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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31일자 주요 일간지 일일 모니터 브리핑(2012.8.31)일일브리핑은 제 시민단체와 정당, 언론사와 구독을 원하는 누리꾼과 일반 시민들에게도 메일로 배포합니다. 신문 일일브리핑을 받아보기 원하는 분들은 ccdm1984@hanmail.net으로 신청하시면 됩니다.
■ 오늘의 브리핑
- 현대차 노사 ‘밤샘노동 폐지’ 합의…<조선> 딴죽걸기
현대자동차 노사가 ‘밤샘노동’을 폐지하고 ‘주간연속 2교대제’를 도입하는 잠정 합의안을 내놨다. 1967년 공장 가동을 시작한 후 현대차는 ‘주․야간 맞교대제’를 운용하며 하루종일 공장을 가동했다. 그러나 ‘주․야간 맞교대제’는 근무시간도 10시간 이상이고, 밤샘노동이 필수사항이라 노동자들의 건강을 위협해 왔다. 특히 밤샘노동은 사고위험을 높이고 만성피로와 우울증 등 다양한 질환을 가져와 지난 2007년 국제암연구소는 심야노동을 ‘2급 발암물질’로 규정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한국의 평균 노동시간은 2678시간으로 OECD 국가들의 평균인 1749시간보다 1.5배나 많았다. 현대차 노사의 잠정 합의안이 조합원 총회에서 통과되면 내년 3월 4일부터 ‘주간연속 2교대제’가 본격 시행된다. 이번 현대차 노사의 잠정합의는 ‘주․야간 맞교대’를 운용하고 있는 다른 완성차 업체와 자동차 부품업계 전반에도 영향을 미쳐 대대적인 ‘교대제 개편’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밤샘노동 폐지 합의에 대해 노동계는 “주간 연속 2교대제 개편이 근로시간을 단축하고 삶의 질을 높일 것”이라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고용노동부도 이례적으로 논평을 내고 “장시간 근로로 인한 건강권 침해 우려를 해소하면서 임금보전과 생산성 향상을 연계한 합의를 도출해 노사가 윈윈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한편, 핵심 이슈였던 사내하청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 문제는 현대차 사측이 ‘불법 파견’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노사는 사내하청 근로자 관련 사안을 특별교섭을 통해 별도로 논의하기로 했다.
31일 주요 일간지는 현대차 노사의 ‘주간 2교대’ 잠정합의를 전했으나 차이를 보였다.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은 ‘밤샘노동 폐지’에 주목하며 “장시간 노동관행 개선에 도움일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노조원 일부의 ‘최소인력 충원없이 생산대수를 올리라는 것은 부당하다’는 반발의 목소리도 함께 전했다. 특히 한겨레신문은 이 문제를 들어 ‘현대차 사측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은 셈’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조선일보는 현대차 노사 합의에 대해 노골적으로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조선일보는 미국보다 한국의 생산성이 2배나 차이난다며 이를 ‘노조의 간섭’때문이라고 몰아붙였다. 또 ‘주간 2교대’에 대한 긍정적 평가 없이 세계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중소기업 근로자들에게 상실감을 줄 것이라는 우려만 부각했다.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노사의 잠정합의 내용과 과정을 보도했다.
<‘자동차 밤샘노동’ 45년만에 폐지…후진적 관행 첫 개선>(한겨레, 1면)
<부품업체 ‘밤샘철회’ 뒤따를 듯 기아차․한국GM도 시행 가시화>(한겨레, 6면)
<“인력충원 없이 생산량 맞추라니”…현대차 노조일부 거센 반발>(한겨레, 6면)
<‘밤샘노동 철폐’의 큰 걸음을 뗀 현대차 노사>(한겨레, 사설)
한겨레신문은 1면 톱으로 <‘자동차 밤샘노동’ 45년만에 폐지…후진적 관행 첫 개선>을 뽑으며 현대차 ‘주간 2교대’ 잠정 합의에 주목했다. 기사는 “노사가 ‘주․야간 맞교대’를 ‘주간연속 2교대’로 바꾸는 논의를 시작한 지 10년만”이라면서 “현대차는 완성차 업체 가운데 처음으로 밤샘노동을 폐지한다”고 의미를 부각했다. 또 “다른 완성차 업체와 880여개에 이르는 자동차 부품업체뿐 아니라 제조업 전반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현대차에서 밤샘노동이 없어지면 우리나라의 장시간 노동관행 개선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6면 <“인력충원 없이 생산량 맞추라니”…현대차 노조일부 거센 반발>은 “합의안을 둘러싼 노조 내부의 논란과 반발 기류도 만만찮아 조합원들의 최종 선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면서 “논란의 핵심은 주간 연속 2교대제 시행으로 노동시간이 줄어드는 데 따른 생산량 보전을 어떻게 할 것이냐에 있다”고 전했다. 기사는 “현재 노사가 잠정 합의한 주간 연속 2교대제는 최소한의 필요인력 충원조차 없이 기존 인력을 재배치해 시간당 생산대수를 올리고 이도 모자라 휴일과 휴식․점심시간까지 줄여가며 일하라는 것”이라며 반발하는 일부노조원들의 목소리를 전했다.
사설에서는 “노동자 건강 악화의 ‘주범’으로 꼽혀온 밤샘노동을 철폐하고, 장시간 노동을 단축하는 큰 걸음이 우리나라 대표 사업장에서 내디뎌진 것”이라고 높게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번 노사합의 정신이 야간노동을 하는 100만여 노동자들의 삶의 질 개선에 중요한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사설은 밤샘노동의 폐해를 언급한 뒤 “이처럼 부작용이 뚜렷한데도 밤샘․장시간 노동의 악습이 사라지지 않은 것은 노동자들의 급여체계가 시급제였던 탓이 크다”며 “현대차가 밤샘노동 철폐와 함께 시급제를 월급제로 전환하기로 한 것은 바람직한 결정”이라고 주목했다. 한편 “아쉬운 대목도 있다”며 “공장의 하루 가동시간이 20시간에서 17시간으로 줄게 됐는데, 이에 따른 생산물량 감소를 보전할 방안으로 신규인력 채용을 확정하지 못한 것이 대표적”이라며 “현대차가 경영상황이 매우 좋은데도 노동시간 단축을 일자리 창출로 연결시키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은 셈”이라고 지적했다.
<현대차, 밤샘근무 없앤다>(경향, 1면)
<산업계 전반에 ‘노동시간 감축’ 논의 확산될 듯>(경항, 13면)
경향신문은 1면 <현대차, 밤샘근무 없앤다>에서 “현대자동차 노사가 밤샘노동 폐지와 주간연속 2교대제 도입에 합의했다”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근로자 노동시간 1위인 한국 노동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주목했다.
13면 <산업계 전반에 ‘노동시간 감축’ 논의 확산될 듯>은 현대차 노조의 합의로 산업계 전반에서 노동시간 단축 논의가 활발해지게 됐다면서 “당장 기아차․한국지엠 등 다른 완성차업계와 자동차 부품업체에서 교대제 개편이 급물살을 탈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사는 “노동계는 밤샘근로가 건강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친다며 심야노동 철폐를 주장해왔다”면서 “노동자들이 수면장애 뿐 아니라 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 위장질환, 뇌심혈관계질환 등 다양한 질병에 시달리기 때문”이라며 밤샘노동의 문제를 지적했다. 그러면서 “주간연속 2교대제 개편이 근무시간을 단축하고 삶의 질을 높일 것”이라는 이정희 금속노조 정책실장의 평가를 덧붙였다.
한편 “남은 과제도 있다”면서 “사측이 생산설비 개선대책을 제대로 내놓지 않고 있으며 노동강도 강화, 인력 충원대책 부족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협상안에 반발하는 노조원들의 목소리를 전했다.
또 “중소 부품사에서 주간 연속 2교대제를 도입하는 데는 어려움이 따라 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과 함께,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 문제도 이후 특별교섭을 통해 풀어야할 과제”라고 덧붙였다.
<현대차 1대 만드는데 미선 14시간, 한국선 31시간>(조선, 1면)
<한․미 생산성 2배차…노조간섭 등 비효율성 탓>(조선, 6면)
<현대차 “주간 연속 2교대”…46년 만에 밤샘근무 없애>(중앙, E2면)
<현대차, 밤샘근무 45년만에 마침표>(동아, 8면)
조선일보는 1면 <현대차 1대 만드는데 미선 14시간, 한국선 31시간>에서 “현대자동차 국내 공장과 미국 공장의 생산성 격차가 두배 이상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를 ‘노조의 간섭’ 때문이라 때문이라고 몰았다. 현대차 노사가 밤샘노동을 철폐를 합의하자 ‘강한 불만’을 표시하며 ‘노조간섭’을 운운한 것이다.
6면 <한․미 생산성 2배차…노조간섭 등 비효율성 탓>에서도 노사합의에 대해 “노조로서는 확실히 이득”이라며 “심야할증 수당 등을 못받게 됐지만, 회사에서 기존 생산량 유지를 전제로 수당 감소분을 통상급으로 보전해주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반면 “회사는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3000억원을 들여 시설 현대화 작업을 해야한다”, “세부 안을 노조와 원만하게 합의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면서 회사가 손해보는 협상을 한 것인양 몰아갔다. 또 “기존 생산 설비의 유휴시간이 늘어나면서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이 떨어질지 모른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사는 “노조의 과도한 간섭은 생산성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소비자들이 그만큼 비싼 차 값을 치른다”, “수많은 중소기업 생산 현장 근로자들의 상실감”등을 운운하며 노사 합의를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밤샘근무’가 노동자들의 사고위험을 높이는 등 노동자들에게 치명적이라는 점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노동자들의 건강권보다 ‘생산성’과 ‘효율’ 등 사측의 이윤만이 판단 잣대의 기준인지 의구심이 든다.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노사의 합의사항을 자세히 전했다. 동아일보는 “국내 최대 완성차 업체가 밤샘 근무를 폐지함에 따라 현대차의 5300여 협력업체를 비롯한 타 업계에도 상당한 근무 체제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끝>
2012년 8월 31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