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모니터_
8월 31일-9월 2일자 주요일간지 모니터 브리핑(2011.9.2)
등록 2013.09.25 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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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브리핑
   해군기지 갈등…조중동은 ‘파국’을 원하나
 

해군기지 갈등…조중동은 ‘파국’을 원하나
- 강경대응 부추기고 ‘색깔론’, ‘외부세력론’ 공격
 
 
 

■ 해군기지 갈등…조중동은 ‘파국’을 원하나
<조선> “반미시위꾼들, 나라 어디에 갖다 바치나” 색깔공세
<중앙> “외부세력이 주민 선동” 호도
<동아> “종북세력 민주노동당, 해군기지 방해”
<한겨레><경향> “강경대응 안돼”
 
2일 새벽 제주 강정마을에 경찰이 전격 투입돼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강정마을 주민들과 활동가들을 무더기 연행했다. 경찰병력 600여명은 강정마을 근처의 모든 길을 차단해 고립시킨 상태에서 토끼몰이식 검거작전을 폈으며, 그러는 동안 한쪽에서는 경찰의 보호 속에 해군기지 펜스 공사가 진행됐다. 경찰은 전날에도 해군기지 반대운동을 벌인 시민활동가 3명을 긴급 체포했다. 이에 제주도의회 의장과 의원들은 즉각 성명서를 발표해 공권력 투입은 갈등 해결 방법이 아니라며 경찰이 지방의회의 의결을 무시하고 대규모 경찰병력을 투입한 것을 강력 규탄했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 문제는 선정 과정부터 논란이 됐다. 2002년 정부는 제주 화순항에 해군기지 건설을 추진했지만 지역의 반대 여론에 부딪혀 무산됐다. 강정은 2007년 기지건설 지역으로 선정됐는데, 정부는 선정 과정에서 주민들의 동의를 얻었다고 주장하지만 주민들의 입장은 다르다. 당시 1900여명의 강정마을 주민들 중 단 87명만이 해군기지 건설에 동의했다는 것이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주민들은 마을총회를 열었는데, 725명 중 680명이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의사를 나타냈다고 한다. 그러나 정부는 이 같은 주민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공사를 강행했고, 주민들은 ‘반대운동’에 나서게 됐다.
절차상의 하자 외에 환경 파괴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정은 천연기념물인 연산호 군락이 있는 문화재 보호구역일 뿐만 아니라, 멸종위기종인 ‘붉은발 말똥게’의 대규모 서식지이다. 또 자연보전을 위해 지정된 ‘절대보전지역’이었다. 그러나 정부의 환경영향평가는 구색맞추기식으로 끝났고, 2009년 당시 김태환 제주도지사는 ‘절대보전구역’ 지정을 해제했다고 한다.
한편, 제주도에 해군기지를 건설하는 것이 외교․군사적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제주도는 한․중․일 사이에 위치하고 있어 지정학적으로 민감한 곳이다. 이곳에 해군기지가 들어서면 한미군사협정에 따라 미군 함정이 정박하게 되는데, 이럴 경우 중국이 예민하게 반응해 군사적 긴장이 높아질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평화운동단체 등 시민사회에서는 해군기지가 제주도를 ‘동북아 긴장의 섬’으로 만들 것이라며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결국 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싼 강정마을의 갈등은 절차적 하자를 바로잡는 과정과 함께 환경에 미치는 영향, 군사․외교적 파장 등을 신중하게 따져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정부는 공권력 투입을 통한 강제 진압에만 열을 올려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언론들 역시 강정마을에서 벌어지고 있는 갈등의 원인과 바람직한 해법에 대해 제대로 보도하지 않고 있다. 특히 조중동은 기지 선정 과정의 문제점이나 환경단체, 평화운동단체 등이 기지건설에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외면하면서, 반대운동에 나선 사람들의 “폭력성”을 부각하거나 “색깔 공세”를 폈다. 또 경찰이 반대세력 진압과 처벌에 미온적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등 정부에 강경 일변도 대응을 주문해 왔다. 이같은 보도 태도는 사태의 합리적인 해결은커녕 갈등을 키우고 정부의 강경대응 과정에서 자칫 ‘제2의 용산참사’와 같은 불상사가 벌어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게 만든다.
 
 
<반대세력, 낯선 사람 보자 “첩자 색출 중” 다그쳐>(조선, 6면/8.31)
<해군 수차례 요청에도…서귀포시, 불법시설물 철거 계속 묵살>(조선, 6면/8.31)
<중국 무서워 해군기지 반대한다는 사대적 발상의 한심함>(조선, 사설/8.31)
<해군기지 터 불법 시설물, 방관한 건 아니다>(조선, 6면/9.1)
<시위 전세기 대비 경찰 449명 추가 파견>(조선, 6면/9.1)
<반대파 50여명, 동영상 촬영 경찰관과 격렬한 몸싸움>(조선, 6면/9.1)
<“외부세력, 반대 활동 중지하라”>(조선, 6면/9.1)
<강정마을 불법시위 3인 체포>(조선, 1면/9.2)
<서귀포시 “기지 반대 현수막 8일까지 철거하라”>(조선, 12면/9.2)
 
조선일보는 지난달 31일부터 2일까지 3일 동안 9건의 기사를 실었는데, 그 동안의 보도 태도와 달라진 것이 없었다.
1일 6면 기사의 제목은 <반대파 50여명, 동영상 촬영 경찰관과 격렬한 몸싸움>이다. 그러나 기사 내용을 살펴보면 제목을 뒷받침하는 부분은 “한 때 서귀포 경찰서 소속 사복경찰관 3명이 집행과정에서 촬영하다가 마을주민들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는 것 밖에 없다. 기지건설에 반대하는 주민들과 시민단체 활동가들의 ‘폭력성’을 부각한 제목달기다.

조선일보는 앞서 31일 6면 <반대세력, 낯선 사람 보자 “첩자 색출 중” 다그쳐>에서도 “기자가 접근하자 길 한복판에 쳐놓은 천막 안에 있던 한 여성이 뛰쳐나와 ‘뭐 하러 왔느냐’고 거칠게 물은 뒤, ‘경찰력 투입에 대비해 첩자를 색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감시조도 기자를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쳐다봤다”며 주민들이 언론사 취재 등에 대해서까지 과잉 대응하는 것으로 다뤘다.
또 “반대세력들은 중덕 삼거리에 불법 시설물을 설치하고 35일째 밤샘 농성을 벌이고 있다”면서 “농성자들이 경찰 쪽으로 몰려와 각종 욕설로 모욕하면서 떠날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경찰 관계자의 말을 실었다. 그러나 이 기사에서 기지건설 반대 측의 입장은 단 한 줄도 없었다.
 
2일 1면 <강정마을 불법시위 3인 체포>에서는 경찰이 반대운동에 나선 단체 활동가 3명의 연행소식을 전했는데, 김종일 씨가 속한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평통사)’에 대해 “용산 미군기지 반환운동을 벌인 대표적인 반미단체로, 김씨는 강정마을에 거주하면서 주민들에게 이념교육을 실시하는 등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는 경찰의 입장을 덧붙였다.

앞서 31일 사설에서 조선일보는 “제주 해군기지 반대 깃발을 들고 외부에서 제주로 몰려가 선동하는 세력 가운데는 주한미군이 있는 곳마다 쫓아다니면서 시위하고, 한미군사훈련은 침략 전쟁연습이라고 주장하고, 한미동맹을 끝장내자고 떠드는 반미자주 전문 시위꾼들이 많다”면서 “이들이 나라를 무장해제시킨 뒤 어디다 갖다 바칠 속셈인지 확실히 꿰뚫어 봐야한다”고 주장했다.
 
 
<육지세력, 강정마을 집결…평택 막던 김종일 주도>(중앙, 10면/8.31)
<김관진, 강정마을 외부단체 ‘떠나라’>(중앙, 12면/9.1)
<강정마을 시위 주동자 셋 체포>(중앙, 18면/9.2)

중앙일보는 반대운동에 나선 시민단체 활동가들을 “외부세력”으로 몰면서 해군기지 건설에 개입할 ‘자격’이 없는 사람들인 양 호도했다. 이 과정에서 특정 단체를 겨냥해 색깔공세를 펴기도 했다.
31일 <육지세력, 강정마을 집결…평택 막던 김종일 주도>는 “찬성 측 주민들은 ‘외부세력이 들어와 선동하고 있다’며 외부단체를 비난하고 있다”면서, 강정마을 대책위 중 한 사람인 김종일 씨가 평택미군기지 이전 반대 투쟁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고 강조했다.
2일 <강정마을 시위 주동자 셋 체포>에서는 “외부세력은 주민들에게 ‘육지 경찰이 제주도를 점령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면서 거듭 ‘외부세력’이 주민들을 호도하고 사태를 악화시키는 것처럼 몰았다.
 
 
<공사 재개 앞둔 강정마을 또 충돌하나>(동아, 12면/8.31)
<2000명 집결 예고 vs 경찰 1100명 배치…폭풍전야 강정마을>(동아, 3면/9.1)
<안보 흔드는 간첩과 종북 세력, 이대로 둘 순 없다>(동아, 사설/9.1)
<해군기지 공사방해 3명 체포>(동아, 14면/9.2)
 
동아일보는 1일 사설에서 ‘왕재산’ 사건과 강정마을을 연결시켜 민주노동당에 색깔론을 폈다. 사설은 민주노동당이 ‘왕재산’ 사건 수사를 거부하는 데 대해 “종북세력의 숙주임을 인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극언을 퍼붓더니,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공사방해 세력에도 민노당 사람들이 끼어 있다”고 덧붙였다.
2일 <해군기지 공사방해 3명 체포>에서는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지역 주민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면서 시위대와 주민들을 분리했다. 또 마을 내부의 갈등도 커지고 있다면서 70대 주민이 해군기지사업단을 찾아와 “국책사업을 반대해서야 되겠냐, 왜 시위대를 그냥 두냐”고 항의했다고 전했다.
 
 
반면 경향신문과 한겨레신문은 강정마을 주민을 비롯한 기지건설 반대 측의 주장을 전하는 한편, 사태 해결을 위해 정부가 강경대응 방침을 접고 적극적인 조정에 나서 줄 것을 주문했다.
 
 
<해군기지 강행땐 충돌 가능성>(한겨레, 14면/8.31)
<강정마을 경찰 추가파견…주민들 “막다른 곳 몰지마라”>(한겨레, 2면/9.1)
<“대다수가 해군기지 반대…경찰렬 투입땐 주민과 함께하겠다”>(한겨레, 2면/9.2)
<“강정마을 지키자” 서울․제주서 ‘국민행동’ 시동>(한겨레, 2면/9.2)
<해군기지 갈등, 물리력 대신 대화 해법 모색해야>(한겨레, 사설/9.2)
 
한겨레신문은 2일 <“대다수가 해군기지 반대…경찰력 투입땐 주민과 함께하겠다”>는 해군기지 건설강행을 앞장서서 비판해온 강우일 주교의 인터뷰를 실었다. 그는 경찰력이 투입되는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면서 만약 경찰이 투입된다면 “강정주민들과 함께하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날 사설에서 한겨레신문은 군이 해군기지 반대 농성을 ‘외부세력’에 의한 것으로 몰아붙이고 있지만, “갈등이 악화되는 것은 일차적으로 군 당국의 그릇된 인식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제주도의회가 공사 중단을 요구한 사실을 언급하는 한편, 안보와 평화 문제가 걸린 해군기지 건설을 놓고 강정마을 주민이 아닌 사람들을 ‘외부세력’으로 규정하는 것은 “편협한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사설은 군 당국이 기지건설을 강제로 밀어붙일 경우 민군 화합이 무너지게 된다면서, 이렇게 되면 “설령 기지를 짓더라도 원활하게 운영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나아가 정부가 물리력이 아닌 대화로 푸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면서 “넒은 안목을 갖고 조정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앞서 31일에는 [논쟁]이라는 꼭지에서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의제로 설정해, 제주도의회의 입장과 반대 측 주민의 글을 나란히 개제하기도 했다.
 
 
<해군 “공사 재개”…강정마을 주민과 충돌 불가피>(경향, 14면/8.31)
<가처분 결정을 빌미로 제주기지 강행 마라>(경향, 사설/8.31)
<경찰 병력 강정마을에 추가 투입>(경향, 12면/9.1)
<“벌금만 수억, 강정마을 팔 수준…그래도 해군엔 못팔아”>(경향, 12면/9.1)
<해군기지 반대 시민활동가 3명 체포>(경향, 12면/9.2)
 
경향신문은 1일 12면 <“벌금만 수억, 강정마을 팔 수준…그래도 해군엔 못팔아”>에서 공사방해금지 고시판이 설치된 강정마을 주민들의 반응을 전했다. 기사는 “수많은 올레꾼과 평화를 지키려는 시민들이 이곳까지 찾아와 격려해주고 있다”, “3일 평화비행기와 평화버스를 타고 온 시민들과 어울려 문화제를 치르고 나면 온 국민이 강정마을의 평화사랑을 알게 될 것”이라는 인터뷰를 실으며 주민이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어 “공권력 투입을 절대 안되며 원점부터 다시 시작해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현애자 민주노동당 제주도당위원장의 주장을 전했다.
 
앞서 31일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군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법원의 결정은 사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 유감스러운 결정”이라면서 “이번 결정으로 잘못된 절차에 의해 시작된 공사를 바로잡고자 하는 주민들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위기”라고 지적했다. 또 경찰이 9월 15일까지 강정마을 일대의 옥외집회시위를 금지한다고 통고한 것도 납득할 수 없다면서 “국가 안보와 주민의 생업이 걸린 중대 사안에 대해 비폭력적인 의사 표현조차 할 수 없게 한 것은 표현의 자유 침해”라고 비판했다.<끝>
 

2011년 9월 2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