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모니터_
11일∼15일 중앙일보의 ‘영리병원 띄우기’ 보도행태에 대한 모니터 보고서
등록 2013.09.25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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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영리병원 띄우기’는 삼성 때문?
- 재벌·수구보수신문·MB정권의 ‘영리병원 삼각동맹’
 
 
 
중앙일보가 이른바 ‘투자개방형 병원’, 즉 영리병원 설립을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지난 주(7월 11일∼15일) 중앙일보는 영리병원 관련 기사를 그야말로 쏟아냈다. 기획기사, 사설 등을 포함해 5일 동안 무려 16건의 기사를 실었는데, 11일부터 14일까지는 매일 1면에 영리병원 관련 기사가 배치됐다.(※[표1] 참조)
 
 

<중앙> ‘영리병원 올인 보도’ 행태
중앙일보 보도는 ‘영리병원만 도입하면 외국인 환자들을 대거 유치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펴면서 정부 여당을 향해 ‘영리병원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고 압박하는 것이다.
11일부터 3일간 연재된 기획기사 ‘메디컬 코리아, 해외서 배운다’의 구성을 보면 △영리법원을 도입해 ‘잘 나가는’ 다른 나라 사례를 집중 부각하고 △영리병원 도입에 몸을 사리는 우리 정치권을 질타하면서 △한국의 의료산업이 뒤처지고 있는 양 위기감을 부추기는 방식으로 돼 있다. 기획기사와 함께 13일에는 사설을 실어 의료민영화의 필요성을 거듭 역설하는 한편 제주와 송도 지역 영리병원 허용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주문했다.
이어 14일에는 정치권의 발 빠른 반응을 전했다. 청와대가 중앙일보의 기사에 자극을 받아 영리병원 관련 법안을 통과하는 데 속도를 내기 시작했고, 당·정·청 정례회의에서 “(제주 송도 지역)영리병원 허용 법안을 8월 국회에서 처리하자”고 합의했다는 것이다.
나아가 중앙일보는 3일 내내 주장하던 법안 통과가 합의되자 “두 지역 외에 투자병원이 들어서는 게 아니라 한계가 있다”며 영리병원을 전국에 확대하자는 속내를 드러냈다.
현재까지 영리병원 설립과 관련한 구체적 논의는 제주와 송도 지역으로 제한돼 있다. 그러나 어느 한곳이라도 영리병원 설립의 물꼬가 트이게 되면 전면 허용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크다. 영리병원 진출에 관심을 갖고 있는 집단들이 ‘형평성’ 논란을 일으키며 다른 지역에서도 영리병원을 설립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요구를 쏟아낼 것이기 때문이다. 중앙일보는 이 기사를 통해 특정 지역의 영리병원 허용을 어떻게 전국적으로 확산시켜 갈 속셈인지 보여준 셈이다.
 
영리병원은 ‘황금알 낳는 거위’인가?
중앙일보의 보도만 보면 영리병원은 의료산업을 발전시키고, 환자들에게 더 낳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일자리까지 창출하는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양 다뤄지고 있다.
영리병원은 말 그대로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병원이지만, 영리병원 도입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투자개방형 병원’이라는 표현을 쓴다. 더 질 좋은 의료 서비스를 받으려면 의료를 ‘산업화(민영화)’해야 하고 그러려면 자본 투자가 자유로워야 한다는 논리를 펴기 위해서다. 특히 이들은 태국과 인도 등을 ‘의료산업화’의 성공사례로 꼽는데, 중앙일보 역시 이번 기획기사에서 이들 나라의 영리병원을 적극 부각했다.
그러나 영리병원에 반대하는 쪽의 주장은 전혀 다르다. 인명을 다루는 병원의 목적이 이윤추구로 변질되어서는 안 된다는 게 이들의 기본 입장이다. 주식회사 형태의 영리병원을 허용하게 되면 주주들에 대한 이익 배당이 일차목적이 될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병원의 본질 자체가 왜곡된다는 것이다.
또 반대 측은 영리병원 허용 등 의료민영화가 진행되면 ‘질 좋은 서비스’는 부유층에게나 해당될 뿐 대부분의 국민들은 의료비 상승 압박을 겪게 되고, 국민건강보험 시스템까지 무력화 될 것으로 전망한다. (보건산업진흥원은 영리병원이 허용되면 1조 5000억에서 최대 4조 3000억까지 국민의료비가 증가한다고 분석했다.)
영리병원이 허용돼 제약회사나 의료기기 업체가 병원의 주주로 참여할 수 있게 된다면, 이들은 진료 과정에서 자기 회사 약품과 기기를 처방하거나 권유함으로써 수익을 높이려 할 것이고 결국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영리병원은 의료비 수입을 높이기 위해 건강보험에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항목 처방을 늘리는 방식으로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을 키울 것이다. 이럴 경우 국민건강보험이 보장하지 못하는 ‘비급여’ 영역을 보장하는 민간보험이 활성화 되고, 국민건강보험 의무가입에 대한 불만이 부유층을 중심으로 확산될 우려가 크다. 국민건강보험은 소득 누진세를 적용해 고소득층이 좀 더 많은 돈을 내서 저소득층까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즉, 고소득층의 입장에서는 보장성이 떨어지는 국민건강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데 대해 불만을 갖게 된다는 얘기다. 결국 국민건강보험 의무가입제가 흔들리게 되고, 의무가입이 폐지되는 쪽으로 나아간다면 국민건강보험은 저소득층만 남아 적자에 허덕일 수밖에 없다.
이렇듯 영리병원 허용으로 물꼬를 튼 의료민영화의 미래는 대다수 국민들에게는 의료비 부담을 늘이면서 의료공공성을 파괴하는 재앙으로 돌아온다는 게 영리병원 설립에 반대하는 쪽의 시각이다.  
다른 한편으로 한국의 영리병원이 태국, 인도와 같은 ‘의료관광’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반론이 나온다. 이들 나라의 영리병원이 ‘가격경쟁력’을 갖는 것은 낮은 인건비 덕분인데, 과연 한국도 이런 조건이 되느냐는 것이다. 또 영리병원이 허용되지 않은 지금도 병원들은 직간접적으로 외국인 환자를 유치할 수 있는데, 영리병원을 도입해야만 외국인 환자를 유치할 수 있는 양 주장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앙>의 영리병원 띄우기는 ‘삼성’ 때문?
이런 반론 속에서도 중앙일보가 영리병원 띄우기에 발벗고 나선 ‘특별한 이유’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일각에서는 이번에도 중앙일보와 삼성의 ‘특별한 관계’가 그 배경이 아니냐며 의혹의 눈길을 보낸다.
삼성은 지난 해 5월 2020년까지 23조 3000억 원을 투자해 태양전지, 자동자용 전지, 발광다이오드(LED), 바이오제약, 의료기기 등 친환경 및 건강증진사업을 신수종 사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앞서 2009년 11월 삼성경제연구소는 보건복지부가 ‘수의계약’ 형식으로 의뢰한 ‘미래복지사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산업 선진화 방안’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건강보험, 원격진료, 의료정보시스템을 아우르는 HT(Health Technology)라는 개념을 내놨다. 고령화 사회 진입으로 의료수요가 폭증했으니 건강관리를 민간으로 돌리고, IT기술을 기반으로 원격진료를 도입해 환자의 질병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 하자는 내용이다. 또 정부는 의료관련 각종 규제를 완화해 민간영역을 키우고 HT산업 육성하기 위한 지원을 늘리라고 요구했다. 현재 국회에 상정돼 있는 건강관리 HT법과 의료법 개정안의 골자도 이 보고서가 주장한 ‘건강관리 HT 시장화와 원격진료 전면허용’이다. 삼성그룹은 IT기업뿐만 아니라 보험사, 병원을 소유하고 있다. 여기에 신수종 사업으로 시작한 바이오제약과 의료기기까지 진출한다면 HT영역을 독과점하는 기업이 된다. 게다가 삼성 계열사인 삼성증권과 삼성물산은 송도국제병원(영리병원)에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다.
 
삼성그룹과 ‘사돈’ 관계인 중앙일보는 그동안 삼성이 관련된 각종 의제들에 대해 노골적인 ‘친삼성’ 경향을 드러내왔다. 때문에 이번 ‘영리병원 올인보도’ 행태도 삼성의 이해관계와 연관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물론 중앙일보 뿐 아니라 다른 수구족벌신문들도 영리병원 도입을 지지하고 부추기고 있다. 특히 조선일보를 비롯해 종합편성채널(종편)에 진출하게 된 언론사들이 의료광고시장 확대를 위해 영리병원과 의료민영화를 요구한다는 분석도 나온다.(실제로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제주도 특별법’ 개정안에는 제주도에 영리병원을 설립하는 것과 함께 방송에 의료광고를 허용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그러나 지난 주 중앙일보의 영리병원 관련 보도는 양적인 측면, 내용적인 측면 모두에서 어떤 매체에서도 보기 어려웠던 가장 노골적이고 적극적인 ‘영리병원 띄우기’ 행태로, 종편 진출을 위한 광고시장만 노린 보도로 보기는 석연치 않았다. ‘삼성을 위한 지면 사유화’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것도 이런 중앙일보의 도를 넘은 보도 행태 때문이다. 
 
한편 중앙일보의 이번 보도에 청와대가 나서 적극 ‘화답’하면서 정부 여당이 다가오는 국회에서 영리병원 허용을 담은 법안들을 적극 밀어붙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의료민영화를 반대하는 여론이 높은 상황에서 언론이 먼저 영리병원의 시급함을 띄우고 정부 여당이 이를 받아주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관련 법안들을 밀어붙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만약 8월 임시국회에서 여당이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법안들을 통과시킨다면, 재벌과 수구보수신문, MB정권이 ‘환상의 콤비’임을 다시 한번 드러내주는 셈이다.
<끝>
 

 
2011년 7월 20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