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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1일자 주요 일간지 일일 모니터 브리핑(2011.9.21)
등록 2013.09.25 01:31
조회 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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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브리핑
   MB정부 집요한 ‘뉴라이트 교과서’ 만들기…<조선><동아> 찰떡공조
 
 
 
MB정부와 ‘친일신문’의 백년대계 흔들기
- MB정부 ‘뉴라이트 교과서’ 만들기에 <조선><동아> 찰떡공조
 
 
 

■ MB정부 집요한 ‘뉴라이트 교과서’ 만들기…<조선><동아> 찰떡공조
<경향> “민주적 논의과정 무시, 역사왜곡 우려”
<한겨레> “편향된 이념 따라 학자는 떠나고 정치꾼들만 남아”
<조선>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부터 교과서 좌편향”
<동아> ‘친일파 김성수’를 민족영웅으로 둔갑
 
정부가 역사교과서 기준을 제시하는 집필준칙(각론)을 절차도 무시한 채 멋대로 바꿔 물의를 빚고 있다. 집필준칙은 국사편찬위원회 산하 ‘역사 교육과정 개발정책연구위원회(연구위)’에서 안을 내고, 교과부 자문기관인 ‘역사 교육과정 개발 추진위원회(추진위)’의 승인을 거쳐 마련된다. 그러나 지난 달 교과부가 고시한 2009 개정 교육과정 집필준칙은 추진위가 승인한 내용과 달랐다. 뉴라이트 계열인 ‘한국현대사학회’가 요구했다는 이유로 교과부가 ‘민주주의’를 ‘자유민주주의’로 바꿔버린 것이다.
정부가 정권의 코드와 맞는 특정 단체의 요구를 핑계 삼아 민주적 절차를 무시하고 추진위와 연구위를 들러리로 전락시키자 연구위와 추진위에 참여하고 있는 전문가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8월 16일 연구위원 24명 중 21명이 교과부를 비판하는 성명을 내고 ‘민주주의’라는 용어를 원상복귀 시킬 것을 요구한 데 이어 9월 19일에는 추진위원 20명 중 9명이 “교육 현장에 심대한 변화를 불러올 교육과정안 변경 고시를 추진위가 회의한번 없이 그대로 수용한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사퇴했다. 이들은 추진위가 이 문제를 재논의 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사퇴로 항의의 뜻을 밝힌 것이다. 한편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교과부는 ‘문제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교과부의 이 같은 태도는 이명박 정부와 수구보수세력들이 역사교과서를 자신들의 입맛대로 바꾸기 위해 또 다시 무리수를 쓰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수구보수 진영은 일부 역사교과서가 ‘좌편향’이라는 억지를 부리면서 객관적인 역사 서술을 트집 잡았고, 결국 그 가운데 일부를 기어이 바꾸고 말았다. 그런데 이제 역사 서술을 뜯어고치는 데에서 나아가 ‘민주주의’라는 개념까지 왜곡하고 흔들려 한다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그 자체로 자유, 평등, 인권 등 민주사회가 추구하는 보편적 가치들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수구보수세력들이 상식을 뒤집고 ‘민주주의’를 굳이 ‘자유민주주의’로 바꾸려는 것은 편협한 이념에 사로잡힌 나머지 보편적인 민주주의 개념을 부정하는 일이다.
‘자유민주주의’라는 용어가 교과서에 실리기 시작한 것은 1973년, 유신헌법이 등장한 직후의 일이다. 이때부터 종종 ‘자유민주주의’는 독재정권이 냉전의 논리를 뒷받침하고 민주주의 탄압을 정당화하는 데 오용되었다. 민주화가 진행되고 냉전이 완화된 이후에도 수구보수세력들은 ‘자유민주주의’를 시장만능, 이윤추구의 자유를 의미하는 양 쓰거나 남북 간의 대결구도를 부추길 때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왔다.
이렇게 ‘자유민주주의’라는 말이 쓰인 맥락을 살펴볼 때 이명박 정부와 수구보수세력들이 ‘민주주의’라는 말을 ‘자유민주주의’로 바꿔 노리는 바가 무엇인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뿐만 아니라 교과서 문제마저 제멋대로 밀어붙이는 교과부의 졸속 행태는 이념에 사로잡힌 정권이 백년지대계를 망칠 수 있다는 위기감마저 들게 한다. 
 
21일 교과부의 행태를 다룬 신문들의 시각은 극과 극이었다.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은 한국현대사학회에 휘둘린 교과부를 비판하면서 ‘당장 원상복구’하라고 주장했다. 또 학문적 영역을 정치꾼들이 ‘이념의 굿판’으로 만든다며 비판했다.
반면 조선일보는 원래 ‘자유민주주의’가 올바른 개념이었는데 김대중․노무현 정권이 이를 바꾼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한국현대사학회 고문을 맡고 있는 이인호 교수 인터뷰를 5단기사로 실어 ‘자유민주주의’로 수정하는 것에 힘을 보탰다.
동아일보는 사퇴의사를 밝힌 위원들이 잘못한 것인 양 몰았다. 한편 이날 동아일보는 자사 사주였던 김성수를 ‘민족 영웅’으로 둔갑시켜 찬양하는 낯 뜨거운 기사와 사설을 내놨는데, 대부분 근거가 한국현대사학회 관계자들을 통해 제공된 것이었다.
 
 
<‘역사 교육과정 수정’ 반발 확산>(경향, 14면)
<‘민주주의’ 없는 역사교과서 밀어붙이겠다는 것인가>(경향, 사설)
<학자는 떠나고 정치꾼만 설치는 교과서 개편>(한겨레, 사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중등 역사교과서를 이념으로 덧칠하려는 정부의 교육과정 개정이 집단반발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면서 “밀실에서 이뤄진 용어의 변경이 민주적 논의과정을 무시했을 뿐 아니라 역사 왜곡의 우려마저 낳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사설은 “자유민주주의로 바꾸려는 속셈은 일제하 독립운동을 평가 절하해 이승만을 ‘건국’의 국부로 만들고 박정희의 독재도 미화하려는 것”이라며 “이는 험난하고 다채로운 한국 민주주의의 여정을 ‘반공’이란 좁은 이념의 잣대로 재단하고, 왜곡된 현대사를 아이들에게 주입해보겠다는 위험천만한 시대착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번 역사 교육과정 개정 고시안은 철회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겨레신문도 사설에서 “학문적으로 정립되지 않은 개념을, 이념적 이유에서, 일부 친정부 단체의 요구에 따라, 정해진 절차를 무시한 채, 교과서에 싣도록 했다”면서 “학자는 떠나가고 정치꾼들만 남아 교과서를 집필하면 어떻게 국격을 말할 수 있겠나”라며 당장 학계의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역사교과서 ‘자유민주주의’ 표기 DJ․盧정부때부터 사라지기 시작>(조선, 1면)
<“60여년 추구해온 자유민주주의 왜 부정하나”>(조선, 8면)
 
조선일보는 1면 <역사교과서 ‘자유민주주의’ 표기 DJ․盧정부때부터 사라지기 시작>에서 1973년 이후 쓰인 교과서에서 줄곧 사용되던 ‘자유민주주의’라는 용어가 “김대중 정부에서 검정을 통과해 노무현 정부 첫해에 배포한 고교 ‘한국 근․현대사’ 검정교과서부터 사라지기 시작했다”면서 “이 교과서중 상당수가 ‘좌편향’ 됐다는 논란을 일으켰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자유민주주의’는 지난 수십년 동안 교과서에서 써 왔던 용어인데 이제 와서 검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며 반대하는 것은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교과부 관계자의 인터뷰를 실었다.
8면에서는 ‘한국현대사학회’의 고문을 맡고 있는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의 인터뷰를 실어 ‘자유민주주의’ 개념이 학문적으로 정립된 것인 양 힘을 실었다.
 
 
<‘자유민주주의’는 안된다?>(동아, 10면)
<“인촌의 공선사후-타협적 통합주의는 현재진행형 교훈”>(동아, 8면)
<인촌은 민족을 일으켜 세우고자 했다>(동아, 사설)
 
동아일보는 10면에서 “일부 위원이 갑자기 사퇴해 교과서 개발일정에 차질이 예상된다”면서 “다른 위원들은 일방적인 사퇴통보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또 사퇴한 추진위원들을 향해 “사전 예고도 없이 사표를 제출하는 무책임한 모습을 보였다”고 비판한 이배용 추진위원장의 말을 실으며 ‘일부 의원들의 무책임한 행동’인 양 몰고 갔다.
 
한편 이날 동아일보는 8면에 “인촌 김성수 선생 탄생 120주년을 맞아” 학술대회가 열렸다면서 “(김성수는) 일제강점기의 교육자이자 기업가, 언론인으로서 민족의 실력을 키우고 민족혼을 일깨웠으며, 광복 후에는 대한민국 건국의 초석을 닦는 데 헌신”한 사람이라는 낯 뜨거운 찬양을 쏟아냈다.
사설에서도 “일제 식민치하의 엄혹한 현실에서 민족을 일으켜 세우고자 했다”, “광복 후 대한민국의 기반을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한 경성방직, 중앙학교와 보성전문학교, 동아일보를 통해 국부의 초석을 다지고, 인재를 양성했으며, 정부를 대신해 민중의 눈과 귀 역할을 했다”고 극찬했다. 이런 찬양을 뒷받침 하는 근거로는 학술대회에 참가한 교수들의 발제나 발언이 주를 이뤘는데, 이들 대부분은 뉴라이트 역사관을 관철하고자 하는 ‘한국현대사학회’의 고문이나 회원들이고 나머지는 고려대학과 관련된 인물들이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과 달리 김성수는 대표적인 친일 인사다. 김성수는 사이토 총독을 수차례 만나고 총독부에 돈을 빌리는 등 긴밀한 관계를 맺었으며, 또 징병을 선전·선동하고 전쟁협력단체인 조선임전보국단·국민정신총동원조선연맹에 발기인으로 참여하는 일제에 적극적으로 부역했다. 이런 친일 행각 때문에 김구 선생이 작성한 ‘친일파 살생부 명단’에도 김성수의 이름이 올라 있고, 2009년 11월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발표한 친일반민족행위자 명단에도 포함됐다.
 

2011년 9월 21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