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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의 오만하고 불쾌한 평화 집회 칭찬
2016년 11월 5일~7일
등록 2016.11.08 09:33
조회 196

5일과 7일 신문보도를 통해 각 매체는 각기 자신의 특기를 살려 유감스러운 기사를 쏟아냈습니다. 먼저 조선일보는 지난 5일 박근혜 대통령 퇴진 집회에서 ‘마스크를 쓰고 경찰의 통제를 따르지 않는 시위꾼’과는 달리 ‘시민’들은 ‘평화를 유지했다’고 칭찬했습니다. 그런데 참 칭찬받고도 기분 나쁘네요. 사연은 1번 오늘의 유감보도를 확인하시면 됩니다. 


동아일보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계속 본질을 흐리는 가십성 보도를 내놓고 있습니다. 최 씨 일가를 향해 “강남에 사는 교양 없고 기가 센 졸부의 모습” “염치없는 아줌마” “사기성이 농후한 사람”이라 비판하는 것이죠. 하지만 지금은 국정농단의 주역인 박 대통령과 이에 부역한 공무원과 정치인, 기업에 집중해야 할 시기지요. 이들의 개인적 품성에 주목하는 게 아니라요. 


한편 조중동은 야권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슬슬 높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정말 욕을 먹어야 할 것이 야권일까요? 제대로 된 대화가 불가능한 이유도 모두 야권에 있는 건가요? 그 외 박근혜 대통령 2차 대국민 담화 관련 보도와 박근혜 퇴진 집회 관련 보도의 각 매체별 논조 차이 등은 아래에서 확인해주세요!

 

 

1. 오늘의 유감 보도 ① 시위꾼과 시민 나누는 속내는? 조선의 황당한 평화타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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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가 <만물상/달랐던 시위>(11/7 https://goo.gl/fg0C5F)에서 5일 광화문 집회가 ‘평화로웠다’며 칭찬을 쏟아냈습니다. 그런데 이 칭찬, 참 불쾌합니다. 먼저 조선일보는 “경찰이 집회가 끝났음을 알리고 참가자들에게 인도로 올라가 달라”고 했더니 “마스크 쓴 사람이 등장”했음을 설명하며, 여기에 대해 과감하게 “시위꾼이었다”는 평가를 내렸습니다. 이어 ‘시위꾼’이 “박근혜가 무서우냐” “도로로 내려가자”고 했지만 “응하는 사람이 없었”고 “시민들은 대신 쓰레기를 주웠다”고 강조했지요. ‘마스크를 쓰고 경찰의 통제를 따르지 않으면 시위꾼’이고, 이런 시위꾼은 시민이 아니라는 주장인 것이죠. 그런데 대체 왜 시민의 범주를 조선일보가 멋대로 규정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마스크를 쓰건, 탈을 쓰건, 경찰의 지시에 저항하건, 따르건, 자신의 목소리를 내러 거리에 나온 사람들은 전부 시민인데 말입니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조선일보는 “집회를 주도한 건 좌파 단체로 구성된 ‘민중총궐기 투쟁본부’”고 “작년 11월 14일 폭력 시위로 광화문을 난장판으로 만든 바로 그 단체”인데 “전문 시위꾼들보다 시민이 앞서면서 폭력이 사라졌”다고 재차 강조한 뒤, 이 민중총궐기 투쟁본부가 기획하는 12일 집회에 대한 걱정을 쏟아냈습니다. 이번엔 평화로웠지만 12일에는 “어떤 시위꾼들이 또 화난 민심에 불을 붙이려 들지 알 수 없다”는 것이죠.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투쟁의 방식이 시민의 자격을 결정해 주는 것은 아닙니다. 거리에 나온 모두가 시민이고요. 조선일보의 이따위 오만한 칭찬을 원하는 시민은 없습니다. 

 

 

2. 오늘의 유감 보도 ② 최씨 일가 비정상성 부각하며 사안 흐리는 동아
동아일보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관련, 계속 본질을 흐리는 가십성 보도를 내놓고 있습니다. 대통령의 잘못이나 주변 부역자들에 대한 지적 대신 ‘최씨 일가의 비정상성’만을 부각하는 보도인데요. 동아일보 <“정유라-장시호, 근혜 이모라 불러”…친밀 과시한 최씨 일가>(11/5 https://goo.gl/wA2jlX)는 “최 씨 일가가 사는 모습은 강남에 사는 교양 없고 기가 센 졸부의 모습”이었고 “딱 하나 특별했던 것이 박 대통령과의 친분이었고, 그들은 그걸 훈장처럼 달고 살았”음을 강조했습니다. 기사 말미에는 4일자 중앙일보에도 등장했던 “유라도 박 대통령의 딸이 아니냐는 루머에 친자 확인 검사를 받은 것으로 안다”, “주변에서 박 대통령과 관련해 이말 저말 하면서 떠드니까 힘들어했다”는 최씨 친척 발언이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동아일보 정성희 논설위원은 <정성희 사회탐구/막돼먹은 순실 씨>(11/5 https://goo.gl/meZFqR)에서 “참 밸난(별난) 여자였다”는 최씨 모녀에 대한 세신사의 평가를 소개하는 것을 시작으로 최씨를 향해 “염치없는 아줌마” “딸이 공주병에 걸리지 않는 게 이상하다” “사기성이 농후한 사람”이라는 식의 비난을 기사 전반에 걸쳐 퍼부어댔습니다. 반면 대통령에 대해서는 “어찌해서 대통령은 이렇게 막돼먹은 인간을 몰라봤을까. 허탈할 따름” “인사 참사도 사람을 잘 알아보지 못하는 대통령의 판단력 부재에서 비롯”됐다는 정도의 짧은 지적만을 내놨을 뿐입니다. 최 씨 일가의 개인적 품성이나 개인적 아픔이 아닌, 국정농단의 주역인 박 대통령과 이에 부역한 공무원과 정치인, 기업에 집중해야 할 시기에 완전히 본말을 전도한 기사를 지면에 내놓고 있는 것입니다. 수준이 이런 식으로 드러나는군요.

 

 

3. 오늘의 유감 보도 ③ 박근혜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표, ‘서로 빼다 박았다’는 중앙일보
중앙일보 강찬호 논설위원이 쓴 <서소문포럼/‘최순실’ 정국, 대권 잠룡들의 성적표>(11/7 https://goo.gl/vgvtlM)은 심각한 명예훼손성 글입니다. “문재인은 박 대통령과 은근히 공통점이 많다”며 비교에 나섰거든요. “문고리 ‘3인방’(박근혜)과 ‘3철’(문재인)에 의존하고, 세상 떠난 어른(박정희·노무현)의 후광으로 정치하며, 뱉은 말을 뒤늦게 뒤집는 행태가 서로 빼다 박았”다는 거죠. 그런데 국정농단으로 하야 요구가 이어지고 있는 박 대통령과 문 전 대표가 어찌 비교 대상이 된다는 걸까요? ‘급’이 달라도 너무 다른데 말이죠. 

 

게다가 칼럼은 “대권 경쟁은 잠시 접어두고, 국정을 중립적으로 관리할 책임총리·거국내각 구성에 온 머리를 맞대라”는 조언으로 마무리되기까지 합니다. 국민의 요구를 나 몰라라 하며 “‘사실상 물러나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는 청와대와, 살아남겠다는 욕심에 우왕좌왕하는 여권의 억지에 보조를 맞춰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야권을 비난하고 있는 것이죠. 그런데 지금 욕을 먹어야 하는 것이 박근혜와 청와대 정부여당인가요? 야권인가요? 제대로 된 대화가 불가능한 이유도 모두 야권에 있는 건가요? 백배 양보해서 지금 야권을 비판하는 국민의 목소리가 있다면 그건 보다 정확하게 민심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일겁니다. 이걸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비판과 동급으로 봐서는 안 되는 거죠. 강 위원님. ‘야당 까기’도 좀 상황을 봐 가면서 해야 통하는 겁니다. 

 

 

4. 오늘의 유감 보도 ④ 이 와중에 야권 비판하기 바쁜 조중동 
야권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슬슬 높이는 행태는 조선, 동아도 비슷합니다. 거국중립내각과 총리의 권한 및 임명 방식을 놓고 야당이 오락가락해 문제를 키웠다는 것인데요. 


먼저 동아일보는 <차라리 야당이 정국 수습책 놓고 대통령과 담판하라>(11/5 https://goo.gl/dB7EAV)에서 “리더십이 뚜렷하지 못한 야당이 말을 수시로 바꾸고, 중구난방으로 이런저런 조건들을 붙여대니 국민이 신뢰하고 다음 정권을 맡길 수 있을지 의문”이라 주장했습니다. “국민은 이 국가적 위기 국면에서 야당이 책임 있는 자세로 나오는지 지켜보고 있”으니 대통령과 여당과 대화를 하라는 것이죠. 하지만 국민이 정말 지켜보는 것은 문제를 일으킨 대통령과 이를 방관한 여당이 책임을 지는지 여부입니다. 2선 후퇴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도 않고, 논의 없이 민정수석을 추천해버린 박 대통령과 청와대의 행보를 보고 “야당과 대화할 뜻을 밝혔”다고 평가하는 것도 황당하기 짝이 없습니다. 


야권에 대한 비판은 조선일보에도 등장했습니다. <조선칼럼/단물 빨던 친박은 어디로 갔나?>(11/5 https://goo.gl/iSCLwM)에서 류석춘 연세대 교수의 “여소야대 국회를 지배하는 야당이 반대해 국정은 한 걸음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군말 없이 야당이 합의해 줄 인물이라면 아마도 사사건건 대통령에 반대하며 막말을 쏟아낸 정청래 전 의원 정도”라며 비아냥을 그대로 지면에 소개한 것이죠. 류 교수는 황당하게도 박 대통령 주변인들의 ‘배신’에 부들거리기도 했는데요. 이 판국에 대체 ‘무엇에 열 받아야 할지’ 조차 모르는 사람인 모양입니다. 조선일보는 <사설/박 대통령 담화 미흡했고 야당 반응은 지나치다>(11/5 https://goo.gl/uxwIuu)에서도 거국내각 수용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야당의 행태도 점점 도를 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5. 오늘의 추천 보도 ① 단 한 장의 사진으로 ‘우병우의 위엄’ 증명한 조선
7일, 조선일보는 1면에 ‘여유 있게’ 검찰 조사를 받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모습을 담았습니다. 이 사진기사의 제목은 ‘우병우를 대하는 검찰의 자세’였습니다. 이 기사 밑에는 <팔짱낀 채 웃으며 조사받는 우병우>(11/7 https://goo.gl/ndOqFE)라는 기사가 배치됐죠. “일어서서 앞으로 손을 모은 채 우 전 수석의 얘기를 듣고 있는” 검찰 직원들이 과연 우 전 수석을 제대로 조사할 수 있을까요? 조선일보의 표현 그대로 이건 “검찰을 쥐락펴락했던 우 전 수석의 ‘위세’를 그대로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황제 소환’이 우려가 아닌 현실임을 단 한 장의 사진으로 깨닫게 해 주는, 좋은 보도네요. 

 

 

6. 오늘의 추천 보도 ② 새 민정수석은 대체 누굴 의뢰인으로 모시고 있을까?
한겨레는 <“박대통령, 미르 ·K 모금 ‘1000억으로 늘려라’ 지시”>(11/5 https://goo.gl/DM9Sgk)에서 “미르·케이스포츠 재단은 애초 10대 그룹이 600억원을 출연하는 것으로 규모가 잡혔으나 박근혜 대통령이 이를 ‘30대 그룹이 1000억원을 내도록 하라’고 지시했다”는 복수의 대기업 관계자들의 증언을 단독 보도했습니다. 이렇게까지 재단 설립에 깊숙이 관여했는데, 서면 조사는 말이 안 되는 것이겠지요. 이날 한겨레는 <‘전설의 특수통’은 ‘의뢰인 박근혜’를 구할 수 있을까>(11/5 https://goo.gl/BW5U9s)를 통해 최재경 청와대 민정수석의 과거 행보를 되짚어보며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둥지를 튼 ‘법무법인 중수’”가 “마수걸이에 성공”할지. 그리고 만약 성공한다면, 그 성공은 누구를 위한 것인지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7. 오늘의 미보도 ① 백남기 농민 망월동 민족민주열사묘역 안장, 조중동 외면
지난 5일 광화문에서 진행된 영결식을 시작으로 6일 오후 광주 북구 망월동 민족민주열사묘역에 유해를 안장하는 것으로 백남기 농민의 장례일정이 마무리됐습니다.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중앙일보는 5일 집회 관련 보도에서 영결식을 언급하고, 정치인들의 참여 상황 정도를 소개했을 뿐, 6일 민족민주열사묘역에 고 백남기 농민 유해가 안장된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8. 오늘의 미보도 ② 위안부 ‘학살’ 문서 발굴, 경향만 보도  
일본군에 의한 조선인 위안부 학살 사실을 기록한 미·중 연합군 문서 원본이 발굴됐습니다.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자료를 수집해온 서울대 인권센터연구팀의 성과인데요. 이를 지면에 보도한 것은 경향신문 뿐입니다. <일본군, 조선인 여성 30명 총살 위안부 학살 기록 원본 찾았다>(11/7 https://goo.gl/52eQpV)인데, 한번 읽어보시죠.  

 


 

9. 오늘의 비교 ① 박근혜 대통령 2차 대국민 담화 관련 보도
4일 박근혜 대통령이 2차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습니다. 시간은 2분(1차 담화)에서 9분으로 길어졌고, 방송을 통해 생중계 됐지만, 질의응답은 여전히 받지 않았으며 2선 후퇴에 대한 언급도 없었습니다. 이에 야권은 곧바로 “진정성 없는 개인 반성문”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여론도 싸늘했습니다. 6개 일간지는 한 목소리로 진정성 없는 사과라는 지적을 내놨습니다. 다만 조선일보는 여기에 ‘야당도 너무 심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덧붙였습니다. 아래는 각 매체의 입장을 대표 코멘트로 정리한 것입니다.

 

경향신문 : “신파담화. 국민들의 탄핵 하야 요구에는 귀 막아. 사임 선언하라”
동아일보 : “민심 못따라간 진정성 없는 재탕 사과” 
조선일보 : “근본적 해법 내놓지 않고 권력 미련 못 버린 미흡한 담화. 그러나 야당의 행태도 점점 도를 넘고 있다”
중앙일보 : “울먹였지만 권력 미련은 못 버려. 이런 자기중심적 담화는 실망만 불러일으킬 뿐” 
한겨레 : “책임 떠넘기기와 변명, 꼼수로 일관. 민심 추스르기엔 역부족인 자기한탄”
한국일보 : “국민이 원하는 수준에 미치지 못한 반쪽 사과. 시중 분위기를 몰라도 너무 몰라”

 

 

10. 오늘의 비교 ② 박근혜 퇴진 집회 관련 보도 


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다음날인 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는 박근혜 대통령 퇴진 2차 국민행동 및 촛불집회가 열렸습니다. 이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20만명(경찰 추산 4만5000명)이 참석해 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습니다. 이번 집회가 성난 민심의 지표였다는 평가는 모두 동일했습니다. 그런데 경향신문과 동아일보, 조선일보, 한국일보는 유독 ‘충돌없는 평화집회’였음을 강조했습니다. 이 중 조선일보는 아예 ‘민중총궐기와는 다른 모습’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지요. 아래는 각 매체의 입장을 대표 코멘트로 정리한 것입니다.

 

경향신문 : “민주공화국 복원을 요구한 시민항쟁. 경찰과 충돌하지 않는 성숙한 시민의식.”
동아일보 : “30만 촛불, 성난 민심의 파도. 분노 평화적으로 표출” 
조선일보 : “분노의 민심. 그러나 경찰과 시위대 충돌 대신 협력. 시위꾼에는 응하는 사람 없어. 민중총궐기와는 다른 모습”
중앙일보 : “분노 더 커진 20만 촛불. 예상을 뛰어넘는 역풍” 
한겨레 : “30만 촛불, 민심 둑이 터졌다. 이런 체제 낳은 구조에 분노한 것”
한국일보 : “분노의 물결, 그러나 과격함 사라진 평화시위”

 

 

11. 오늘의 비교  1면 편집

 

5일 한겨레를 제외한 5개 일간지는 모두 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를 1면 머리기사로 다뤘는데요. 경향신문과 한국일보(머리기사는 아니지만 한겨레도)가 비교적 직접적인 비판의 목소리를 낸 반면, 조선일보는 대통령의 담화 내용을 소개한 뒤 야권의 반발을 덧붙이는 수준이었습니다. 1면 팔면봉에서도 “박 대통령 눈물 보이며 열흘 만에 다시 사과. 국민 마음 움직였을지, 분노를 키웠을지”라고 언급하는 정도였죠. 중앙일보도 야권과 여권의 목소리를 덧붙였을 뿐, 자체적 비판 목소리를 내지는 않았습니다. 한겨레는 박 대통령이 미르․K스포츠재단 모금 과정에서 30대 그룹이 1000억원을 내도록 하라고 지시했다는 복수의 대기업 관계자들의 증언을 단독 보도했습니다. 


사진은 6개 매체 모두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는 박 대통령의 모습을 선택했습니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사진 설명과 제목의 ‘온도차’는 분명했습니다. 경향신문은 대국민담화 발표 도중 고개숙여 사과하는 박 대통령의 모습에 대해 “질문은 안 받습니다”라는 제목을 달았습니다. 한겨레도 유사한 사진에 “5% 대통령의 변명”이라는 제목을 달았지요. 한국일보는 고개숙인 박 대통령 옆에 5%로 떨어진 지지율 그래프를 배치해 보여줬습니다. 반면 경향신문과 완전히 같은 사진을 선택한 동아일보는 사진 제목을 “열흘 만에 또 고개 숙인 대통령”으로 달았습니다. 열흘 만에 또 사과를 했다는 것을 부각한 것은 조선일보(“열흘 만에 다시 사과”)와 중앙일보(“열흘 만에 또다시 사과를 하고 머리를 숙였다”)도 마찬가지입니다.   

 

7일 경향신문과 한겨레, 한국일보는 지난 5일의 박근혜 퇴진 집회를 1면 머리기사로 보도했습니다. 경향신문은 이를 ‘촛불을 든 시민 항쟁’으로 명명했고, 한겨레는 박근혜 대통령을 넘어 이런 체제를 낳은 구조에 분노한 ‘보통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나왔다는 평가를 내놨습니다. 한국일보도 성난 민심과 그에 반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청와대를 대비하는데 집중했죠. 조선일보는 1면 머리기사로 야당에서 박 대통령의 2선후퇴를 넘어 탄핵까지 언급하고 있다며 12일 집회가 정권퇴진운동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동아일보는 최순실 씨가 지난해 말까지도 국무회의에 직접 관여한 정황이 담긴 통화 기록을 검찰이 확보했다는 단독 보도를. 중앙일보는 김종 전 문체부 제2차관과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 박근혜 정부 인사들이 박대통령에 책임을 돌리며 제 살길을 찾고 있음을 지적하며 이를 대통령에 불리한 진술을 하지 않던 노무현 정부 당시 인사들의 태도와 비교했습니다. 이 같은 진술이 '통치행위였을 뿐'이라는 주장을 위한 전략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언급했죠.


조선일보는 이날 1면 사진 주제로 6일 밤 서울중앙지검에서 검찰조사를 받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여유 있는’ 모습을 선택했습니다. 이에 대한 사진설명은 “우 전 수석은 자신을 조사한 김석우 특수2부장실(1108호) 옆에 딸린 부속실에서 점퍼의 지퍼를 반쯤 내린 채 팔짱을 끼고 여유 있는 표정을 짓고 있다. 옆쪽 창문으로는 검찰 직원으로 추정되는 두 사람이 일어서서 앞으로 손을 모은 채 우 전 수석의 얘기를 듣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검찰을 쥐락펴락했던 우 전 수석의 ‘위세’를 그대로 보여주는 장면”이었습니다. 경향신문과 동아일보, 한겨레, 한국일보는 집회에 나선 시민들의 행진 모습을 선택했습니다. 그런데 이날 중앙일보는 자사가 주최한 마라톤대회 장면을 1면 사진으로 선택했습니다. 정말 한심하군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