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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브리핑
- 박근혜 ‘국가관 발언’ 논란…<중앙><동아>는 “충성”
박근혜 ‘국가관 발언’ 논란…<중앙><동아>는 “충성”
■ 박근혜 ‘국가관 발언’ 논란…<중앙><동아>는 “충성”
지난 1일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통합진보당 이석기․김재연 의원을 두고 ‘국가관이 의심받고 있다’며 의원직 제명을 언급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날 박 전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두 의원에 대해 “사퇴하는 것이 옳다”면서 자진사퇴하지 않으면 국회에서 제명해야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회라는 곳이 국가의 안위를 다루는 곳인데, 기본적인 국가관을 의심받고 있고 국민들도 불안하게 느끼는 이런 사람들이 국회의원이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제명 이유로 국가관을 문제 삼았다. 또 “이 사태에 대해서는 민주통합당도 큰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민주당 책임론을 제기했다.
이 같은 박 전 위원장의 발언이 알려지자 통합진보당 이석기․김재연 의원의 사퇴논란을 당내 부정선거 책임이 아닌 ‘종북논란’에 이어 ‘국가관’으로까지 확대시켰다는 점에서 부적절하다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두 의원을 ‘사상이 의심스럽다’는 이유로 국회 입성을 막는 것은 오히려 사상의 자유를 보장하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한 발상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국가관’을 안보와 대북관 등 수구적으로 개념화시켜 ‘국가보안법’처럼 사상적 잣대로 사용하는 것은 전형적인 ‘매카시즘’이며, 시기적으로 이 대통령이 “종북세력이 더 위험하다”고 발언한 이후 박 전 위원장이 ‘국가관’을 운운한 것을 두고, 통합진보당 부정선거 논란을 틈탄 공안정국 조성에 힘을 싣기 위한 발언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또 민주당 책임론 제기는 대선국면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자 하는 의도로 해석된다.
박 전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부메랑이 돼서 돌아오고 있다. 역으로 유력한 대선후보인 박 전 위원장의 국가관 또한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야당은 박 전 위원장에게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5.16 군사 쿠데타’나 민주주의를 역행하는 ‘유신헌법’등에 대한 입장을 물으며 역공에 나섰다.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은 2002년 박 전 위원장이 방북해 만경대와 주체사상탑에 갔던 사실을 언급하며 “국민들은 종북적 태도를 보인 박 의원이 의원직을 수행할 수 있는지, 쿠데타를 ‘구국의 혁명’이라고 주장하는 국가관으로 대선 후보로 적합한지 불안해하고 있다”며 박 전 위원장의 답변을 촉구했다.
한편 새누리당의 대선 후보인 정몽준 의원은 4일 “국회가 확실한 증거 없이 어느 특정 의원을 사상적 이유로 제명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며 박 전 위원장의 발언을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4일과 5일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은 박 전 위원장의 ‘국가관 발언’ 논란을 집중적으로 다루면서 박 전 위원장의 ‘민주주의관’에 의문을 제기했다.
반면,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박 전 위원장이 사용한 ‘국가관’이라는 잣대를 우리사회 곳곳에 적용해한다는 식의 ‘매카시즘’을 이어갔다. 중앙일보는 민주통합당 임수경 의원의 ‘국가관’을 운운하며 ‘의원 자격’을 문제삼았고, 동아일보는 통합진보당 이정희 전 대표 등을 언급하며 사법연수생들에게 ‘국가관’을 교육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선일보는 2일 박 전 위원장의 발언을 싣는데만 그쳤다. 야당의 반발이나 논란, 정몽준 의원의 반대 발언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
<국가관 잣대로 제명?…박근혜 민주의식에 ‘부메랑’>(한겨레, 1면/6.4)
<반국가적 언동과 의심스런 국가관>(한겨레, 칼럼/6.4)
<민주주의 소양 의심케하는 박근혜 의원 발언>(한겨레, 사설/6.4)
<정몽준 “사상 이유 제명은 반대”>(한겨레, 6면/6.5)
한겨레신문은 4일 1면 톱기사 <국가관 잣대로 제명?…박근혜 민주의식에 ‘부메랑’>에서 박 전 위원장의 발언이 “대선 과정에서 논란과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정치권에서 보고 있다”며 “지지율 1위인 유력 대선주자가 생각하는 ‘국가관’이란 무엇이고, 국가관을 이유로 대의기관인 국회의원의 거취를 결정하자는 발상이 과연 옳은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또 박 전 위원장의 발언이 “통합진보당이 ‘종북 논란’에 휩싸여 뭇매를 맞는 상황에서 보수 후보로서 분명한 정체성을 드러내 보이겠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그러나 “거꾸로 박 전 위장장의 발언은 대선에서 뜨거운 논란거리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어, ‘양날의 칼’ 성격도 지니고 있다”며 “그의 리더십이 개발독재를 이끈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처럼 권위주의적이고 일방통행식이 아닐까하는 의구심”을 증폭시킬 개연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날 사설 <민주주의 소양 의심케하는 박근혜 의원 발언>에서는 “귀를 의심케 하는 발언”이라면서 “과거 매카시즘 시대에나 나올 법한 마녀사냥식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또 “박 의원의 발언은 무엇보다 그의 민주주의적 소양을 의심케 한다”면서 “동료 의원의 사상이 의심스러우니 국회에서 내쫓자는 것인데, 전형적인 매카시즘”이라고 덧붙였다. 사설은 “여당의 확고부동한 대선주자인 박 의원이 동시대 사람들보다 한참 뒤떨어진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다면 국가적 불행”이라면서 “당내 절대 강자로 군림하는 박 의원이 이런 인식을 유지한 채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우리나라 민주주의 수준이 뒷걸음질치게 되지 않을까”하는 우려를 표명했다.
칼럼 <반국가적 언동과 의심스런 국가관>에서는 “의심스러운 국가관을 이유로 국회의원 자격을 심사해 제명하기로 치면 남아날 의원이 별로 없을 것”이라면서 국회의장후보로 선출한 새누리당 강창희 의원을 예로 들었다. 칼럼은 “강 의원은 신군부의 비밀결사인 하나회 멤버로 활동”, “12․12군사쿠데타를 주도해 내란죄를 선고받은 전두환 전 대통령 덕택에 국회에 입성한 사람”이라면서 “야당이 강 의원의 국가관이 의심스러우니 국회의원 자격을 심사하자고 나서면 어쩔것인가”라고 되물었다.
<박근혜의 민주주의관을 묻는다>(경향, 사설/6.4)
<‘국가관’ 검증 논쟁 휩싸이는 정치권>(경향, 1면/6.5)
<국가관…애국의 다른 이름인가, 이념적 충성의 잣대인가>(경향, 2면/6.5)
<박근혜의 국가관 논란, 5․16과 유신엔 늘 모호한 입장>(경향, 2면/6.5)
<“오늘은 아무 말 않겠다” 답변 피해간 박근혜>(경향, 2면/6.5)
<정몽준 “사상의 자유”…이석기․김재연 제명 반대>(경향, 6면/6.5)
경향신문은 4일 <박근혜의 민주주의관을 묻는다>는 사설에서 박 전 위원장의 발언은 두가지 문제를 제기한다며 첫 번째로 “이른바 종북 의원에 대한 제명 지침을 제시한 것이라면 매우 초법적 발상으로 적절치 않다”, “국가관이 의심스럽다는 이유만으로 ‘종북’으로 몰아 의원직 제명을 한다면 여간 비이성적인 행태가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두 번째로 박 전 위원장의 ‘국가관’이 문제라면서 “박 전 위원장은 민주주의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갖고 있나”며 박 전 위원장의 ‘민주주의관’을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5일 <박근혜의 국가관 논란, 5․16과 유신엔 늘 모호한 입장>에서는 “‘박근혜 국가관’ 논쟁은 박 전 위원장이 정치의 전면에 등장할 때마다 반복돼 왔다”면서 “5․16과 유신을 놓고 입장표명을 요구받았기 때문”, “이때마다 박 전 위원장은 입장 표명을 유보하거나, 동조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 기사는 “5․16은 구국 혁명이었다”, “유신 체제는 역사에 판단에 맡겨야 한다”는 등의 박 전 위원장 발언 등을 언급하며 “유신과 독재, 전체주의의 상징이며 쿠데타인 5․16을 ‘구국’의 길로 보는 게 박 전 위원장 사고의 기저”라고 지적했다.
<박근혜 종북 의혹 제기한 민주당>(중앙, 6면/6.4)
<“탈북자는 변절자” 임수경 의원 자격 있나>(중앙, 사설/6.4)
<“박근혜 주체탑 방문 해명을” 민주, 종북논란 역공 나서>(동아, 8면/6.4)
<대한민국 변호사? 북한 변호사?>(동아, 칼럼/6.4)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박 전 위원장의 ‘국가관’ 발언을 두고 4일 민주당이 박 전 위원장을 역공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기사에서는 야당이 제기한 국가관 논란 가운데 2002년 방북논란 문제만 다뤘다. 5․16쿠데타나 유신에 대한 박 전 위원장의 입장을 묻는 야당의 문제제기는 기사에서 누락됐다.
중앙일보는 4일 사설 <“탈북자는 변절자” 임수경 의원 자격 있나>에서 임수경 의원의 발언을 문제 삼으며 “그가 자유를 찾아 사선을 넘은 탈북자들을 향해 폭언을 한 것은 국가관과 인권의식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보인다”, “그에게 국민을 대표해 국정을 논할 자격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박 전 위원장이 언급한 ‘국가관’을 확장해 ‘매카시즘’의 도구로 활용했다.
동아일보도 4일 칼럼 <대한민국 변호사? 북한 변호사?>에서 38회 사법시험 합격자 500명중 통합진보당 이정희 전 대표와 남편인 심재환 변호사, 김승교 변호사가 있었다면서 “사법연수원은 대한민국의 법치를 뒷받침 하는 동량들을 국가에서 세금으로 키우는 곳”인데 “이곳에서 함께 법조인의 꿈을 키운 이 전 대표 부부와 김 변호사는 그 후 북한과 관련돼 편향된 시각을 보여왔다”고 힐난했다. 그 예로 든 것이 국가보안법과 사상의 자유에 대한 세 사람의 발언이었다. 이어 칼럼은 “사법연수원에서 국가관을 가르치치 않는다”, “혈세로 150만 원가량의 월급을 받는 그들에게 바른 국가관을 요구하는 게 부당한 일일수 없다”면서 “법조인 양성 과정에 혹시 허점은 없는 건지 차제에 점검과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박 전 위원장이 언급한 수구적인 ‘국가관’을 법조인들에게 강제해야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사상의 자유를 억압하는 반민주적인 행태이다.<끝>
2012년 6월 5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