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_
‘페북 장난’ 중앙일보, 온라인 기사 제목으로도 ‘장난질’12일, 대선미디어감시연대에 한 통의 제보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중앙일보가 포털에 송고한 온라인판 단독 보도의 제목을 ‘이상하게 수정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문제의 보도는 ‘스텔라 데이지호’ 실종자 가족 허경주 공동대표의 인터뷰를 담은 <“문 대통령 남동생도 원양어선 선장이라는데…”>(5/12 김민욱 기자 https://goo.gl/VnoU5a)입니다. 제보자는 해당 보도의 ‘수정 전 제목’이 <“힘 있는 권력자 가족이 실종돼도 이렇게 안이하게 대응할까요”>였다며, 중앙일보가 ‘수정 전 후 두 개의 제목’으로 모두 스텔라 데이지호 실종자 가족 대표의 주장을 심각하게 왜곡하고 있다 지적했습니다.
사실 확인 하나. 중앙일보는 정말 기사의 제목을 수정 했나
우선, 정말 제보 내용대로 중앙일보는 기사 제목을 수정했을까요? 네이버 뉴스의 12일 오전 6시에서 9시 사이 기사 배열 기록(https://goo.gl/qKlakP)에 따르면, 실제 해당 기사의 출고 당시 제목은 제보 그대로 <“힘 있는 권력자 가족이 실종돼도 이렇게 안이하게 대응할까요”> 였습니다. 현 시점(12일 오후) 기사 제목인 <“문 대통령 남동생도 원양어선 선장이라는데…”>는 수정된, 두 번째 제목인 것이지요.
△ 네이버 뉴스 기사 배열 기록(왼쪽)에서는 원래 제목을 확인할 수 있으나 이를 클릭하면 수정된 기사 제목(오른쪽)만이 보인다(5/12)
심지어 네이버 메인 노출 이력을 확인해보면 해당 기사는 이 ‘첫 번째 제목’을 달고 11일 6시 17분부터 6시 58분까지 41분간 네이버 모바일 메인 페이지(첫 화면)에 노출되기까지 했습니다. 이런 ‘노출’ 이후 중앙일보는 어떠한 이유 때문인지, 해당 기사의 제목을 재차 변경한 것이지요.
△ 12일 6시 18분 네이버 모바일 페이지 메인노출 상황(5/12)
사실 확인 둘. 기사 제목은 중앙일보가 수정한 것이 맞나
그렇다면 혹시 중앙일보가 내놓은 <“힘 있는 권력자 가족이 실종돼도 이렇게 안이하게 대응할까요”>라는 제목을, 포털이 임의로 <“문 대통령 남동생도 원양어선 선장이라는데…”>라고 수정했던 것은 아닐까요? 이런 경우라면 두 번째 기사 제목에 대한 책임을 중앙일보에 물어서는 안 될 겁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두 번째 기사 제목 역시 중앙일보의 ‘단독 작품’일 가능성이 지극히 높습니다. 기본적으로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는 현행 신문법 제 10조(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의 준수사항)에 의거하여 기사를 제공한 언론사의 동의없이 제목과 내용을 수정할 수 없도록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대선미디어감시연대는 포털 모니터 실시 과정에서 ‘네이버 뉴스 영역에 배열된 뉴스 제목들의 수정이 어떠한 과정에 걸쳐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확인하기도 했었는데요. 이에 대해 네이버 측은 “당사는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로서 관련 법률을 준수하여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언론사와의 정보제공계약 상으로도 언론사에서 전송해온 기사 원문을 그대로 서비스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기사 배열 공간의 상황에 따라 기사 앞 부분의 말머리 ([ ]로 처리된 영역)를 언론사의 동의 하에 삭제하거나 제목의 길이가 긴 경우 뒷 부분이 말줄임표로 처리되는 경우”를 제외하고 “절대 원 기사 제목의 의미가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하고 있다”는 답변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사실 확인 셋. 중앙일보가 인용한 발언의 ‘진의’는 무엇이었나
그렇다면 중앙일보가 붙여 놓은 이 두 개의 기사 제목들은 어떠한 문제를 지니고 있을까요?
앞서 언급했듯, <“문 대통령 남동생도 원양어선 선장이라는데…”>(5/12 김민욱 기자 https://goo.gl/VnoU5a)는 중앙일보 김민욱 기자가 스텔라 데이지호 실종자 가족 허경주 공동대표를 만나 인터뷰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해당 기사에서 허 공동대표는 현 시점 스텔라 데이지호에 대한 수색은 사실상 종료되었으나 아직 생존 가능성이 있는 만큼 정부가 현장 수색을 재개해야 한다고 호소하는 한편, 지난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이 이끄는 정부가 “골든타임을 허비”했다는 점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특히 해당 기사의 최초 제목인 <“힘 있는 권력자 가족이 실종돼도 이렇게 안이하게 대응할까요”>와 수정된 제목 <“문 대통령 남동생도 원양어선 선장이라는데…”>는 모두 “(지난 정부가) 손 놓고 있었다는 의미인가”라는 중앙일보 김민욱 기자의 질문에 대한 허 공동대표의 대답을 인용한 것인데요. 허 공동대표의 발언의 본래 취지가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이 이끌던 지난 정부의 대응에 대한 비판’이라는 사실은, 답변 내용 전체를 보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Q. 손 놓고 있었다는 의미인가.
“맞다. 실종자 가족들이 요구하기 전까지 움직이지 않았다. 지난달 사고 추정해역 인근에 있는 ‘아라온호를 수색작업에 투입해줄 수 없냐’고 요구했지만 연구 수행을 이유로 거절당했다. 하지만 수소문해보니 아라온호가 구조작업을 벌인 기록을 찾았다. 또 총리에게 보고할 문서 등을 만들려 골든타임을 허비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 가족(남동생 문재익씨)이 원양어선 선장이라는 말을 들었다. 만일 박근혜 대통령, 황교안 총리 등 힘 있는 권력자의 가족이 실종됐거나 실종자 숫자가 많았어도 정부가 이토록 안이하게 대응했겠나”
이 같은 이전 정부 성토 이후 허 공동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서는 “후보 시절 실종자 가족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준 바 있다”며 ‘새로운 문재인 정부에게 할 말’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실종자 가족의 눈물을 어서 닦아주시길 간절히 바란다”는 답변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즉 인터뷰 내용상 허 공동대표는 명백히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이 이끄는 정부’에는 실망과 분노를, 문재인 정부에는 ‘기대감’을 표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런데 어째서인지 중앙일보가 해당 기사에 달아 놓은 첫 번째 제목 <“힘 있는 권력자 가족이 실종돼도 이렇게 안이하게 대응할까요”>에는 허 공동대표가 비난한 대상인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이 이끌었던 지난 정부’의 존재가 사실상 ‘지워져’ 있습니다. 수정된 제목 <“문 대통령 남동생도 원양어선 선장이라는데…”>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허 공동대표가 원망하는 대상이 마치 문재인 대통령이라도 되는 것 같은 뉘앙스를 품고 있습니다.
이는 중앙일보가 스텔라 데이지호 문제의 책임을 과거 정부가 아닌 문재인 정부에 떠넘기려 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품게 하는 행태인데요. 무엇보다 새 정부 출범 직후인 ‘허니문 기간’에 이런 ‘헷갈리는’ 제목을 붙여 놓을 경우, 스텔라 데이지호 실종자 가족들이 뉴스 소비자들로부터 자칫 ‘죄도 없는 새 정부에만 원망을 쏟아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살 가능성도 있습니다. 때문에 그 본의가 무엇이었던 간에 중앙일보의 이 같은 행태는, 문재인 정부에 부정적 이미지를 씌우기 위해 ‘욕받이’로 스텔라 데이지호 실종자 가족들을 앞세웠다는 비난을 받아 마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