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모니터_
8월 1일자 주요 일간지 일일 모니터 브리핑(2011.8.1)
등록 2013.09.25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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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브리핑
  전경련․조중동 “친재벌 교과서 만들라”
 
 
전경련·조중동 “친재벌 교과서 만들라”
 
 
 
■ 전경련․조중동 “친재벌 교과서 만들라”
  <조선> “기업가 정신 가르치는 것이 역사가의 기본”
  <동아> “교과서에 기업가들의 위대한 성취 담아야”
  <중앙> “일자리 창출하는 기업인 격려해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재벌 창업주들의 ‘업적’을 고교 역사 교과서에 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서자, 조중동이 한 목소리로 거들고 있다. 
지난 7월 27일 전경련은 교육과학기술부와 국사편찬위원회에 ‘건의문’을 보내 “대표적 기업인과 한국경제를 세계사에 유례가 없는 성공으로 이끈 대기업의 성과를 공정하게 서술해 줄 것”을 요구했다. 오는 4일 교과부의 ‘2011 역사교육과정’ 확정 발표를 앞두고 교과부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전경련은 “공과에 대한 공정한 서술” 운운하지만 이들의 요구를 뜯어보면 교과서마저 ‘친재벌’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에 불과하다.
이들은 “고교 한국사 교과서 6종은 모두 전태일 분신사건에 대해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는 반면,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와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와 같은 기업인을 소개한 교과서는 단 한 권에 불과하며 그나마 간략한 사진 설명에 그치고 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전태일 분신사건이 경제 발전 과정에서 학생들이 배워야 하는 중요한 사건이라면 한국의 기업인들이 반도체, 조선, 자동차 등 새로운 산업을 일으킨 것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전태일 분신’과 ‘재벌 창업주의 업적’을 나란히 다뤄야 공정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전태일의 분신은 한국사회에 노동권이 보장되어 가는 과정에서 빠뜨릴 수 없는 역사적 사건이다. 이런 사건을 사기업 창업주들의 ‘경제적 성취’와 동격으로 놓고, 전태일을 다룬 만큼 이병철을 다뤄야 공정하다는 식의 시각 자체가 설득력이 없다. 
만약 재벌 창업주들을 역사 교과서에 다룬다면 ‘경제적 성취’ 뒤에 가려져있는 독재정권과의 정경유착과 비리, 독점, 노동자 탄압 실상까지 제대로 다뤄야 ‘공정한 서술’인 것이지, ‘전태일 분신과의 형평성’을 따질 문제는 아니라는 얘기다.
전경련이 ‘전태일’까지 끌어들여 ‘이병철, 정주영도 평가해달라’고 주장하는 것은 어린 학생들에게 재벌 창업주들의 ‘업적’을 부각함으로써 전 세계에 유례를 찾을 수도 없는 기형적인 재벌체제를 정당화하려는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전경련의 이런 ‘친재벌 교과서’ 만들기에 조중동은 앞장서 힘을 실어주었다.
28일 조선일보는 전경련의 주장을 5단 기사로 비중 있게 다루는 한편, 29일에는 사설까지 실어 현대사 교과서가 ‘편향됐다’고 주장하면서 ‘기업 및 기업인들에 대해서도 가르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동아일보도 사설을 통해 장단을 맞췄다.
8월 1일에는 중앙일보가 나서 현재 학교교육이 ‘반기업 의식’을 불어넣는다면서, ‘고용 창출의 주역’인 기업인을 더욱 격려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과서에 전태일은 있는데 이병철·정주영은 왜 없나”>(조선, 12면/7월28일)
<이병철·정주영 빼고 전태일만 가르쳐 現代史 알겠나>(조선, 사설/7월29일)
<“정주영·이병철 차이까지…한국경제 성장 흥미로워요”>(조선, 31면/8월1일)
 
조선일보는 7월28일 12면 <“교과서에 전태일은 있는데 이병철·정주영은 왜 없나”>를 통해 “교과서에 기업․기업인에 대해 공정하게 써달라”는 전경련의 교과서 건의문을 상세히 전했다.
 
29일 사설에서는 현 고교 교과서가 “정치․이념과 관련된 내용만이 아니라 경제․사회 분야의 왜곡과 편향이 심각하다”면서, 전경련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아울러 “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한 나라 가운데 한국만큼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룩한 나라는 없다”면서, 경제성장의 힘의 하나로 기업가들의 도전 정신을 꼽으며 “이병철과 정주영의 ‘창조적 파괴’ 정신 없이 대한민국의 반도체와 조선업을 얘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사설은 “이 같은 엄연한 사실에 눈을 감는다는 것은 이념의 좌우를 떠나 역사가의 기본이 안 돼 있다는 얘기”라면서, “기업가의 꿈과 도전 정신이 자기희생을 무릅쓴 근로자와 만나 이룩한 역사를 공정하게 평가할 때 다음 세대도 나라의 나아갈 길을 개척할 용기와 지혜를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국사 기업서술 공정해야” 전경련, 편찬委에 첫 건의문>(동아, 14면/7월28일)
<이병철 정주영과 전태일>(동아, 사설/7월29일)
 
동아일보는 28일 전경련의 주장을 전한 뒤, 29일 사설을 통해 ‘유례없는 한국의 경제발전’이 “교과서에서만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전경련의 주장을 지지하고 나섰다. 사설은 “한국사 교과서가 경제발전 단원에서도 창업 1세대를 다루지 않은 것은 균형감 있는 태도라고 할 수 없다”면서,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와 현대그룹 창업주는 불모지에서 국내 제조업을 세계 수준으로 키워낸 진취적인 기업가”라고 칭송했다. 그러면서, “교육과학기술부와 국사편찬위원회는 8월 한국사 교과서 집필 기준을 만들 때 기업 및 기업인과 관련한 기술을 공정하게 해달라는 전경련의 건의를 반영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대기업 관련 교과서 서술 공정해야”>(중앙, 19면/7월28일)
<“이병철·정주영·박태준 새 국사교과서에 들어가야”>(중앙, 6면/8월1일)
<커지는 반기업 정서…일자리는 누가 만드나>(중앙, 사설/8월1일)
 
중앙일보는 1일 6면 <“이병철·정주영·박태준 새 국사교과서에 들어가야”>를 통해 “현행 고교 한국사 교과서(모두 6종)는 대한민국의 성취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오히려 북한에 온정적이고 관대한 서술 경향을 보인다는 비판을 받고” 있고 “한국 경제와 기업 관련 서술이 부정적인 측면만을 강조한다는 지적도 나왔다”면서, 전경련의 주장을 전했다. 이어 “기업과 기업인데 대한 구체적 서술 방침은 집필기준에 포함될 것”이라며 “개인적으로 당연히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국편의 이원환 연구관의 말을 덧붙였다.
 
▲중앙일보 사설
 
사설 <커지는 반기업 정서…일자리는 누가 만드나>에서는 이른바 ‘기업의 호감도’가 떨어지는 원인을 ‘좌편향 교과서’, ‘정부의 기업 때리기’로 몰았다. 그러면서 ‘기업의 호감도’를 떨어뜨리는 재벌들의 반사회적 행태에 대해서는 ‘한 요인’에 불과한 듯 언급하고 넘어갔다. 사설은 “반기업 의식을 불어넣는 교사들이 적지 않고, 교과서는 여전히 좌편향적”이라면서, “기업을 일군 사람들 얘기는 없고 노동운동가 추앙이 먼저”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또 한국사 교과서에 “경제발전 결과 우리나라는 대외의존도가 높아지고 농촌은 피폐해졌으며 산업불균형은 심화됐다고 쓰여 있다”면서, “새로 제작된 것이 이 모양”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경제발전에 대한 ‘공정한 서술’이 되려면 경제발전이라는 긍정성에 따르는 부작용도 서술하는 게 당연한 것이다.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언급한 것조차 ‘좌편향’의 근거로 몰아붙이고 있으니, 이들이 주장하는 ‘공정한 역사 서술’이란 결국 기득권 세력에게 유리한 측면만 다루라는 말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나아가 사설은 “누가 뭐라든 기업은 경제정책의 핵심 목표인 고용 창출의 주역”이라면서, “반기업을 외치는 집단일수록 고용 창출 능력은 제로에 가깝다”고 해괴한 논리를 펼쳤다. 그러면서 “‘최고의 복지’라는 일자리 만들기에 더욱 힘을 쏟을 수 있도록 기업인을 더욱 격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끝>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