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모니터_
6월 21일자 주요 일간지 일일 모니터 브리핑(2012,6.21)
등록 2013.09.25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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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브리핑
- 대국민 약속 저버린 한진중공업…<조선>은 ‘대변신’ 띄우기
 
 
 
대국민 약속 저버린 한진중공업…<조선>은 ‘대변신’ 띄우기
 

 
지난 11일은 희망버스가 출발한지 1년이 되는 날이었다. 2010년 12월 한진중공업이 노동자 400여명을 해고하면서 한진중공업 노조의 농성이 시작됐다. 이어 지난해 1월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이 35m 높이의 85호 크레인에 올라가 고공농성을 벌이면서 주목받았다. 김 지도위원이 고공농성을 시작한지 150여일이 되던 지난해 6월 11일, 전국 각지에서 시민들이 ‘희망버스’를 타고 와 한진중공업 노조의 투쟁을 지지했으며 그 흐름은 5차례나 계속됐다. 주주들에게 수백억의 배당금을 나눠주면서 노동자들을 ‘경영난’을 들어 정리해고 한 한진중공업 사측의 부당행위에 대한 경고이자 새로운 연대와 나눔의 흐름이었다. 거센 사회적 여론 비판에 직면한 한진중공업 사측은 11월 노조와 합의했다.   
 
그러나 현재 한진중공업 사측은 국민들 앞에 약속한 합의 사항을 거의 이행하지 않고 있다. 당시 △해고자 94명 1년 내 재고용 △해고자 생활지원금 2000만원 지원 △노-사 서로에 대한 형사 고소․고발 취소, 민사상 손해배상 최소화 등을 합의했다. 한진중공업 조남호 회장이 국회에 출석해 대국민 사과와 약속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7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단 한명의 해고자도 재고용되지 않았다. 오히려 한진중공업 노동자 약 500여명이 순환휴직을 실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한진중공업이 필리핀 수빅조선소로 일감을 다 돌렸기 때문이다. 이런 움직임을 두고 한진중공업 사측이 약속을 깨고 영도조선소를 폐쇄하는 조치를 밟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사측은 민사상 손해배상을 최소화하자는 합의를 뒤집고 한진중공업지회에 150억원의 소송을 걸고 나섰다. 이에 민주노총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는 지난 7일부터 ‘합의를 지키라’며 천막농성을 다시 시작했다.

그러나 내부 상황 또한 녹록치 않다. 노-노 갈등의 양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한진중공업 노동조합’이 ‘노사상생협력’을 내걸고 복수노조를 세웠다. 당시 한진중공업 사측은 “복수노조 조합원은 휴업 안 보낸다. 휴업 보내도 기간을 두 달만 하겠다”고 약속해 신노조가 ‘어용노조’라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6개월이 지난 현재 한진중공업 노동조합에 전체 노조원의 80%정도가 가입했다. 작년 한진중공업 투쟁을 이끌던 한진중공업지회의 조합원 대부분이 옮겨간 것이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복수노조의 가장 안 좋은 폐해가 드러난 사업장”이라면서 “사측이 문건으로 내놓은 것은 아니지만 신노조에 가입하지 않는 사람은 고용승계를 하지 않겠다는 무언의 압박과 분위기가 조성돼있다”고 지적했다.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이 생존과 결부된 ‘고용의 문제’에 부딪혀 신노조를 선택하게 되는 요인을 꼬집은 것이다.
 
그러나 21일 조선일보는 한진중공업 사측이 합의를 이행하지 않고,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이 경제적 어려움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사실은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한진중공업 신노조의 활동을 띄우고 나섰다. 반면 지난해 희망버스를 ‘버스시위대’라고 비하하는 가하면 한진중공업지회의 투쟁을 ‘노조의 이기주의적 투쟁’인 것처럼 몰아갔다. ‘노동자’라는 표현 대신 ‘근로자’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했다.
 

<309일 파업 농성했던 한진중공업의 대변신>(조선, 11면)
 
조선일보는 “작년 309일 동안 고공 크레인 농성․파업 등으로 홍역을 앓았던 부산 영도구 한진중공업의 노동조합이 ‘영도조선소 살리기 캠페인’을 벌였다”면서 “유인물은 ‘노조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지역 사회의 불편과 불이익은 아랑곳하지 않고 극단적인 투쟁을 마다하지 않았던 과거의 조직 이기주의적 행태는 사라질 것입니다’라는 문구를 담고 있다”고 전했다. 기사는 “한진중공업 노동조합은 지난 1월 ‘노사상생과 협력’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출범”했다면서 “작년 파업 투쟁을 주도한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의 노선․행동 등에 동조하지 않는 근로자들이 만든 노동조합”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현재 전체 조합원 704명 중 567명이 가입해 전체의 80%가 넘는 지지를 얻고 있다”면서 “2010년 말 사측의 400여명 희망퇴직 방침, 노조의 파업 돌입,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의 타워크레인 농성, 직장폐쇄, 버스시위대(일명 희망버스) 가세 등 1년여에 걸친 노사간 극한대립에 근로자들이 염증과 함께 위기의식을 느낀 것”이라는 자의적 해석을 달았다.
조선일보는 기사의 사진으로 ‘회사정상화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호소하는 캠페인’을 벌이는 한진중공업 노동조합 소속 조합원의 사진과 김진숙 지도위원의 타워크레인 농성 사진을 병렬로 배치하고 김 지도위원 사진 아래에는 “김 위원은 한진중공업 노동자가 아니었다”는 캡션 글을 달아, 김 지도위원의 목숨을 건 농성을 폄훼했다.
 
지난 5일 중앙일보도 <‘크레인 농성’ 한진중 노조 조합원 79%가 등 돌렸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1면에 배치해 “옛 노조에서 조합원들이 대거 탈퇴해 온건 노선의 신노조에 가입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기사는 한진중공업 사측이 합의안을 지키지 않고 있는 점은 침묵했다.<끝>
 

2012년 6월 21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