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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브리핑
- ‘장물’ 매각해 박근혜 선거운동?…<동아>는 물타기 바빠
‘장물’ 매각해 박근혜 선거운동?…<동아>는 물타기 바빠
■ ‘장물’ 정수장학회 언론사 지분 매각해 박근혜 선거운동 자금으로?
<동아> “지분 매각은 부정적 유산을 정리하는 것, 도청 의혹 밝혀야” 물타기
<한겨레>, 최필립-이진숙 대화록 공개…“정치적 임팩트 노려”
<경향> “박근혜 위해 공영방송 MBC 민영화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
<중앙> 불법선거운동 논란 언급 없이 “최 이사장, 손 떼라”
<조선> “최필립 대선 앞둔 시점에 풍파 일으키려는 이유가 뭔지 납득 안가”
지난 13일 <한겨레신문>은 “정수장학회가 <문화방송>(MBC) 지분 30%와 <부산일보> 지분 100% 등 갖고 있는 언론사 주식 매각을 비밀리에 추진해온 것으로 밝혀졌다”고 폭로했다. 기사에서는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은 지난 8일 문화방송의 이진숙 기획홍보본부장, 이상욱 전략기획부장등을 만난 자리에서 언론사 주식에 대한 처분 및 활용 계획을 밝혔다”며 “이날 회동은 이 본부장 등이 최 이사장을 찾아 ‘정수장학회의 문화방송 주식 매각․발표방안’을 설명하는 자리였다”고 설명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정수장학회가 가지고 있는 MBC의 지분 30%를 주식시장에 상장하면서 처분하는 방안과 함께, 부산일보를 부산지역 기업에 매각한다는 내용을 공유했다. 특히 이들은 “(문화방송 지분을) 주식시장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풀면, 국민에게 돌려주는 것으로 보이는 장점이 있다”, “언론사 지분 처분과 그 매각 대금의 이자 수익화, 이를 통한 반값등록금 지원 사업 등의 천명이 있었으니, 대학생 등 젊은층이 많이 지나다니는 대형 광장이나 대학을 발표장소로 정했다”, “정치적 임팩트가 크기 때문에 가장 효과가 큰 방법을 찾으려 한다”는 등 정치적 효과를 살려 선거에 영향을 주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대화 중에서도 “(부산일보를 매입하려는 부산지역 기업인들이)노조 때문에 (부산일보가) 민주당인지 진보당인지 기관지로 돼 있으니 안 되겠다는 것”이라며 “부산일보를 사서 기업의 빽으로도 쓰고 (야권으로부터) 부산도 보호하겠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하는 등 이번 매각이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여권에 유리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것을 내비쳤다.
이 같은 사실이 폭로되자 민주통합당은 “강탈한 장물인 정수장학회를 팔아 대선에 이용하겠다는 것”이라며 진상파악을 위한 국정조사와 청문회를 요구하는 한편, 국정감사를 전면 보이콧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특히 박지원 원내대표는 “아버지가 착취한 재산을 딸이 팔아 선거운동에 불법적으로 쓴다는 것은 국민적 분노를 다시 일으키게 한다”면서 “박 후보는 정수장학회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되, 국민적 공감대가 이뤄지는 환원을 해야지 선거를 위한 정략적 이용은 있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새누리당에서는 ‘선거용 정치공세’라고 반박하며 “우리와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안대희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은 “최 이사장과 박 후보의 연관성으로 오해가 생기는 것”을 지적하며 “최필립 이사장이 임기가 다소 남았다고 하더라도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객관적․중립적인 사람에게 이사장직을 넘기고 그만두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 쇄신특위 위원들의 기대”라며 최 이사장의 퇴진을 우회적으로 언급했다.
15일 주요일간지는 관련 내용을 다루고 사설을 냈는데, 주장에 차이를 보였다.
13일 관련 내용을 폭로한 한겨레신문은 최필립 이사장과 이진숙 본부장의 ‘8일 대화록’을 공개하면서 “이날 대화에서 오간 내용의 중대성과 사안의 공공성에 비춰보면 대화 내용 공개가 공익적 가치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사설에서는 “명백한 선거개입”이라면서 “음모의 전말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경향신문은 1~3면에 관련 내용을 적극적으로 싣는 한편, “특정 후보를 위해 MBC 민영화한다는 황당할 발상”이라고 꼬집으면서 “황당한 시도를 거두라”고 주장했다.
조중동은 정수장학회와 관련해 1~2건의 기사를 내놓는 데 그쳤다.([표1] 참조)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박 후보 진영도 퇴진을 공개적으로 촉구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MBC 민영화라는)국민적 합의로 결정해야 할 사안을 최 이사장과 MBC 관계자 몇 사람이 밀실에서 머리를 맞대고 논의한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또 “최 이사장이 풍파를 일으키”고 있다며 최 이사장에게 비판의 초점을 맞췄다.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불법선거 운동 혐의에 대한 부분은 언급하지 않고, 강탈된 장물인 정수장학회가 사회 환원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독립적인 인물이 장학회를 맡아 재산의 처분과 향후 운영계획을 세우는 것이 옳다”는 주장을 내놨다.
동아일보도 정수장학회에 대한 사회 환원 요구는 언급하지 않고, “지분 매각은 박 후보 부친인 박 전 대통령의 부정적 유산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는가하면 <한겨레신문>의 도청 의혹이 제기된다면서 “도청이 아니더라도 정확한 경위가 규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최 이사장에 대한 비판은 일절 하지 않았다.
한겨레신문은 15일 14건의 기사를 내며,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4․5면에서 최필립 이사장과 이진숙 본부장의 대화록을 공개하면서 ‘공익적 가치에 부합’한다면서 “도청에 의한 것은 아니며, 필요하다면 적절한 시기에 취재 과정을 공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겨레가 공개한 대화록에는 최 이사장을 방문한 이 본부장과 이상옥 MBC 전략기획부장이 MBC 지분 처분에 관한 방안과 활용계획 등을 보고하고, 최 이사장이 이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면서 부산일보 매각진행 상황을 전달하는 내용이 자세히 나타나 있다.
또 한겨레신문은 3면과 6면에서 정수장학회 매각 문제를 둘러싼 여야의 주장 외에, MBC 구성원과 부산일보 노조위원장, 언론단체의 비판의견을 다루기도 했다.
3면 <MB 정권말 ‘MBC 민영화’ 다시 급부상 퇴진 압박 김재철이 앞장서 추진 의구심>에서는 “문화방송 민영화는 큰 틀에서 여당 등 기득권층 시각과 닿아있다”면서 “보수 진영에서는 문화방송은 노조의 입김이 강해 경영진의 영향력이 잘 미치지 않는 ‘노영방송’이라는 딱지를 붙였다”며 이들이 민영화의 필요성을 주장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특히 “민영화카드는 정치권력보다 자본에 의한 통제를 추구하려는 뜻”이라며 MBC사측은 부인하지만, “퇴진 압박을 받는 김재철 사장이 안을 추진한다는 사실부터가 의구심을 부채질한다”고 지적했다.
사설 <‘장물’로 박근혜 선거운동 하자는 김재철․이진숙씨>는 “쿠데타로 강탈한 ‘장물’을 장학회가 제멋대로 처분하겠다고 나서는 것도 황당한 일이지만 대통령 선거를 두 달여 앞둔 시점에 방송사 사장이 ‘정치적 효과’를 노리고 이런 일을 꾸미는 건 명백한 선거 개입”이라고 비판했다. 또 “대화 내용을 뜯어보면 문화방송 쪽은 정수장학회의 지분 매각 선언 행사를 ‘정치적 임팩트가 큰’ 대대적 이벤트로 만들자고 최 이사장을 설득하면서 박근혜 후보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며 “그 저의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대목”이라고 꼬집었다.
사설은 “방송의 공정성을 파괴하고 갖은 비리와 무능 경영으로 퇴진 위기에 몰려있는 김 사장이 자기 운명을 박근혜 후보에게 건 모양새”라며 대화록 공개로 버틸 명분이 없어진 김 사장에게 “음모의 전말을 털어놓은 뒤 국민 앞에 사죄하고 물러나는 것만이 조금이라도 죗값을 더는 길”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경향신문도 1~3면에 기사 6건을 내며, 여야의 주장과 함께 MBC 노조, 방문진, MBC 사측의 입장 등을 보도했다.
3면 <정수장학회 ‘장물 처분’ 비판에 ‘언론 길들이기’ 논란도>에서는 “정수장학회가 MBC와 부산일보의 지분 매각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비판여론이 일고 있다”며 “‘매각의 불법성, 언론 공공성 훼손, 밀실협상’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고 전했다. 또 “정수장학회 지분 매각에는 언론 길들이기 의도도 엿보인다”면서 “만약 실제 (MBC가) 민영화 될 경우 이명박 정부하에서 공공성이 훼손된 MBC는 자본의 지배까지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기사는 “양측 밀실 협상이 드러나자 MBC 측은 도청 의혹을 제기하며 ‘물타기’를 시도하고, 최 이사장은 MBC를 의심하며 당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설 <특정 후보 위해 MBC 민영화한다는 황당한 발상>은 “자격 없는 사람들이 공공의 재산이나 다름없는 공영방송 지분을 놓고 마치 제 것인 양 감놔라 배놔라 하는 형국”이라며 “황당함에 아연할 뿐”이라고 일갈했다. 또 “개탄스럽게도 이번 논란에서 다시 거명되는 것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라며 최 이사장과 김재철 사장이 부산 경남 지역에서 박 후보에 대한 노골적인 지원활동을 하겠다는 시도를 지적하며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런 계획을 밀어붙이는 것이 도리어 박 후보에게는 역풍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두 사람은 황당한 시도를 거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조중동은 정수장학회 최 이사장의 퇴진을 언급한 안대희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의 발언을 주요하게 제목으로 뽑고 부각했다. 보도 내용도 민주통합당의 공세와 새누리당의 반박을 다뤘을 뿐, 사안에 대한 분석이나 다양한 주체들의 목소리는 싣지 않았다. 정수장학회 강제 헌납 문제에 대해서는 중앙일보만 명확하게 ‘강제헌납 된 것’이라고 규정했고, 조선일보는 ‘분쟁’으로, 동아일보는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사설 <최필립 이사장이 정수장학회 재산권 행사할 때인가>에서 “정수장학회의 소유권을 둘러싼 법적 소송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최 이사장이 장학회의 핵심 재산권을 행사하는 것은 상식을 벗어난 일”, “대선이 코앞으로 닥친 시점에 풍파를 일으키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정말 납득이 안 간다”면서 최 이사장을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사설은 “법원은 (부일장학회) 헌납의 강제성은 인정하면서도 취소할 수 있는 법적 시효가 지났다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해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라고만 언급하며 ‘강제헌납’ 문제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고 “최 이사장이 박 후보와의 관련성을 의심받고 있고 박 후보 진영도 퇴진을 공개적으로 촉구하고 있는 점”을 언급했다.
중앙일보는 사설 <정수장학회 처분과 경영, 새 이사장이 맡아야>에서 “최필립 이사장 사퇴와 장학회 이름 변경해야”한다면서 “장학회 자산이 5․16 쿠데타 직후 강제 헌납된 재산이므로 이를 정상으로 되돌리기 위해선 헌납을 강요했던 권력주체와 연결된 부분을 완전히 지워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설은 “그(최필립)가 이사장에서 물러난 후 독립적인 인물이 장학회를 맡아 재산의 처분과 향후 운영계획을 세우는 것이 옳다”며 정수장학회의 사회 환원 주장은 일축했다.
동아일보는 주요일간지 중 유일하게 최 이사장과 MBC측의 논의가 ‘부적절하다’는 점을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대화록 유출 경위’가 규명돼야 한다고 주장을 내놨다. 사설 <정수장학회 사회 환원과 MBC 민영화는 별개다>는 “정수장학회는 박정희 정권 시절인 1962년 부산의 기업인 김지태가 내놓은 재산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면서 “부산일보 노조는 정수장학회가 부산일보 주식을 포기해야 하나도 요구했다”, “지분매각은 박 후보 부친인 박 전 대통령의 부정적 유산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본질을 흐렸다. 강탈한 장물인 정수장학회가 부산일보 지분을 갖고 편집권과 경영에 개입하는 것을 비판한 노조의 주장을 호도해 마치 최 이사장이 현재 추진 중인 지분 매각 요구와 일치하는 것인양 다룬 것이다.
또 사설은 “MBC는 정권이 바뀔 때 마다 방송문회진흥회 이사진과 사장이 교체되고 강성 노조가 경영진을 흔들고 있다”면서 “주식시장 상장을 통합 공기업 민영화 사례로 한국전력 포스코 등이 있으나 이들 기업은 지금도 정권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않다”, “MBC가 같은 방식으로 민영화한다면 비슷한 길을 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MBC 민영화를 문제 삼은 것이 아니라 방법으로 언급 된 ‘일반에 주식을 푸는 방식’을 문제로 제기하면서 더 확실한 방법으로 ‘강성 노조가 경영진을 흔드는’ MBC를 확실하게 민영화하라고 목소리를 높인 것이다.
한편 사설은 “MBC 간부들과 최 이사장의 대화 내용이 그대로 언론에 공개돼 도청의혹도 제기되고 있다”면서 “도청이 아니더라도 정확한 경위가 규명돼야 한다”고 주장하며 문제의 본질을 흐렸다.<끝>
2012년 10월 15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