힘을 실었다. <끝>
 

2011년 3월 2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