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_
의혹 보도부터 여론조사 보도까지, 안철수에 유리하게 보도하는 뉴스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으로 실시되는 조기대선, 이른바 ‘촛불대선’ 일정이 5부 능선을 넘었다. 박 전 대통령이 파면된 3월 10일 이후 40여 일이 지났고 대선은 고작 20여일밖에 남지 않았다. 대통령이 파면된 직후 사실상 대선 국면이 현실화됐지만 방송사 저녁 종합뉴스들이 모두 곧바로 대선 보도에 뛰어든 것은 아니다.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과 향후 박근혜 씨 수사 관련 보도가 많았다. 3월 22일 이후에는 3년 만에야 시작된 세월호 인양도 주요하게 다뤄졌다. 대선 보도가 주요 뉴스를 차지하기 시작한 것은 각 당 경선이 마무리 수순을 밟던 4월 초순이었다. 그러나 대선 보도가 중심이 아닐 때도 일관적인 보도 행태가 있었다. 특정 정당과 후보만 불리하게 보도하고 반대로 특정 후보만 유리하게 보도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허위 사실로 공표된 내용을 보도했다가 홈페이지에서 급히 삭제하는 사례도 있었다. 4월 이후에는 대선 보도가 본격화되면서 각종 검증 보도가 쏟아졌지만 이마저 특정 후보를 비방하는 수준에 그쳤다. 지금도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여론조사 보도의 경우, 역시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결과만 보도하는 사례가 발견됐다. 방송 보도를 중간 평가하자면, 한 마디로 최악의 불공정 보도였다고 할 수 있다.
1. ‘대세론’이니까 ‘동네북’? 문재인만 때리는 방송사들
특정 후보만 불리하게 보도하는 방송사들의 ‘타깃’은 처음부터 민주당 문재인 후보였다. 문 후보는 박 전 대통령 파면 당시부터 지지율 1위였기 때문에 당연한 수순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유력 대선주자를 검증하기 위한 비판 보도의 빈약한 근거로 공세를 취하는 비방 성격의 보도는 당연히 차원이 다르다. 문제는 방송사들의 행태가 후자에 가까웠다는 사실이다.
‘문재인 캠프 인사’를 보면 ‘입이 머리의 항문’이 떠오른다? TV조선의 ‘막말 보도’
시작은 TV조선이었다. TV조선은 박 전 대통령이 파면되고 고작 4일이 지난 3월 14일, <앵커칼럼/참을 수 없는 가벼움>(3/14 https://bit.ly/2nr7soG)이라는 보도를 통해 ‘빽바지 친노의 싸가지 말버릇을 보면 입이 머리의 항문이라는 격언이 떠오른다’ 취지의 막말성 보도를 했다. ‘문재인 캠프 인사’하면 “거친 말이 싸가지”가 떠오르고, 문재인 캠프 인사들의 거친 말을 보면 “입이 머리의 항문이라는 격언이 떠오른다”는 것이다. 사실 여부를 떠나 이런 평론이 버젓이 보도로 나온다는 것 자체가 선거방송심의에 관한 특별규정 제12조(사실보도) 3항 “방송은 선거와 관련한 보도에서 감정 또는 편견이 개입된 용어를 사용하여서는 아니된다” 등 관련 규정을 위반한 것이다.
최악의 ‘뉴스 사유화’, MBC의 ‘문재인 보복보도’
문재인 후보를 부정적으로 보도한 최악의 사례는 단연 MBC의 보복보도이다. 문재인 후보는 3월 21일 MBC <100분 토론>에 민주당 경선 주자들과 토론을 나누는 과정에서 ‘무너진 공영방송 MBC’를 비판했다. MBC의 노조 탄압과 해고자 복직 거부, 박근혜 국정농단 부실 보도 등 최근의 양상을 짚은 것이다. 그러자 MBC는 뉴스로 보복했다. 22일부터 25일까지, 이 문제로 문 후보를 비판한 보도만 5건이다. 그 내용도 해괴하다. MBC <후보 검증 토론회서 공영방송 비난>(3/22 https://bit.ly/2nL5QJV)은 “대선후보 검증자리에서 문재인 전 대표가 갑자기 공영방송을 압박”했다며 ‘피해자 코스프레’를 선보였고 ‘공영방송 개혁’에 동의한 안희정 지사의 답변 중 “다들 자기가 집권하면 공영방송은 정부를 위해서 일해야 한다고 다 공영방송을 틀어쥐려고(한다)”는 부분만 보도해 마치 안 지사가 MBC를 비호한 것처럼 왜곡하기도 했다. 심지어 이 리포트를 담당한 육덕수 기자는 본인의 질문을 왜곡하기도 했다. 육 기자는 언론과 관계가 없는 ‘최순실 재산 몰수 특별법 공청회’까지 문 후보를 따라가 “과거 참여정부 계실 때 조선일보 등 언론 개혁을 추진했다. 어떤 입장인가”라고 물었다. 그런데 정작 리포트에서는 이 질문이 “참여정부에 계실 때는 언론 문제 개혁을 추진하셨는데”라는 것으로 보도됐다. 육 기자는 “자신이 청와대 수석과 비서실장으로 일했던 노무현 정부 시절, 비판 언론을 상대로 한 ‘언론 대못질’ 등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고 문 후보를 비판하기까지 했다. 질문 변조는 극도로 심각한 언론 윤리 위반이다. 이외에도 MBC는 <“문의 패권주의”…당 안팎 공방 격화>(3/24 https://bit.ly/2mBjOhw)라는 보도로 문 후보의 MBC 비판을 ‘문재인 패권주의 비판’과 연결짓는 등 각종 비방 논리를 동원해 문 후보를 공격했다.
2. 검증의 탈을 쓴 비방, ‘문재인 아들 특혜 채용 의혹’ 보도
4월 5일을 기점으로 문재인 후보만 일방적으로 비판하는 보도 경향에 변화가 생겼다. 이 시기 민주당과 국민의당 경선이 모두 끝나 문재인-안철수 양강구도가 뚜렷해졌고 양당의 ‘검증 공방’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물론 민주당과 문 후보에게만 불리한 보도 양상 전체가 바뀐 것은 아니다. 2017대선미디어감시연대 양적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4월 8일부터 14일까지 민주당에 유리한 제목을 뽑은 보도는 없었지만 국민의당은 3건이 있었다. 불리한 보도의 경우에도 민주당은 53건이나 됐지만 국민의당은 13건에 그쳤다. 방송사들이 민주당만 여전히 불리하게 보도하는 와중에, 다만 그동안 문 후보에 쏠렸던 의혹 공세를 안철수 후보에게 던진 것이다. 예를 들어 SBS는 4월 5일, <사실은/안철수 부인 ‘1+1 특혜 채용’? 사실은>(4/5 https://bit.ly/2nFHi0A)이라는 검증 보도로 안철수 후보 부인 김미경 교수의 서울대 특혜 채용 의혹을 보도했다. 이는 7개 방송사를 통틀어 첫 번째 ‘안철수 의혹’ 보도였다. 4월 14일부터 16일까지의 보도 양상을 보면 채널A가 문 후보 의혹 1건, 안 후보 의혹 2건을 보도했고 MBN이 두 후보에 똑같이 1건씩의 의혹 보도를 내는 등 균형을 맞추는 모양새다.
그러나 4월 5일 이전에 이러한 안철수 후보 관련 의혹이 없었던 건 아니다. 김미경 교수 의혹은 물론이고 국민의당 경선 불법 동원 의혹도 있었다. 심지어 국민의당 경선 불법 동원은 사실로 밝혀져 조사가 진행됐다. 그러나 방송사들은 ‘문재인 아들 특혜 채용 의혹’에 ‘올인’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선관위가 허위사실로 지목한 내용 그대로 보도했다 지운 채널A
‘문재인 아들 의혹’ 보도의 시작은 채널A가 알렸다. 그러나 채널A는 이 보도를 다음날 바로 홈페이지에서 삭제해야 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허위사실로 지목한 내용을 그대로 보도했기 때문이다. 채널A <원서 마감 후 낸 학력 증명서>(3/17 영상삭제됨)는 “2006년 12월 준용씨는 한국 고용정보원 5급 공무원직에 영상 관련으로는 단독 응시해 채용”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단독 응시 채용’ 및 ‘5급 공무원 채용’은 중앙선관위가 허위사실로 규정해 관련 게시물 단속에 나선 내용이었다. 채널A가 허위사실을 사실확인도 거치지 않고 보도했다가 벌어진 촌극이다.
보도의 기본인 반론권도 무시한 MBC, 최악의 의혹 보도
‘문재인 아들 의혹’ 보도에서도 최악의 사례는 MBC에서 나왔다. MBC는 보도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반론권을 전혀 보장하지 않았다. MBC <채용부터 휴직까지…꼬리 무는 의혹들>(4/3 https://bit.ly/2osCFLS)은 민주당 경선이 끝나 문 후보가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결정된 날 나온 보도이다. 이날 문 후보 관련 의혹을 보도한 것은 KBS와 MBC뿐이다. MBC의 이 보도는 3월 중순부터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이 주장한 ‘문재인 아들 특혜 채용 의혹’을 상세히 정리해 나열했다. △“한국고용정보원이 낸 채용 공고부터 규정을 어겨 급조된 정황이 있다” △“공고 내용 중 동영상 제작 분야를 뽑는다는 안내는 없었지만, 문 후보의 아들은 짧은 자기소개서에 동영상 전문가임을 기재” △“필수 제출 서류인 졸업예정증명서를 기일 내에 제출하지 않았고, 지원할 직렬과 직급도 적지 않은 데다, 지원서에 적힌 날짜의 필체가 다르다” △“입사 이후 14개월 만에 어학연수를 목적으로 휴직을 했고, 휴직 기간을 계속 늘려 23개월 동안 어학연수를 한 뒤 곧바로 사직한 것도 일반적이지 않다” △“준용 씨가 응시한 시점의 인사 서류가 통째로 사라졌다” 등 5가지 의혹이다. 그러나 이 내용들은 이미 대부분 2007년 노동부 감사를 통해 사실관계가 규명되거나 문 후보 측에서 해명을 한 것들이다. 그러나 MBC는 단 한 마디도 그러한 ‘반론’을 덧붙여주지 않았다. 심지어 이런 주장들이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에서 나왔다는 사실도 말해주지 않았다. ‘의혹’을 사실로 포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MBC <채용부터 휴직까지…꼬리 무는 의혹들>(4/3)
사실 여부 확인 대신 의혹 확대하는 ‘검증 보도’? KBS의 ‘창조적 검증 보도’
이 부분에서는 KBS도 만만치 않다. KBS는 4월 10일 ‘대선후보 검증’이라는 타이틀로 검증 보도 시리즈를 시작했는데 그 내용이 이상하다. ‘검증’의 사전적 의미는 “가설이나 사실, 이론 등을 검사하여 참인지 거짓인지 증명”하는 것인데, KBS의 검증 보도는 또 다른 가설, 또 하나의 의혹을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10일 KBS는 그 첫 순서로 ‘문재인 아들 특혜 채용 의혹’을 택했는데 이미 있는 의혹을 파헤쳐 의혹을 불려놓았다. 그러나 근거는 턱없이 부족하고 반론도 부실하다. KBS <대선후보 검증/문재인 아들 휴직 과정도 특혜 의혹>(4/10 https://bit.ly/2oY3FQu)은 전체 의혹 중 휴직 및 퇴직금 의혹에 집중했다. 이는 이미 바른정당과 자유한국당이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던 내용인데 KBS가 살을 붙여준 것이다. KBS는 “KBS가 확보한 어학연수 증빙서류엔 연수 기간이 2008년 3월 3일부터 28일까지 단 4주로 돼있”다거나 “휴직 신청 당시 파슨스 입학이 연기돼 있다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 휴직 당시 입학 절차를 밟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휴직이 특혜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문 후보 측 반론은 “휴직 과정은 적법한 절차를 통해 허가를 받았다”는 것만 소개했는데 여기다 “파슨스로부터 입학 연기가 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은 사실이 있다고 밝히면서도 관련 자료는 공개하지 않았다”는 말을 덧붙여 문 후보 측이 뭔가 숨기는 듯 한 여지를 남겼다. 그러나 KBS가 제기한 의혹 자체도 허술하다. KBS 주장대로 파슨스 입학 여부에 문제가 있어 휴직 허가가 특혜라면 문재인 아들 문준용 씨가 파슨스에 입학하지 않았거나 휴직 규정을 어겼어야 한다. 그러나 고용정보원의 휴직 절차를 모두 지켰다는 것은 KBS도 부인하지 못했고 문준용 씨는 정상적으로 파슨스 석사 과정을 마쳤다. 휴직은 파슨스 입학을 위해 필수적인 어학 연수를 위한 것이었다는 점도 이미 드러나있다. 이런 사실관계를 차치하더라도 ‘검증 보도’에서 의혹의 참‧거짓을 판별하기는커녕, 오히려 새로운 의혹을 만드는 KBS의 보도 취지 자체가 부적절하다.
방송사들은 왜 ‘문재인 아들 의혹’만 보도한 걸까
‘문재인 아들 의혹’ 보도에 있어서 비단 KBS와 MBC만 문제가 된 건 아니다. 3월 17일부터 4월 5일까지, 7개 방송사가 이 의혹을 모두 보도했다.
△ 7개 방송사 문재인 후보 외 의혹 보도 여부(3/17~4/5) ⓒ민주언론시민연합
TV조선의 경우 20일 간 7건을 보도했는데 3일에 1건씩은 꼭 이 의혹을 보도한 셈이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국민의당이 문 후보에 공세를 가하기 위해 보도자료를 낼 때마다 받아썼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이 시기 다른 후보들에게 논란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홍준표 후보는 문재인 후보가 유병언의 세모그룹의 파산관재인이었다고 했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일으켰다. 국민의당은 경선 불법 동원으로 홍역을 치렀고 안철수 후보 부인 기미경 교수의 특혜 채용 의혹도 불거졌다. 그러나 이런 사안들 중 단 1건이라도 보도한 방송사는 SBS‧JTBC‧TV조선‧채널A뿐이고, 이들 4개사도 딱 1건만 보도했다. 그나마 ‘문재인 아들 의혹’도 2~3건만 보도한 SBS‧JTBC‧채널A가 그나마 균형을 지켰다고 볼 수 있다. KBS‧MBC‧MBN은 타 후보 논란을 단 1건도 보도하지 않았다.
3. 문재인은 때리고 안철수는 띄우고…뚜렷한 편파 양상
이렇게 문재인 후보에 의혹 공세와 비판이 집중된 것과 달리 또 다른 유력 주자인 안철수 후보에게는 보도가 사뭇 달랐다. 국민의당 경선이 끝난 4월 4일 이전까지는 노골적인 ‘안철수 띄우기’가 이어졌고 경선 이후에도 안 후보 관련 의혹 보도가 나올 뿐, 전반적인 양상은 ‘안철수 지지율 상승세’를 강조하는 것이다. 이는 수치로도 증명이 된다. 2017대선미디어감시연대 양적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3월 20일부터 4월 14일까지 보도 제목에 한해 민주당에 유리한 보도는 6건에 그쳤고 불리한 보도는 무려 169건에 이르렀다. 불리한 보도가 163건이나 더 많았던 것이다. 반면 국민의당에 유리한 보도는 25건이었고 불리한 보도는 37건이었다. 불리한 보도가 더 많기는 하지만 차이는 12건에 불과하고 유리한 보도가 민주당의 4배에 이른다. 특히 3월 25일부터 31일까지의 기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기간 민주당에 유리한 보도는 아예 없었는데 국민의당에 유리한 보도는 6건이었다. 같은 기간 민주당에 불리한 보도는 35건이나 됐지만 국민의당에 불리한 보도는 고작 3건이다. 이 기간, 방송사들이 유독 국민의당을 긍정적으로 보도했다는 의미이다.
6일간 12건…TV조선의 ‘안철수 띄우기’
특히 TV조선은 독보적이다. TV조선은 3월 27일부터 4월 2일까지 6일간 무려 12건의 보도에서 국민의당과 안철수 후보를 긍정적으로 보도했다. 앞서 언급한 기간과 비슷하다. 이 시기, 국민의당 경선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안철수 후보의 독주가 두드러지고 ‘문재인-안철수 양자대결’에 대한 보도도 쏟아졌음을 감안하면 TV조선의 의도를 읽을 수 있다.
몇 가지 사례를 보면 민망한 수준이다. TV조선 <비문 단일화 벌써 기싸움>(3/27 https://bit.ly/2osKixW)은 “김(종인) 전 대표는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의 멘토였던 법륜 스님도 따로 만났”고 이 때문에 “연대에 부정적이던 안철수 전 대표의 태도도 미묘하게 변했”다는 ‘축지법’ 수준의 논리 전개를 선보였다. TV조선 <더하기뉴스>(3/27 https://bit.ly/2osWkaH)는 앵커와 기자가 “복식호흡 중저음, 안철수 전 대표가 목소리가 확 달라졌더라고요?”, “복식 호흡으로 힘을 끌어 모아 낮고 굵은 목소리로 ‘문재인을 꺾겠다’고 말했습니다”라는 문답을 주고 받았다. “안 전 대표도 이런 여론을 의식해서, 최근 스피치 전문가를 만나 개인교습을 받았다고 합니다. 복식호흡으로 발성법부터 완전히 바꾸고, 음의 고저 강약을 주는 연설방법을 배웠다는 것”을 강조하기도 했다.
‘안철수 루이 암스트롱 같다’, 단연 최악의 사례는 채널A
저널리즘 역사에 길이 남을만 한 ‘편파 보도’, 즉 노골적으로 안철수 후보에 찬사를 보낸 보도는 채널A에서 나왔다. 채널A <대선상황실/안철수 “팍팍 밀어주이소”>(3/30 https://bit.ly/2ohl1Lg)은 보도가 시작되면 대뜸 가수 루이 암스트롱의 노래 ‘What a wonderful world’가 흘러 나온다. 노래 선율 위로 앵커가 “이 굵직한 음성 안철수 대표 음성과 비슷해졌다”며 안 후보의 음성 변화를 극찬하고 기자 역시 “자신감이 드러나는 액션 커지고 목소리가 하이톤에서 저음으로 변했다”고 맞장구를 친다. 앵커는 재차 “완전 중저음의 루이 암스트롱을 흉내 내는 것 같은데 이게 어떻게 가능합니까”라며 너스레를 떨었고 기자는 “본인 스스로 연구했고 본인이 가진 저음 목소리를 차량에서도 계속 연습했다고 한다. 이번 경선에서 처음 선보였는데 본인의 노력도 있었고 달라진 제스처를 때와 장소에 맞춰서 표현할 만큼 이제 정치인 다됐다는 평가”라고 말했다. 이 민망한 ‘안철수 목소리 찬양’은 4분 30초에 이르는 대담 형식 보도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차안에서 연습하고 연설 톤과 방식 달라졌는데 그레서인지 지지율이 높아졌다”, “안철수 후보가 이번 경선에서 컨벤션 효과를 보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60대에서는 문재인이나 홍준표보다도 안철수 지지율이 더 높다. 60대가 문재인 대항마로 안철수 후보를 지지해 돌아서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등 연신 ‘안철수 찬가’가 이어졌다. 이런 보도는 선거방송심의에 관한 특별규정 제16조(사실과 의견의 구별) “방송은 선거방송에서 사실보도와 해설・논평 등을 구별하여야 하며, 해설이나 논평 등에 있어서도 사실의 전달과 의견을 명백히 구분하여야 한다”를 위반한 것이다.
안철수는 ‘컴퓨터 의사’, 문재인은 ‘노무현 2인자’?
노골적으로 안철수 후보를 긍정적으로 묘사하고 문재인 후보는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보도도 나왔다. 주인공은 MBC이다. MBC는 각 당의 경선이 끝날 때마다 대통령 후보로 결정된 인물의 ‘정치 역정’을 정리한 보도를 냈다. 여기서 유독 문재인 후보에게만 부정적인 표현을 썼다. 31일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결정됐을 때 MBC 보도 제목은 <제1보수당 후보 된 ‘모래시계’ 주인공>(3/31 https://bit.ly/2o1mCmU)이다. “스타검사에서 4선 의원에 집권당 대표, 재선 도지사”, “가난을 이기고 검사가 된 후 군사정권 시절 권력자를 줄줄이 구속시켰고, 드라마 모델로 유명해진 뒤 정치에 입문”이라는 찬사도 이어졌다. 4일 안철수 후보도 마찬가지이다. MBC <대선 나선 ‘컴퓨터 의사’…“정치 바꾼다”>(4/4 https://bit.ly/2nCOryu)는 제목에서 안 후보를 “컴퓨터 의사”라 칭하고 “정치 바꾼다”는 포부까지 명시했다. 리포트는 “안철수 후보는 의사에서, 성공한 벤처기업 CEO, 이어 정치인으로 변신을 거듭”했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3일, 문재인 후보에게는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MBC <대선 재도전하는 노무현 정권 2인자>(4/3 https://bit.ly/2nRrtWf)는 제목에서 ‘문재인은 노무현 2인자’라는 낙인을 찍었고 리포트 역시 ‘2인자’, ‘2012대선 패배’, ‘친문패권’ 등 부정적 묘사로만 가득했다.
5. 믿기 어려운 여론조사…편파적인 MBN 보도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여론조사에 대한 관심이 높다. 여론조사는 민심의 풍향계로서 대선 보도에 필수적으로 포함되는 요소이다. 그러나 지난 총선부터 여론조사 결과가 터무니 없이 빗나가면서 불신이 쌓였다. 이번 대선에서 논란은 더 커졌다. 특히 현실화 가능성이 극히 낮은 ‘문재인-안철수 양자대결’을 묻는 여론조사가 4월부터 나오기 시작하면서 여론조사가 캠프 간 공방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논란의 ‘내일신문 여론조사’ MBN만 2번 언급
논란의 시발점은 내일신문이 의뢰하고 디오피니언이 4월 2일 실시한 여론조사였다. 이 조사에서는 “만약 이번 대선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간의 양자대결이 된다면, 어느 후보를 지지하시겠습니까?”라는 질문으로 양자대결지지 후보를 물었다. 그 결과는 문재인 36.4%, 안철수 43.6%였는데 이는 양자대결에서 처음으로 안철수 후보가 앞선 결과가 나온 것이었다. 그러나 양자대결을 질의하면서 후보 단일화 과정을 설명해주지 않으면 합리적인 조사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왔고 조사방식에서 여론조사의 기본인 무선 전화 조사를 생략한 채 유선전화면접 40%, 인터넷 조사 60%만 이뤄진 것도 문제라는 비판이 나왔다. 민주당은 ‘질소포장과자’라며 비판했고 조사를 의뢰했다. 안 후보 측은 “대세론이 무너지자 언론을 탓하는 패권”이라 받아쳤다.
방송사 저녁 종합뉴스는 대체로 내일신문 조사를 인용하지 않는 편이었다. 4월 3일부터 4일까지, KBS와 SBS는 문 후보 측과 안 후보 측의 공방으로 1건 처리했을 뿐 여론조사 결과에 집중하지 않았다. MBC와 채널A는 관련 보도가 없었고 JTBC는 이틀간 4개의 여론조사를 인용했지만 내일신문 조사는 빠졌다. MBN‧한겨레‧한국갤럽‧JTBC의 여론조사만 보도했다. TV조선과 MBN만 내일신문 여론조사를 통상적인 보도로 처리해 인용했다. TV조선은 내일신문 조사와 함께 자사와 폴랩의 대선 지지율 지수를 보도했고 MBN은 한국사회여론연구소와 자사 여론조사, 내일신문 조사를 인용했다. 그런데 내일신문 조사를 전하는 두 방송사의 태도가 다르다.
TV조선은 <안 43.6% VS 문 36.4%>(4/3 https://bit.ly/2nOn0Up)이라는 보도로 내일신문 조사를 그대로 전달했지만 TV조선 <정치속보기/문안 양자대결 가능성은?>(4/3 https://bit.ly/2o40usx)에서 “문재인 캠프에서도 이의를 제기할만하다. 이 여론조사가 유선 전화를 이용해서, 최근 여론조사는 무선전화를 많이 하는데 무선전화 조사를 안했다”면서 “시시비비 명백하게 밝히는 것도 유권자가 바른 선택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지적했다. 논란이 된 지점을 짚어준 것이다. 그러나 MBN은 이런 언급이 전혀 없다. MBN <문재인에 앞서>(4/3 https://bit.ly/2nRKwzH)는 “지난달 말 조사에서 41.7% 대 39.3%로 오차범위 이내까지 따라붙더니, 또 다른 여론조사에서는 안 전 대표가 43.6%를 얻어 36.4%의 문 전 대표를 처음으로 앞섰”다면서 “'안 전 대표가 문 전 대표와 양자대결을 펼칠 가능성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가능성이 높다'는 답변이 60.9%로 나타났”다는 결과까지 전하며 ‘문재인-안철수 양자대결’을 강조했다. 문제의식은 전혀 없었다. 심지어 MBN은 다음날에도 이 조사를 한 번 더 언급했다. MBN <문재인이 넘어야 할 3대 과제는?>(4/4 https://bit.ly/2n9IQ7L) 제하의 리포트에서 ‘문재인의 약점’을 제시했는데 그 중 하나로 “안철수 양자대결”을 지목한 것이다. MBN은 “최근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의 양자대결에서 문 후보가 밀리는 조사가 나온 것도 문 캠프를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면서 내일신문 여론조사를 상기시켰다. 심지어 양측간 공방을 무시한 채 “문재인 캠프 측은 일단 조사방법이 잘못됐거나, 양자대결 자체가 성사될 리 없다며 애써 의미를 축소하고 있”다고 설명해버렸다. 명백히 안철수 후보에 유리한 방향으로만 내일신문 여론조사를 보도한 것이다.
안철수 후보가 이긴 여론조사만 보도한다? 속 보이는 MBN
MBN이 아예 안철수 후보가 앞서는 여론조사만 발췌해 보도한 사례도 있다. MBN <“지사직 던지고 도와달라”>(4/6 https://bit.ly/2oHgodM)는 문재인 후보가 안희정 지사에게 “지사직을 던지고 도와달라”고 말하고 싶을 만큼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그 근거로 “양당이 최종 후보를 확정지은 이후 조사에서는 오히려 안 후보가 문 후보보다 8%p 앞서며 결과가 뒤집어졌”다는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여기서 인용된 여론조사는 중앙일보가 4일~5일 실시한 여론조사이다. 중앙일보 여론조사 중 ‘문재인-안철수 양자대결’에서 안철수 후보 50.7%, 문재인 후보 42.7%로 안 후보가 문 후보를 따돌린 결과를 인용한 것이다. 다음 보도 MBN <50대‧TK 잡았다>(4/6 https://bit.ly/2oH33SC)는 유독 “보수층으로 대표되는 50대와 TK 표심”만 조명한 보도인데 여기서도 MBN은 안철수 후보가 앞서고 있음을 강조했다. MBN과 리얼미터가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 50대 지지율에서 “문 후보가 34.9%, 안 후보가 38.9%로 안 후보는 2배 넘게 올랐”고, 대구‧경북 지역에서도 안 후보가 문 후보를 앞질렀다는 것이다. MBN은 여기서는 MBN이 의뢰하고 리얼미터가 실시한 여론조사를 인용했다.
다시 말해 MBN은 자사가 의뢰한 여론조사가 있는데도 굳이 양자대결 지지율은 중앙일보 조사를 인용한 것이다. 자사 의뢰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할 땐 안 후보가 이긴 50대‧TK 지지율만 발췌해 인용했다. 이유가 있다. 자사가 의뢰하고 리얼미터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양자대결 시 문재인 후보가 46.3%, 안철수 후보가 42.8%로 문 후보가 안 후보를 앞서는 것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국민의당 리얼미터 고발…여론조사 논란 가중
여론조사 보도가 계속 이어지면서 여론조사를 둘러싼 논란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KBS와 연합뉴스가 코리아리서치센터에 의뢰해 4월 7일~8일 실시한 여론조사의 경우 양자대결에서 안 후보가 문 후보를 무려 13%나 앞서는 것으로 나왔는데, 이 조사는 현재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심의가 진행 중이다. MBN은 지난 16일,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와의 마찰 끝에 게약을 해지해버렸고 국민의당은 리얼미터가 안철수 후보에 불리한 질문을 하고 있다며 리얼미터를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리얼미터는 “민주당·정의당 단일후보 문재인, 리얼미터 ‘민주당·정의당 단일후보 문재인, 국민의당·자유한국당·바른정당 단일후보 안철수’가 왜곡된 설문이라는 주장과 관련해서는 이미 많은 언론에서 국민의당·자유한국당·바른정당 후보 단일화 연대 가능성 보도, 그리고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와 한겨레신문-리서치플러스 등 동일한 질문 또는 가정으로 이루어진 여론조사들도 많은 바, 국민의당·자유한국당·바른정당 후보 단일화 연대 가능성을 보도한 ‘언론’과, 그것을 가정하고 여론조사를 실시한 ‘여론조사’는 국민의당 논리에 의하면 모두 공직선거법 위반이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