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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총장 엉덩이의 종기’ 알려준 채널A(4/14 일간기고쓰)
등록 2020.04.14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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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자기 신문이 열흘 전에 거짓이라고 한 음모론을 칼럼에 쓴다?

총선을 이틀 앞둔 4월 13일, 중앙일보의 장세정 논설위원은 SNS에 올라온 한 의사의 글을 퍼와 ‘방역당국이 투표일이 다가오자 코로나 진단수를 줄였다’는 음모론을 제기했습니다. 그러나 4월 1일 중앙일보 온라인판 팩트체크 기사에 따르면 해당 SNS 글은 3월 말에 올라와 이미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습니다. 진단 수 자체가 줄어드는 추세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장세정 논설위원은 “1명이 확진 받기까지 수 차례 검사를 받기 때문에 누적 검사수가 통계 부풀리기”라고도 주장했지만, 질본에 따르면 누적 검사자 수는 중복검사를 포함하지 않은 수여서 오히려 검사 횟수는 그간 발표한 것 보다 30만 회 가량 많다고 합니다. 장세정 논설위원은 방상혁 의협 부회장의 발언을 인용해 “코로나 방역은 과학이지 정치가 아니다”라고 했지만, 정작 방상혁 의협 부회장은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되었다가 사퇴한 바 있기도 합니다.

 

- 중앙일보 <[장세정 논설위원이 간다]총선 다가오자 마술처럼 급감…'코로나 검사 축소'의혹 진실은>(4/13 https://muz.so/aaUQ)

 

2. ‘검찰총장 엉덩이의 종기’ 알려준 채널A, 그런데 ‘협박취재‧검언유착 의혹’은요?

4월 8일 열린민주당 황희석 후보가 SNS에서 윤석열 총장의 휴가를 두고 사퇴를 추측했습니다. 이를 다룬 채널A <정치데스크>(4/10)에서 하종대 뉴스연구팀장은 황 후보 주장을 반박하며 “왜 총장께서 최근에 휴가를 신청하고 안 나오고 있는가 하는 걸 좀 말씀드리면”, “왜 그러냐 물어보니까 엉덩이에 종기가 나서 시술을 받았다 그래요”라고 말했습니다. ‘엉덩이 종기’라는 지극히 개인적은 휴가 사유를 느닷없이 공개한 것이죠. 또한 “거의 밥 먹는 시간 빼놓고는 줄기차게 보고를 들어오기 때문에 그 사무실을 잠시라도 떠날 수 없어요. 계속 자리에 앉아 있어야 해요, 줄기차게”라며 일을 열심히 해서 엉덩이에 종기가 났다는 분석도 내놨습니다. 하 씨의 결론은 “엉덩이에 종기가 나서 이렇게 한 것 같은데 이걸 가지고 무슨 큰일이 난 것처럼 이게 무슨 수사나 아니면 다른 것 무슨 하명 수사 등등 이런 얘기 하는데 이런 것과 관련해서 뭐가 있어가지고 하는 것 아니냐, 이렇게 마치 군불을 때는데 그거 하고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겁니다. 황희석 후보 추측이 과하다는 것인데, 충분히 가능한 지적이지만 빠진 게 있죠.

이런 이야기가 오가는 이유가 바로 채널A의 협박취재 및 검언유착 의혹이라는 사실입니다. 채널A는 자사가 중심이 된 엄중한 사안은 언급하지 않으면서 ‘윤석열 총장 엉덩이의 종기’까지 거론했습니다. 시청자는 검찰총장 신체 부위에 종기가 생겼는지 알고 싶지 않습니다. 채널A와 검찰이 정말 유착했는지가 알고 싶을 뿐이죠.

 

- 채널A <정치데스크>(4/10 https://muz.so/aaUn)

 

3. 선거 하루 앞둔 조선일보 칼럼, ‘꼰대질’과 ‘친박사랑’의 협연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와 얼마 전 퇴임한 조선일보 김대중 전 고문은 조선일보에 같은 날 고정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4월 14일 서지문 교수는 <“젊은이여, 자유를 빼앗기고 남루한 삶을 살려는가?”>라는 제목으로 칼럼을 썼는데요. 보는 젊은이가 무슨 자유를 빼앗겼다는 것인지 참으로 어리둥절합니다. 우선, 현 정권이 “헌법에서 자유를 삭제”한다고 주장하는데, 헌법에 자유는 21번(헌법 전문 3건 포함)이나 언급됩니다. 아마 과거 있었던 민주당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민주적 기본질서’로 변경한 헌법 개정안과 관련된 논란을 말하는 것 같은데, 번지수를 잘못 짚은 것입니다. 사람들에게는 자유의 구체적 내용이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이어서 서지문 교수는 “젊은 세대는 그럴듯한 좌파 구호에 속아서 자유를 상납하고 복지에나 기대려는 것인가?”라며 전혀 대립되지 않는 ‘자유’와 ‘복지’라는 개념을 억지로 대립항에 놓더니 “저 불량배들이 나라를 해체하고 기둥뿌리까지 뽑는 것 좀 막자고 어른들이 울부짖는데 ‘기둥까지 싹 갈아서 초일류 국가 만들겠다는데 내버려두세요’라고 하니 어찌 피가 마르지 않겠는가”라고 했습니다. 사실 서지문 교수의 칼럼을 비판하기 힘든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피가 끓는 ‘어르신’이 울부짖음에 논리가 통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같은 날 김대중 전 고문은 “4·15 총선은 야당의 능력을 묻는 선거가 아니”라며, “내일 있는 선거는 한마디로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 세력을 심판하는 선거”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번 선거에서 가장 크게 홀대받은 사람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다. 그는 옥중 서신을 통해 친박 세력에게 야권 단합을 호소했지만 정계의 친박은 박 전 대통령의 충정을 보란 듯이 배신하고 있다. 그래도 ‘국민 속의 친박’은 그의 지시를 존중할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국회의원 선거에서 왜 야당의 무능만 심판의 대상에서 제외되는지, 왜 국민들이 국정농단으로 수감 중인 사람의 ‘지시’를 무려 ‘존중’해야 하는지, 여러 모로 아리송합니다. 그나마 칼럼 말미에 “(이번 선거는) 국민 전체가 스스로를 정리할 시간이다”라고 한 것이 필자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공감이 가는 대목입니다.

 

- 조선일보 <[서지문의 뉴스로 책읽기]“젊은이여, 자유를 빼앗기고 남루한 삶을 살려는가?”>(4/14 https://muz.so/aaUM)

- 조선일보 <[김대중 칼럼] 옐로카드 선거>(4/14 https://muz.so/aaUM)

 

4. 유권자보다 정치꾼을 위한, 시사평론가라기보다 정치 컨설턴트의 방송

MBN <아침&매일경제>(4/10)에 출연한 이종근 시사평론가가 “선거는 인물, 구도, 바람인데 인물, 구도는 사실 바람을 타고 가는 콘텐츠에 불과한 것이거든요”라고 말했습니다. 선거에 대한 전문적인 분석 같지만 오히려 선거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시각입니다. 2020총선미디어감시연대 보도제작준칙은 ‘유권자 중심, 정책의제 중심의 선거 보도’를 통해 ‘유권자가 제기하는 의제를 중심으로 각 후보와 정당의 정책 및 공약을 평가하며, 유권자가 필요로 하는 정책이 선거 의제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종편에서는 이종근 씨를 비롯한 여러 ‘시사평론가’, ‘정치평론가’들이 나와 여론조사와 정쟁을 중심으로 선정적 경마중계식 보도, 정치 혐오주의 조장보도만 실컷 해왔습니다. 결국 정책 의제, 후보자의 공약, 제대로 된 검증은 사라지고 냉소와 혐오가 그 자리를 채웠습니다. 특히 종편의 수많은 문제발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종근 씨의 발언을 보니 문제는 종편의 ‘발언’ 하나하나가 아니라 선거를 바라보는 ‘시각’ 그 자체였네요. 선거를 ‘인물, 구도, 바람’ 그중에서도 ‘바람’을 중심으로 보는 건 오직 이기기 위해서만 선거를 치르는 정치꾼들을 위한 시각이지 유권자의 시각은 아닙니다. 내일이면 선거입니다. 정치 컨설턴트의 시각을 걷어내고 유권자의 권리를 잘 행사하는 하루가 되길 바랍니다.

 

- MBN <아침&매일경제>(4/10) : https://muz.so/aaUt

 

5. ‘혈서 퍼포먼스’가 ‘군소정당 반전카드’?

4월 13일, 채널A가 저녁종합뉴스에서 한국경제당 이은재 대표의 혈서 퍼포먼스를 ‘군소정당 반전카드’라고 소개했습니다. 이은재 대표의 혈서 퍼포먼스는 대체 왜 윤석열 검찰총장을 갑자기 사수하겠다는 것인지 그 의도부터 의문이지만, ‘빨간약’으로 ‘혈서’인 것처럼 꾸민 것아니냐는 의심까지 받고 있죠. ‘반전카드’보다는 ‘해프닝’에 가까운데요. 채널A는 이를 정의당의 “일자리 지키기 피켓 퍼포먼스”, 민생당의 “몰빵 경제론”, 국민의당의 “대국민 메시지”와 한 데 묶어 “군소정당 반전카드”로 보도한 겁니다. 사회적 메시지와 자기 당의 대안적 가치를 내세운 다른 정당들 입장에서는 기분이 나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조명받지 못하는 군소정당이라 한꺼번에 보도한다고 해도, 이슈의 경중과 보도가치는 따져봐야 하지 않을까요?

 

-채널A <혈서까지 등장…군소정당 반전카드는?>(4/13) https://muz.so/aa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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