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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브리핑
- 조선일보 또 판사 겁박…페이스북 글 문제 삼아 맹공
조선일보, 판사는 페이스북도 안돼?
- ‘날치기 비판’ 페이스북 글에 맹비난
■ 조선일보 또 판사 겁박 … 페이스북 글 문제 삼아 맹공
“공정성 의심받지 않게 행동하기 싫으면 법복 벗어야”
SNS 부정적 측면 부각하는 기사도 연일 게재
25일 조선일보가 현직 판사의 페이스북 글을 문제 삼고 나섰다.
이날 조선일보는 1면에서 ‘현직 부장판사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미FTA를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고 보도하는 한편, 사설을 통해 “공정성을 의심받는 행동”이라고 거세게 비난했다. 그러면서 법관의 SNS 사용을 부정적으로 다뤘다.
<“FTA추진 대통령, 뼛속까지 친미” 현직 부장판사 페이스북 글 논란>(조선, 1면)
<美선 대법원장이 서기에게도 “트위터 사용말라”>(조선, 14면)
(조선, 사설)
1면 기사의 제목은 ‘현직 부장판사 페이스북 글 논란’이라고 되어 있는데, 기사를 읽어보면 조선일보가 논란을 만들어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기사는 이 판사가 22일 한나라당이 한미FTA 비준동의안을 날치기 처리한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뼛속까지 친미인 대통령과 통상관료들이 서민과 나라 살림을 팔아먹은 2011년 11월 22일, 난 이날을 잊지 않겠다”는 글을 올렸고, 앞서 13일에는 “한미FTA에 있는 ISD(투자자국가소송제)가 한국의 사법주권을 침해하는 내용이라는 말이 있다면 판사들도 이에 대한 생각을 내놓아야 하지 않을까”라는 글도 올렸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그가 “법원 내 이른바 ‘진보성향’ 법관들의 모임인 ‘우리법연구회’의 간부”라면서, 그의 22일 글에 13명이 ‘좋아요’라는 공감을 나타냈는데 그 가운데 또 다른 우리법연구회 회원인 판사와 검사 출신 변호사 등이 포함됐다는 ‘상세한’ 설명을 덧붙였다.
그러면서 조선일보가 이 판사를 취재한 이후 그가 관련 글을 페이스북에서 삭제했다고 전했다. ‘논란’을 만들어낸 것이 조선일보였음을 스스로 드러낸 셈이다.
이 기사에 따르면 이 판사는 조선일보의 취재에 대해 “페이스북이라는 사적 공간에서 사랑방에서 얘기하듯 개인적 소회를 털어놓은 것이 널리 전파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만약 (법관의) 직무를 하면서 정치적 편향성이 드러나 직무를 잘못했다면 책임을 지겠지만 조그만 인터넷 공간에서 도란도란 한 말은 문제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조선일보는 이어진 14면 관련기사에서 이 판사의 언행을 ‘공무원의 중립 의무 위반’으로 몰았다. 기사는 ‘법원장 출신의 한 변호사’를 인용해 “친구가 300명이 넘는 인터넷 공간에서 정치적 성향이 강한 글을 계속 올리는 것은 법관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고 전했다.
또 미국에서도 SNS에서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의 한계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존 로버츠 미 연방대법원장은 지난 6월 “9명의 대법관 가운데 누구도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이용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법원 서기들에게도 트위터를 사용하지 말라고 지시했다”며 법원 직원들의 SNS 사용에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고 덧붙였다.
사설에서는 “판사도 사적 모임에서 FTA통과를 ‘나라 팔아먹은 일’에 비유하며 정치적 현안들에 대해 개인적인 의견과 감정을 드러낼 수는 있다. 그러나 제대로 된 판사라면 그런 경솔한 행동은 하지 않는다”며 “재판에서 공정성을 의심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부장판사가 앞으로 FTA 반대 불법시위를 하다가 기소된 시위대나 FTA와 관련한 행정소송에 휘말린 정부 관계자들을 소송 당사자나 증인으로 불러 재판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럴 경우 이 판사가 아무리 공정하게 재판한다고 해도 국민들이 공정한 재판이라고 믿어주겠느냐”고 질타했다.
나아가 “법관은 실제로 공정하게 재판해야 한지만 공정성을 의심받지 않도록 행동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그게 싫다면 법복을 벗는 게 정상”이라고 압박했다.
그동안 조선일보는 전향적인 판결을 내리는 판사들을 향해 ‘좌편향’이라고 공격하면서 얼굴을 공개하는 등 사법부에 대한 사실상의 겁박 행위를 일삼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까지 문제 삼아 판사들에게 ‘의심받지 않게 행동하기 싫으면 법복을 벗어라’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조선일보의 이같은 보도는 ‘사법부 흔들기’의 효과를 노리는 동시에 SNS의 부정적 측면을 부각하는 효과도 노린 것으로 읽힌다. 최근 각종 선거 결과와 한미FTA 비판 여론 등에서 확인되었듯 SNS는 조중동의 영향력을 위협하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조선일보는 연일 SNS의 위험성이나 부정적 측면을 강조하는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 25일자 조선일보, 27면
25일에도 조선일보는 문화면에 <진정성 결여된 SNS식 대화는 소통 아닌 오락일 뿐…소통의 참 의미 일깨우는 게 지금 인문학의 책임>이라는 기사를 실었다. 대표적인 보수인사로 꼽히는 김우창 이화여대 석좌교수와 프레드 달마이어 노트르담대 명예교수의 대담을 내용을 담은 것인데, SNS에 대한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포함됐다. 조선일보는 이를 제목으로까지 강조해 부각했다. <끝>
2011년 11월 25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