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_
‘민주당 선거인단 등록 압박’ 사실이면 ‘국정원 대선개입급’이라는 동아18~20일 조중동은 여전히 ‘문모닝’(문재인을 매일 깎아내리는 것을 일컫는 은어)중입니다. ‘문재인 비판 보도’는 기본이고, ‘박근혜·노무현 비교 보도’까지 이어졌습니다. 특히 동아일보는 민주당 선거인단 모집 과정에서 ‘동원 경선’이 이뤄지고 있는데, 문재인 캠프가 이를 알면서도 모른 척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 주장이나 의혹을 뒷받침할 근거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1. 오늘의 유감 선거보도, 말은 많지만 결론은 ‘문재인 그냥 싫다’
‘조중동 선거보도=문재인 비난 보도’라는 공식을 만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18일과 20일 조중동에 등장한 문재인 전 대표 비난 보도의 주요 사례는 아래와 같습니다.
■ 문캠 ‘동원 경선 의혹’ 알고도 모른 체해서 문제다?
△ 문재인 캠프 측이 ‘동원 경선’ 움직임을 알고도 외면하고 있는 것 아니냐 지적한 동아(3/18)
먼저 동아일보는 <사설/문캠프 ‘동원 경선’ 의혹, 선거 공정성 훼손하나>(3/18 https://goo.gl/pg6oDf)에서 “‘문재인 대세론’에 편승하려는 개인이나 단체가 ‘민주당 선거인단에 가입하라’며 부당한 압력을 가하는 행태”가 이어지고 지적했습니다. 이를 “또 다른 형태의 ‘동원 경선’이 부활한 것”이라 정의내리기도 했습니다.
이어 동아일보는 “문재인 캠프는 게임의 룰을 부인하는 몰염치한 행태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알면서도 짐짓 모르는 체하는 것은 아닌가”라며 목소리를 높인 뒤 “민주당이 지난 대선의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진 것처럼 ‘선거인단 동원’은 규모에 상관없이 그 자체로 국민참여경선의 취지를 왜곡함으로써 선거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행위”라고 재차 비난했습니다.
사설 말미에는 “문 캠프의 싱크탱크에 합류한 교수가 1000명을 넘는다”는 점을 들어 “학계와 관가의 줄세우기, 줄서기 악습도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도 했습니다. 사설은 “일단 세를 불려 ‘이기고 보자’는 식의 동원 경선과 줄세우기”는 “설령 집권한다고 해도 문 전 대표의 빚이 될 수 있다”는 조언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만약 “‘문재인 대세론’에 편승하려는 개인이나 단체”의 선거인단 참여 강권이 이뤄지고 있다면, 언론이 이를 지적하고 우려를 표할 수는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선거인단 참여자 수가 200만 명(20일 기준)을 넘어선 상황에서 이번 경선 자체를 ‘동원 경선’이라 폄훼하려면, 이 같은 압력에 의거한 동원이 상당한 수준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명확한 근거를 제시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국가 기관인 국가정보원이 민주주의 기본원칙인인 삼권분립을 부정하고 대선에 개입한 초유의 사건과 민주당 경선에서의 ‘문캠 줄서기용 경선 참여 강권’을 하나로 싸잡아 ‘마찬가지’라 말하는 것은 저열한 물타기일 뿐입니다. ‘민주당이 이를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하는 것 아니냐’는 추정도 볼썽사납습니다. 아무리 추정이라지만 제대로 된 보도로 근거 하나 내놓지 못하면서 의견기사를 통해 이처럼 망상을 쏟아내는 것은 그야말로 한심한 일이지요.
■ 문재인, 민심을 일관되게 반영하지 않아서 문제다?
조선일보 홍영림 여론조사팀장은 <여론&정치/문재인의 민심 읽는 법>(3/18, 홍영림 여론조사팀장 https://goo.gl/J2Egtz)에서 문 전 대표가 자기 입맞에 맞는 사안에만 ‘여론’ ‘민심’을 내세운다고 비판했습니다.
이번 3당 개헌합의에 대해서는 “여론조사를 봐도 다수 국민이 (대선 전 개헌을) 반대하고 있다” “정치권이 민심과 따로 놀고 있다”고 말하며 민심을 앞세워 반대하더니, 사드 배치 문제나 기본소득제, 군 복무 기간 단축 등의 문제에서는 “전체 국민보다 자기 지지층을 더 주시하는 듯”한 주장을 펼치고 있다는 겁니다. 이를 근거로 홍 팀장은 “민심을 읽을 때 자기를 지지하는 이들의 여론만 선택적으로 받아들인다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느냐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사드 배치 문제나 기본소득 도입 문제와 같이, 각 후보의 가치관과 정체성, 지향점과 연관된 입장과, 애초 국민 여론을 충분히 수렴해 결정하겠다고 ‘약속’했던 개헌 문제에 대한 입장을 똑같이 ‘여론’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고 말할 수 있을지, 또 꼭 그래야 하는지는 의문입니다. 또한 문 전 대표가 지지층의 입장을 따라가고 있는 것인지, 문 전 대표의 입장에 동의하는 이들이 그의 지지층이 된 것인지 그 선후관계를 분명히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문 전 대표가 ‘지지자들 주장에만 귀를 기울인다’ 그러니 ‘소통과 통합’을 잘 하지 못하고 있다는 식의 비판 역시 과도한 것으로 보입니다.
■ 문재인, 비호감도 높아서 문제다?
비호감도가 높아서 문제라는 ‘저격’도 등장했습니다. 조선일보는 <사설/싫어하는 국민이 더 많은 대선 주자들>(3/18 https://goo.gl/WPKcwQ)에서 17일 발표된 한국갤럽 대선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해 안희정 충남지사를 제외한 “모든 대선 주자의 비호감이 더 높”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그리고는 이런 상황이 된 것은 “유권자들이 마음을 둘 대통령감이 눈에 띄지 않는 데다 국민의 정치 혐오가 심각하기 때문이기도 하다”며 “비정상적 대선이 어떤 후유증을 낳을지 걱정”이라 주장했습니다.
이는 얼핏 안 지사를 제외한 다른 후보들의 높은 ‘비호감도’를 걱정하고 있는 것 같지만, 사설 네 문단 중 두 문단이 모두 “문 전 대표”로 시작하는데다가 그 내용도 모두 문 전 대표를 비판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는 만큼, 사설이 제목에서 ‘싫어하는 국민이 더 많은 대선 주자’라 지목한 것은 사실상 문 전 대표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물론 유력 대선 후보의 높은 비호감도에 대해 언론이 우려를 표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 문 전 대표는 호감도에서는 전체 2위였고, 비호감도도 안 지사에 이어 2번째로 낮았습니다. 반면 다른 주자들은 모두 비호감도가 50%를 넘어섰으며, 홍준표 지사의 비호감도는 무려 81%에 달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문 전 대표의 비호감도만을 유달리 문제 삼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 없습니다.
사설 내용 역시 “문 전 대표를 싫어하는 유권자가 많은 것은 안보 정책에 대한 불안감 영향이 클 것이다” “그와 주변 사람들이 생각이 다른 국민을 마치 적인 양 거칠게 공격하는 태도도 비호감을 불러일으켰다” “많은 사람이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편을 갈라 거의 매일 같은 국민을 비난하던 정치를 기억하고 있다. 그때로 되돌아간다면 반발이 없을 수 없다”는 식의, 별다른 근거 없는 비난 일색이었는데요. 이는 여론조사 결과를 빌미로 해당 후보를 ‘한 번 더 비난해보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보일 뿐입니다.
■ 한반도평화포럼은 문재인에 충성심 보이려 ‘부역자 청산’ 내놨다?
‘한반도평화포럼’의 논평을 걸고 넘어 지는 보도도 계속 이어졌습니다. 대표적인 것은 동아일보 <심규선 칼럼/공무원의 영혼을 미리 짓밟지 말라>(3/20 심규선 고문 https://goo.gl/w0wqaq)입니다. 심 고문은 한반도평화포럼의 논평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이라는 말을 전혀 쓰지 않고도 구구절절 민주당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꼼수의 참신함에 감탄했다”며 “만약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가 대통령이 될 게 확실하니 그 전에 ‘긴급하게’ 충성심을 표시하고 싶은 마음이었다면 충분히 이해한다”고 비아냥댔습니다.
심 고문은 이 세상에 ‘문 전 대표 류의 주장’과 ‘문 전 대표의 것이 아닌 주장’만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어쩌다가 그런 좁은 세계관에 스스로를 가두게 되었는지, 안타까울 뿐입니다.
이어지는 내용은 포럼의 논평에 대한 일종의 ‘반박’인데요. 이 내용에 대해서는 심 고문이 칼럼 말미 “한반도평화포럼은 이 칼럼에 대해 보수적, 편파적 시각에서 일방적으로 비난했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성공이다. 포럼의 논평을 읽고 느꼈던 위화감을, 포럼도 내 칼럼을 읽고 느꼈으면 하고 바랐기 때문이다”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내 칼럼은 포럼의 논평만큼 편협하지는 않다고 자신한다”는 주장은 정말로 동의하기 어려운데요.
이는 심 고문이 칼럼을 통해 포럼이 “공무원에 대한 치졸한 겁박”을 했다며 “노 정권 시절의 “배 째 드릴까요?”라는 협박이 떠오른다고 주장하거나 “우리는 현재의 혼돈과 위기도 곧 극복할 것”이라는 포럼의 주장에 대해서 “왜 그리 낙관적인가”라고 트집을 잡는 등 수준 이하의 비난을 쏟아냈기 때문입니다. 심 고문은 타 단체 논평을 비난하기 이전에, 본인 칼럼의 수준을 가늠하는 안목부터 키워야 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 ‘친중반미’ 민주당이 집권하면 미국과 관계 나빠질 것이다?
민주당의 대북 정책과 미 트럼프 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가 달라 한미 공조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습니다. 가장 열심히 이런 주장을 펼친 것은 조선일보입니다.
먼저 <사설/대북 정책 ‘트럼프대 한국대’ 충돌 코스로 가고 있다>(3/18 https://goo.gl/DsBdoZ)에서는 “심각한 것은 정권을 잡을 가능성이 높은 민주당이 이번에 확인된 미의 대북 정책과 정반대 주장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조선일보는 “민주당 지도부는 물론 대선 후보들은 한결같이 햇볕 정책을 다시 펴겠다고 한다”며 여전히 별다른 근거도 없이 이를 “북에 현금이 들어가는 개성공단·금강산관광을 즉각 재개하겠다는 식”이라 평가했습니다. 그리고는 “사드 배치 재검토”에 대해서는 “한·미 간에 먼저 충돌이 발생할 수 있는 길” “60여 년 한·미 동맹에 균열이 발생할지도 모른다”고 불안감을 조성했습니다.
이틀 뒤 조선일보 강경희 논설위원은 <강경희 칼럼/트럼프 목에 어떤 ‘방울’을 달 것인가>(3/20 강경희 논설위원 https://goo.gl/kEKXO3)에서 “트럼프 스타일을 잘 파악해 맞춤 대응을 한다면 한·미 관계를 수월하게 풀어가면서 국가적 실익”을 얻어야 하지만 l“차기 정부가 그럴 수 있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사드 배치하는 미국에 어깃장 놓고 중국 가서 고개 숙이는 어설픈 반미주의 노선이 판치고, 세계무대에서 뛰는 한국 대기업들을 국내에서 조리돌림 하기에만 여념 없는 사고방식으로는 셈이 분명한 ‘거친 협상가’ 트럼프를 맞아 실익 없고 고달프기만 한 한·미 관계를 맞게 될 공산이 크다”는 겁니다.
같은 날 조선일보는 <사설/ICBM 쏜다는 북, 미 탓이란 중, 내분에 빠진 한>(3/20 https://goo.gl/6oIsFL)에서 “집권이 유력하다는 우리 야당은 미국이 가는 길이 아니라 중국이 가는 길 쪽에 서려 하고 있다. 우리의 운명과 관련된 순간들이 다가오고 있는데 안보의 바탕인 한·미 동맹의 미래는 불확실해지고 우리 내부는 정치적으로 분열돼 서로 물어뜯을 궁리만 하고 있다”고 재차 지적했습니다.
조선일보만 이런 주장을 내놓은 것은 아닙니다. 동아일보와 중앙일보, 한국일보 역시 그 정도 차만 있을 뿐, 사설 등을 통해 차기 집권이 유력한 민주당의 대북 정책과 미국의 대북 정책의 괴리가 한미 공조를 무너트릴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한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다양한 이해관계 문제가 걸린 사드 배치 문제를 두고, 반대하면 ‘친중’이고 찬성하면 ‘친미’라는 단순한 도식을 적용시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보도 태도입니다. 덧붙여 미국 트럼프 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에 대한 가치판단 없이, 차기 한국 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와의 ‘차이점’에만 집중해 차기 정부를 미리부터 비판하는 것 역시 해당 언론의 정치적 의도를 의심케 하는 보도 행태라 할 수 있습니다.
■ 문재인 등 야권은 공무원을 철밥통으로 만들려 한다?
수준 미달의 ‘정책 혹은 입장 검증’ 보도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조선일보는 20일 1면 머리기사로 <‘공무원 철밥통’ 편드는 야후보들>(3/20 https://goo.gl/HPLPp3) 보도를 내놓고 “성과연봉제 등에 대해 옛 야권 후보들 사이에 다소의 온도 차이는 있었지만 공무원노조 가입 범위 확대, 정부조직 개편 때 노조 참여 등 공노총이 제시한 11대 과제에 대해 대체로 동의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사설/야 “성과연봉제 폐지”, 이 포퓰리즘이 청소해야 할 적폐>(3/20 https://goo.gl/O7eqIi)에서는 “성과연봉제는 공공 부문 비효율을 개혁하기 위해 추진했던 것”인데 이를 원점으로 되돌리려 하는 것은 “‘100만 공무원’ 표를 겨냥한 포퓰리즘”이자 “나라에 해를 끼치는 공약”이라 지적하며 “야당은 적폐 청산을 외치지만 정말 청소해야 할 적폐는 바로 이런 포퓰리즘”이라 주장했습니다. 두 기사 모두 주요 예시로는 문 전 대표의 관련 발언을 들기도 했지요.
그러나 해당 기사는 이미 사회 각층에서 제기한 바 있는 성과연봉제의 문제점을 일체 언급하지 않고, ‘정부가 강조했던 장점’만을 나열한 뒤 해당 정책을 추진하지 않는 후보를 ‘개혁의 걸림돌’로 일방적으로 비난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수준 낮은 네거티브 기사일 뿐입니다.
조선일보는 <‘ABP 공약’ 쏟아내는 야권>(3/20 https://goo.gl/zpaMBM)에서는 “야권은 최근 대선 공약과 차기 정부 운영 구상 발표 등을 통해 ‘박근혜 대표 정책’을 폐기해 가고 있다”며 “‘박근혜만 아니면 된다’는 일명 ‘ABP(Anything But Park) 공약’이라는 말도 나온다”고 소개하기도 했는데요.
그 예시로 조선일보가 제시한 △교육부 역사 교과서 △사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한·일 위안부 합의 등의 사례는 ‘박근혜 표 정책’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 정책의 내용 때문에 비판받고 있는 것인 만큼, 이는 그냥 어이없는 ‘피해의식 노출’ 보도로 보일 뿐입니다.
2. 오늘의 유감 보도, 박근혜 수사 앞두고 노무현 들먹이는 조중동
선거 보도만 문제였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조중동은 최근 사설과 칼럼을 중심으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름을 연일 거론하고 있는데요. 주로 박근혜 씨의 검찰 수사를 앞두고, 노 전 대통령과 박근혜 씨의 임기와 사법처리를 동일선상에서 비교하는 내용입니다. 그러나 이는 박근혜 씨의 헌법·법률 위반 죄질을 감경하려는 일종의 물타기 보도라 할 수 있습니다.
■ 노무현 때는 ‘구속하라’ 박근혜 때는 ‘불구속하라’ 입장 바꾼 동아
가장 노골적이었던 것은 동아일보입니다. 동아일보는 <사설/8년 만의 전직 대통령 검찰 출두…국격을 생각한다>(3/20 https://goo.gl/hhgYCJ)에서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은 박연차 게이트로 검찰 조사를 받고 나서 비운의 선택을 했다. 또 한 명의 대통령이 8년 만에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출두하는 모습은 당사자도 불행한 일이지만 국가로서도 수치”라며 “구속영장 청구 여부는 검찰이 여론과 미래 권력의 눈치를 보지 말고 독자적으로 결정하되 구속의 실익이 없는 한 불구속 수사라는 원칙을 견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동아일보는 “얼마 전까지 대통령이었던 사람이 구속돼 수사를 받기 위해 구치소와 검찰청을 오가는 모습은 국격을 생각해서라도 바람직하지 않”고, “수사 관행상 구속은 (…) 중대 범죄 혐의자에 대해 미리 처벌하는 성격도 띠고 있는 것이 사실”인데, “박 전 대통령의 경우 그런 의미의 사전 처벌로 말한다면 탄핵으로 어느 정도 이뤄졌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우선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 당시에는 사실상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한다고 주장하던 동아일보가, 국정 사유화와 헌법·법률 위반 행위 의혹을 받고 있는 박근혜 씨에 대해서는 ‘불구속 수사를 고려해야 한다’고 180도 다른 주장을 펼친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또한 형사소송법 제 70조에 의하면 구속 사유는 주거 불명, 증거 인멸, 도주의 우려 이 세 가지임에도, ‘수사 관행’을 들며 불구속 수사를 요구하는 것 역시 이중 잣대와 정치적 편향이라는 키워드로밖에는 설명되지 않습니다.
■ ‘주종관계였던 최순실과 입씨름 벌이도록 하는 건 옹졸하다’는 중앙
중앙일보 <고대훈의 시시각각/박근혜 조사에서 생각할 일>(3/20 고대훈 논설위원 https://goo.gl/zVYNrQ)도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는 “그의 비극적 최후와 무관하다고 할 수 없다”며, 내일 있을 박근혜씨 검찰 조사에서 “‘죽은 권력’이지만 최대한 예우를 갖춰 인격적으로 배려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고 논설위원은 “박 전 대통령이 사실상 주종 관계에 있던 최(순실)씨 등과 입씨름을 벌이도록 주선하는 것은 너무 옹졸”하므로 “대질심문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거나, “미용시술 의혹 등 여성의 감성에 상처만 줄 곁가지는 과감히 쳐내고 핵심만 파는 게 수사의 정도”라는 괴이한 주장을 펼쳤습니다.
탄핵 이후 현재까지 국정사유화 행위에 대한 대국민 사과나 어떤 입장 발표도 하지 않은 전 대통령의 수사를 앞둔 시점에 ‘철저하게 수사하라’는 요구보다 ‘배려하라’는 요구를 먼저 쏟아내고 있을 뿐 아니라, 이런 논리를 뒷받침하기 위해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앞세우기까지 한 셈입니다.
■ ‘박사모’ ‘노사모’ 같은 사례로 들먹인 조선
조선일보 <강석천 칼럼/한국 대통령은 너무 위험한 직업>(3/18 강석천 논설고문 https://goo.gl/BnvSZ4) 역시 박근혜 씨의 국정농단이 대통령제 자체의 문제 때문에 발생했다는 뉘앙스를 품고 있습니다. “일곱 사람 중 네 사람이 범죄자 신분”이 되었고 “9명의 대통령 중 6명의 인생이 온전치 못했”는데 이렇게 “불행이 대통령을 덮칠 확률이 67%”에 달하는 상황에서 “무사하려면 요행을 바라야 한다”는 겁니다.
이런 주장은 곧바로 “제왕적 대통령의 폐해가 논란이 되고, 권력 분산형 개헌 주장이 국민 과반수의 지지를 받을 만하다”는 근거 불명의 주장으로 이어집니다. 박근혜 씨의 개인적 범죄행위를 마치 제도적으로 발생할 수 밖에 없던 문제인양 설명하고, ‘권력 분산형 개헌’ 당위 피력을 목적으로 민심을 호도하는 보도인 셈입니다. 칼럼은 대선 일정을 말한 뒤 우리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자리를 이렇게 뽑아도 되는 건가 하는 걱정이 든다” “대통령을 지배하는 운명의 법칙이 얼마나 가혹한지를 아는 사람이라면 그 가족에겐 또 무슨 말을 건네야 할지 몇 번이고 망설일 것”이라는 괴이한 문장으로 마무리되기도 합니다.
강 논설고문은 여기에 더해 칼럼 중반에 굳이 “이쯤에서 한국 정치에서 ‘충성이란 무엇인가’를 물을 필요가 있다. ‘대통령을 사랑하는 모임’이란 충성 집단을 거느린 대통령이 두 사람 있었다. 한 대통령은 국회에서 탄핵 소추안이 통과됐고 나중 검찰 수사를 받던 중 자진했다. 또 다른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에서 파면 선고를 받고 검찰 수사를 앞두고 있다. 왜 충성 집단이 대통령을 보호하는 데 실패했을까”라는 질문을 덧붙이며 박근혜 씨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유사한 사례’로 소개했습니다. 아주 넓은 의미에서 ‘정치인 팬덤’이라는 의미로 두 집단을 한 카테고리에 넣을 수 있다고 해도, 대체 이 예시가 작금의 상황적 맥락에서 대체 왜 등장해야 하는지는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3. 오늘의 미보도
■ 홍석현 사임, 조선·중앙 미보도
중앙일보와 JTBC의 홍석현 회장이 18일 사임의사를 밝혔습니다. 지난달 ‘낭설’이라 일축했던 자신의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여론을 모으기에는 조금 늦지 않았나”라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습니다. 6개 일간지 중 이를 지면에 보도하지 않은 것은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뿐입니다.
경향신문 |
동아일보 |
조선일보 |
중앙일보 |
한겨레 |
한국일보 |
○ |
○ |
X |
X |
○ |
○ |
△ 홍석현 회장 사임 관련 보도 유무(3/18~3/20) ⓒ민주언론시민연합
■ 정의당 심상정 후보 ‘동물권’ 공약, 동아·중앙·한국만 보도
정의당 대선후보인 심상정 상임대표가 19일 “헌법에 동물권을 명기하고 민법에 동물을 물건으로 취급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을 신설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동물복지 5대 공약을 발표했습니다. 이를 지면에 보도한 것은 동아일보와 중앙일보(단신), 한국일보뿐입니다.
경향신문 |
동아일보 |
조선일보 |
중앙일보 |
한겨레 |
한국일보 |
X |
○ |
X |
○ |
X |
○ |
△ 정의당 심상정 상임대표 ‘동물복지 5대 공약’ 관련 보도 유무(3/18~3/20) ⓒ민주언론시민연합
4. 오늘의 비교 보고
■ 틸러슨 고강도 대북정책 예고
한·중·일 3국을 순방한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한국과 일본에서 “북한에 대한 전략적 인내는 끝났다”며 고강도 대북정책을 예고했습니다. 이에 경향신문은 ‘대화와 협상’을 사실상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미국의 태도에 우려를 표한 반면,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국일보는 민주당의 대북 정책이 미국의 대북 정책 기조와 큰 차이를 보인다는 점을 우려했습니다. 한겨레는 한반도 운명을 미국과 중국에 맡겨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아래는 각 매체의 입장을 대표 코멘트로 정리한 것입니다.
- 경향신문_ “선 핵포기 후 대화 방침은 대화를 거부하겠다는 말이나 다름없어. 대화와 협상은 문제 해결의 출발점 될 수 있다. 우려스럽다”
- 동아일보_ “대북 제재 성공하려면 중국부터 움직여야 한다. 민주당 집권할 경우 미국이 핵무장 용인하는데도 중국을 의식해 반대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일본 핵무장 지켜만 봐야 하는 때가 온다면 나라꼴 우스울 것”
- 조선일보_ “대북압박 최고조로 올린다는 내용. 정권 잡을 가능성이 높은 민주당이 미의 대북 정책과 정반대 주장을 하고 있다는 사실 심각.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들은 미국의 대북정책에 대한 입장을 조속히 밝혀야 한다”
- 중앙일보_ “대화가 아닌 힘을 통한 사태 해결 의지 표현한 셈. 정부는 물론 대선주자들도 안반도 안보 상황을 깊게 인식하고 북핵 해결에 관심 가져야. 민주당 주자들 적폐청산 및 사드 배치 관련 입장 ‘현실 지도와 따로 놀아’”
- 한겨레_ “대북대중 강경 메시지. 군사행동 가능성 노골적으로 내비친 것. 정부 당국와 여야 정치권은 한반도 운명이 다른 나라의 손에 의해 불행한 방향으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해 최대한의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할 때”
- 한국일보_ “집권이 유력시되는 우리 야권과 미국 정부와의 현격한 대북 견해 차이가 걱정스럽다. 미중 사이의 어정쩡한 양비론으로는 우리 외교를 지켜내기 어렵다. 북핵 외교의 동력이 견고한 한미관계에서 나온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