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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기고쓰_
‘진실의 시간’ 맞은 언론, 준비는 되었나(4/16 일간기고쓰)1. ‘진실의 시간’ 맞은 언론들, 준비는 되었나
‘사실 앞에 겸손’은 언론인들이 즐겨 쓰는 격언이지만 충실히 실천하고 있지는 못합니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 나온 보도도 예외는 아닙니다. ‘연동형 비례제는 자유한국당 죽이기다’, ‘노인 일자리로 일자리 통계를 분식했다’, ‘경제가 어려운건 모두 문재인 대통령 때문이다’, ‘여론조사가 모두 틀렸고 샤이보수가 10%나 있다’, ‘조선족이 조직적으로 친정부 댓글을 달아 여론을 조작한다’, ‘박근혜는 막후 실력자로 변신했다’, ‘입국금지를 하지 않아 코로나19 방역에 실패했다’, ‘의료 사회주의자 비선그룹이 있다’, ‘선거를 앞두고 코로나 검사 수를 축소한다’, ‘두산중공업이 탈원전으로 경영위기를 맞았다’, ‘멀쩡한 원전을 조기폐쇄했다’, ‘국가부채비율은 40%가 마지노선이다’, ‘곧 한국은 베네수엘라가 될 것이다’…언론은 왜곡된 현실 인식으로 허위정보나 다름 없는 ‘프레임’을 남발했습니다. 이번 총선에서 유권자들은 언론의 ‘프레임’이 더 이상 시민의 현실인식을 좌우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언론의 신뢰도와 영향력이 얼마나 추락했는지를 보여줬습니다.
저 ‘프레임’에 앞장선 매체는 단연 조선‧중앙일보입니다. 선거 직전에도 두 매체는 돋보였습니다. 4월 12일 나온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180석 발언 논란’은 언론이 ‘정치 컨설턴트’의 역할에 더 몰입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었습니다. 유시민 이사장 발언 바로 다음날인 4월 13일,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유시민 이사장 발언을 1면 머릿기사로 배치하고 ‘오만한 여당 프레임’을 씌우는 데 주력했습니다. 유시민 이사장의 발언이 경솔했다고 비판할 수는 있으나 해석의 여지가 풍부한 발언을 두고 선거 프레임을 짜 주는 것은 정치집단이 할 일이지 언론이 할 일은 아닙니다. 조선‧중앙과 달리 타사는 선거 판세, 경제 이슈 등을 1면 머릿기사로 썼죠. 마지막 순간까지 특정 정치세력이 선거에 이기도록 애썼던 조선‧중앙일보를 보면, 이번 총선에서 ‘진실의 시간’을 맞게 된 우리 언론이 과연 그럴 준비는 되어있는지 의문을 갖게 합니다.
- 중앙일보 <유시민 “범진보 180석” 황교안 “오만의 극치”>(4/13 https://muz.so/aaWD)
- 조선일보 <주말 범여권서 나온 180석 압승론>(4/13 https://muz.so/aaWE)
2. 볼거리 넘쳤던 ‘개표방송’, 장애인 시청권은 외면
4월 15일 총선 개표방송은 어느 방송사에서 보셨나요? TV나 모바일을 통해 보셨을 텐데, 혹시 아쉬운 점은 없으셨나요? 지역구와 후보자, 개표율과 득표율이 화면에 자막으로 등장하는 ‘개표 현황’이야 그렇다쳐도, 각 방송사에서 기자‧정치평론가‧정당인 등을 출연시켜 선거 평론을 하는 시간엔 수어통역이 제공되지 않아 청각장애인들이 개표방송을 시청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었을 겁니다. 이에 4월 16일, 장애인 단체 ‘장애벽허물기’는 지상파 3사가 개표방송에서 수어통역을 제공하지 않아 청각장애인 시청자들의 시청권 확보 노력을 게을리했다고 지적했습니다. 17일에는 국가인권위원회를 방문해 진정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방송사들이 재미와 볼거리에 치중하다가 장애인 인권은 소홀히 다룬 것은 아닌지 걱정입니다. MBC 개표방송은 과도한 흥미위주 방송으로 논란이 되기도 했죠. 서울 동작을의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나경원 미래통합당 후보의 득표 현황을 소개하면서 “언니, 저 맘에 안 들죠?”라는 표현을 쓴 건데요. 두 국회의원 후보에 무례한 표현일뿐 아니라, 국민의 표심을 전할 때 쓰기엔 부적절합니다. 이수진‧나경원 두 후보는 민심을 얻기 위한 경쟁을 하고 있는 것이지, 단순히 여성들끼리의 신경전이나 말다툼을 하고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죠. MBC는 개표방송 중 사과를 하긴 했습니다. 다음 선거에서는 볼거리와 재미, 대결구도, 숫자싸움, 승패 등에만 매몰되지 말고 시청자 모두의 참정권과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핸 개표방송을 해주길 바랍니다.
-MBC <선택2020: 제21대 국회의원선거 개표방송>(4/15) https://muz.so/aaW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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