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모니터_
5월 13일자 주요 일간지 일일 모니터 브리핑(2011.5.13)일일브리핑은 제 시민단체와 정당, 언론사와 구독을 원하는 누리꾼과 일반 시민들에게도 메일로 배포할 예정입니다. 신문 일일브리핑을 받아보기 원하는 분들은 ccdm1984@hanmail.net으로 신청하시면 됩니다.
■ 오늘의 브리핑
5‧16쿠데타 앞두고, <조선><중앙> ‘정당화’‧‘미화’에 열올려
- ‘쿠데타’ 표현도 쓰지 않고, 정당성 부각에 열올려
조선일보는 12일부터 <50년 맞은 5․16>이라는 제목으로 김종필 씨의 인터뷰 기사를 연재하고 있다. 중앙일보도 13일 김 씨의 인터뷰를 실었다. 김 씨가 쿠데타의 핵심 인물이었던 만큼 인터뷰의 내용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김 씨는 인터뷰에서 시종일관 쿠데타를 정당화하고 박정희를 미화했으며, 두 신문은 이를 적극 부각했다.
뿐만 아니라 두 신문은 ‘쿠데타’라는 표현 자체를 쓰지 않고 그저 ‘5‧16’이라고만 썼으며, 김 씨를 향해 “5‧16이 혁명이냐 쿠데타냐”는 하나마나한 질문을 던지며 쿠데타를 정당화하는 답변을 받아냈다.
나아가 조선일보는 “박 소장이 ‘혁명 지도자’로 결정된 건 언제냐?”고 묻고, 중앙일보는 김 씨를 두고 ‘혁명가의 시선’ 운운함으로써, 5‧16을 ‘혁명’으로 정당화하고 쿠데타 세력을 ‘혁명가’로 정당화하고 싶은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박정희 소장이 그랬어 “서울은 네가 맡아라 외곽은 내가 손 써놨다”>(조선, 5면/12일)
<만삭 아내 배 만지며 “오늘 실패하면 총살된 얼굴 볼 거요…유복자 잘 키워주오”>(조선, 5면/12일)
<중정 요원 20명 이끌고 장도영 계엄사령관 잡으러 갔지 그가 말하더군 “왜 이제 왔어?”>(조선, 5면/13일)
<중정 요원이 24시간 감시하기에 소리 질렀지…“각하, 절 나세르로 의심합니까”>(조선, 5면/13일)
조선일보가 ‘5․16이 쿠데타입니까, 혁명입니까’라고 묻자, 김 씨는 “5․16을 폄하하기 위해 쿠데타라고 하는데 나는 그때도 그랬어요, 쿠데타건 레볼루션이건 우리나라를 근원적으로 변혁하고 발전시켰으니 아무뢘션이상관없다”고 답하는 등 기사는 그야말로 ‘짜고 치는 고스톱’ 같은 띄우기로 일관했다.
뿐만 아니라 기사는 “무력충돌을 어떻게 피했나?”, “5‧16이 일생에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느냐”는 등의 질문을 통해 시종일관 쿠데타의 정당성을 부각하려 했다.
김 씨는 이런 질문들에 대해 “(무력충돌을 피한 것은) 일이 되려고 했던 것”, “5․16이란 6․25전쟁에서 살아남은 젊은 장교들이 나라를 위해 두 번째로 죽음을 각오하고 덤볐던, 어떤 의미에서 숭고했던 순간”이라는 등의 주장을 폈다. 조선일보는 쿠데타를 “죽음을 각오한 숭고했던 순간”이라고 회고한 대목을 중간 제목으로 뽑아 부각하기도 했다.
한편, 기사는 김 씨가 “첫 인터뷰가 게재된 후 안부 전화를 수십 통 받았다면서 즐거워했다”거나 “독자들의 뜨거운 반응으로 3일 연속으로 게재한다”는 등 자신들의 5‧16 미화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5·16 뒤 중정이 우리 집 감시했어…청와대 찾아 불평했지, 내가 나르세입니까”>(중앙, 4‧5면)
<백운학의 천기누설 “천하를 뒤집으려는데, 됩니다”>(중앙, 5면)
<[뉴스클립]41년 역사 새마을운동, 회원 200만 명 넘는 전국 최대 시민단체죠>(중앙, 경제18면)
1면 <“혁명은 숫자가 아니다 의지·민심으로 하는 것”>을 통해 중앙일보는 “5․16은 한국사의 가장 드라마틱한 반전”, “건국의 사명을 완수한 이승만 시대의 바통이 박정희 시대로 넘어가는 장면”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 “박정희의 5․16세력은 산업화와 자주국방을 내걸고 한국 사회의 변혁을 주도”했다면서, 김종필 씨에 대해서는 “역사의 무게가 쌓여도 ‘혁명가의 시선’은 그때 그 순간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고 그를 ‘혁명가’로 묘사했다.
기사는 5‧16이 혁명이냐 쿠데타냐는 질문을 해 김 씨로부터 “쿠데타는 같은 계층에 있는 사람이 변란을 일으키는 거고, 레볼루션은 민심을 기초로 아래에서 일어나 권력을 바꾸는 거야. 그렇게 따진다면 5․16은 레볼루션이오”라는 답변을 받아냈다.
오히려 10면에는 <완공 앞둔 박정희기념관, 아픈 현대사 치유하려나>라는 제목을 달아, 박정희 기념관이 어렵사리 완공을 앞두고 있는 과정을 전함으로써 박정희 기념관에 일종의 ‘기대감’을 나타내는 듯한 인상마저 주었다.
또 <‘박근혜 정치’는 아버지의 그림자 어디쯤에…>라는 기사 옆에 박정희 사진과 나란히 있는 박근혜 의원의 모습을 크게 담은 사진기사를 실었는데, 자칫 ‘띄우기’라는 느낌을 줄 수도 있었다.
한겨레신문의 언급처럼 ‘박정희’라는 인물이 쿠데타와 장기 독재에도 여론조사를 하면 ‘지지율 1위’를 차지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서 박정희 시대에 대한 복합적이고 정교한 평가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전직 주한미대사나 학계의 엇갈리는 평가는 ‘복합적이고 정교한 평가’라고 보기 어렵다. 수구보수세력들이 쿠데타마저 정당화하려는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가운데, 한겨레신문이 ‘박정희 재평가’라는 의제를 부각하는 결과만 낳아서는 곤란하다.
<보수, 산업화론 가다듬고…진보, 민주화론 확장하고>(한겨레, 9면)
<긴급조치 피해·영호남 불균형 ‘해결 미완성’>(한겨레, 9면)
<완공 앞둔 박정희기념관, 아픈 현대사 치유하려나>(한겨레, 10면)
<‘박근혜 정치’는 아버지의 그림자 어디쯤에…>(한겨레, 10면)
그러나 기사는 보수진영과 진보진영의 엇갈리는 평가를 나란히 전하는 정도였다. 그러면서 최근 “독재가 아닌 민주주의가 경제성장을 이뤘다”는 ‘민주적발전론’이 주목받고 있고, “일각에서는 박정희 시대의 경제성장 자체에 대한 비판이 사라진 것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고 덧붙였다.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