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모니터_
11월 28일자 주요 일간지 일일 모니터 브리핑(2011.11.28)
등록 2013.09.25 10:39
조회 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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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브리핑
 - 조중동, “시위대 폭력 부각해 촛불 꺼보자”…나라 무너질 듯 호들갑
 
 

조중동, “박 서장 사건으로 촛불 꺼보자”
… 나라 무너질 듯 호들갑, 야당 인사 폭행 때와 너무 달라 
 
 

■ 조중동, “시위대 폭력 부각해 촛불 꺼보자” … 나라 무너질 듯 호들갑
<중앙> “노태우 때 정원식 사건을 보라” 강경대응 종용
<조선> “야당 집권한들 나라 이끌 수 있겠나” 야당 회유
<동아> “민주주의 불가능” 손학규‧정동영‧이정희 맹비난
 
 
16일(현지시간) 오후 수도 마닐라에서 40∼50명 정도 되는 시위대가 클린턴 장관 일행이 탄 차량 행렬에 계란과 페인트볼을 던졌다고 미국 워싱턴 포스트(WP) 등이 이날 보도했다. 당시 클린턴 장관은 베니그노 아키노 필리핀 대통령을 만난 뒤 이동 중이었다. 풍선 안에 페인트를 넣어 만든 페인트볼 가운데 하나는 선두 차량에 명중했고, 보닛과 앞 유리에 빨간 얼룩이 퍼졌다. … 하지만 클린턴 장관은 불쾌한 기색을 내비치지 않았다. 사회자가 기습시위에 대한 의견을 묻자 “이런 일에는 익숙하다”며 “모든 사람은 다른 이들과 다른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권리가 있고, 이것이 바로 민주주의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또 “필리핀은 매우 생기 넘치는 민주주의 국가”라며 “필리핀 국민들은 거리낌 없이 자신의 뜻을 표현하곤 한다”고 덧붙였다. / 중앙일보 <계란 세례 받은 클린턴 “이게 바로 민주주의”> 2011. 11. 18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11월 16일 필리핀에서 당한 일이다. 당시 중앙일보는 계란 세례를 받고도 “이게 민주주의”라고 받아준 클린턴의 ‘대인배적 풍모’를 위와 같이 보도했다. 그러나 이런 기사는 ‘남의 나라’ 일에서만 볼 수 있는 모양이다.
 
28일 조중동 지면에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26일 ‘한미FTA 비준 무효’를 촉구하는 광화문 촛불집회에서 박건찬 종로경찰서장이 일부 집회 참가자들에게 얼굴과 어깨를 폭행당하는 불상사가 벌어지자, 이 사건을 대서특필하면서 ‘나라가 무너질 듯’ 통탄하고 나선 것이다. 
당시 박 서장은 경찰 정복을 입고 사복경찰 5∼6명과 함께 집회 참가자 속으로 들어갔는데, 그를 발견한 일부 시민들이 야유를 퍼붓고 흥분한 일부가 그의 모자를 벗기고 얼굴과 어깨를 때렸다고 한다. 또 다른 집회 참가 시민들이 폭행을 말렸으나 박 서장의 계급장이 뜯겨져 나가고 안경이 부서졌다.
현장을 빠져나온 박 서장은 세종로 파출소 교통정보센터로 이동해 기자들에게 ‘집회 군중 사이로 들어간 것은 야당 대표에게 집회 해산을 요구하기 위해서’였으며 ‘이런 폭력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27일 이강덕 서울지방경찰청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폭행당사자와 불법행위 가담자는 물론 주최 측에도 엄중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현장 동영상을 바탕으로 김 아무개 씨를 긴급체포했다. 경찰은 앞서 26일 집회 현장에서도 19명을 연행했다.
 
비록 흥분한 상태였다고는 하지만 일부 집회 참가자들이 박 서장을 폭행한 사실 자체를 두둔하는 사람은 없다. 폭력 자체도 문제일 뿐 아니라 이런 사건이 집회의 정당성을 흠집 내려는 사람들에게 ‘호재’가 되는 역작용만 일으키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찰 간부의 옷차림으로 집회 참석자 사이를 비집고 들어간 박 서장의 행동에 대해서도 비판이 일고 있다. 그동안 집회 과정에서 경찰은 영하의 날씨에 물대포를 쏘는 등 과잉진압으로 시민들을 분노케 했다. 특히 수만 명이 운집한 집회에는 주최 측도 일일이 통제하지 못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고, 이 가운데는 분노를 절제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시위 진압의 오랜 경력자라는 박 서장은 굳이 집회 군중을 통과해 야당 대표에게 가는 방식을 택했다. 이 때문에 박 서장이 의도적으로 집회 참석자들을 자극하려 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28일 조중동은 일제히 1면에 박 서장 폭행사건을 실었다. 제목에서도 드러나듯, 세 신문은 ‘대한민국이 위협받고 있다’는 식으로 사태를 확장했다. 경찰의 과잉진압에 대해 단 한 번도 비판하지 않았던 조중동은 집회참석자들의 우발적인 폭행 사건이 벌어지자 이처럼 대한민국이 무너지기라도 하는 듯 부풀리고 나선 것이다. 
이어 조중동은 관련 기사와 사설, 칼럼 등을 동원해 시위대에 대한 경찰의 단호하지 못한 대응이 이런 사태를 불러온 것으로 몰면서 정부와 공권력의 강경대응을 부추겼다.
경찰서장 폭행은 당연히 비판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빌미로 나라가 흔들리는 듯 몰면서 공권력의 강경진압을 주문하는 것은 부당하다. 뿐만 아니라 야당 인사들에 대한 극우단체들의 폭행 사건이 벌어질 때 조중동은 사건 자체를 외면하거나 마지못해 보도하곤 했다. 그랬던 신문들이 논란의 소지가 있는 박 서장 폭행 사건에만 이토록 흥분하며 강경대응을 부추기는 것은 이중잣대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불법이 합법을 집단폭행>(조선, 1면)
<대한민국 한복판, 집단폭행 당하는 경찰서장>(조선, 1면, 사진기사)
 
<경찰서장이 불법시위대에 맞는 나라>(동아, 1면톱)
<모자‧안경까지 벗겨진 채>(동아, 1면, 사진기사)
 
<경찰서장이 얻어맞는 나라>(중앙, 1면톱)
<26일 박건찬 종로경찰서장 피습사건 재구성>(중앙, 1면톱, 동영상캡쳐와 그림)
 
조선일보는 3면 전체를 털어 관련 기사를 실었는데, 시위대의 폭력성과 경찰의 무기력을 집중 부각했다. 특히 <물대포 안쏘고 해산 요청했더니…경찰에 주먹 날린 시위대>는 제목부터 물대포를 쏘지 않아서 이런 사태가 벌어진 양 다루고 있다. 
 
 
<경찰서장이 매 맞는 나라, 누가 집권한들 이끌 수 있겠나>(조선, 사설)
<반대 의견엔 무조건 폭력…집회장의 오싹한 해프닝>(조선, 3면)
<물대포 안쏘고 해산 요청했더니…경찰에 주먹날린 시위대>(조선, 3면)
<모자‧안경 벗겨지고…계급장도 뜯긴 종로경찰서장>(조선, 3면)
<“야당대표 만나러 왔다고 여러번 외쳤는데 정당한 공무집행 과정서 폭행당해 참담”>(조선, 3면)
 
뿐만 아니라 사설에서는 공권력은 물론 여야가 모두 ‘선동’에 휘둘리고 있다면서, “정치권의 권위가 땅바닥에 뒹굴고 법질서가 짓밟혀 버리고 나면 내년 대선에서 어느 쪽 정당이 집권한다 한들 무슨 힘으로 나라를 이끌고 갈 수 있을 것이냐”고 개탄했다.
이 과정에서 야당을 향한 메시지도 던졌다. 조선일보는 “거리의 세력, 트위터 세력은 야당을 대리인으로 내세워 정치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에 만족하지 못하고 야당을 밀쳐내고 직접 자신들이 정치를 하겠다고 나서고 있다”고 주장했다. 촛불집회에 참여하고 SNS로 사회적 발언을 하고 있는 시민들을 제압하지 못하면 야당도 설 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으름장이다. 
단지 폭력을 휘두른 사람들에 대한 비판을 넘어서 한미FTA 비준을 반대하고 비판하는 시민들로부터 야당을 갈라내고, SNS로 연대하는 비판적 시민들의 영향력을 떨어뜨려야 한다는 조선일보의 절박함이 읽힌다.
 
 
<나라의 도(道)가 무너지고 있다>(중앙, 칼럼 ‘김진의 시시각각’)
<이강덕 “물대포 자제하니 직접 충돌…이런 일 생겨”>(중앙, 3면)
<“같은 상황 벌어지면 또 갈 것”>(중앙, 3면)

 
중앙일보는 한층 더 비장한 칼럼을 실었다. 제목부터 ‘나라의 도가 무너지고 있다’. 칼럼은 “제복은 국가의 피부”, “경찰의 맨살을 패는 것은 국가에 대한 패륜행위” 등등의 표현을 써가며 시위대에 강경 대응하지 못하는 이명박 정권과 여당을 질타했다.
칼럼은 “(대통령이) 광우병 촛불 때는 청와대 뒷산으로 쫓겨 올라가 ‘아침이슬’이나 부르고 있었다”, “대통령이 허약하니 야당도 아닌 여당이 공권력에 시비를 거는 기이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집권당 대표라는 이가 크레인 장기 불법 점거자에 대한 공권력 집행을 반대하고 나섰다”, “소장파라는 이들은 경찰의 정당한 ‘물대포 공권력’에 딴지를 건다”고 맹비난했다. 나아가 “이 정권은 국민이 안겨준 소중한 권력을 유지할 자격이 없다”고 개탄했다.
그런데, 이 칼럼은 앞으로 정부 여당이 반대 세력들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힌트’를 던져 주기도 했다. ‘물태우’로 불린 노태우 정부도 “마지노선은 지켜냈다”면서 1991년 정원식 총리 사건을 예로 들었다. 당시는 공권력의 쇠파이프에 맞아 명지대 1학년 강경대 씨가 숨지는 사건을 계기로 이른바 ‘91년 5월 투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한국외대를 찾은 국무총리 정원식 씨는 학생들로부터 계란과 밀가루 세례를 받았고, 노태우 정권은 이를 ‘패륜 사건’으로 적극 부각하고 초강경 대응에 나섰다.
중앙일보는 “노태우도 당신들보다는 잘했다”면서 이명박 정부를 향해 박 서장 사건을 ‘제2의 정원식 사건’으로 활용하라는 메시지를 주는 것으로 읽힌다.
 
 
<‘경찰서장 폭행 시위대’ 앞줄의 손학규·정동영·이정희>(동아, 사설)
<폭행당한 서장 피신하자 파출소까지 쫓아가 “매국노” 욕설>(동아, 3면)
<박건찬 종로서장 “시위대 일부러 자극했다니 터무니없다”>(동아, 3면)
<황당한 민노 “집회장 뛰어든 서장 잘못”>(동아, 3면)
<집회참석한 야당의원들>(동아, 3면, 사진기사)
 
동아일보는 조선‧중앙일보에 비해 ‘한 수’ 아래였다.
이날 사설에서 동아일보는 집회에 앞장서고 있는 야당 의원들을 비난하고, 시위대로 인한 극심한 교통 혼잡, 무질서 등을 부각한 뒤 “한미FTA를 빌미로 광우병 촛불시위의 재판을 연출하려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3면에서는 정동영 의원과 민주노동당이 박 서장의 처신을 비판한 것을 비난하는 한편, 박 서장의 반박을 전하며 “같은 상황이 와도 또 들어갈 것”이라는 그의 발언을 강조했다.   
같은 면에서 동아일보는 박 서장이 어디서 어떻게 맞고, 어떤 경로를 통해 피신했는지 등을 그림으로 그려 시간대별 상황을 자세하게 묘사하기도 했다.
 
 
<집회 현장서 종로경찰서장 폭행 50대 체포>(경향, 3면)
<[기자메모]어떤 명분으로도 ‘폭력은 안됩니다’>(경향, 3면)
(한겨레, 12면)
 
경향신문한겨레신문은 각각 3면과 12면에서 박 서장 폭행 사건을 전했다. 경향신문은 기자수첩에서 ‘평화적인 집회를 실현해낼 때 집회에서 나온 주장이 힘을 얻을 수 있다’는 주문과 함께 박 서장의 부적절한 처신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끝>
 
 
2011년 11월 28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