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모니터_
민주당 방중 의원들 향해 “제정신이 아니야”
2017.1.5
등록 2017.01.10 18:31
조회 596

 5일 종편 시사토크 프로그램에서는 ‘야당 의원 방중’에 대해 논했습니다. 출연진 다수는 ‘굴욕’, ‘매국’ 등의 자극적 표현으로 민주당을 비방합니다. 이정훈 동아일보 출판국 편집위원은 ‘사대주의’, ‘자주를 포기한 행위’ 등이라 분석하더니, 민주당 대표적 ‘중국통’이라 인정받는 송영길 의원을 두고 “친구들하고 중국 여행 갔다 오신 정도”라고 깎아내렸습니다. 정미경 전 새누리당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을 “제정신이 아니다”라 폄하하기까지 합니다. 방중일인 4일엔 비선 실세 의혹을 받는 최순실 씨와 정호성 청와대 전 부속비서관의 통화 내용이 언론에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최병묵 전 월간조선 편집국장은 최순실 씨가 “(연설문 수정에)굉장한 감각을 가지고 있”다며 뜬금없이 찬사를 보냅니다. 진행자 김광일 씨도 “센스가 있는 것 같아요”라 맞장구를 칩니다.

 

1. 이정훈, 야당 매도하려다 사실과 전혀 다른 주장으로 송영길 의원 비하

 

 4일, 송영길 의원 등 민주당 의원 7명이 중국을 방문했습니다. 민주당은 방중 이유를 왕이 외교부장 등 중국 정부의 고위관계자들을 만나 사드 배치를 둘러싼 양국의 갈등에 대해 논하기 위해서라 밝혔습니다. 특히 경제 보복으로 의심되는 무역제재가 나날이 확대되어, 의원외교가 필요한 시점으로 판단했다고 말했습니다.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은 한목소리로 야당 의원 방중을 ‘사대주의’, ‘굴욕외교’라 비난하고 나섰습니다. 종편 출연진의 교과서인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도 ‘중국의 이간계에 말려든 제1야당’ 등의 분석을 내놨습니다. 그러자 출연자들도 격하게 야당 매도에 동참했습니다.  

 

 먼저 채널A <김승련의 뉴스TOP10>(1/5)에서 이정훈 동아일보 출판국 편집위원은 민주당 의원을 공격하려다가 사실관계와 다른 내용을 단정적으로 말합니다. 이정훈 씨가 송영길 민주당 의원에 대해 제가 알기론 중국을 잘 아는 분이 아니거든요”라 말한거죠. 진행자 김승련 씨가 “대만에 머물면서 중국을 공부한 적이 있죠”라 답하자, 이 씨는 “없죠”라 단언했습니다. 심지어 “친구분들하고 작년인가 재작년에 중국 여행 갔다 오신 정도로 알고 있는데”라는 설명도 덧붙입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송영길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 ‘중국통’으로 손꼽히는 인물입니다. 2014년 인천시장 재선에 실패한 뒤 중국과 대만으로 유학을 떠났습니다. 1년간 베이징 칭화대와 타이베이 정치대학에서 연구 교수 생활을 했습니다. 심지어 작년 8월, ‘인민일보’는 송 의원을 한중수교 24주년 맞이 한국의 중국통 국회의원으로 선정해 인터뷰하기도 했습니다. 송 의원은 “중국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 방송통신대학 중어중문학과를 등록해 졸업했다. 인천광역시장 시절에 중국 여러 도시와 자매 도시를 맺어 교류활동을 해 왔다”고 밝혔습니다. 이 씨는 송 의원 비방을 위해, 사실관계와 전혀 다른 주장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채널A <김승련의 뉴스TOP10>(1/5)는 이정훈 씨의 발언만이 문제되는 것이 아닙니다. 이날 방송은 “사드에 대해서 굴욕외교를 하고 왔다”는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의 발언을 보여주더니, 이 발언에 반박한 송영길 의원의 발언을 전했습니다. 문제는 그 발언 중 “사드 3개 추가 설치 주장하는 유승민은 대선주자급이 아니다”, “유승민은 어버이연합 수준, 단세포, 록히드 마틴 대변인이라 해야 할 것 같다” 등 일부 자극적 문구만 자막으로 뽑았다는 것입니다. 실제 송영길 의원은 “국익을 위해 노력하는 방법론상의 차이를 적대시하고 매국으로 비난하는 것은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정치인으로서 수준 낮은, 성숙하지 못한 모습”, “결국 유승민 의원이 자신의 뿌리가 박근혜 라는 한계를 버리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뒤에 숨어서 비난하지 말고 정정당당하게 공개토론 할 것을 제안한다”라고 말했지만, 이는 전혀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자극적인 발언만 골라 내보내서 야당 의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강화시킨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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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영길 의원의 자극적인 발언만 골라 보여주는 채널A <김승련의 뉴스TOP10>(1/5) 화면 갈무리

 

 여기에 이정훈 씨는 “저분 대학생 때 연대 학생회장 했는데요. 그때 주장했던 게 자주입니다. 자주 등등 주장했는데, 자주 하자는 양반이 왜 저기 가서 저러고 있어요?”라는 황당한 말까지 덧붙입니다. 마치 송 의원과 민주당이 마치 중국에 안보를 팔아넘기고 주권을 포기하기라도 한 것 같이 몰아 부친 것입니다. 이를 위해 사대주의란 표현도 서슴지 않습니다. “우리 국민들도 사대주의는 안 좋아합니다. 우리가 스스로 결정하는 것을 원하지”, “왜 거기 가서 감 놔라 배 놔라 중국하고 개입하라고 합니까? 골수 더민주당 지지자가 아닌 이상은 ‘이거 뭐야?’ 이럴 겁니다”라는 것입니다. ‘정보는 아니고 자신의 판단’ 이라면서도 수차례 단정적으로 주장합니다. 

 

2. TV조선도 지지않아, 민주당 방중 의원들 향해 “제정신이 아니야”

 

 이는 이정훈 씨와 채널A <김승련의 뉴스TOP10>(1/5)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종편 출연진 다수가 야당 방중을 일방적으로 비방했습니다. 특히 TV조선 <이것이 정치다>(1/5)에 출연한 정미경 전 새누리당 의원은 민주당 국회의원들을 “제정신이 아닌”것이라 비하합니다. 의원들의 중국 방문은 ‘나라를 생각하지 않는’ 행보란 주장인거죠. 심지어 정 씨는 “(민주당 의원들이) 우리는 사드 반대한다, 이 얘기했을 것 아니에요?”라며 넘겨짚기도 합니다. 진행자 전원책 씨가 “반대한다, 그 얘기는 안 한 것 같아요. 다음 대선 때까지 속도를 늦추겠다, 아마 이런 이야기가 오고 간 것 같고”라 말했지만, 오히려 “속내는 그랬을 것 같아요, 제 생각엔. 하여튼 중국한테 유리한 말 한 거잖아요. 그러니까 만나줬겠죠”라며 자신의 추정을 사실처럼 재차 주장합니다.

 

 야당 의원들은 중국과 한류 금지령, 한국행 전세기 운항 불허 등의 중단을 논의했다고 밝혔습니다. 중국 역시 “사드 배치 가속화를 동결하면 교류를 확대할 수 있다”, “양측이 소통하고 협상해 타당한 해결책을 찾자”는 입장입니다. 논의 주체 양쪽 모두 공식적으로 민주당 측이 ‘사드 배치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의 결정에 맡기겠다’고 말한 바 없습니다. 

 

 그럼에도 종편 출연진들은 자신들의 심증만으로 그랬을 것이라 넘겨짚고 ‘사대 외교’라 맹비난하고 있습니다. 여당과 정부 그리고 보수 언론은 줄곧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야당을 ‘정부와 다른 입장’이란 이유로 ‘매국 집단’이라 매도해 왔습니다. 이번 방중 역시 같은 맥락으로 ‘굴욕 외교’, ‘사대 외교’라 비방하고 있습니다. 조기 대선이 임박한 만큼 언론-정당이 총력을 다해 ‘안보 프레임’을 꺼내 든 듯합니다. 

 

사드 배치 결정은 그 결정 과정부터 문제였습니다. 국민적 토론 없이, 국회 동의 없이, 정부 내부의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되었기 때문입니다. 사드 배치가 국가 안보를 위한 것인지, 국가에 이익이 되는지 논란은 여전합니다. 종편 출연진들은 방중 한 야당 의원들에게 사실과 전혀 다른 내용으로 ‘사대, 매국’ 딱지를 붙이기 전에, 사드 배치 논란에 대한 본질부터 논의해보아야 하지 않을까요. 

 

3. 최병묵 “최순실, (연설문 수정에)굉장한 감각 있어”…김광일 “센스가 있어”

 

 지난 4일 비선 실세 의혹을 받는 최순실 씨와 정호성 청와대 전 부속비서관의 통화 내용이 언론에 공개됐죠. 검찰이 압수한 정 전 비서관의 스마트폰 녹음 파일 일부가 밝혀진 것인데요. 최순실 씨가 지시한 문장이 토씨 하나 다름없이 연설문에 그대로 등장하는 등 최 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 내용을 구체적으로 지시했습니다. TV조선의 <김광일의 신통방통>(1/5)에서도 이 소식이 화제였는데요. 토론자로 출연한 최병묵 전 월간조선 편집국장은 최순실 씨가 “(연설문 수정에)굉장한 감각을 가지고 있”다며 뜬금없이 찬사를 날렸습니다. 그러자 진행자 김광일 씨도 “센스가 있는 것 같아요”라며 맞장구를 쳤습니다.

 

 최 씨는 “최순실 씨는 저런 정도(연설문 수정)에 대해서 굉장한 감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우리가 사실은 그 부분을 전혀 무시해 왔잖아요. 그런 거 보면 청와대에 가서 한국어로 연설을 하는데 왜 흔히 그렇지 않습니까? 끝부분에 가면 그 나라 말로 뭔가 인사말 정도는 하게 되잖아요. 인사말 정도가 아니라 그 나라의 어떤 덕담 같은 것도 하나 완전히 중국어로 하라 이렇게 얘기하는데 정호성 전 비서관은 거기까지는 못 미치는 거죠. 최순실 씨의 그 말뜻을 잘 못 알아듣는 거죠. 그러니까 그걸 최순실 씨가 강압적으로 지시를 하다시피 한 거죠”라고 이야기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25일, 1차 대국민담화문에서 “최순실 씨에게 홍보와 연설문 작성에 도움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최순실 씨와 정 전 비서관의 통화 내용과 실제 연설문을 비교해보면 최순실 씨가 지시한 내용의 상당 부분이 그대로 실현되고 있습니다. 단순한 도움의 차원을 넘어선 것이죠. 정 전 비서관의 녹취록만 보면 누가 대통령인지 의심케 할 정도입니다. 정 전 비서관의 녹취록은 최순실 씨가 국정을 사실상 이끌었다는 증거가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최 씨는 녹취록의 의미를 논하기보다는 최순실 씨의 ‘정무적 감각’을 칭찬하기 바쁩니다. 

 

 최 씨는 비선의 일반인이 법과 절차를 무시하고 국정운영을 진두지휘한 사실을 비판하지는 못할망정 연설문 수정 능력이 뛰어나다고 칭찬한 것입니다. 왜 최 씨는 최순실 씨의 능력을 칭찬한 걸까요? 최 씨의 주장은 최순실 씨가 정 전 비서관에게 강압적인 주장을 한 이유가 있다는 것입니다. 최순실 씨가 감각적인 판단으로 박 대통령의 중국 대학 연설 마지막 문장을 중국어로 할 것을 지시했고, 이를 정호성 전 비서관이 알아듣지 못하자 어쩔 수 없이 명령조로 이렇게 하라 지시를 했다는 것이죠. 녹취록에서 정 전 비서관을 하대하며 강압적 지시를 주문한 최순실 씨의 태도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는 겁니다. 최 씨가 최순실의 변호를 자처한 셈이죠. 

 

 뒤이은 최 씨의 발언도 “(최순실 씨가)청와대 연설문을 다 손본 건 아니고 아마 연설문을 읽어보고 본인이 다 손볼 능력은 안 되는 거죠. 그리고 끝부분에 이런 걸 하나 추가했으면 좋겠다, 조언을 했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라며 최순실 씨가 정 전 비서관에게 하대가 아닌 조언을 한 것이고 연설문은 손 볼 능력이 안 된다는 취지로 읽히는 발언인데요. 앞서 감각이 뛰어나 정 전 비서관을 하대할 정도의 능력을 갖춘 최순실 씨가 정작 전체 연설문은 손 볼 능력이 안 된다는 모순적인 주장입니다.

 

 더욱 문제는 공정한 진행의 책임이 있는 진행자 김광일 씨입니다. 김 씨는 최 씨 발언의 문제점을 전혀 지적하지 않고 이에 동조하는데요. 김 씨는 외국인투자 촉진법의 경제적 이득을 뽑아오라는 최순실 씨의 지적을 예로 들며 “최 국장님, (최순실 씨가)아까 말씀하신 센스가 있는 것 같아요”라며 맞장구를 칩니다. 뒤이은 발언에서는 “방송은 좀 쉽게 해야 된다. 이를테면 초등학교 1학년이나 중학교 1학년도 알아듣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그런 표현과 내용을 담아서 전달해야만 많은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다 이런 얘기 늘 하지 않습니까? 어쩌면 최순실 씨가 이 박근혜 대통령이 연설문을 보고 그 정도 수준의 얘기를 좀 집어넣어라, 이렇게 상관을 했던 것이 아닌가 이런 생각도 듭니다”라며 최순실 씨의 능력을 칭찬합니다. 연설문을 고친 최순실 씨의 ‘첨삭’이 그럴 듯했다는 뜻이죠. 최순실 씨는 국정농단 사태의 주범을 꼽히는 인물입니다. 국정 라인 바깥에서 국정을 쥐락펴락한 비선 실세죠. 김 씨와 최 씨의 발언은 도둑질한 강도의 도둑질 솜씨를 칭찬하는 것과 다름없는 황당한 발언입니다.

 

* 민언련 종편 보고서는 패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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