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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8일자 주요 일간지 일일 모니터 브리핑(2012.4.18)
등록 2013.09.25 11:07
조회 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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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브리핑
- <조선> '소수당 의견' 따위 무시? 민주주의 무시!
 
 
 
 
 
 
 <조선> ‘소수당 의견’ 따위 무시? 민주주의 무시!
 
 
 
 
 
■ 여야, 국회법 개정안 합의…날치기․몸싸움 없애자는 취지
<한겨레> ‘날치기 방지’ 의의…‘소수정당 의견 무시’ 우려
<조선> ‘국회 폭력 징계 약하다’ 불만…‘다수당 횡포 가능성’ 무시
 
 
지난 17일 국회는 운영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어 국회법 개정안인 ‘국회선진화법’을 의결했다. 국회법 개정안은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요건을 강화하고 소수정당에 의사표현의 기회를 보장하는 필리버스터를 허용해서, 다수당의 날치기 횡포를 합법적인 방법으로 어느 정도 저지할 수 있게 했다. 그리고 의안 자동 상정 제도와 신속처리 제도의 도입으로 국회 안건 처리를 책임 있고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었다. 또 예산안의 경우 처리 시한을 넘기면 자동 회부가 가능하도록 했다. 한편 이제는 국회의장석이나 상임위원장석을 점거하거나 회의장 출입을 방해하는 국회의원에 대한 징계가 가능해졌다.
이번 국회법 개정안이 본회의에서 통과되면 다수당이 예전과 같은 마구잡이식 직권상정과 날치기 처리를 강행하기 어려워지게 됐다. 또한 이런 날치기 강행에 대항할 수단이 없어서 의장석 점거나 회의장 봉쇄 등으로 맞서던 소수당은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라는 수단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의안 신속처리와 소수당의 필리버스터 종결 기준이 모두 재적의원의 5분의 3으로 정해짐으로써, 과반수를 넘어 5분의 3, 즉 60%의 의원만 확보하면 엄청난 힘을 휘두르게 될 위험도 있다. 또한 예산안이 자동 상정되는 체계에서는 다수당이 예산안 심의를 차일피일 미루다가 시한에 맞춰 단독 처리할 가능성도 농후하다. 5분의 3을 확보한 다수당이 법안이나 예산안 처리를 합법적으로 밀어붙일 경우, 일부 의원들은 반발하다가 국회법 개정안에 따라 무더기 징계를 받게 될 가능성도 있다. 때문에 이번 개정안에 대해 통합진보당은 ‘교섭단체를 구성하지 못한 소수정당의 의견이 묵살될 수 있다’는 반대 의견을 내며 우려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번 ‘국회선진화법’에 대해 한겨레신문과 조선일보는 사뭇 다른 보도 행태를 보였다.
한겨레신문은 이번 국회법 개정안 통과로 국회에서 날치기가 사라지고 의안 처리에 박차를 가하게 됐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평가하면서, 소수정당의 의견은 무시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통합진보당의 목소리를 실었다.
반면에 조선일보는 개정안 때문에 이제는 다수당 단독으로 신속한 처리가 불가능해졌다며, 소수정당의 방해를 중단시키려면 5분의 3이 필요하다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또한 의사 처리를 방해하는 의원들에 대한 징계 수위가 낮다는 불만을 내비치면서, 다수당의 예산안 단독처리 가능성이 높아진 점이나 소수정당의 의견이 묵살될 수 있는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다.
 

<국회 날치기 사라진다>(한겨레, 4면/18일)
 
한겨레신문은 18일 4면 기사 <국회 날치기 사라진다>에서 “국회 운영위원회가 17일 전체회의를 열어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 국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고 보도했다. 기사는 “이번 개정안은 국회에서 ‘날치기’와 ‘몸싸움’을 막기 위한 이른바 ‘국회선진화법’(의안처리제도 개선법)으로, 여야는 24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개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다”면서, “19대 국회부터는 회의장 점거나 몸싸움 등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이어 “개정안의 핵심은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요건을 강화하는 대신 의안 자동 상정 제도와 신속처리 제도(패스트트랙)를 도입하는 것과 소수정당 등에 의사표현 기회를 보장하는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허용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기사는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은 천재지변과 국가 비상사태, 각 교섭단체 대표의 합의가 있는 경우에만 할 수 있게 된다”고 전했고, “신속처리 제도의 도입으로 국회 재적의원 5분의 3(180명) 이상이나, 소관 상임위원 5분의 3 이상 동의하는 법안의 경우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180일 안에 심사를 끝내기 못하면 법제사법위원회에 자동 회부되고, 법사위에서도 90일 안에 심사를 마치지 못하면 역시 본회의에 자동으로 회부되도록 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여야 의견 대립이 첨예한 법안의 경우 상임위의 신경전이 여전할 수 있지만, 소수 정당이나 특정 이해관계의 의원들이 상임위 회의장 등을 점거해 다수가 동의하는 특정 법안에 대해 처리를 방해할 수 없도록 만든 셈”이라 풀이했다. 또 “본회의 필리버스터는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 요구하면 시작할 수 있고,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하면 종료할 수 있도록 정했다”고 전했다. 한편 “해마다 법정시한을 넘겨 여야가 힘겨루기를 해온 예산안 및 세입예산 부수법안은 다른 법안과 달리 헌법상 의결기한(12월 2일) 이틀 전까지 심사가 완료되지 않으면 본회의에 자동 회부하고, 이에 대한 필리버스터도 의결기한의 24시간 전까지만 가능하도록 했다”면서, ‘다만 이 조항은 예산심의 기간 확보를 위해 국가재정법 등이 개정될 때까지 시행을 유예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기사는 “상임위원장석이나 국회의장석 점거, 회의장 출입 방해 등을 금지하는 조항도 신설됐다”면서, “이를 어긴 의원은 국회 본회의에 징계안이 곧바로 회부되고, 국회는 사안의 심각성에 따라 ‘경고․사과 조치 및 수당 삭감’, ‘30일 이내 출석정지 및 3개월 이내 수당 삭감’ 등의 징계”가 가능해졌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소수 야당인 통합진보당은 이번 개정안에 대해 우려하는 입장이라며, 강기갑 통합진보당 의원이 이날 국회 운영위에서 “이번 법안 역시 거대 정당들 중심으로 만들어졌으며, 교섭단체를 구성하지 못한 소수정당의 의견이 묵살될 수 있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고 전했다.
 

<국회, 이제 과반 아닌 60%가 필요하다>(조선, 1면/18일)
<물리적 충돌은 줄 듯… 쟁점 법안 처리는 힘들어진다>(조선, 3면/18일)
 
조선일보는 18일 1면 기사 <국회, 이제 과반 아닌 60%가 필요하다>에서 “여야는 17일 국회 운영위원회를 열어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권한을 천재지변 또는 국가 비상상황으로 대폭 제한하고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지연행위)를 허용하되 예산안의 법정 시한 내 자동 상정 제도와 국회 점거․폭력 의원에 대한 징계안을 도입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일명 국회 몸싸움방지법안)을 통과시켰다”고 보도했다. 기사는 “이번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앞으로 국회에서 여야 간 충돌이 있는 쟁점 법안을 처리하려면 전체 의원의 60%인 재적 5분의 3 이상(181석)의 찬성이 필요하다”면서, 소수당의 필리버스터를 다수당이 중단시키려면 “재적 5분의 3 이상 의원이 의결해야 하도록 개정안이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국회에서 ‘단순 과반수’ 원칙이 사실상 무너지고 재적 60% 이상을 필요로 하는 ‘가중 다수결’(super majority)이 새로운 의결 원칙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기사는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과반인 152석을 얻었지만 60%에는 크게 못 미친다”며, “민주당이 반대하는 쟁점 법안을 단독 처리하기가 힘들어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선일보는 개정안이 소수정당의 의사표현을 합법적으로 보장하는 필리버스터를 허용했다는 점에는 전혀 주목하지 않고, 소수정당의 필리버스터를 다수당이 중단시키려면 5분의 3이 필요하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러면서 ‘단순 과반수’ 원칙이 사실상 무너지고 60% 이상 찬성을 의미하는 ‘가중 다수결’이 새로운 의결 원칙이 될 거라는 얼토당토않은 논리를 펼쳤다. 국회의 운영은 어디까지나 민주주의 원리에 따라 각 정당들이 의견을 내고 서로 토론을 하고 합의를 도출해 나가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토론과 협상을 통한 합의가 어려울 때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 처리를 하는 것이지, 소수 의견에 대한 무시나 묵살이 권장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소수정당의 필리버스터가 지나치게 과도할 때 제지하는 최소한의 규정을 두고 ‘새로운 의결 원칙’ 운운하면서, 국회의 5분의 3을 장악해 무소불위의 힘을 휘두르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주장하였다. 기사 제목에서부터 “국회, 이제 과반 아닌 60%가 필요하다”고 하면서 60%를 확보하면 어떠한 반대도 묵살하면서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식의 논리는 민주주의 정신을 무시하는 매우 위험한 논리다. 조선일보는 ‘새누리당의 의석이 60%에 못 미쳐서 민주당이 반대하는 쟁점 법안을 단독 처리하기 힘들어졌다’는 사실이 못내 아쉬운 모양이다.
3면 기사 <물리적 충돌은 줄 듯… 쟁점 법안 처리는 힘들어진다>에서는 “만성적인 국회 몸싸움과 날치기․공전 사태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면서도 “국회 폭력․점거 행위에 대한 징계 수위가 낮고 의안을 상정하는 데만 최장 240일이 걸려 국회 파행을 근본적으로 막기는 어렵다는 평가도 적잖다”고 전했다. 기사는 “다수당의 강행처리를 막기 위해 재적 3분의 1의 찬성이 있으면 장시간 발언으로 의사진행을 지연시키는 필리버스터 제도가 도입 된다”면서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의석(152석)으로는 야당의 필리버스터를 중단시키고 의안을 처리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된다”고 보도했다. 또 “쟁점 의안에 대해 상임위에 여야 동수(6인)로 안건조정위원회를 둬 심의하되 3분의 2의 찬성으로 합의안을 채택하도록 했다”면서, “야당이 반대하면 사실상 합의안 도출이 힘든 구조”라고 풀이했다. 한편 “본회의나 상임위에서 의장석․위원장석을 점거하는 등 질서문란 행위를 하거나 의원 출입을 막을 경우 3개월 출석정지나 수당(세비와 활동비) 절반․전액 삭감 징계를 받게 된다”고 보도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국회법 개정안이 여야 간 극한대결과 몸싸움을 어느 정도 막는 효과가 있겠지만 국회 폭력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는 힘들다”고 평가했다면서, “소수당이 물리적으로 저지해도 형사처벌 조항이 없기 때문에 실효적 예방이 어렵다는 것”이라고 했다. 기사는 새누리당 관계자가 “패스트 트랙제가 시행돼도 법안 한 건 처리에 최대 240일이 걸리는 데다, 재적 5분의 3 확보도 힘들다”고 말한 내용을 실었고, 윤성이 경희대 교수가 “지금까지는 다수당의 강행처리가 문제가 됐는데, 앞으론 소수당이 제도적으로 법안 저지권을 갖게 됐다”고 말한 내용을 전했다. 그러면서 “이에 따라 장기간 법안 처리 지연으로 인한 식물국회가 자주 벌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며, 이내영 고려대 교수가 “필리버스터로 여야 간 충돌은 없어질지 몰라도, 쟁점 사안을 장기간 해결하지 못할 수 있다”고 한 발언을 실었다. 기사는 반면 민주당 관계자는 “예산안 자동 상정제로 인해 여당이 예산안을 단독처리 할 수 있게 됐다”며 말했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개정안의 국회 폭력․점거 행위에 대한 징계 수위가 낮아서 원천 차단이 힘들다면서, 형사처벌 조항을 넣어서라도 예방하자는 전문가의 의견을 실었다. 조선일보는 그동안 새누리당(옛 한나라당)이 무자비하게 자행한 언론악법이나 한-미 FTA 비준안의 날치기 강행은 비판하지 않으면서, 그 과정에서 야당 의원들의 반발로 일어난 충돌만 줄기차게 문제 삼아 ‘해머 국회’, ‘최루탄 국회’ 운운하며 공격해 왔다. 이번 개정안으로 소수정당 의원들은  의사 처리 방해에 나설 경우 자칫 ‘국회 출석 정지’, ‘수당 삭감’ 등의 징계를 받게 됐는데도 조선일보는 성에 차지 않는 모양이다. 조선일보가 그렇게 엄격한 기준을 가졌다면 민주주의 원리를 무시하고 거듭 날치기를 강행한 새누리당의 잘못부터 먼저 지적해야 할 것이다. 또한 조선일보는 ‘의안 상정에만 최장 240일이 걸려 장기간 법안 처리 지연으로 식물국회, 국회 파행이 우려된다’며, ‘새누리당의 의석으로는 야당의 필리버스터를 중단시키고 의안을 처리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하여 다시금 아쉬움을 내비쳤다. 조선일보는 국회가 민주주의 원리에 따라 자유롭게 대화하고 토론하고 합의하는 문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촉구하지는 못할망정 다수당 마음대로 법안을 신속히 처리 못하게 된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개정안으로 다수당의 예산안 단독처리 가능성이 높아진 문제라거나 소수정당의 의견 묵살이 제도화된 측면도 있다는 사실을 조선일보는 전혀 지적하지 않았다. <끝>
 
 
 
 
2012년 4월 18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