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위원회 ‘강동순 방송위원 녹취록 파문’으로 언론계와 정치권에서 강 위원에 대한 사퇴 압력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그러나 16일 ‘한나라당 방송장악 음모 진상조사위원회(위원장 지병문 위원)’ 소속 열린우리당 의원 5명이 방송위원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강 위원은 사퇴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이에 17일 열린우리당 문화관광위원회(간사 정청래)는 강 위원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할 것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KBS 윤명식 전 심의위원의 부당노동행위 여부에 대해 노동청의 조사와 별도로 법적 검토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 위원은 “사적 모임에서의 발언을 공적으로 책임질 수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정치적 중립을 엄격히 지켜야 할 정무직 공무원이다. 게다가 방송이 국민에게 미치는 막대한 영향력을 감안하면 방송위원의 정치적 중립성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 신분으로 대선후보의 최측근 유승민 의원을 만나서 ‘한나라당 대선 승리’를 위해 ‘정기적인 모임을 갖고 상호간에 요구와 애로점을 듣고 반영하자’는 제안을 했다. 이는 방송위원으로서 있을 수 없는 처신이며 공적 책임을 져야 할 일이다.
법조계에서도 강 위원의 발언이 아무리 ‘사석’이라 해도 공적 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반박이 나온다. 법무법인 정세의 한상혁 변호사는 <미디어오늘> 4월 17일 「사석에서의 대화와 공적 책임」에서 “강 위원이 스스로 인정한 행위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에 반한다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명백”하며 더 나아가 “확인되지도 않은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특정인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등 실정 형법에 위반하는 발언을 수도 없이 늘어놓”았다고 평가했다. 또한 강 위원이 스스로 물러서지 않고 “현행법상 사퇴를 강제할 별도의 방법도 존재하지 않는다면, 부적절한 인사를 방송위원으로 추천한 정당이 책임을 지고 사퇴를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해 한나라당의 책임까지 거론했다.
상황이 이와 같은데도, 강동순 위원이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배경에는 이 문제에 대해 매우 소극적으로 보도하고 있는 언론의 책임이 크다. 수구보수신문들이 이 사태에 대해 침묵하거나 ‘물타기’하는 상황에서 방송의 역할은 더욱 크다. 특히 강 위원의 발상이 방송의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방송3사의 적극적인 보도가 요구된다. 그러나 방송3사에서 ‘강동순 파문’과 관련된 내용이 방송된 것은 매우 적었으며, 메인뉴스 뿐 아니라 방송사의 모든 뉴스와 시사교양프로그램을 통틀어도 관련 보도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표1>참조)
<표1> 강동순 방송위원 발언 관련 방송3사 방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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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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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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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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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뉴스 |
<뉴스9>
·「비하발언 공방」(4/6)
·「무슨말 했길래」(4/6)
·「자진사퇴 촉구」(4/6)
·「호남비하 발언 조사 촉구」(4/11) |
<뉴스데스크>
·「사퇴압박」(4/10) |
<8뉴스>
·「검증은 ‘뒷전’」(4/6) |
기타
뉴스 |
<뉴스5>
·호남비하 강동순 위원 사퇴 촉구」(4/5)
·「문광위, 강동순 방송위원 사퇴 공방」(4/6)
<뉴스네트워크>
·문광위, 강동순 방송위원 사퇴 공방」(4/6)
<뉴스라인>
·「언론·시민단체 강동순 위원 사퇴 촉구」(4/10) |
<저녁뉴스>
·「강동순 방송위원 사퇴촉구」(4/9)
<뉴스24>
·「언론시민단체, 강동순 방송위원 사퇴촉구」(4/10)
<뉴스24>
·「강동순위원 사퇴해야」MBC 논평 (정일윤 논설위원)(4/13) |
<뉴스와 생활경제>
·「국회, 오늘 사회·교육·문화 대정부질문」(4/11) |
시사교양 프로그램 |
<미디어포커스>
·「이슈&비평/ 강동순 방송위원 발언 파문」(4/14) |
<뉴스후>
·「한배 탄 사람들」(4/14) |
없음 |
* 모니터 기간 : 2007년 4월 2일 - 4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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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3사 뉴스 ‘강동순 파문’ 관련 보도 비교
관련 내용을 가장 먼저 보도한 것은 KBS였다. KBS는 4월 5일 <뉴스5>에서 단신으로 ‘열린우리당이 호남비하 발언을 한 강동순 위원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는 내용을 보도했으며, 6일에도 <뉴스5>와 <뉴스 네트워크>에서「문광위, 강동순 방송위원 사퇴 공방」을 보도했다. 또한 문광위의 방송위원회 업무 보고가 있었던 4월 6일에는 <뉴스9>에서 「비하발언 공방」, 「무슨말 했길래」,「자진사퇴 촉구」로 3꼭지를 할애하여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
이 보도는 문광위에서 벌어진 공방을 한 꼭지로 다룬 뒤, 「무슨말 했길래」에서 “우리나라가 민주화 되려면 호남 사람들이 깨야 한다”, “호남 사람들 심하게 얘기하면 김정일이가 내려와도 우리 동네에는 포 안 쏜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구요”, “우리가 정권을 찾아오면 방송계는 하얀 백지에다 새로 그려야 됩니다”, “당(한나라당)에서 이렇게 해달라고 하면 우리가 그걸 받아서 해야 되고 우리 애로점이 있으면 당에서 이해도 해 주시고 지원도 해 주시고”, “잘못된 것에 대해 논리적으로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며 우익단체에 방송 모니터팀이 있어야한다”, “우익 단체들이 방송위원회 문을 닫으라는 시위를 해 줘야 한다”라는 등 강 위원의 문제 발언 내용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보도했다.
MBC는 4월 9일 <저녁뉴스>에서「강동순 방송위원 사퇴촉구」로 간단하게 보도하는데 그쳤다. 4월 10일에야 <뉴스데스크>에서 「사퇴압박」으로 관련 내용을 보도하고 <뉴스24>에서도「언론시민단체, 강동순 방송위원 사퇴촉구」로 간단히 내용을 전했다.
그러나 <뉴스데스크> 「사퇴압박」에서는 전국언론노동조합 등의 기자회견만을 전하더니, 불쑥 “현재 방송위원은 모두 9명. 대통령이 3명, 국회가 6명을 추천하는데 조창현 위원장과 마권수 상임위원은 대통령이, 최민희 부위원장은 열린우리당, 강동순 전육 두 위원은 한나라당 추천입니다. 방송위원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기 어려운 이유입니다”라며 방송위원 구성의 구조적 문제 때문에 방송위원이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어려운 것이 필연적인 양 설명을 덧붙이는데 그쳤다. 이 보도는 강 위원의 발언 내용과 그 문제점은 전혀 알려주지 않은 채, 방송위원이 대통령과 여야의 추천을 받기 때문에 정치적 중립을 지키기 어렵다는 말로 사안의 본질을 흐리는 결과를 낳았다.
강 위언 발언의 내용과 문제점을 가장 적극적으로 다룬 것은 4월 13일 MBC <뉴스24> 정일윤 해설위원의 논평이었다. 이 논평은 “어물쩍 넘어가기에는 발언이 너무 중차대”하다면서 “방송의 공공성과 공정성을 훼손하거나 훼손할 의사를 드러냈다”고 평했다. 또한 논평은 “우리는 이 정도의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을 가진 인사가 우리나라 방송정책 최고집행기관에서 차관급 상임위원으로 행세하는 자체가 개탄스러울 따름입니다. 그의 자진사퇴를 촉구합니다”라고 주장했다.
SBS는 4월 6일 <8뉴스>「검증은 ‘뒷전’」에서 문광위의 방송위 업무보고를 보도하면서 “한미FTA협상 내용에 대한 본격적인 국회 검증이 시작됐습니다. 하지만 문광위에서는 한 방송위원의 개인적인 발언과 정부의 개헌홍보 이메일을 높고 공방이 벌어지는 바람에 정작, 방송분야 협상결과는 제대로 따져보지도 못했습니다”라며 강동순 위원의 문제 발언을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하고, 여야의 ‘공방’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 보도는 열린우리당 우상호 의원의 질문과 강동순 위원의 변명에 가까운 발언을 담은 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의원들은 사적인 자리에서 오간 대화를 불법으로 녹취한 게 더 큰 문제라고 반박했습니다”라고 기자가 멘트하고 장윤석 한나라당 의원의 “불법녹취물을 증거물로 해서 정치적 심판을 한다는 것은 우리 헌법정신에도 맞지 않는다”라는 발언을 전달했다.
4월 6일은 문광위가 방송위원회와 국정홍보처에 대한 업무보고를 듣는 자리로 ‘한미FTA 평가’만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이 보도는 문광위가 ‘불필요한 공방’으로 파행을 거듭한 것 같은 인상을 주었다. 이처럼 강 위원의 발언 내용이나 본질은 전혀 보도하지도 않은 채, ‘불법 녹취’와 ‘여야 공방’에만 초점을 맞추는 보도 태도는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신문과 맥을 같이 한 것이다.
(‘불법녹취 논란’에 대해 KBS <미디어포커스>(4/14)에서는 “술자리 발언을 녹음한 사람이 제3자가 아니라, 대화를 나눈 당사자라는 점에서 녹음 자체는 위법이 아니라는 게 법조계의 일반해석입니다”라는 기자멘트와 함께 신현호 변호사의 “제3자가 아니라 발언 당사자가 했다는 점에서, 또한 발언 내용이 공공의 이익과 관련됐다는 점에서 불법이 아닙니다”라는 인터뷰를 담았다. MBC <뉴스후>(4/14)에서도 진행자가 “불법입니까?”라고 묻자 기자가 “분명히 아닙니다. 강동순 방송위원 술자리에 함께 있던 사람이 녹음을 했기 때문에 이런 경우에는 법적으로 불법녹취가 아닙니다”라며 명확하게 정리했다.)
방송3사 시사교양프로그램 ‘강동순 파문’ 관련 방송 비교
‘강동순 파문’에 대한 시사교양프로그램의 보도도 매우 적었다. 특히 SBS는 이와 관련한 방송이 단 한건도 없었다.
KBS <미디어포커스>는 「이슈 & 비평/강동순 방송위원 발언 파문」에서 관련내용을 자세히 다루었다. 이 보도에서는 술자리 발언의 배경, 발언내용, 발언의 의미 등을 자세히 언급했으며, ‘KBS 노조’에 대한 강 위원의 인식을 드러낸 녹취록 내용도 소개했는데 “지금 KBS노조 매우 중요합니다. 국회의원 몇 분 당선되는 거 보다 KBS 노조가 내년 대선 때 노조가 제대로 들어서면 반은 정연주를 견제할 수가 있어”라는 강 위원의 발언이 그대로 보도됐다.
또한 조선, 중앙, 동아일보의 소극적인 보도태도, ‘물타기 행태’를 비판했다. 아울러 이 신문들이 지난해 6월 강동순 위원이 KBS 감사직에서 퇴임한 뒤 KBS를 비판하는 내용의 책을 출간하자, 사설까지 내보내며 강 위원을 칭찬한 사실을 언급하며, 이들 신문이 “KBS를 정권과 줄 닿은 공영방송이라고 비판하고 KBS의 독립성을 외쳐놓고도, 술자리에서는 특정 정당에 편향된 부적적할 발언을 한 (강 위원의) 이중적 태도에 대해서는 눈을 감은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편 MBC <뉴스후>는 “사석에서의 발언일 뿐 공적인 업무는 불편부당하게 하고 있다는 방송위원님”이라면서 강 위원의 주장을 비꼬아서 전한 뒤, 강위원의 발언 내용을 시간 흐름에 따라 그대로 전해주는 형식을 취했다.
“좌파정권을 무너트리기 위해서는 국가신인도를 떨어뜨려도 괜찮다”, “빈대 잡으려고 초가산간 태운다는 얘기가 있는데, 빈대가 많으면 빈대를 잡을 필요가 없는거야. 새로 헐고, 건물을 새로 지어야지. 방송이 그렇다는 거예요” 등의 충격적인 내용을 그대로 보도했다. 기자는 이 부분에서 “방송위원회는 우리나라의 모든 지상파 방송, 케이블 방송, 위성방송 사업의 허가와 허가취소권, 방송정책결정권을 갖고 있는 권력기관입니다. 각 정파의 추천을 받아 임명되는 9명의 방송위원은 직무상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임기까지 보장되는 막강한 힘을 가진 자리입니다. 비록 한나라당의 추천으로 그 자리에 올랐다지만 마땅히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방송위 상임위원의 발언이라고 하기엔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내용들입니다.”라고 그의 발언이 왜 심각한 문제가 되는지를 방송위원회의 권한과 방송위원의 책임을 들어 설명했다.
한편 <뉴스후>에서는 강 위원과 한 자리에 있었던 KBS 심의위원 윤명식 씨가 회식 마지막에 “우리는 한배를 탄 것”이라고 강조한 부분을 빗대어 “한배를 탔다고 하는데 저 얘기는 정말 귀를 의심하게 만듭니다. 그런데 공영방송의 간부가 특정 정당하고 한 배를 타면 그 다음은 정말 어떻게 될지 궁금합니다”라며 방송인의 자질 문제도 지적했다.
방송사, 특히 SBS와 MBC 뉴스가 ‘강동순 파문’을 소극보도 하는 것은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다. 이들 방송사는 강동순 위원이 주장하는 왜곡된 ‘방송대책’의 대상이자, 강동순 위원의 발상이 현실화 된다면 정치권력의 통제대상이 되는 당사자들이다. 방송사들이 과거 독재정권에 의한 방송통제의 부끄러운 역사를 돌이켜보고 좀 더 경각심을 갖고 이 문제를 다뤄주기 바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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