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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1일 방송3사 저녁종합뉴스 일일브리핑(2010.3.12)
등록 2013.09.24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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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브리핑
1. 곽영욱 “의자에 놓고 나왔다” 진술 번복 … MBC는 공방으로 접근, 본질 흐려
2. 부산 여중생 납치살해사건 피의자 ‘얼굴 공개’ … KBS․SBS ‘공개’에 무게
 
 
 
3월 11일 방송 3사 저녁종합뉴스 일일 브리핑
곽영욱 ‘진술 번복’ … MBC “구체적 진술”, “공방”으로 다뤄

 
1. 곽영욱 “의자에 놓고 나왔다” 진술 번복 … MBC는 공방으로 접근, 본질 흐려
 
한명숙 전 총리에게 직접 5만 달러를 건넸다고 주장해온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이 11일 공판에서 말을 바꿨다. 곽 씨는 “(5만 달러가 든 돈 봉투를) 의자에 놓고 나왔다”, “그 봉투를 본 사람은 없었다”, “(한 전총리가)봤는지 안 봤는지 모르겠다”는 등의 진술을 했다. 이 같은 곽 씨의 진술은 ‘곽 전 사장이 한 전 총리에게 5만 달러를 건냈다’는 검찰의 공소내용과 다른 것이다.
곽 씨는 검찰 수사와 관련해서도 “전주고 출신 정치인 이름을 다 대라고 했다”, “살기 위해 진술했다”, “구치소에 새벽 3시가 넘어서 들어간 적도 있다”는 등 표적․압박수사를 시사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한 전 총리 재판의 ‘유일한 증인’인 곽 씨가 진술을 번복했지만 이날 방송3사는 관련 보도를 뉴스 중․후반부에 배치했다. KBS는 총 29꼭지 중 21번째로 보도했고, MBC는 총 29꼭지 중 25번째로 보도했다. SBS는 총 22꼭지 중 17번째로 보도했다. 세 방송사 모두 한 전 총리 재판 소식을 ‘박지성의 챔피언스리그 3호골’ 소식보다도 뒤에 다뤘다.
보도내용에서는 방송3사가 차이를 보였다. KBS와 SBS는 앵커멘트부터 곽 전 사장의 ‘진술 번복’ 사실을 분명하게 언급했지만, MBC는 앵커멘트로 곽 전 사장의 진술을 “번복”이 아닌 “구체적 진술”이라고 표현했으며, 보도에서도 변호인 측과 검찰 측의 ‘공방’으로 접근했다.
 
  KBS <진술번복…검찰 당혹>(정윤섭 기자)
  MBC <‘돈 봉투’ 전달 공방>(이혜온 기자)
  SBS <“의자에 놓고 왔다”>(정혜진 기자)
 
KBS <진술번복…검찰 당혹>(정윤섭 기자)은 “한명숙 전 총리에게 직접 돈을 건넸다던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이 재판에선 말을 바꿨다”며 “검찰이 내심 당혹해 하는 분위기”라는 앵커멘트로 시작했다.
보도는 곽 전 사장이 “앉아 있던 의자에 5만 달러를 놓고 나왔다”고 재판에서 진술했다며 “‘오찬이 끝난 뒤 둘만 남아 한 전 총리에게 직접 돈을 건넸다’고 한 검찰에서의 진술을 번복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 ‘2004년 총선 때 후원금으로 천만 원을 전달했다’는 검찰의 주장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이어 “곽 전 사장은 그러나 한 전 총리와 함께 골프숍에 가서 980만 원짜리 골프채 세트를 사준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골프채 선물’은 사실여부를 떠나 기소내용과 관련 없는 내용으로 ‘한 전 총리 흠집내기’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지만 이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보도는 “곽 전 사장이 식사 후 한 전 총리에게 돈봉투를 줬다는 진술은 유효하기 때문에 진술을 번복한 것이 아니”라는 검찰 관계자의 발언은 전한 뒤, “일단 유리한 상황을 차지한 한 전 총리 측과 내심 당혹스런 검찰, 남은 재판에선 어떤 논리로 맞설지 주목된다”고 전했다.
 
SBS도 <“의자에 놓고 왔다”>(정혜진 기자)에서 “한명숙 전 총리에게 5만 달러를 건넸다던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이 두 번째 공판에서 말을 바꿨다”는 앵커멘트로 시작했다.
보도는 “곽 전 사장은 오늘(11일) 한 전 총리의 두 번째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5만 달러를 총리공관 의자에 두고 나왔다며 당초의 진술을 바꿨다”며 “곽 전 사장이 이렇게 진술을 바꿈에 따라 당초의 진술을 근거로 한 전 총리를 기소한 검찰로서는 혐의입증에 차질을 빚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검찰이 “골프채 구입 의혹과 관련해 곽 전 사장은 한 전 총리가 여성부 장관 시절 모 골프백화점에 함께 가, 1천여만 원 짜리 골프채와 가방 세트를 선물했다며 당시 수표 지급 명세서와 한 전 총리 이름이 적힌 장부를 제시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SBS 역시 ‘골프채 선물’이 기소 내용과 관계없고 이 때문에 검찰의 ‘한명숙 흠집내기’라는 지적이 나온다는 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MBC는 ‘공방’으로 접근하며 곽 전 사장이 ‘진술을 번복했다’는 점을 제대로 전하지 않았다.
<‘돈 봉투’ 전달 공방>(이혜온 기자)은 앵커멘트부터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이 법정에 증인으로 나와 한명숙 전 총리 공관 의자에 돈을 두고 나왔다고 구체적으로 진술했다”며 곽 전 사장의 진술을 ‘번복’이 아니라 “구체적 진술”이라고 표현했다.
보도는 ‘의자에 돈 봉투를 두고 나왔다’는 곽 전 사장의 진술을 전한 뒤, “변호인단은 ‘핵심적인 진술을 번복한 만큼 곽 전 사장을 믿을 수 없고, 돈을 두고 나왔다고 해도 한 전 총리가 가져갔다는 증거도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오찬을 한 장소는 총리공관의 안방 같은 곳’이라며 ‘집에 돈을 두고 나왔다면 한 전 총리에게 전달됐다고 봐야하는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고 양측의 주장을 ‘공방’으로 전했다.
이어 검찰이 “한 전 총리와 곽 전 사장의 친분관계를 부각시키는데 주력했다”며 “곽 전 사장이 한 전 총리가 운영하던 여성단체에 1천만 원을 기부했고, 2004년 총선 당시에는 후원금 1천만 원을 건네려 한 적도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곽 전 사장이 재판에서 ‘총선 후원금 1천만원’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을 번복한 사실은 보도하지 않았다.
그리고는 곽 전 사장이 ‘골프채 선물’을 진술했다고 전한 뒤, ‘같이 골프백화점에는 갔지만 선물은 받지 않았다’는 한 전 총리 측 주장을 덧붙이는데 그쳤다.
 
 
2. 부산 여중생 납치살해사건 피의자 ‘얼굴 공개’ … KBS․SBS ‘공개’에 무게
  - MBC ‘사회적 논의 필요성’ 지적
 
지난 10일 부산 여중생 이 모양 납치살해사건의 피의자 김 모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김 씨는 이양이 실종된지 보름, 공개수배 12일 만에 잡혔다. 김 씨는 지난 달 24일 덕포1동의 한 다가구주택에 침입해 혼자 있던 이양을 50여m 떨어진 빈집으로 끌고 가 성폭행 한 뒤 살해하고 주검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경찰이 김 씨 압송 과정에서 김 씨의 얼굴을 공개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김 씨가 흉악범죄의 피의자로 국민적 분노를 사고 있고 ‘흉악범의 얼굴을 공개하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지만 ‘피의자의 인권’에 대한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합의 없이 경찰이 내부규정(‘인권보호를 위한 경찰관 직무규칙’, ‘피의자 유치 및 호송규칙’)까지 어기며 피의자의 얼굴을 공개한 것은 자의적인 조치이기 때문이다. 
한편 한나라당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흉악범죄자에 대한 조속한 사형 집행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주장에 대해 흉악범죄에 대한 비판여론에 편승한 ‘화풀이식 사형집행 주장’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날 방송3사는 뉴스 첫 꼭지부터 관련 소식을 주요하게 보도했다. KBS 9꼭지, MBC 12꼭지, SBS 7꼭지로 관련 내용을 다뤘는데, 김씨에 대한 경찰 조사 내용, 추가범행 의혹, 김씨의 행적 등을 공통적으로 보도했다.
쟁점이 되고 있는 경찰의 ‘김씨 얼굴 공개’에 대해서는 보도에서 차이를 보였다. KBS와 SBS는 선진국 등의 사례를 들어 ‘얼굴 공개’에 무게를 실었다. MBC는 사회적 논의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한편 KBS는 이번 사건의 한 원인인 재개발지역의 치안 부재 상황을 지적했다.
 
  KBS <필요시 얼굴 공개>(류호성 기자)
         <‘범죄 무방비’ 도시>(임재성 기자)
  MBC <“알 권리가 우선”>(이학수 기자)
  SBS <공개기준 만든다>(임찬종 기자)
 
KBS <필요시 얼굴 공개>(류호성 기자)는 “여성 연쇄 살인범 강호순. 현장 검증 때 얼굴을 감춘 모습에 시민들의 비난은 더욱 들끓었다”며 이번에 경찰이 김 씨의 얼굴을 공개했다고 그동안의 상황을 전했다. 이어 “논란이 계속돼 온 흉악범의 얼굴 공개 여부는 얼굴을 드러내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며 “범행 수단이 잔인하거나 피의자의 자백이 있을 때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얼굴을 공개할 수 있다”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라고 전했다.
보도는 “우리의 논란과는 달리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선진국에선 얼굴 공개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아동 성범죄자 등 흉악범에게는 더 이상 훼손될 명예가 없다는 게 선진국들이 얼굴을 공개하는 이유”라며 사실상 ‘범죄자 얼굴 공개’에 무게를 실었다.
 
한편 KBS는 <‘범죄 무방비’ 도시>(임재성 기자)에서 이번 사건의 한 원인인 재개발지역의 치안 부재 상황을 지적했다.
보도는 인천의 재개발 지역에서 아이들을 집안에 가둬두거나 귀가길에 마중을 가야 하는 상황 등 주민들의 불안한 생활을 자세하게 전하며 “전체 건물의 80%가 빈집인 이 지역의 경우, 성폭행과 납치 미수, 절도 등 강력범죄가 끊이질 않고 있다”, “주민들은 치안의 사각지대에 버려져 있다는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동네 치안센터는 밤에 문을 닫고, 그나마 두 곳 있던 치안센터도 주민들이 줄었다는 이유로 한 곳은 문을 닫았다고 전했다.
보도는 “이런 재개발지역은 수도권에만 80여 곳, 전국으로는 200곳에 이른다”며 “이들 재개발 지역 주민들은 제2, 제3의 김길태 사건이 일어나지 않을까, 마음을 졸이며 살고 있다”고 지적했다.
 
SBS도 <공개기준 만든다>(임찬종 기자)에서 경찰의 ‘얼굴 공개’에 “공감하는 시민들이 많았다”며 경찰의 얼굴 공개를 ‘긍정적’으로 전했다. 이어 “경찰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피의자 신원공개와 관련한 법개정에 대비해 피의자 얼굴과 신원 공개 기준을 만들기로 했다”며 “법 개정 이전에는 사안별로 검토해 피의자의 얼굴과 신원을 공개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또 “실제로 미국과 일본 등에선 피의자 얼굴 공개가 이뤄지고 있어 흉악 범죄 피의자의 신원을 공개하자는 목소리가 더욱 힘을 얻고 있다”고 덧붙였다.
 
MBC는 경찰의 김씨 ‘얼굴 공개’가 “법적 근거가 없다”고 지적하고 사회적 논의의 필요성을 제기해 차이를 보였다.
<“알 권리가 우선”>(이학수 기자)은 “경찰은 그동안 극악한 범죄를 저질렀더라도 마스크나 모자로 피의자의 얼굴을 가려왔다”며 “판결 전 무죄 추정원칙에 따라 피의자의 인권도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였다”고 전했다. 이어 “증거로 볼 때 범인이 확실하고, 범행 수법도 잔인했던 만큼 피의자의 인권보다는 국민의 알 권리가 우선”이라는 이유로 경찰이 김씨의 얼굴을 공개했다고 전했다.
보도는 경찰의 얼굴 공개가 “아직까지는 법적 근거가 없다”며 법무부가 제출한 법안 내용이 보완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상태라고 전했다. 이어 “일부에서는 피의자 얼굴을 공개하는 주체가 경찰 등 수사 당국이라는 점을 들어 자의적 판단에 따라 얼굴 공개를 남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며 “수사기관의 일방적인 결정이 아니라 법원의 결정에 따라 공개하도록 하는 등 그 요건과 절차를 엄격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는 류제영 변호사 인터뷰를 실었다. 그리고는 “경찰의 기준 없는 얼굴 공개가 또 다른 논란을 부를 수도 있는 만큼,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선별 사형집행’ 논란>(조효정 기자)에서는 한나라당의 ‘조속한 사형집행’ 주장을 논란으로 다뤘다. 보도는 “흉악범죄를 막기 위해 사형 집행을 재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여당에서 제기됐다”며 한나라당의 주장과 이를 비판하는 야당의 주장을 나열했다. 이어 “국제앰네스티 등 인권단체들은 사형제가 흉악범죄를 예방한다는 증거가 없다면서, 오히려 국회에서 사형제 폐지 법안을 서둘러 심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사형제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고 전했다. <끝>
 
 
2010년 3월 12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