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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31일 곽노현 의혹을 다룬 주요 신문 보도 모니터 보고서 (2011.8.31)
등록 2013.09.25 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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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현 의혹 다루는 조중동, ‘노무현’으로 부족하다?
- 검찰 ‘흘리기’ 기대 의혹 기정사실화 / ‘공정택 의혹’은 제도 탓 하더니
 
 
검찰이 지난해 서울시교육감 선거 후보단일화 대가로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곽노현 교육감을 수사하고 있다. 28일 곽노현 교육감은 기자회견을 열어 올해 2월부터 박명기 교수에게 2억을 준 사실은 인정했지만 ‘대가성’은 완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박명기 교수와의 후보단일화는 민주진보진영의 중재와 박명기 교수의 결단에 의해 정해진 것”이라며 어떠한 위법과 반칙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2억 원 제공에 대해서는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박 교수를 외면할 수 없어서 “선의의 지원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은 ‘혐의 입증’을 자신하며 29일 곽 교육감의 친구 강 모 교수를 체포한 데 이어 31일에는 곽 교육감의 부인을 소환 조사했다. 조만간 곽 교육감도 소환 조사할 예정이다.
 
‘진보진영 단일후보’였던 곽 교육감이 박 교수에게 2억을 주어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야당과 시민사회단체들은 부적절한 처신이었다며 유감의 뜻을 나타냈다. 또한 곽 교육감이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국민들에게 소상히 밝히고 검찰 수사에도 떳떳하게 임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곽 교육감이 ‘후보단일화의 대가’로 박 교수에게 2억을 주었다는 검찰의 혐의에 대해서는 ‘공정한 수사와 재판을 통해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30일 40여개 시민사회단체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검찰의 “마구잡이식 의혹 부풀리기나 위법한 피의사실 공표를 중단하라”며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언론에 흘리는 식의 언론플레이는 이번 검찰 수사가 정치적 의도를 가진 표적수사라는 의혹만 더 키우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검찰 수사가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한나라당이 무상급식 주민투표에서 패배하고 난 직후 본격화되었다는 점, 검찰이 박명기 교수 측의 진술을 토대로 ‘혐의사실 흘리기’를 하고 있다는 점, 박 교수 측 변호인이 BBK 수사에서 이명박 대통령 측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바른’이라는 사실 등을 고려할 때 곽 교육감 수사가 공정하게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언론보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대부분 언론들이 곽 교육감의 혐의를 뒷받침하는 검찰의 ‘흘리기’를 그대로 부각하면서 확인되지 않은 의혹들을 쏟아내기 때문이다. 특히 조중동 수구보수신문들은 검찰의 일방적인 주장을 연일 대서특필하면서 의혹을 ‘기정사실’로 몰아가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설령 곽 교육감의 혐의가 사실로 밝혀진다 해도 수사 과정에서 언론들의 무분별한 ‘흘리기’ 보도나 단정적인 보도 태도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지난 2009년 검찰과 언론의 ‘피의사실 흘리기’와 ‘모욕주기식 수사’가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로 이어졌음에도 또 다시 검찰과 언론이 이런 행태를 반복하는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
 
 
조중동, ‘공정택 의혹’엔 침묵․제도 탓․‘사과’면 된다더니… 
 
 

[표1]은 27일부터 31일까지 4일 동안 주요 일간지 5개의 곽 교육감 의혹 관련 보도량과 주요 내용이다. 우리는 이 같은 보도량이 어느 정도인지 판단하기 위해 유사한 사례와 비교해보았다.

지난 2008년 10월,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이 선거경비 80%를 사설 학원 관계자에게 빌렸다는 사실이 선관위를 통해 밝혀졌고, 6일부터 언론들이 ‘대가성’ 여부를 둘러싼 의혹을 보도하기 시작했다. 당시 의혹이 제기된 뒤 첫 일주일 동안 신문들의 보도량은 [표2]와 같다.
곽 교육감 의혹에 대해서는 모든 신문들이 공 교육감에 비해 현격하게 많은 보도를 내보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조선일보는 공 교육감 관련 기사가 단 2건에 그치고 있다. 이 2건의 기사는 검찰이 수사에 들어간 9일 이후에야 나온 것이다. 당시 조선일보는 공 교육감에 대한 의혹이 제기된 지 3일이 지나도록 관련 기사를 일절 쓰지 않았다.
 

편집에 있어서도 차이는 두드러진다.
27일부터 모든 신문들의 1면에서 곽 교육감 관련 보도가 빠지지 않았다. 특히 조중동은 29일부터 연일 1면 톱과 특집 전면기사를 내보내면서 곽 교육감 사태를 집중 부각하고 있다.
반면 2008년 공 교육감 관련 보도는 8면-12면 사이에 배치했다. 곽 교육감 사태와 공 전 교육감 사태을 다루는 언론의 보도 행태가 단순 건수 이상의 차이를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조선일보는 2009년 공 전 교육감에 대한 1심 재판 결과 벌금 150만원이 확정됐을 때도 200자 내외의 단신으로 다룬 바 있다.)
 
주요 보도 내용에서는 더 큰 차이를 보인다.
곽 교육감에 대해서는 모든 신문이 사퇴를 요구했지만, 2008년 공 교육감에 대해서는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만이 사퇴를 요구했다. 당시 조선일보는 공 교육감에게 ‘사과와 해명’을 요구했고,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교육감 직선제’가 문제라며 화살을 제도의 문제로 돌렸다.
 
 
조중동 ‘의혹 부풀리기’ 보도, ‘노무현’으로 부족하다?
더 심각한 문제는 곽 교육감 의혹을 다루는 조중동의 보도 행태가 2009년 노무현 대통령 서거 직전의 검찰의 ‘모욕주기’ 수사, ‘흘리기’ 수사, ‘여론재판’ 등을 쫓아 받아쓰기 했던 행태와 흡사하다는 것이다. 조중동은 검찰이 박명기 교수와 그 측근들로부터 입수했다는 진술을 기정사실화 하면서 집중 부각하고 있다.
[표3]은 의혹을 기정사실화 하거나 검찰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의혹 제기 기사들의 예들을 정리한 것이다. 곽 교육감과 박 교수 사이의 구체적인 ‘거래 내용’, 곽 교육감이 2억을 제공하게 된 과정 등 향후 재판 과정에서 핵심적인 논란거리가 될 사안을 비롯해 ‘박 교수에게 넘어간 돈이 공금은 아니냐’거나, ‘곽 교육감을 지지한 시민사회단체로 돈이 흘러간 것 아니냐’는 흑색선전에 가까운 의혹까지 나온다. 그런데 그 대부분의 출처가 “검찰”, 익명의 “관계자”들이다.
 
 
 
 
단정적인 표현도 많았다. 예를 들어 동아일보는 30일 1면 톱기사로 <“곽노현, 나머지 5억 연말에 주기로 했다”>를 뽑았다. 기사는 “서울중앙지검 공안 1부는 곽 교육감이 박 교수에게 전달하기로 당초에 약속했던 7억 원 가운데 행방이 묘연한 5억 원 부분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곽 교육감이 나머지 5억원은 올해 말에 주기로 했다’는 관련자 진술과 물적 증거 잡았다”면서 “후보 사퇴 대가로 제공하기로 약속한 7억 원의 실체가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 셈”이라고 검찰에서 흘러나온 이야기를 단정적으로 보도했다. 또 검찰이 “지난해 선거 당시 선거비 보전 등 후보 단일화 합의 조건이 담긴 A4용지 5장 분량 문건 확보”했다고 덧붙였다.
 
중앙일보도 이날 <“당신 사퇴 안하면 진보진영서 매장” 곽노현 종용했다>(1면)라는 기사를 실었는데, 제목부터 곽 교육감이 박 교수를 겁박했음을 단정적으로 썼다. 기사 내용에서도 “검찰은 박 교수 자택에서 문제의 하면 후보 사퇴의 대가였고, 박 교수가 애초 7억원을 요구했다는 내용이 담긴 녹취록과 자료를 확보해 분석작업 중”이라며 돈 거래가 오간 ‘녹취록’의 존재를 단정적으로 보도했다.
그러나 같은 날 경향신문은 검찰이 확보했다는 A4 문건은 “박 교수가 독자적으로 작성한 문건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또 조선일보 30일 1면 톱기사의 제목은 <곽‧박측, 단일화 직전 사당동 비밀회동>이다. “비밀회동”이라는 표현 자체가 ‘돈거래 의혹’을 증폭시킨다. 조선일보는 이 “비밀회동”에서 두 후보 사이에 ‘7억 보상’ 등의 거래가 오갔다는 증언과 문건을 검찰이 확보했다고 전한 뒤, “그러나 곽 후보의 교육감 당선 이후에 곽 후보 측이 박 후보에게 돈을 전혀 전달하지 않자 박 후보 측이 항의를 했다”, “이 과정에서 박 후보 측은 곽 후보 측고 나눈 대화를 녹취했으며, 박 후보는 이런 내용이 포함된 단일화 과정을 A4용지 7장에 정리했다”고 단정적으로 보도했다. (이른바 ‘사당동 비밀회동’에 동석했다고 거론된 이해학 목사는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처음 박 교수 측이 7억을 제안했을 때 곽 교육감은 자리에 없었고, 이후 곽 교육감이 도착해 얘기를 전해 듣고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거부했다”고 반박했다.)
 
조중동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향신문과 한겨레신문은 검찰의 일방적 주장을 보도하는 데 있어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곽 교육감 측 입장도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의 ‘흘리기’ 수사에서 자유롭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31일 경향신문은 1면에 <곽노현-박명기 측 선거 후 e메일로 비용 보전 협의>라는 제목의 기사를 냈다. 내용을 살펴보면 “검찰이 입수한 e메일에는 박 교수의 선거비용을 보전해주는 방안을 논의한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면서 “e메일 가운데 일부는 곽 교육감 측이 작성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는 등 검찰 발 의혹이다. 그런데도 경향신문은 곽 교육감고 박 후보 측이 돈 거래를 “협의” 한 것으로 기정사실화 한 제목을 달아 보도한 것이다.
 
한겨레신문의 경우는 곽 교육감의 대가성 돈 지급 의혹을 증폭시키는 보도를 냈다가 수정했다. 31일 한겨레신문은 6판 3면에 <곽측 “측근끼리 비용보전 몰래 약속”…교육감은 몰랐나>라는 기사를 실었다. 기사는 곽 교육감 측 관계자가 “회계담당자가 무권대리(권한이 없는 사람이 한 대리행위)로 약속을 해주고 단일화가 진행됐다”고 말했다며 “선거비용 지급 약속은 두 후보의 최측근 사이에서 비밀리에 이뤄진 것으로 곽 후보는 몰랐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7판에서 이 기사는 <이틀간 3번 접촉…돈문제 ‘명시적 합의’는 없었다>로 제목이 바뀌면서 “조건없이 단일화 했다”는  ‘박 교수 측 ㅇ씨’의 주장이 추가됐다. 
 
 
한편, 조중동은 곽 교육감 의혹을 기정사실화 하면서 진보 진영을 공격하기도 했다.
 
 
 
30일 조선일보 <광우병 촛불시위 주도했던 진보연대, 곽노현 단일화 주도>는 “진보․좌파 성향 단체들이 후보 단일화에 조직적으로 참여”했다면서 “‘민주․진보 교육감 후보 범시민 추대위원회’에는 진보연대 등 과거 광우병 촛불시위를 주도했던 세력이 상당수 포진”해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날 중앙일보는 사설 <진보의 충격적인 위기>를 통해 진보진영 전체를 매도했다. 사설은 이명박 정권 들어 진보진영이 “논리‧책임‧도덕에서 우왕좌왕했다”면서 “미신에 가까운 광우병 파동으로 공동체의 법과 질서를 유린”했고 “4대강 사업을 대운하라고 선동”했다는 등의 주장을 폈다. 또 “곽노현의 도덕적 기반이 굉음을 내며 무너져 내렸다”, “후보 매수 행위의 성격, 진보진영의 추악한 거래, 정치보복으로 몰고갔던 위선, 국민을 우롱하는 해명으로 진보 전체에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면서 곽 교육감의 의혹을 기정사실화 하면서 “진보 대(大)각성 운동”이 일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동아일보도 <곽노현의 위선이 진보의 본질인가>라는 사설을 내고 “좌파 교육감 후보들 간에 단일화가 이뤄진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일이 없었는지 의문”이라면서 진보 교육감 전체에 의혹의 눈길을 보냈다. 또 곽 교육감에 대해 “입만 열면 비리 척결을 외치던 사람이 당선을 위해 다른 후보를 매수했으니 위선을 넘어 국민을 상대로 벌인 사기”라면서 전교조를 끌어들여 “곽 교육감 코드 인사의 최대 수혜자”가 침묵하고 있다고 비난했다.<끝>
 
 
2011년 8월 31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