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토론·시사프로_
‘시사 예능 토크쇼’ 전성시대, TV조선과 MBN은 ‘수준 이하’
등록 2017.04.03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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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시민연합 방송모니터위원회는 본격적인 대선 기간을 맞아 KBS, MBC, SBS, JTBC, TV조선, 채널A, MBN의 토론‧시사 프로그램 22개를 모니터합니다. 해당 프로그램에서 방송한 선거 관련 아이템으로 다룬 경우, 유권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합리적인 방식으로 전달했는지 분석하겠습니다. 이번 보고서는 3월 21일부터 3월 27일까지 일주일간의 선거 관련 방송에 대한 비평입니다. 

 

문재인은 무조건 안 된다? TV조선과 MBN의 근거도 없는 ‘편파 방송’
3월 4주차(3월 21일~27일)에는 JTBC <썰전>(3/23), TV조선 <강적들><3/22>, 채널A <외부자들>(3/23), MBN <판도라>(3/23)가 대선 관련 주제를 다뤘습니다. 이중 TV조선 <강적들>(3/22)과 MBN <판도라>(3/23)는 사실상 ‘문재인 때리기’ 방송이나 다름이 없었습니다. 지지율 1위 후보인 만큼 비판과 견제는 당연한 일이지만 두 방송은 합리적인 근거와 논리를 결여한 채, 패널들의 정치적 편파성만 노출했습니다. 


먼저 TV조선 <강적들>(3/22)은 20분 남짓한 시간동안 대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5월 9일 대선: 장미 전쟁의 서막’이라는 타이틀을 내세웠지만 정작 방송 내용은 ‘문재인 대세론’으로만 채워졌습니다. 대담 중 나온 소주제는 '문재인 둘러싼 집안싸움 최후는?', '더민주 경선 변수를 찾아라', '비문연대, 안철수로 대동단결?', '보수 새 희망, 홍준표에게 달렸다' 등 4가지인데 이 중 3개가 ‘문재인 논란’과 ‘민주당 경선 논란’, ‘비문 연대’입니다. 문재인 후보를 겨냥한 ‘저격 방송’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특히 진행자인 이봉규 씨는 “문재인 후보는 스토리가 없다”는 이유로 ‘문재인 대세론’을 부정했습니다. “역대 대통령은 그 시대에 스토리가 있는 사람을 줬”는데 “지금 시대에 문재인에 대한 스토리가 없”다는 겁니다. 심지어 문 후보의 ‘적폐 청산’을 지목하며 “잠깐만요. 적폐 청산은 내 생각에는 그동안에 쭉 있어왔던 새로운 얘기가 아니고.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되면서 어느 정도 희열을 느낀 거야, 적폐 청산 됐다고 보는 거지”라는 도대체 납득할 수 없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논리와 인과관계가 불명확한 주관적인 넋두리에 가깝습니다. 


반면 ‘비문연대’나 ‘빅텐트론’은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오너십이 있는 킹을 노리지 않는 킹메이커를 노리는 오너십끼리 지금 어느 정도 물밑에서 조율하고 있단 말이에요. 굉장한 합의를 이뤄놓은 상태예요. 그건 여의도에는 나와 있어요. 그러면 오너십이 없는 대권주자들은 따라갈 수 있다. 야, 뭉치자. 한방에 경선 비슷하게 해서 여론조사로 하든지 한 사람 될 사람을 밀어주자 하면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는 발언이 이어졌습니다. 

 

이때 자막은 DJP연합-3당 합당을 “정치적 성향이 달랐던 협치”로 표현했습니다. 이것도 객관적인 방송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첫째, DJP연합은 '야합'이라고 비판받는 역사 중 하나입니다. 단순히 특정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정치적 성향이 다른 후보들이 '일단 뭉치고 보자'는 식의 움직임은 지양돼야 합니다. 이봉규 씨는 ‘비문연대’를 DJP연합에 비유하며 오히려 긍정적으로 평가했고 TV조선도 여기에 맞장구치며 자막으로 ‘지원 사격’한 겁니다. 둘째, 선거의 핵심적 주체는 유권자입니다. ‘오너십의 선택과 전략’이 큰 변수라는 이봉규 씨 주장은 민주주의 정신에 크게 어긋납니다. 선거는 정치공학이 아닌 정책의제로 이뤄져야 합니다. TV 시사 프로그램에서 패널이 자신의 주장을 펼칠 수는 있고 때로 정파적인 논리도 나올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객관적인 근거와 민주주의 원리가 전제되어야 합니다. TV조선 <강적들>은 이런 면에서 낙제점 수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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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조선 <강적들>
 

MBN <판도라> 23일, 대선 관련 내용을 다뤘습니다. <판도라>는 차명진 전 새누리당 의원,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 정청래 전 민주당 의원이 나와 각자 자신의 ‘판도라’, 즉 주제를 펼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나름 차별화를 꾀했지만 TV조선 <강적들>처럼 정치 사안을 놓고 난상토론을 벌인다는 점에서는 구성상 큰 차이가 없습니다. 여기서도 ‘저격 대상’은 문재인 전 대표였습니다. 차명진 전 새누리당 의원은 ‘문 전 대표의 대세론을 뒤집을 수 있는 3가지 모멘텀’을 짚었습니다. 그 첫 번째는 “문재인이 진보 대선후보가 되면 자신이 보수후보가 돼서, ‘종북좌파 대 애국자’로 몰고 가면 승리할 수 있다”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주장입니다. 두 번째는 “문재인이 후보가 되면 중도는 다 자신에게 몰린다”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주장입니다. 세 번째는 “호남 경선에서 문재인이 절반을 얻지 못하면 2등 돌풍이 불 것”이라는 예측입니다. 물론 차 씨는 이런 주장들이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점도 언급했습니다만 처음부터 끝까지 ‘문재인 대세론은 뒤집혀야 하는 것’이라는 전제로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를 시청자가 납득할 만한 어떤 이유도 대지 않은 채 ‘판을 뒤집어야 한다’는 주장만 한 것입니다. 역시 합리적인 근거 없이 패널의 편파성과 주관만 드러난 방송입니다.   

 

‘급’이 다른 JTBC <썰전>과 채널A <외부자들>
TV조선 <강적들>(3/22)과 MBN <판도라>(3/23)가 ‘문재인 대세론’에 매달린 것과 달리 TBC <썰전>(3/23)과 채널A <외부자들>(3/23)은 다른 곳을 조망했습니다. 먼저 JTBC <썰전>(3/22)은 ‘장미 대선 앞둔 개헌공방: 대선 날 개헌 국민투표 논란’이라는 주제 안에서 개헌 이슈의 맥락을 포괄적으로 설명했습니다. 전원책 변호사는 “3당 개헌안의 골자는 다음 정부는 남은 국회 임기에 맞춰 3년 과도정부로 하자는 것과 개헌 후 4년 중임제의 분권형 대통령제를 실시하자는 것”이라며 개헌 이슈를 간략히 요약했습니다. 이어서 “참고로 분권형 대통령제는 국회가 뽑는 국무총리와 국민이 뽑는 대통령이 권력을 나눠 통치하는 정부형태”라며 분권형 대통령제의 개념도 설명했습니다. 유시민 작가 역시 3당의 개헌 합의 배경을 덧붙였습니다. 대선 정국과 관련한 특정 이슈를 이해하는데 필요한 개념을 설명했다는 점, 이슈의 배경과 의의를 개괄적으로 설명했다는 점에서 JTBC <썰전>의 깊이감이 두드러졌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앞서 TV조선 <강적들>(3/22)과 MBN <판도라>(3/23)가 사실관계를 파악할 수 없는 단순 주장들로 채워진 반면, JTBC <썰전>(3/23)은 구체적인 자료를 제시해 신뢰할 수 있는 방송이 무엇인지 보여줬습니다. 유시민 씨는 “최근 한국행정연구원에서 2016년 사회통합실태조사 결과 발표했는데 주요단체/기관별 신뢰도와 청렴도면에서 꼴지가 국회다. 신뢰도는 1.7, 청렴도는 1.6. 국민들이 신뢰하지도, 청렴하지도 않는 국회가 '대통령 그만 뽑으세요. 국회가 다 할테니까'하면 국민들이 동의하겠나”라면서 3당의 개헌안이 외면 받은 이유를 객관적으로 설파했습니다. 


채널A <외부자들>(3/23)은 다양한 세부 코너를 통해 안희정 후보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대선 후보가 나와 패널들과 질의응답을 한 건 지난 3월 7일 문재인 후보가 출연한 이후 두 번째였습니다. 그동안 다른 방송사에서 진행한 대선 후보 검증 프로그램과 비교했을 때 두드러지는 특징은 없었지만 후보에 대해 포괄적으로 알 수 있는 구성을 하려고 노력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보여 집니다. 전여옥 씨는 “연립정부를 꾸리면 각자의 몫을 해야 하는데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을 수도 있다. 대통령이 모든 걸 떠안아야 되는데 그런 위험성을 어떻게 떠안을 것인가?”라고 물으며 대연정이 지닌 비판점을 공론화 시켰습니다. 진중권 씨 역시 “중국의 보복이 시작되었는데 보복이 장기화되면 GDP 성장률이 0.5%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게 지금 시작이고 앞으로 계속 갈 것이고 사드가 추가 배치되면 아마 더 심해질 것인데, 장기적으로 어떤 대책을 갖고 계시는지”라는 질문을 통해 사드배치에 대한 안희정 후보의 정책, 안보에 대한 가치관 등을 이끌어냈습니다.  

 

최신 트렌드 반영한 ‘시사 예능 토크쇼’, 방송사간 질적인 차이 돋보여
TV조선 <강적들>, MBN <판도라>, JTBC <썰전>, 채널A <외부자들>은 사회자와 패널들이 정치사회 이슈를 토론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예능적 요소를 적절히 배치해 시사를 재밌게 풀어낼 수 있다는 특징도 공유합니다. 최근 유행하는 ‘시사 예능 프로그램’의 전형입니다. 그러나 TV조선‧MBN은 개인적 생각을 일반화시켜 이야기하거나 추측성 보도를 기정사실화 해 이야기하면서 프로그램의 질을 떨어뜨렸습니다. 이런 문제점의 근본적인 이유는 역시 ‘패널’입니다. 


최근 재승인 심사에서 불합격점을 받은 TV조선은 ‘막말 프로그램 및 패널 퇴출’을 약속해 조건부 재승인을 받아냈습니다. 이 약속을 4월부터 이행한다고 했는데 3월 막바지까지도 전혀 개선의 기미가 없음이 확인됐습니다. 과연 약속을 지킬지 계속 지켜봐야할 문제입니다. TV조선에 가려졌지만 6개월 후 재승인 심사를 앞두고 있는 MBN 역시 ‘주관적 편파 방송’의 문제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꾸준한 감시와 비판이 필요합니다.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3월 21일부터 3월 27일까지 KBS, MBC, SBS, JTBC, TV조선, 채널A, MBN의7개 방송사 토론‧시사 프로그램의 대선 관련 방송(정당 경선 토론회 제외) : KBS <일요진단>, <추적 60분>, <KBS 스페셜>, <취재파일K>, <시사기획 창> / MBC <100분 토론>, <시사매거진2580>, <이슈를 말한다>, <PD수첩>, <MBC스페셜>, <다큐프라임> / SBS <그것이 알고 싶다>, <SBS스페셜>,  <뉴스토리> / JTBC <스포트라이트>, <썰전>, <밤샘토론> / TV조선 <강적들>, <다큐 스페셜> / 채널A <외부자들>, <청년, 대선주자에게 길을 묻다>(비정기 편성) / MBN <판도라>


위 모니터보고서는 민주언론시민연합의 회원 모임인 방송모니터위원회에서 작성했습니다. 민언련 방송모니터위원회는 △방송 비평에 관심 있으신 분 △혹은 뉴스를 보고 답답해진 마음을 누군가와 함께 나누고 싶은 분 △직업인으로서의 기자가 되고 싶은 것이 아닌, 참 언론인이 되고 싶으신 분들 모두에게 언제나 활짝 열려있습니다.  좋은 사람들과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기회, 놓치지 마세요! 모임 참여 혹은 참관 문의는 02-392-0181로 해주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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