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보도채널 시사토크_
문재인 ‘삼디’ 놀리기에 재미 들린 종편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3D프린터를 삼디프린터로 말한 것과 관련, 종편이 모두 이를 놀리는 재미에 빠졌습니다. 3D프린터는 일반적으로 쓰리디프린터로 읽힙니다. 국립국어원에서는 ‘아직 공식적으로 지정한 발음이 없어 현재는 영어나 한글 모두를 허용한다’고 밝혔습니다. 문재인 후보의 ‘삼디’라는 표현이 보편적이지 않더라도 사실 ‘틀렸다’고 말할 것까지는 없다는 말입니다. 그럼에도 채널A <정치데스크>(4/6), 채널A <뉴스특보>(4/7), 채널A <뉴스특급>(4/7), 채널A <신문이야기 돌직구쇼>(4/7), MBN <뉴스&이슈>(4/7), TV조선 <김광일의 신통방통>(4/7) 등에서 ‘삼디’ 놀리기로 웃음꽃이 폈습니다.
1. 3D를 ‘삼디’로 읽으면 부족한 후보인 걸까
채널A <뉴스특보>(4/7)에서 신지호 연세대 객원교수는 “삼디라고 읽을 수도 있는데 이제 뭐냐 하면 이걸 익숙하지가 않았다는 거죠. 이걸 처음 접했지 않았을까, 그 지적은 조금 아플 수도 있어요”, “조금 사전 공부가 되어 있었으면 당연히 쓰리디라고 읽었을 텐데 삼디라고 읽었다”라며 문재인 후보가 4차 산업혁명에 대해 공부가 부족한 것이 아닌가 추측했습니다. 여기까지는 평범합니다. 신 씨는 조금 더 나아가서 “옛날에 일본 총리 중에 조금 짧은 분이 계속 보고서에 IT가 이렇게 들어가 있으니까 이 ‘이트’는, 대명사 ‘이트’는 뭐를 가리키는 거냐고 해서 우스갯소리로 얘기가 나온 적이 있었거든요”라고 말했습니다. 신 씨는 “조금 짧은 분”이라고 말했는데, 이것이 속된 말로 학력이 낮은 사람을 ‘가방끈이 짧다’고 표현하는 것을 빗댄 것인지는 정확하게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누군지 모를 그 일본 총리가 설마 학력이 낮아서 아이티를 대명사 이트로 알았을리는 없다고 보고요. 아이티 분야에 관심이 없어서 그런 말실수를 한 것이라도 이걸 ‘조금 짧은 분’이라고 말한 것은 지나칩니다.
△ 문재인 후보 ‘삼디’프린터 관련 발언 중인 신지호 연세대 객원교수 채널A <뉴스특보>(4/7) 화면 갈무리
채널A <뉴스특보>(4/7)에 출연한 김광삼 변호사는 마치 문재인 후보가 스스로 소화해서 연설하는 것이 아니라 남이 써준 글을 그대로 읽는 것이 문제라는 식의 발언을 했습니다. 김 씨는 “문재인 전 대표가 어떠한 밑에 참모들이 써준 그러한 연설문이나 그런 글을 그대로 읽지 않느냐 그런 것에 대한 굉장히 의혹이 많이 제기됐”다며 “본인이 스스로 어떠한 것들을 소화해내서 연설을 하고 그렇지 않다, 그런 문제제기가 계속되기 때문에 사실 이게 문제된 거 아니에요”라고 말한 것이죠. 사실 이 말은 박 대통령에게 해당되는 지적인데, 삼디 하나로 문 후보에게로 덧씌워버린 것이죠.
MBN <뉴스&이슈>(4/7)에서는 안철수 후보 측의 입장을 함께 전하며 두 후보를 비교하는 듯한 발언이 나왔습니다. 전범주 매일경제 정치부 기자는 ‘삼디’논란에 대한 안 후보 입장을 소개하면서 “사실 삼디나 3D나 똑같은 얘기죠. 하지만 지금 안철수 후보 측에서 얘기하는 것은 그렇게 보입니다. 3D 프린터라는 것은 4차 산업혁명, 우리가 미래 먹고살 것에 대한 대표적인 아이템인데 그거를 삼디라고 얘기하는 건 정말 너무 관심이 없는 것 아니냐”라고 평론했습니다. 그러면서 “문재인 후보가 얘기하던 적폐청산, 정권 교체 이건 다 과거에 머물러 있는 거거든요. 안철수 후보는 계속 미래를 얘기하면서 뭔가 판을 바꾸고 싶은 거고요. 그런 어떤 핵심적인 아이템으로 삼디 프린터, 3D 프린터가 나온 것이라고 보이고요”라며 문재인 후보가 주장하는 적폐청산이 ‘과거’의 이미지를 씌우는 게 안철수 후보의 입장인 건지 전범주 씨 본인의 생각인 건지 애매한 발언을 선보였습니다. 정말 꿈보다 해몽입니다.
채널A <정치데스크>(4/6)에선 서환한 기자는 해당 발언에 대한 문재인 캠프의 해명을 전하면서 “삼디프린터에 대해서 보통 전투기 F-16이죠. F-16인데 에프식스틴이라고 읽기도 하지 않느냐 라고 하면서, 이 3D라고도 읽을 수 있고 삼디라고 읽을 수 있다 이렇게 얘기를 했습니다. 통상 저희 기자들 사이에서도 F-16을 어떻게 읽어야 되느냐를 놓고 사실 얘기가 분분한 건 사실이거든요”라며 기자인 본인들도 영어가 들어간 단어의 읽는 방식에 대해 고민한다 했지만, “하지만 안철수 후보는 오늘 얘기를 할 때 3D라고 하면서 당연히 3D라고밖에 읽을 수밖에 없다라는 느낌의 얘기를 했었거든요”라며 안철수 후보 측의 의견도 함께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부분은 어떻게 보면 작게 보면 해프닝이고 크게 보면 어떤 식으로 이 깊게끔 파악하고 있는지를 볼 수 있는 부분도 있고 해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것 같습니다”라며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두 후보의 이해도 차이를 연상시키는 발언을 했습니다. 심지어 진행자인 홍성규 앵커는 “서환한 기자 말대로 말실수 일 수도 있고 UCLA대학을 ‘억라대학’이라고 이럴 수도 있는 거고”란 설명까지 덧붙였습니다.
2. 문 후보 측이 문제 키운다는 종편, 정작 확대 재생산은 본인들이
‘삼디’ 발언과 관련해 문재인 후보 측의 반응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 멘트들도 있었습니다. 무대응하거나 가볍게 넘어갈 문제를 문 후보 측이 되레 키우고 있다는 것입니다. 채널A <신문이야기 돌직구쇼>(4/7)에서 정성희 동아일보 논설위원은 “정말 아재개그 비슷하게 넘어갈 수 있는데 이거를 국립국어원에 전화를 해서 문의를 하고 이게 뭐 그다음에 이렇게 삼디라고 읽는 걸 홍길동이라고 얘기를 하고”라며 그냥 가볍게 넘어갈 수 있었던 문제라면서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3D프린터를 삼디라고 읽으라고 언론에 지침을 내릴 겁니까? 이건 그런 문제가 아니거든요” 그리고선 “웃으면서 가볍게 넘어갈 수 있는 문제를 이렇게 진지하게 국립국어원에 전화를 하고 하는 그런 캠프의 분위기가 문제인 거죠”라며 해당 문제를 키우는 것이 문재인 캠프 측의 반응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채널A <이슈투데이>(4/7)에 출연한 김태현 변호사 역시 문 후보 측의 대응방식 때문에 자꾸 회자가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김태현 씨는 “어쨌든 문재인 후보 실수한 건 맞거든요. 왜냐하면 우리 친구니까. 상철아, 어제 아바타 삼디로 봤니? 아니, 둘디로 봤는데. 이러지는 않잖아요”라며 맥락에도 그다지 맞지 않아 보이는 농담으로 조롱했습니다. 이어 “안철수 후보 얘기가 맞다는 거죠. 그러니까 문재인 후보가 논란이 생겼을 때 빨리 무대응을 하든지 아니면 빨리 가볍게 치고 넘어가야 하는데 본인이 그거를 발끈하고 진지하게 받으니까 이쪽저쪽 공세가 심화되는 거죠”라고 문 후보 측의 대응 방식을 지적했습니다.
물론 이들의 말처럼 무대응이나 가볍게 넘어가는 것이 더 적절한 대처 방법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소모적인 논쟁을 계속해서 다루고 거론하며 확대재생산 하는 것은 정작 종편 자신인데, 자신의 문제는 보지 못하나봅니다.
*민언련 종편 보고서는 패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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