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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8일자 주요 일간지 일일 모니터 브리핑(2012.1.18)
등록 2013.09.25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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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만 열면 ‘나라 걱정’ 미국 앞엔 ‘찍소리’ 못해

조중동, 미국의 이란제재 동참 압박 기정사실화
 
 
 
 
■ 조중동, 미국의 이란제재 동참 압박 기정사실화
주권국가답게 당당히 임하라는 <한겨레>
 
한국을 방문한 로버트 아인혼 미국 국무부 대북·대이란 제재 조정관이 17일 김재신 외교통상부 차관보를 만나 “이란 문제에서 진전이 있으면 북한 문제 진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한국 정부의 이란 제재 동참을 강력하게 압박했다.
한국은 현재 총 원유 수입량의 약 9.6%를 이란에 의존하고 있어 미국의 요구대로 이란산 원유 수입을 줄일 경우 막대한 경제적 피해가 우려된다. 이란산 원유는 다른 나라 원유보다 배럴당 2~6달러 정도 싸기 때문에 이란산 원유의 수입을 줄이게 되면 더 비싼 원유를 수입할 수밖에 없고 이는 물가 상승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원유 수입 대체선을 찾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일단 석유 관련 산업이 큰 타격을 받는 것은 물론이고 이란에 진출한 다른 업종의 한국 기업들이 이란 정부의 보복조처를 받게 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겨레신문은 미국의 일방적 요구가 갖는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정부가 주권국가다운 모습으로 협상에 임할 것을 촉구했다.
 
 
<미 “이란문제 진전 있으면 북한문제에 도움”>(한겨레신문, 1면/18일)
<‘이란 제재’ 협상, 주권국가답게 당당하게 임해야>(한겨레신문, 사설/17일)
 
18일 한겨레신문은 1면 톱기사 <미 “이란문제 진전 있으면 북한문제에 도움”>에서 아인혼 조정관과 김재신 차관보의 만남을 보도했다. “미국이 한국 정부에 공식적으로 이란산 원유 수입 감축을 요구한 것은 처음”이라며 “정부는 미국이 북핵 문제까지 언급하며 압박에 나서자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선 17일에도 한겨레신문은 사설 <‘이란 제재’ 협상, 주권국가답게 당당하게 임해야>를 내보낸 바 있다. 사설은 미국의 이란산 원유 수입 자제 요구에 대해 정부가 “경제적 파장을 우려하면서도 미국 쪽 요구를 어느 정도 받아들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며 이는 “미국의 일방주의 외교에 굴복하는 것으로 재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유럽연합과 일본이 동참 의사를 밝혀서 우리도 보조를 맞출 수밖에 없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지만, “실제로 구체적인 수입 감축 규모나 일정을 밝힌 나라는 아직 없다”는 것이다.
사설은 갑자기 수입 물량을 줄이면 국내 정유업계와 석유화학업계가 직접 타격을 받고 이란에 진출한 기업들도 보복조처가 걱정될 정도로 “경제적 파장이 크다”며 우려하고 있다. 또한 대부분 장기계약으로 들어오는 이란산 원유를 당장 대체하는 것도 만만치 않고 수입 원유 가격의 상승이 불가피하여 결국 국내 물가불안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는 것이다. 더구나 “미국의 이란 추가제재안은 국제법적 근거가 없는 일방적 조처”이므로 한국이 앞장서서 동참할 필요는 없으며, “한-미동맹이 중요하지만 우리의 경제주권과 에너지안보마저 위협해서는 안 된다”면서 “국제사회의 뚜렷한 공감대를 확인한 다음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자신들의 핵무기 감축은 회피하고 이스라엘과 인도 등의 핵무기 보유는 인정하면서 이란의 핵 개발에만 강력 제재로 대응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비판이 나온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여기에 더해 이런 방침을 관철시키기 위해 한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에까지 경제적 피해를 감수하고 이란 제재에 동참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정당화되기 어렵다.
한겨레신문의 보도는 이러한 미국의 행태가 갖는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한국 정부가 국익을 내팽개치고 무조건적인 미국 종속의 동맹관계를 추구할 것이 아니라 슬기롭게 대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란 핵·북한 핵 문제는 서로 연관” 아인혼, 원유 수입 제재 동참 압박>(경향, 6면)
 
18일 경향신문은 6면에 관련 기사를 실었지만, 한겨레신문만큼 적극적으로 미국의 행태를 비판하지는 않았다. 경향신문은 이날 기사 <“이란 핵·북한 핵 문제는 서로 연관” 아인혼, 원유 수입 제재 동참 압박>에서 아인혼 조정관이 이란 핵 문제와 북한 핵 문제를 연관시키면서 이란산 원유 수입 감축을 요구했다고 전하면서 “노무현 정부 때 한국에 이라크전쟁 파병을 요청하던 논리를 빼닮았다”고 보도했다. 이어 이러한 미국의 압박은 “유엔 결의안을 넘어서는 월권행위”라며 “이제라도 국민의 부담과 고통을 가중시키는 맹목적 ‘동맹의 덫’에서 빠져나와야 한다”는 참여연대의 논평을 덧붙였다.
 

이와 달리 조중동은 미국의 요구대로 이란산 원유 수입을 감축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청와대의 주장을 전하며 사실상 미국 요구 수용을 기정사실화했고, 실제로 수입을 감축했을 때 생길 피해는 외면했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아랍에미리트가 한국에 원유를 우선 공급하기로 했다는 기사를 실음으로써 이란산 원유 공급을 감축하더라도 대안이 있다는 식으로 분위기를 조성했다.
 
 
<“이란산 원유 수입 감축안 마련”>(조선, 8면)
< UAE 왕세자 “한국에 원유 우선 공급”>(조선, 8면)
 
조선일보는 8면 기사 <“이란산 원유 수입 감축안 마련”>에서 “미국이 북한 문제를 ‘연결고리’로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대이란 제재를 요구”했다며 국제사회가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이에 동참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뿐 아니라 “겉으론 다른 말은 하”는 중국도 물량을 줄이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이란 원유 수입 감축이 불가피하다”는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수입 감축이 현실화되었을 때 나타날 피해나 원유 수입 대체의 어려움은 언급하지 않았고 “정부는 대체 수입선 모색에도 나서고 있으나 원유 수입가격 상승이 예상된다”는 전망이 전부였다.

나아가 에서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의 셰이크 모하메드 왕세자가 “한국에 원유를 우선적으로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는 총리실의 발표를 전했다.
즉 미국의 요구에 따라 이란산 원유를 감축하는 것을 당연한 수순인 양 가정하고 그럴 경우에도 원유 수입 대체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그러나 아랍에미리트도 대부분 여러 국가들과 장기 수출계약을 맺고 있는 상태라서 장기적으로는 몰라도 당장 원유 부족 사태가 생겼을 때 때 즉각적인 수입원이 되어 줄 것인지는 의문이다.
 
 
<미 “한국, 이란 원유 수입 50% 줄여라”>(동아, 3면)
< UAE “한국에 원유 우선공급”>(동아, 3면)
 
동아일보도 조선일보와 거의 같은 기조의 보도를 내놓았다.
3면 기사 <미 “한국, 이란 원유 수입 50% 줄여라”>에서 아인혼 조정관이 이란산 원유 수입 감축을 요구했고 김재신 차관보가 “이란 핵문제 해결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최대한 협력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보도했다. 또한 “한국은 북핵 해결을 위해 국제사회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고 핵안보정상회의를 주최하는 나라가 아니냐”며 “우리가 할 만한 노력은 어느 정도 해야 한다”고 한 정부 당국자의 발언을 전함으로써 미국의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이어 에서 “아랍에미리트가 한국에 우선적인 원유 공급을 약속했다”며 “유사시 원유 확보를 위한 중요한 발판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동아일보 역시 한국이 주권국으로서 경제적 이익과 피해를 고려해 지혜롭게 대처할 것을 주문하기보다는 미국의 요구에 순응하는 것을 기정사실화했다.
 
 
<아인혼 이란문제, 북한과 연결 … 협력을 / 김재신 석유 안 나는 한국은 굉장히 예민>(중앙, 6면)
 
중앙일보는 한미 “양국이 반미 기류에 상당히 신경을 쓰는 분위기”라며 ‘미국이 우방들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신중하고 단계적으로 임하고 있으며, 우리 기업을 충분히 고려해 우리 정부와 적극 협력해 나갈 예정’이라 순화된 표현으로 설명했다고 보도했다.
“국제사회의 대이란 제재에 동참하는 효과는 극대화하면서 국내 경제에 대한 악영향을 최소화하는 원유 감축 수준을 찾아내고, 또 이 과정에서 반미 감정 확산을 차단해야 하는 고차원 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것이 과제라는 것이다.
중앙일보도 미국의 요구를 당연히 수용하는 것을 전제로 삼고서, 다만 부작용과 반발을 줄여야 한다는 주문을 덧붙인 것이다. <끝>
 
 
2012년 1월 18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