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쇠고기 전면 개방과 관련한 수구보수신문들의 왜곡보도가 심각한 상황에서 지상파 방송사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방송3사가 국민의 건강을 지키고 알권리를 보장하는 데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기대하며 7일부터 방송3사 메인뉴스의 미국 쇠고기 개방 관련 보도를 모니터해 일일 브리핑을 시작합니다. |
■ 5월 13일 사건 개요
·수잔 슈워브 미 무역대표부 대표 "한 총리의 성명을 수용하고 지지하며 다른 어떤 것도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언, 국제법 규정에 따른 한국의 검역주권을 인정한다고 밝혔으나 각국의 검역주권 행사는 신중하게, 과학에 근거를 뒀을 때만 보호받을 수 있다고 강조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위한 정부 고시의 연기 가능성 밝혀. (국회 청문회 답변에서 연기 가능성을 시사했으며, MBC와의 통화에서 14일에 관계 부처와 협의를 거쳐 고시 연기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혀)
· 이명박 대통령 국무회의에서 국민과의 소통 강조 (수잔 슈워브 발언 국민과 국회에 알려야하며, 한미 FTA 비준안 통과에 힘쓸 것 강조)
·국회 한미FTA청문회, 사실상 쇠고기 청문회로 이루어져
·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 장관, 쇠고기 협상은 외교통상부의 잘못이며 농림수산식품부가 대신 지적받고 있다고 견해 밝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은 통상의 문제", "협상을 이끈 것도 분명히 통상쪽"이라 발언)
· 민주화를 위한 전국 교수 협의회 등 3개 교수단체는 미국산 쇠고기 재협상 관련 기자회견 (예정된 고시를 중단, 이미 교수 천여 명이 쇠고기 협상 반대에 서명)
· 공공운수연맹 미국산 쇠고기가 들어있는 컨테이너를 수송하지 않겠다, 보건의료노조와 전교조는 병원과 학교 급식에 미국 쇠고기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겠다, 공무원노조 정부가 밝힌 미국소의 공무원 시식을 거부 주장
·우리 정부, AMR까지 수입키로 협상한 것으로 밝혀져
·촛불문화제는 이번 주 토요일까지 매일 열려, 장관고시를 전후한 14·15일, 17일 '집중의 날' |
■ 방송3사 보도량
■ 방송3사 보도 내용 비교
▲ 방송3사가 공통으로 보도한 내용
·수잔 슈워브 발언의 허점, KBS 가장 적극적으로 지적
MBC <검역주권 인정?>(윤형철 기자)는 앵커가 “미국 정부가 유사시 한국의 수입 중단을 인정한다고 우리 정부 편을 들었습니다. 다만 수입을 중단하려면 과학적 근거를 대야 한다고 못 박아 원론 찬성, 각론 사실상 불가로 보입니다”라고 정리. 이어진 보도에서 기자는 “그러나 각국의 검역주권 행사는 신중하게, 과학에 근거를 뒀을 때만 보호받을 수 있다고 강조한 점이 거슬립니다. 광우병이 발생했다고 무조건 수입중단 조치를 취하는 건 비과학적이라는 게 그동안 미국 정부의 입장이었기 때문입니다”라고 지적하고 “따라서 슈워브 대표의 성명은 한국 정부의 체면을 세워주기 위해 원칙적인 입장을 밝힌 것일 뿐 수입중단 조치를 무조건 받아들인다는 의미로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입니다”라고 설명.
SBS <“한국 검역주권 인정”>(원일희 기자)도 마지막 기자멘트에서 “일각에서는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의 발언이 기존의 원칙을 재확인한 원론적인 수준의 입장표명에 불과하다고 해석하고 있습니다"라고 덧붙였으나, 슈워브 발언의 한계를 지적하는 데는 아쉬움이 있었음.
KBS는 <한국정부 입장 수용>(이현주 특파원)에서 “그러나 이 같은 미국의 유연한 입장 변화가 실제상황에서도 유효할 지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로 지적되고 있습니다”라고 언급했으나, 전체적으로 수잔 수워브 미 무역대표부의 발언을 전달하는 내용. 그러나 이어진 <“문서화해야 효력”>(고영태 기자)에서 전문가들은 가트 20조가 효력이 약해 이를 적용하기보다는 추가협의를 통해 문서화해야 한다는 지적을 한다는 내용을 보도했음. 이 보도에서는 “광우병 발생 시 한국이 수입을 중단하려면 그 조치가 GATT 조건을 충족하는지에 대한 별도의 협의가 필요합니다. 미국이 협의에 응할지도 미지수지만 협의에서 양측 의견이 맞설 경우 보복관세 등 무역 분쟁의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미 무역대표부의 성명서는 가트가 규정하는 주권국의 권리를 인정한다는 원론적 수준에 불과해 국제법상으로는 별다른 효력이 없습니다“라고 지적. 이어 "수입중단 조치가 효력을 발휘하는 것을 원한다면 미국 정부의 대표 자격으로 각서 같은 것을 주는 최소한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송기호 변호사의 인터뷰를 담은 뒤, 기자가 “결국 가트 규정을 원용한 우리 정부의 수입중단 조치가 분명한 효력을 갖기 위해서는 문서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우세합니다”라고 결론. 수잔 슈워브 발언의 허점을 정확하게 짚은 이 보도는 돋보였음.
· 정부 ‘고시연기 검토’ 분위기 전달
MBC는 <“정부고시 연기”>에서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쇠고기 수입을 위한 정부 고시의 연기 방침을 밝혔다고 보도. 유 장관이 MBC와의 통화에서 14일 중으로 관계 부처와 협의를 거쳐 고시 연기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으며, 앞서 국회 청문회 답변에서도 고시 연기 방침을 시사했다고 보도. 또한 남경필 의원의 질의에 대해서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도 연기 검토 방침을 시사했음을 보도.
KBS는 <“고시 여기 검토”>에서 “미국산 쇠고기수입을 위한 고시를 강행하겠다던 정부방침에 변화가 엿보이고 있습니다. 농림부를 완강하지만 고시연기를 신중히 검토하고 있는 분위기도 있습니다”라고 전했음. 이 보도에서는 “내일 하루 행정절차를 거쳐 모레 수입조건을 고시하려던 농식품부는 오늘까지의 들어온 의견을 모두 검토하겠다며 신중한 자세로 돌아섰습니다”라고 기자멘트하고 "검토를 해보고 판단하겠습니다, 저희들이." (기존 입장과 바뀐 걸로 받아들여도 되나?) "아닙니다. 기존의 입장과 바뀐 게 전혀 없죠."라는 김현수 농림수산식품부 대변인의 녹취를 담았음.
SBS는 한미FTA 청문회 현장을 다룬 <쇠고기 연계 격돌>에서 기자 마지막 멘트로 “정부 측은 과학적인 근거 없이 여론만을 이유로 재협상을 할 수는 없다면서도, 야당의 장관 고시 연기 요구에 대해서는 ‘협의를 해 보겠다’며 여지를 남겼습니다”라고 전달.
■ 방송사별 돋보이는 보도
▲ AMR 수입문제 다룬 MBC <집중취재/이런 고기까지> 돋보여
MBC는 집중취재로 우리 정부가 AMR까지 수입하기로 했음을 보도했음.
ARM은 미국 쇠고기 부산물로, 농림부는 선진회수육으로 번역했는데 뼈에 붙어있던 살코기를 강한 수압을 동반한 기계로 분리해낸 것을 뜻한다고 함. 앵커는 이 보도에서 “이번 합의에서 알려지지 않은 하지만 심각한 문제 하나를 제기합니다. 광우병 위험 물질이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 미국 학교 급식과 가공품으로 쓰이지 않는 부산물을 들여오기로 합의했습니다”라고 지적.
보도의 내용은 매우 충격적. AMR은 기계를 써서 고기를 긁어내기 때문에 뼛조각이나 신경 조직이 섞이는 것을 막을 수 없어서 등뼈 등에 있는 광우병 위험물질이 들어갈 가능성이 보다 높다고 보도함. 보도에 의하면 미국 농무부도 모든 공립학교의 급식에 AMR, 즉 선진회수육 자체를 쓰지 못하게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고 함. 또한 보도에 따르면 우리 작년 9월 농림부 문건에조차 이러한 사실을 다 알고 있었으면서 정부는 이번 협상에서 선진 ARM의 수입을 대부분 허용했다고 함. 미국은 소의 연령과 상관없이 모든 소의 뇌, 척수, 등배신경절 등에서 긁어낸 AMR을 사용하지 못하게 한데 비해서, 한국은 30개월 미만인 소라면 뇌, 척수, 등배신경절, 삼차신경절 등 위험물질이 포함돼도 모두 허용된다. 황당한 것은 익명의 정부당국자가 인터뷰에서 “중추신경계 조직이 포함되지 않는 선진회수육은 제한적으로 생산됩니다. 식용에 특별한 문제는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데…”라고 안이한 답변.
이에 대해 보도는 “미국 축산협회조차 생산되는 선진 회수육의 절반가량에서 위험물질인 중추신경조직이 발견된다는 걸 인정하고 있습니다. 미국 식품안전감독국의 조사에서도 선진회수육을 안전하게 생산할 수 있는 업체는 전체의 12%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번 쇠고기 협상의 실체는 이렇습니다.”라고 비판.
▲ MBC, 한국과 미국의 ‘동상이몽’ 지적
MBC는 이진숙 특파원의 <“FTA 비준은 별개”>에서 한미FTA와 미 쇠고기 수입개방에 대한 한국과 미국의 동상이몽을 지적했음. 앵커는 “미국 여러 의원들이 쇠고기와 이 협정비준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 밝힘으로 뭔가 허전하게 됐습니다”라고 멘트. 이진숙 특파원은 에니 팔레오마베가 하원 동아태 소위원장이 “한미 FTA 비준을 위해 한국이 쇠고기협상을 양보했다면 이는 오판”이라고 밝혔다며 팔레오마메가 위원장의 발언녹취를 보여주고, FTA 비준 절차에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그레슬리 상원의원이 연내 FTA 비준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매우 비관적이라고 말하는 답변을 보여줬음. 기자는 마지막 멘트로 “한국 정부 일각에서는 쇠고기 협상이 타결되면 FTA가 쉽게 비준될 것처럼 말해왔습니다. 그러나 쇠고기 시장 문이 열려도 미국 의회에서 한미 FTA가 비준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입니다”라고 지적.
KBS와 SBS도 애니 팔레오마베가 하원 동아태소위원장의 쇠고기 청문회 개최의사에 대해서는 간단하게나마 다뤘으나, 한미FTA 비준과의 연계에 대한 멘트는 보도하지 않았음. MBC가 이 문제를 날카롭게 지적한 것은 돋보였음.
그런데, 그동안 대다수 언론들 역시 국민에게 한미FTA를 위해 미 쇠고기 수입이 이루어져야할 것인 양 보도해왔음. 예컨대 MBC는 지난 4월 11일 미 하원이 ‘미-콜롬비아 FTA’ 비준을 거부한 소식을 담은 <한미 FTA 불똥>(이진숙 기자)에서 “하반기 대선절차가 본격 가동되면 한미 FTA 비준동의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입니다. 미국의 최대 관심사인 한국과의 쇠고기 협상 문제가 해결될 경우엔, 올 하반기쯤 한미 FTA 비준 동의의 실마리가 풀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라고 보도한 바 있음. 언론이 한미FTA와 쇠고기 수입 문제를 다뤄 온 방식에 대해 성찰이 필요.
▲ SBS, ‘오역 파문’의 이면 꼼꼼하게 다뤄
SBS는 <부실대응 화 자초>(김흥수 기자)에서 정부가 협상 시작부터 미국 측 조치의 구체적인 내용을 챙기지 않아서 화를 자초했다는 비판을 했음. 이 보도는 협상이 끝난 직후에도 미국이 FDA 관보에 정식 게시한 동물성 사료 조치의 내용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미국 측이 3년 전 입안 예고된 내용보다 훨씬 완화된 조치를 공포했지만, 내용이 강화될 거라고 믿었다고 지적했음.
특히 이 보도에서는 “게다가 지난달 30일, 주한 미 대사관이 우리 정부에 관보의 내용을 공식 전달한 뒤 "의문이 있으면 회신을 달라"고 했지만 이것도 내용을 검토하지 않았습니다. 일부 실무진들은 지난 2일 정부 발표 직후 미국 공포안과 다르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최근 언론보도를 통해 문제가 불거지기 전까지 침묵하고 있었습니다.”라고 지적. 익명의 농식품부 관계자의 인터뷰로 “이슈가 안 되고 해명할 기회도 없고 쳐다볼 이유도 없었죠. 그러다 지나온거야.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고 넘어온 거야”라는 발언을 담았음. 단순한 오역 파문이 아님을 단독으로 지적한 SBS의 이 보도는 돋보였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