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모니터_
12월 15일자 주요 일간지 일일 모니터 브리핑(2011.12.15)
등록 2013.09.25 10:43
조회 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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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브리핑
 - 선관위 사이버테러 ‘수상한 돈거래’…조선일보는 ‘역시’ 축소보도
 
 
‘수상한 돈거래’ … 알고도 숨긴 경찰, 드러나도 비판 않는 <조선>
 
 

■ 선관위 사이버테러 ‘수상한 돈거래’ … 조선일보는 ‘역시’ 축소보도
<조선> 12면 짧은 기사, 경찰 ‘해명’에 초점
<중앙> “특검 가기 전에 검찰이 진상 규명해야”
<경향> “돈 제공한 제3자가 있다고 보는 게 상식적, 몸통 밝혀라”
<한겨레> “원점 재수사, 경찰 은폐 의혹도 규명해야”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벌어진 선관위 홈페이지 사이버테러 사건을 전후로 1억원의 ‘수상한 돈거래’가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14일 <한겨레21>은 박희태 국회의장의 전 비서인 김모씨(30)와 선관위 홈페이지를 공격한 일당 사이에 돈거래가 있었다고 보도했다. 그러자 최구식 의원의 전 비서 공모씨(27)가 ‘술김에 벌인 단독범행’이라고 발표했던 경찰은 뒤늦게 김 씨와 사이버테러 일당 사이의 돈거래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경찰은 이 돈거래가 “사건과 무관한 개인적 거래였기 때문에 굳이 밝힐 필요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경찰 발표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사이버테러가 벌어지기 6일 전인 10월 20일 김씨는 공씨에게 1천만원을 보냈고, 공씨는 이 돈을 디도스공격을 실행한 강모씨(25, 구속)에게 보냈다. 이 돈은 회사 직원들의 급여로 지급됐다.
이어 선거가 끝난 5일 후 10월 31일 김씨는 다시 9천만원을 강씨 회사 법인 계좌로 보냈다. 이 돈 가운데 8천만원은 강씨 회사의 등기 이사이자 공씨의 중고교 동창인 차모씨(27, 구속)에게 넘어갔는데, 차씨는 이 돈을 대부분 도박 사이트에서 탕진하고 잠적했다가 최근 경찰에 긴급체포 됐다고 한다. 그런데 강씨는 11월 17일과 26일 두 차례에 걸쳐 각각 5천만 원씩을 김씨에게 되돌려보냈다. 차씨가 탕진한 돈까지 모두 돌려준 셈이다.
이런 정황을 보면 김씨와 강씨 일당 사이에 사이버테러에 대한 ‘착수금’과 ‘성공보수’가 오간 게 아니냐는 의혹을 갖는 게 당연하다. 특히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 입장에서는 결코 쉽게 ‘개인간의 거래’로 치부하고 넘어갈 수 없는 대목이다.

그러나 경찰은 돈거래와 관련한 진술을 확보하고도 ‘수상한 돈거래’ 사실을 숨김으로써 사건 은폐 의혹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김씨가 강씨 일당에게 준 1억 원의 출처, 강씨가 이 돈을 다시 김씨에게 돌려보낸 시점, 경찰이 돈거래 사실을 공개하지 않은 이유 등등 의문스러운 대목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김씨와 공씨, 강씨 일당 사이에 벌어진 ‘수상한 돈거래’ 사실이 보도되자 시민들은 오히려 ‘당연한 것 아니겠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사건을 지시한 배후세력 또는 ‘몸통’, 이들과 사이버테러를 실행한 일당들 사이에 추악한 거래가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는 반응이다.  
또 선관위 홈페이지 테러가 ‘단순한’ 디도스 공격만으로 가능한 것인지, 선관위가 300여곳이 넘는 투표소를 갑자기 변경한 이유는 무엇인지 등등 돈거래의 실상 외에도 이번 사건과 관련해 제기되고 있는 근본적인 의문들을 철저하게 진상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5일 조중동과 경향․한겨레신문의 보도태도는 큰 차이를 보였다. 특히 조선일보의 축소보도 행태는 놀랍다. 아래 <표>들은 5개 신문의 관련 기사 목록이다.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은 1면에서 일제히 ‘수상한 돈거래’와 이를 은폐한 경찰 수사의 문제를 다루는 한편, 주요 지면을 통해 심층 보도했다. 사설에서는 경찰 수사를 비판하고 “원점에서 재수사”, “경찰의 은폐 의혹 규명”을 강력히 촉구했다.
반면 조선일보는 12면에 단신에 가까운 짧은 기사를 싣는데 그쳤다. 동아일보는 14면에 한 건의 기사를, 중앙일보는 18면에 한 건의 기사와 사설을 실었다.
 
 
조선일보는 12면 기사에서 검찰이 또 다른 강모씨(대표 강모씨의 직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는 사실부터 전했다. 이어 박희태 국회의장의 전 비서 김씨와 공씨, 강씨 사이에 1억원의 금전거래가 있었다고 전한 뒤, 김씨의 진술과 경찰의 ‘해명’을 덧붙였다.
은폐 의혹이 제기되는 경찰 수사에 대해서는 “경찰이 너무 쉽게 결론을 내린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는 말이 전부였다.
그나마 중앙일보는 사설을 통해 “검찰이 철저하고도 공정한 수사로 의혹을 말끔히 털어내고 진실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면서 “검찰이 사건을 말끔히 규명하지 못하면 국정조사나 특검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정도의 지적은 내놨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여당 후보의 당선을 기원하고 당의 앞날을 걱정하는 ‘우당충정(憂黨衷情)’이 아무리 깊다고 하더라도 월급 수백만원의 30대 국회의장 비서관이 1억원이라는 거액의 ‘거사자금’을 자신의 개인 돈으로 충당했을 리는 만무하다”면서 “당연히 돈을 제공한 제3자가 있다고 보는 것이 상식적이고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선관위 사이버 테러를 기획 지시하나 ‘몸통’과 뒷돈을 댄 자금원 뿐 아니라 경찰에 압력을 행사한 배후가 누구인지까지 밝혀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박희태 국회의장을 향해 “적어도 지금 시점에서 도의적인 책임만큼은 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겨레신문은 “돈거래 사실이 나온 이상 원점에서 다시 수사해야 할 상황”이라면서 “경찰이 왜 청와대 행정관의 존재를 감췄는지, 선관위와 국정원은 왜 미적거렸는지도 밝혀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단독범행’을 저질렀다는 공씨가 고향친구들에게 “내가 한 일이 아닌데 뒤집어쓰게 됐다”고 말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철저히 파헤쳐 배후를 찾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
 
 
2011년 12월 15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