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모니터_
‘방송3사 연말 연기대상 시상식’에 대한 민언련 모니터 보고서(2007.1.8)
등록 2013.09.24 11:22
조회 763

방송사 연기상, ‘양’보다 ‘질’을 높여야
- 객관적인 시상기준 마련하고 투명성·공정성 보장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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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30, 31일 방송3사가 ‘연기대상’ 시상식을 방송했다. 그동안 방송사들의 연기상 시상식은 ‘상 나눠주기’, ‘상 퍼주기’, ‘연기자 관리용’ 등등의 비판을 받았으며 수상자 선정의 공정성 문제로 논란을 빚기도 했다.
2006년도 연기대상 시상식도 이와 같은 고질적 문제점이 그대로 드러났다. 또 미숙한 진행과 출연자들의 막말, 자사 드라마 홍보 등의 구태도 반복되었다.


1. 시상 내용

(1) 쏟아진 ‘공동수상’

이번 2006년 방송3사 연기대상에서도 수 십 명이 상을 받았으며 ‘공동수상’이 남발됐다. 특히 KBS는 무려 41명(중복 포함)의 연기자에게 상을 줬다. ‘최우수연기상 남자’, ‘우수연기상 남자·여자’, ‘조연상’, ‘인기상’ 부문에서 2명이 공동수상 했으며, 신인연기상 부문에서는 남녀 각각 3명이 공동 수상을 했다. ‘베스트커플상’은 4팀(8명)이나 됐다.
MBC도 총 36명(중복 포함)에게 상을 줬으며, ‘최우수연기상 남자·여자’, ‘우수연기상 남자·여자’, ‘PD가선정한연기상 남자·여자’, ‘신인연기상 남자·여자’, ‘연속극 부문 남자’, ‘중견배우 부문 여자’에서 2명의 공동수상자가 나왔다.
SBS는 총 38명(중복 포함)의 연기자에게 상을 줬는데 대부분의 분야의 수상자가 남녀 각 1명씩으로 상대적으로 ‘공동수상’이 적었다. 그러나 SBS도 신인연기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뉴스타상’을 두어 남녀 각 4명씩 8명에게 상을 주고, ‘10대 스타상’이라는 이름으로 10명의 드라마 주연급 연기자들에게 상을 줬다.
방송3사의 ‘공동수상’ 남발은 [표1]에서 보다 명확하게 드러나는데 KBS와 MBC는 전체 시상 부문 가운데 절반을 육박하는 분야(KBS 45.5%, MBC 40%)에서 ‘공동수상’이 나왔다.

[표1] 방송3사 연기대상 공동수상 분석(공로상 분야 공동수상은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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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시상 분야 수
공동수상 수
KBS
22개 부문
10개 부문 (45.5%)
MBC
25개 부문
10개 부문 (40%)
SBS
20개 부문
2개 부문 (10%)
67개 부문
22개 부문


(2) KBS·MBC 수상자, 특정 드라마에 ‘쏠림 현상’
특정 드라마에 출연한 연기자와 관계자들에게 상이 편중되는 현상도 두드러졌다([표2], [표3] 참조). [표2]에서 드러나듯이 총 80편의 드라마 가운데 연기대상에서 1명 이상의 수상자가 나온 드라마는 총 36편이었다.
KBS는 <소문난 칠공주>와 <황진이> 출연자들이 전체 상의 각각 31.8%를 차지해 두 드라마의 출연자들이 60% 이상의 상을 차지한 것으로 타나났다. 이와 같은 ‘쏠림 현상’으로 KBS의 경우 전체 30편의 드라마(단편 제외)에서 단 8편만이 수상자를 배출했다.
MBC는 <주몽>의 출연자들이 전체 상의 40%를 휩쓸었다.
이 외에도 KBS는 <서울 1945>, <열아홉 순정>, MBC는 <환상의 커플>에서 각각 5개 부분의 수상자가 나왔다.
KBS, MBC에 비해 SBS는 특정드라마에 대한 상의 ‘쏠림 현상’이 덜했다. <연애시대>가 ‘최우수상’, ‘미니시리즈 조연상 남·녀’, ‘뉴스타상’ 등에서 수상자를 배출 했으며, <돌아와요 순애씨>와 <연인>, <연개소문>이 각각 4개 부문 수상자를 냈다.
이 같이 많은 수상자에게 중복수상을 한 드라마와 연기자들의 공통점은 대체로 시청률이 높은 이른바 ‘효자 드라마’와 그 드라마의 출연자라는 점이다. KBS와 MBC는 <소문난 칠공주>, <주몽> 등 자사에서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에서 다수의 수상자가 배출되었다. 다만 SBS의 경우는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하늘이시여>가 아니라 <연애시대>가 가장 많은 수상자를 배출 한 것으로 나타났다.

[표2] 방송3사 연기대상 수상자 배출 드라마 비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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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드라마 총 편수
수상드라마 편수
KBS
30편
8편(26.7%)
MBC
23편
11편(47.8%)
SBS
27편
17편(62.9%)
80편
36편(45%)
※방송3사 특집, 단편드라마는 제외.
 
[표3] 2006년에 방송된 방송3사 드라마 중 수상자 배출 드라마
(굵은 글씨가 수상자 배출 드라마, 괄호안은 수상자 수 / 작가상도 포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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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일드라마
(아침/저녁)
월화드라마
수목드라마
주말드라마
기타
(금요드라마/*단
KBS 강이되어만나리
걱정하지마
고향역
그여자의선택
별난여자별난남자
순옥이
아줌마가간다
열아홉순정(5)
구름계단
눈의여왕(4)
미스터굿바이
봄의왈츠(1)
안녕하세요하느님
포도밭그사나이(4)
굿바이솔로
도망자이두용
위대한유산
투명인간최장수
특수수사일지
황금사과
황진이(7)
대조영(1)
소문난칠공주(7)
서울1945(5)

인생이여고마워요
대추나무사랑걸렸네
반올림3
사랑과전쟁
이레자이온
화랑전사마루
*드라마시티(3)
*TV문학관(2)

*무기여잘있거라
*연어의꿈
MBC 사랑은아무도못말려(2)
얼마나좋길래
이제사랑은끝났다
있을때잘해(4)
자매바다
궁(2)
넌어느별에서왔니(1)

내인생의스페셜
주몽(10)
닥터깽
달콤한스파이(1)
어느멋진날(2)
여우야뭐하니(1)

영재의전성시대
오버더레인보우(3)
결혼합시다
누나(2)
도로시를찾아라
발칙한여자들
불꽃놀이
신돈
진짜진짜좋아해
환상의커플(5)
*베스트극장(2)
*우리다시사랑할까요
SBS 사랑도미움도
맨발의사랑
사랑하고싶다
들꽃
눈꽃(1)
독신천하(2)
서동요
연애시대(6)
천국보다낯선
101번째프로포즈
돌아와요순애씨(4)
마이걸(2)
무적의낙하산요원(3)
불량가족(1)
스마일어게인(1)
연인(4)

천국의나무
게임의여왕(2)
백만장자와결혼하기(1)
사랑과야망(3)
연개소문(4)
하늘이시여(3)
그여자(1)
나도야간다
내사랑못난이(1)
마이러브(1)
어느날갑자기
*깜근이엄마(1)
*내사랑달자씨
*박치기왕

2. 시상 기준 및 근거

(1) 애매한 시상 분야 기준
시상 분야의 기준도 애매했다([표4]참조).
방송사들은 연기자들의 ‘연기력’을 기준으로 대상, 최우수상, 우수상 등을 시상하면서도, ‘배역의 비중’을 기준으로 한 ‘조연상’을 따로 시상했다. 또 드라마 장르를 기준으로 시상 부문을 나누는가 하면 연기자들의 ‘나이’를 기준으로 상을 주기도 했다.
KBS는 ‘단막극’과 ‘특집/문학관’분야를 따로 시상했으며, MBC는 ‘단막극’, ‘연속극’, ‘미니시리즈’, ‘대하사극’으로, SBS는 ‘연속극’과 ‘미니시리즈’로 시상분야를 구분했다. 그러나 이 같은 분류기준은 드라마의 방송형태에 따라 ‘연속극’, ‘시추에이션’, ‘단막극’으로 구분하거나, 드라마 주제에 따라 ‘홈드라마’, ‘사극/시대극’ 등으로 분류하는 보편적인 분류방식과도 차이가 있다.
MBC는 연기자들의 ‘나이’를 기준으로 ‘중견배우상’을 주고, “사람과 사랑이 넘치는 드라마에 대한 시상”이라는 애매모호한 기준으로 ‘가족상’을 주기도 했다.
KBS는 시청자들이 뽑는 일종의 인기상인 ‘네티즌상’을 주면서, ‘인기상’을 따로 시상하고 있어 그 기준이 무엇인지 시청자들을 의아하게 했다.
특히 ‘베스트커플상’(KBS·MBC)과 ‘10대스타상’(SBS)은 이미 연기상이나 신인상, 인기상을 받은 스타들에게 수여되어 스타급 배우들에게 ‘상을 하나 더 준다’는 것 외에 다른 의미를 찾기 어려웠다([표5]참조).

 
[표4] 방송3사 연기대상 시상내역
-
KBS
MBC
SBS
연기력 기준 시상
대상, 최우수상,
우수상, 신인상
대상, 최우수상,
우수상, 신인상
대상, 최우수상,
우수상, 뉴스타상
배역 기준 시상
조연상
-
미니시리즈 조연상, 연속극 조연상
드라마 장르 기준 시상
단막극, 특집·문학관
미니시리즈, 연속극, 대하사극, 단막극
미니시리즈, 연속극
시청자 인기투표 시상
인기상, 네티즌상, 베스트커플상
인기상, 베스트커플상
10대스타상, 인기상
기 타
청소년상
PD선정 연기상, 가족상, 중견배우상
아역상, PD선정 연기상
 

(2) 불투명한 수상자 선정 기준
방송3사 연기대상의 수상자 선정 과정이 투명하지 못하다는 점도 계속 지적돼 온 문제다. 이는 방송3사가 연기대상의 심사위원단 구성이나 각 부문의 후보자 및 수상자 선정 기준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작품성이 높은 드라마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준 연기자들이 수상자가 되지 못한 데 대한 논란이 일기도 했다.

3. 진행 과정의 문제

(1) 자사 홍보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자사 드라마를 홍보하는 관행은 2006년 연기대상에서도 반복되었다. 과거처럼 노골적이지는 않았지만, 새 드라마의 주인공을 시상자로 불러냈다.
KBS는 새 월화드라마 <꽃피는 봄이 오면>의 주인공인 박건형씨와 이하나 씨가 ‘인기상’ 시상자로 나와 자신들의 드라마를 홍보했으며, 최우수연기상 시상자로 나선 최진실씨는 “이런 말을 여기서 해도 되는지 모르겠다”면서 자신이 주연하는 MBC의 새 일일드라마를 광고하자 이에 질세라 최수종씨도 자신이 주연을 맡는 드라마를 홍보했다.
MBC는 “올해 가장 기대작”이라며 <궁S>의 주인공 세븐과 허이재 씨를 소개하고 이들이 ‘베스트커플상’과 ‘인기상’을 시상했다.
또 방송3사 모두 VCR로 새로 시작하는 드라마를 편집해 소개하는 순서를 갖고 진행자들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올해에도 우리 방송사의 드라마를 봐달라”는 홍보성 멘트를 하기도 했다.


(2) 미숙한 진행, 출연자들의 막말
시상식 사회를 맡은 일부 진행자의 미숙한 진행과 말싸움, 일부 출연자들의 막말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그동안에도 방송3사 연기대상 진행자들의 미숙한 진행과 부적절한 언행은 계속 문제로 지적되어 왔다.
KBS는 전문 진행자가 아닌 세 명의 탤런트와 가수에게 사회를 맡겼는데 탁재훈씨와 류시원씨는 방송진행 내내 서로 상대를 깎아내리는 말싸움으로 억지웃음을 끌어내려 했다. SBS 시상식의 사회를 맡은 탤런트 이훈 씨는 시상식을 진행하며 수상자 명단이 발표될 때마다 자신이 수상자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말을 했는데, 이 역시 어색했다.
또 여성 진행자들은 모두 각 방송사의 인기 드라마 연기자들로 구성되어서, 상을 받느라 진행의 맥을 끊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KBS의 최정원씨는 두 차례, MBC 한예슬씨는 무려 4차례나 수상을 위해 진행자 자리를 비웠고, 두 사람 모두 상을 받고 감격에 겨워 울먹이느라 진행이 매끄럽지 못했다. 방송사들이 굳이 연기자들을 사회자로 내세워 시상식의 혼선을 자초해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출연자들의 막말이나 개인적 홍보 등의 문제도 여전했다. MBC에서 PD상과 특별상을 시상하러 나온 박명수씨와 박경림씨는 “왜 당신이 나왔냐”는 막말을 하며 상대를 깎아내렸고, 특별상을 시상한 김혜옥씨는 같이 시상자로 나선 지현우씨의 새 앨범을 홍보해주기도 했다.


그동안 우리 단체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방송사 연기상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방송3사 공동주최’를 대안으로 제시해 왔으나 방송사들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우리는 각 방송사들이 최소한의 개선 없이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연기상을 남발한다면 지상파 방송사의 시상식은 권위를 잃을 수밖에 없다고 본다. 이미 지상파 방송사의 가요 시상식이 권위를 잃고 폐지되는 과정은 좋은 예이다.
우리는 방송사들이 시상 분야를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정비하고 수상자 선정의 투명성을 높이며 시상식 진행의 전문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연기상 시상식을 개선해줄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
2007년 연기 시상식은 몇몇 스타와 인기 드라마만의 축제가 아니라 좋은 연기를 보여준 연기자들을 격려하고 시청자들이 함께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끝>

 



2007년 1월 8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