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모니터_
12월 9일 방송 3사 저녁종합뉴스 일일 브리핑(2008.12.10)
등록 2013.09.24 15:40
조회 335

 

이명박 정부의 방송장악 시도가 노골화되면서 지상파 방송 보도의 공정성 후퇴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일각에서는 군사독재정권 시절의 이른바 ‘땡전뉴스’가 부활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 단체는 지난 9월 8일부터 KBS, MBC, SBS 저녁종합뉴스에 대한 일일 모니터 브리핑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지상파 방송들이 권력의 눈치를 살피지 않고 공정한 보도를 하는지, 수구보수신문들의 의제설정에 끌려 다니지 않고 우리 사회 민주적 성숙을 위한 의제설정 역할을 제대로 하는지 등을 집중 모니터 할 예정입니다.

 

12월 9일 방송 3사 저녁종합뉴스 일일 브리핑
KBS·SBS, 어떤 법이든 통과만 시키면 ‘정상 국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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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KBS·SBS, ‘국회파행’ ‘정쟁’만 부각

 

9일 정기국회가 끝났다. 우리 언론들은 국회의 의정활동을 보도할 때 ‘처리 법안의 수’만을 따지면서 ‘국회파행으로 법안이 또 처리되지 못했다’는 식의 관성적인 비판을 내놓곤 한다. 이번 정기국회에 대한 보도 역시 이런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부자감세’, ‘삽질예산’이라는 비난이 쏟아진 2009년도 예산안이 최대 쟁점이 되었으며, 이른바 ‘MB식 개혁법안’이라는 악법들이 줄을 서 있었다. 따라서 ‘얼마나 많은 법안을 빨리 통과시켰느냐’만으로 정기국회의 성적표를 매기기는 어렵다. 오히려 쟁점이 되고 있는 법안에 대해 언론이 나서서 꼼꼼하게 따지고 각 당은 어떤 논리로 법안을 찬성 또는 반대하는지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려야 한다. 이 과정에서 빨리 처리해야 할 민생법안과 사회적 논란이 큰 악법들이 구분되어야 하며, 각 당과 의원들의 의정 평가도 ‘얼마나 좋은 법안을 내놓았는지’, ‘어떤 법안을 찬성했는지’에 따라 구체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방송보도는 이런 보도를 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여야 공방’, ‘국회 파행’에만 매달리고 있다. 9일에도 KBS와 SBS는 민노당의 법사위원장실 점거와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드러난 여야 이견 등을 나열하며 ‘정쟁’과 ‘구태’를 비난하는데 그쳤다.

KBS <파행 속 폐회>(홍성철 기자)는 “‘막말’, ‘몸싸움’으로 파행을 거듭하던 정기국회가 100일간의 회기를 마쳤다. 민생 처리 실적도 부진하고 예산안도 법정 처리 기한을 넘겼는데, 내일 시작될 임시국회가 또 걱정”이라며 ‘정쟁’을 부각한 앵커멘트로 시작했다.
보도는 처음부터 민주노동당의 법사위 점거 장면을 보여주며 “결국 종합부동산세와 부가가치세 등 감세법안 처리는 임시국회로 미뤄졌다”, “올해도 어김없이 예산안 법정처리 시한을 넘긴 국회. 12일까지로 마감시한을 한 번 더 늘렸는데도, 막바지까지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작 성적표는 초라하다. 정기국회 동안 제출된 법안은 모두 2200여 건. 통과된 건 170여 건에 불과하다”며 “그것도 113건은 어제와 오늘, ‘벼락치기’ 처리”라고 비난했다.
보도는 “여야는 이번 임시국회에서 예산안과 경제·민생법안을 먼저 처리한다는 방침”이라며 “그러나 한미 FTA 비준안과 금산분리 완화, 국정원법 등 각종 쟁점법안들의 의견차가 워낙 커 또 한 번 격돌이 예상”된다며 여야 정쟁을 전망하는 데 그쳤다.

SBS는 국회 소식을 첫 꼭지와 두 번째 꼭지로 다뤘는데, 국감 자료화면까지 다시 쓰며 여야정쟁과 국회 파행을 부각하고 비난했다.
<정치국회 끝까지 파행>(남승모 기자)은 “18대 첫 정기국회가 오늘(9일)로 백일간의 회기를 마쳤지만 여야 정쟁에 발목이 잡혀 낙제점을 면치 못했다. 내년 예산안 처리시한을 넘긴건 물론 2천여 건의 법안가운데 173건만을 처리하는 비효율의 극치를 보였다”는 앵커멘트로 시작했다.
보도는 “예산 부수법안을 처리할 예정이던 법사위 전체회의는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위원장실을 점거하면서 시작부터 삐걱거렸다”며 “이른바 부자감세에 반대하는 민주노동당의 실력 저지로 오후 회의는 열리지도 못했고 종부세 인하안 등 감세법안 처리는 모레 임시국회로 미뤄졌다”고 상황을 전한 뒤, “18대 첫 정기국회는 정쟁국회, 부실국회의 구태로 얼룩졌다”고 비난했다.
이어 “언론장악 논란 등 여야의 공방에 국정감사는 뒷전으로 밀렸다”며 국정감사에서 고흥길 위원장과 민주당 서갑원 의원 말싸움장면 다시 보여줬으며, “금융위기나 쌀직불금 문제를 놓고도 합리적인 해법을 찾기보다는 정쟁에만 몰두”했다고 여야정쟁을 다시 강조했다.
보도는 “여당인 한나라당은 중요한 경제현안에 대해서도 지도부가 엇박자를 치는 등 한계를 드러냈고 제1야당인 민주당은 강온노선을 오락가락 하며 대안야당의 면모를 보여주지 못했다”며 “정쟁과 대치가 거듭되면서 2천8백여 건의 제출 법안 가운데 불과 173건만 통과시키는 등 법안 처리 성적도 초라해 18대 첫 정기국회는 낙제점을 면치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졸속심사 우려>(김용태 기자)는 예산안 심사 소식으로 “민주당 지도부가 병행심사방식에 반대하고 나서면서 예산안 심사는 다시 진통을 겪게 됐다”며 “민주당은 졸속 심사를 막기위해 최대 쟁점인 SOC 관련 예산 등은 계수조정소위에서 공개적으로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고 “한나라당은 민주당이 합의를 뒤엎고 예산안 심사를 고의로 지연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며 여야의 입장을 나열하는 등 상황 전달에 그쳤다.

MBC는 KBS, SBS처럼 ‘여야 정쟁으로 법안 처리를 못했다’는 식으로 여야를 싸잡아 비난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국회 예산심사가 민주노동당의 법사위원장실 점거와 세출심사에 대한 여야 이견으로 처리 되지 못했다고 전달하는 데 그쳤다. 다만 <건설투자 효과 논란>이라는 보도에서는 세출예산 심사의 핵심 쟁점이 되고 있는 SOC 예산 문제를 타 방송사에 비해 자세히 다루려고 노력했다.
<예산심사 또 진통>(백승규 기자)은 “종부세 세율을 낮추는 법 개정안이 본회의 상정의 길목인 법사위를 통과하는 걸 막기 위해 민노당 의원들이 법사위원장의 회의장 진입을 차단했다”며 “종부세 이거는 우리 국민들 경제위기에 이렇게 신음하고 있는 우리 국민들 뒤통수를 그냥 후려치는 법”이라는 강기갑 의원 발언을 싣고, “진통 끝에 감세법안의 법사위 처리는 예산통과 합의시한 하루 전인 오는 11일로 연기됐다”고 전했다.
이어 “사회간접자본 투자 삭감을 둘러싼 여야 이견으로 예산 심사 역시 제자리를 맴돌았다”며 “민주당은 여야 타협과정에서 감세 규모가 더 늘어나 SOC 삭감이 불가피해졌다며 최소 3조원은 깎아야 한다는 입장”, “반면 한나라당은 선제적이고 과감한 재정지출을 통해 경기를 살려야 한다며 대폭 삭감에 반대”한다고 여야 입장을 나열했다. 보도는 “마지막 날까지 계속된 여야의 신경전 속에 18대 국회 첫 정기국회는 예산안과 관련법안 처리를 뒤로 미룬 채 회기를 마쳤다”고 전했다.
<건설투자 효과 논란>(이진희 기자)은 정부의 사회간접자본 지출에 대한 찬반의견을 싣고 분석하려는 노력을 보였다. 보도는 “정부는 내년에 도로나 하천 정비 사업 같은 사회 간접 자본에 24조 8천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라며 “지난해보다 무려 26.7%나 늘었다. 지난 정부에서 연평균 2.5%씩 늘렸던 것에 비하면 10배 이상 늘어난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건설에 1조원을 투자하면 일자리가 만 8천개가 늘어나고 생산도 2조원 가까이 늘어난다는 게 정부와 여당의 입장”이라며 “타산업과 연관된 일자리 창출 부분에서는 SOC에서 가장 높다”는 국토연구원 인터뷰를 실었다.
반면 “사회간접 자본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경기 부양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며 “저소득층에 대한 재정 지출이 경제적 효과가 더 크다”, “또 건설업이 국내 총생산 부가가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9%로, 5, 6%대인 선진국에 비해 높아, 이미 과잉 투자”, “갑작스럽게 투자를 늘릴 경우, 타당성 검사가 제대로 이뤄 지지 않아 불필요한 투자가 늘어날 위험도 높다”는 평가를 다뤘다.
아울러 보도는 “90년대 일본은 대규모 건설투자에 나섰다가 부실한 건설사의 구조조정만 지연시켜 장기 불황의 빌미를 줬다”며 “따라서 적정한 예산을 정말 필요한 곳에 투자할 수 있는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2. KBS, ‘수능성적표 유출’은 언급없이 ‘입시전략’만 다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수능시험성적 발표를 하루 앞두고 수능성적 자료를 미리 공개했다. 그 이유는 한 온라인 사교육업체가 수능성적 자료를 공개했기 때문이다. 평가원은 수능성적 자료가 유출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 2006년에도 한 입시학원이 수능성적을 미리 공개해 논란이 일었다.
MBC와 SBS는 모두 ‘수능성적 유출’에 초점을 맞춰 관련 사실을 보도했다. 그러나 KBS는 ‘입시기관의 분석결과’라며 이 분석결과에 기반한 입시전략을 보도하는데 그쳤다. ‘수능성적 유출’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KBS는 ‘수능성적 유출’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수능성적 자료에 기반한 입시전략을 보도하는데 그쳤다.
<수리 당락 좌우할 듯>(김건우 기자)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펴낸 2009학년도 수능시험 성적 자료를 입시기관이 분석한 결과 수리 가형 표준점수 최고점은 154점으로 지난해에 비해 무려 24점이나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며 입시전략을 다뤘다.

반면, MBC는 <수능성적 또 유출>(금기종 기자)에서 “서울의 한 입시학원이 공개한 2009학년도 수능성적 분석 자료”라며 자료내용을 간단하게 설명한 뒤, “수능출제기관인 교육과정평가원이 내일 오전에 공식 발표할 수능성적 자료를 입시학원이 하루 전에 내놓은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수능자료 유출사건은 재작년에도 서울의 한 입시학원에서 발생해 사전 유출이 금지된 자료에 대한 보안이 허술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며 “일부 입시학원들은 정보능력을 과시해 수강생을 늘리기 위해 수능 분석자료 경쟁을 벌여 왔다”고 꼬집었다.

SBS는 단신 <성적자료 유출 의혹>에서 “2009학년도 수능 성적 발표를 하루 앞두고 온라인 사교육 업체인 비상 에듀가 수능 성적 결과 분석이라는 제목의 보도 자료를 언론에 배포해 수능 자료 사전 유출 의혹이 일고 있다”며 “교육과정 평가원은 자료 가운데 표준점수 최고점은 10일 공개될 자료와 일치한다며 자료 유출 경위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끝>



2008년 12월 10일

(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