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쇠고기 전면 개방과 관련해 수구보수신문들의 왜곡보도가 극에 달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들 신문들이 국민의 건강을 지키고 알권리를 보장하는 데 최소한의 사실보도라도 할 것을 촉구하며 8일부터 조선・중앙・동아일보의 미국 쇠고기 개방 관련 보도를 모니터해 일일 브리핑을 시작합니다. |
1. 조선일보 <송희영 칼럼>, “민심 얻기 포기하고, 대미관계나 챙겨라”?
17일 조선일보 30면 <송희영칼럼/ 광우병보다 끔찍한 재앙>은 이명박 정부를 향해 광우병 파동에 대해 “정면돌파”하라는 ‘간 큰’ 주장을 폈다.
칼럼은 ‘여야 정치인 모두 솔직하지 못하다’며 싸잡아 비난한 후 이명박 대통령과 여당을 향해 “탁 터놓고 말하는 게 상책”이라고 주장했다. 즉 “국가 안보 외교 관계를 확보하는 대가로 쇠고기 시장을 줄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한 뒤, 위험하다고 판단되면 최종적으로는 소비자들이 사먹지 않는 길밖에 없다고 하소연하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또 “쇠고기와 국가 안보-외교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고리이고, 미국산 쇠고기를 거부하면 FTA가 좌절될 확률이 무척 높고, 어떤 형태로든 안보 비용을 추가로 부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설명해줘야 한다”, “이제 와서 국내 민심 얻으려고 재협상론, 검역주권론으로 쇠고기를 막으려 들면 대미 관계는 꼬일 것”이라며 “어차피 민심 잃은 판에 외교까지 엉키면 두 가지 모두를 잃을 게 뻔하다”는 등의 주장을 폈다. 쇠고기 전면 개방은 ‘안보비용’이라고 당당하게 주장하고, 민심을 얻으려 애쓰기 보다는 미국과의 관계나 신경 쓰라는 얘기다.
또 “노무현 전 대통령도 봉하마을에서 이 정부가 허우적거리는 꼴을 즐겨서는 안된다”며 “그는 쇠고기 문제를 꼬이게 해놓고 가버린 장본인”이라고 노무현 정부를 탓하기도 했다. 노무현 정부가 “검역 과정에서 박스 하나에서 뼈쪼가리 한두 개 발견되면 컨테이너째로 전량 반송 조치를 내리는 강경수로 미국을 자극했다. 그것도 지난 1년 반 사이 통관-반송-수입중단을 4번이나 반복, 약을 올릴 대로 올려놓았다”는 엉뚱한 주장을 펴기도 했다.
그동안 이명박 정부는 쇠고기 수입 전면 개방에 대한 국민의 분노를 ‘방송 탓’, ‘인터넷 탓’, ‘배후세력 탓’ 등으로 몰아붙이고, 금방 들통 날 거짓말로 국민들을 안심시키려 했다. 그러나 이런 태도는 국민의 분노를 점점 더 키우기만 했다. 그렇다고 <송희영 칼럼>의 주장처럼 쇠고기 시장 개방은 대미관계를 돈독히 하기 위해 치러할 ‘안보비용’이니 어쩔 수 없다는 식의 대응은 국민을 설득하기는커녕 파국을 초래할 것이다. 이 칼럼의 ‘충고’는 이명박 정부에게 충고가 아니라 ‘독약’이다.
2. 조선일보, CNN의 ‘미국 쇠고기 안전성’ 우려 모른 척
14일 미국 CNN 방송은 ‘미국의 식품 시스템 붕괴 중’이라는 보도를 통해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보장하는 식품 감독 시스템이 붕괴되고 있다고 고발했다.
한편, 16일 칼로스 구티에레스 미국 상무장관은 주한미국 상공회의소가 주최한 간담회에서 “세계무역 기구 규정까지 거스르며 쇠고기 재협상이 필요하지 않다”, “미국 쇠고기는 안전하다”다는 발언을 했다. 이는 정부가 약속한 대로 미국 광우병 발생시 쇠고기 수입 금지조치를 해도 미국은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17일 1면 <미 상무장관 “미국인 먹는 쇠고기 한국 수출”>에서 ‘미국사람이 먹는 쇠고기가 한국에 수입된다’는 기존 주장을 미 상무장관의 발언을 빌어 반복했을 뿐 CNN의 우려는 보도하지 않았다.
동아일보는 6면 기사 <이대통령 “쇠고기 문제 미 정부 협조 필요”/미 상무 “미국산 안전…재협상 필요없어”>, <CNN “미 쇠고기 안전성 우려 커져”>에서 미 상무장관의 발언과 함께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 문제에 대한 CNN의 보도를 함께 실었다.
중앙일보도 1면 <CNN보도 “미 쇠고기 안전검사 제대로 안 해”/ 미 상무장관 “안전성 세계 최고…재협상 불필요”>에서 미 상무장관의 발언과 CNN의 보도를 함께 실어 ‘다소’ 변화된 보도 태도를 보였다.
3. ‘넋두리’를 ‘칼럼’으로 다룬 중앙일보
중앙일보 김종혁 사회부문 에디터가 쓴 <에디터칼럼/광우병 걸렸을지 모르는 자의 넋두리>는 그야말로 ‘넋두리’였다. 그는 미국 특파원 시절 자신은 물론 아이들에게도 쇠고기를 먹었고, 수많은 미국인과 교포들도 미국 쇠고기를 아무 걱정 없이 먹고 있다는 얘기를 장황하게 늘어놓으며 ”단 한번도 ‘광우병’ 얘기하는 걸 들어보지 못했다”, “한국 중학생들도 아는 그런 진실을 모르다니 미국인들은 정말 한심한 게 아닐까”라며 비꼬았다. ‘미국인들이 먹는 쇠고기와 우리가 수입할 쇠고기는 같다’는 잘못된 전제에 기대 ‘괜한 호들갑을 떠는 것’이라고 비아냥거린 것이다.
칼럼은 지식인과 방송, ‘진보를 자처하는 신문’ 등이 청소년들을 부추겼다는 투의 주장을 교묘하게 폈다. ‘좌파 지식인들’은 거리에 촛불을 들고 나온 중고생들에게 ‘세상과 소통하는 놀라운 힘을 가진 2.0 세대’라는 찬사를 보냈고, 방송과 진보적인 신문들이 “앞다퉈 이들을 격려하는 기사를 내보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