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보도 모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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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A “사전투표 조작” 허위정보 ‘인용’할 때 MBC는 ‘팩트체크’4월 2주 차, 나쁜 선거 보도
1. ‘소품 유세‧가족 유세’ 집중 조명한 보도들, 무슨 의미가 있나
‘이색 선거운동’, ‘이색 후보’. 선거가 되면 늘 언론이 기사화하는 소재입니다. 후보자들이 유권자 눈길을 끌기 위해 하는 ‘이색적인 유세’, 어떤 후보의 ‘유별난 이력’을 소개하는 보도들이죠. 몇몇 기사들에선 ‘4・15총선 국면에서 코로나19로 대면 선거운동이 어려워지자 이색 선거운동이 주목을 받고 있다’고 쓰고 있지만, 사실 코로나19와 무관하게 언론은 늘 ‘이색’적인 선거운동과 후보자를 찾았습니다. 이런 보도들은 대부분 얼마나 유별난지만 전해주기 때문에 가십으로 소비될 위험이 있습니다. 해당 후보자에 대한 검증과 정책・공약은 소개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독자들 시선을 끌기 위해 ‘이색적인’ 소재를 과도하게 보도하는 ‘황색 저널리즘’으로 흐르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이번 총선에서도 투표가 다가오자 ‘이색 선거운동’을 벌이는 후보자들이 늘어나고, 이를 다루는 기사들도 늘었습니다. 선거가 임박할수록 ‘이색 선거운동‧이색후보’를 다룬 보도가 많았습니다.
말 타고, 망가지고…이걸 알면 투표에 도움이 될까요?
JTBC는 4월 5일 <굴착기 몰고 말 타고…이색 선거운동 ‘머리싸움’>(4/5 최수연 기자)에서 “코로나19 때문에 선거운동에도 제약이 많”다면서 온라인과 거리에서 이뤄지는 이색 선거운동을 소개했습니다. “온라인에선 이른바 B급 감성 영상 대결이 열띱니다”라면서 광고 음악을 개사하거나 얼굴을 찌그러뜨리며 망가지는 모습을 보여준 후보들의 유세 영상을 보여줬습니다. 또한 “거리에서는 기존처럼 악수하며 명함 주는 대신 과감한 홍보전으로 유권자의 눈길을 끕니다”라면서 잔다르크 복장을 한 후보가 기마 출정식을 하는 모습, 굴착기를 이용한 유세 현장, 공룡 인형 옷을 입고 유세를 벌이는 모습 등도 차례로 소개했습니다. TV조선 <뉴스야?!/B급 감성, 망가져야 산다?/베일에 가려진 ‘1020’?>(4/5 서주민 기자)도 비슷한 내용입니다. TV조선은 ‘먹방(먹는 방송)’을 이용한 홍보 영상과 광고 패러디 영상도 자세히 보여줬습니다.
물론 JTBC‧TV조선 모두 기사 말미에서 짤막하게 공약‧정책 실종 선거를 우려하기는 했습니다. JTBC는 “코로나로 어느 때보다 다양한 아이디어가 쏟아지는 선거, 눈길을 붙드는 유세도 좋지만 유권자들이 더 유심히 봐야 할 건 후보자 자격과 공약입니다”라고 전했고, TV조선은 “이런 홍보 영상도 중요하지만 선거 공약이나 정책도 제대로 알릴 수 있어야 하는데, 걱정이 많습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유세의 ‘이색적인 모습’을 조명한 보도에서 ‘공약을 알려야 한다’고 하는 것은 구색 맞추기에 가깝습니다. 공약‧정책 중심 선거를 선도하는 데에는 언론 역시 책임이 있기 때문입니다.
가족 유세에 집중한 보도, 그럼 미혼에다 아이 없는 후보자는?
소품 유세 외에 가족 유세에 집중한 보도도 많았습니다. MBN <배우자부터 자녀까지…총선 ‘가족열전’>(4/5 주진희 기자)은 자녀와 함께한 유세, 영화배우 동생과 함께한 유세, 배우자와 함께한 유세 등을 전했고 이틀 뒤 <심은하‧정은경‧홍새로이…스타 마케팅>(4/7 우종환 기자)에서도 배우인 배우자와 함께한 유세를 다뤘습니다. MBN은 특히 5일 보도에서 “그동안 가족 공개를 꺼렸던 통합당 나경원 후보는 장애가 있는 딸 유나 씨가 엄마를 위해 직접 마이크를 잡자 눈시울을 붉혔습니다”라며 후보자에 감정을 이입하거나 “아무래도 가장 든든한 건 자녀들인데, 자녀가 4명인 통합당 박종진 인천서구을 후보는 온 가족의 씩씩한 출근길 인사로 끈끈함을 과시했습니다”라며 과도하게 긍정적인 묘사를 붙이기도 했습니다. JTBC <비하인드 플러스/믿는 구석 연예인 가족>(4/6 박민규 기자)에서도 연예인 가족들과 유세를 펼치는 후보자들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아버지가 레몬을 먹으며 펼치는 유세’도 언론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무소속으로 경기 의정부갑에 출마하는 문석균 후보는 문희상 국회의장의 아들입니다. 문희상 의장은 경기 의정부갑 현역 의원이기도 한데요. 이 때문에 ‘지역구 물려주기’ 아니냐는 비판이 일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방송사 저녁종합뉴스에는 TV조선 <여론조사 공표금지>(4/7 서주민 기자), 채널A <여랑야랑/김종인만 졸졸~/레몬 먹는 국회의장>(4/7 이재명 기자) 등 문희상 의장이 문석균 후보를 위해 레몬을 먹으며 홍보 영상에 출연한 것만 흥미 위주로 다루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가족 유세를 언론에서 이렇게까지 조명해주는 것이 유권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까요? 선거는 후보자를 보고, 정책을 보고, 공약을 보고 유권자들이 선택하는 민주주의 실현의 과정이지, 말을 탔는지 레몬을 먹었는지를 가지고 유명세 싸움을 하는 후보자들의 싸움터가 아닙니다. 언론이 이 같은 이색 유세에 집중해줄 경우, 후보자들은 언론에 노출되기 위해 더욱 이색 유세에 집중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유권자들의 합리적인 선택에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가족 유세’를 전하더라도 문제의식이나 유권자 의제를 함께 담을 수 있도록 시도해야 합니다.
△ 총선에 출마하는 아들을 둔 문희상 국회의장의 이색 유세를 소개하는 채널A(4/7)
이런 ‘가족 유세’ 보도는 형평성에서도 문제가 있습니다. 유명인 가족이 없는 후보는 이런 보도에서 아예 소개될 기회가 없기 때문이죠. 자녀가 없는 후보자, 미혼인 후보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이유만으로 언론에 소개될 동등한 기회를 박탈당해서는 곤란합니다. 언론에서 정책 검증 보도, 후보자 검증 보도를 한다면 자신이 스타 가족이 없어도, 미혼이라도, 군소 정당 후보라도 유권자들과 만날 수 있는 접점이 늘어날 것입니다. 거대 양당이 지배하는 국회는 정치권 혼자서 만든 게 아닙니다. 언론에게도 그 책임을 물어야 할 것입니다.
선정위원 한마디
* 가십 기사 출고 뒤에 남은 허탈함은 기사를 쓴 기자들도 마찬가지 아니었을까.
2. 차명진의 세월호 막말을 ‘막말들’로 뭉뚱그릴 수 있을까?
미래통합당이 차명진 경기 부천병 후보를 4월 13일 제명하기로 했습니다. 후보자 토론회에서 세월호 유가족을 향해 혐오 발언, 망언을 내뱉은 지 5일 만입니다. 차명진 후보는 2019년 4월에도 세월호 5주기를 목전에 두고 세월호 유가족에 참담한 혐오 발언을 했었죠. 이번 총선 토론회에서 상대 후보가 지난해 막말을 지적하자 그 막말을 정당화하려고 또 다른 망언을 한 겁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참사 책임을 덮기 위해,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을 낙인찍고 모욕하고 배척하는 말들로서 모두 용납하기 어려운 ‘혐오 발언’들입니다.
문제의 망언이 터진 당일인 4월 8일, 방송사 저녁 메인뉴스 대부분에서는 이 소식을 다뤘습니다. 그러나 TV조선의 기사만 다소 특이합니다. KBS가 <세월호 유족에 또 막말…차명진 ‘제명’ 검토>(4/8 신지혜 기자)에서 “통합당이 제명을 검토하고 있습니다”라고 보도했고, MBN이 <차명진 ‘부적절 발언’ 논란…여론 악화 비상>(4/8 우종환 기자)에서 “논란이 커지자 통합당은 윤리위원회 개최 여부를 논의하고 있습니다”라고 전한 것처럼 대부분의 언론은 ‘미래통합당이 제명을 검토 중’이라고 썼는데요. 유독 TV조선은 <‘세월호 막말’ 후보 제명…내일 대국민 사과>(4/8 홍혜영 기자)에서 “통합당은 즉각 차 후보를 제명했습니다”라고 단언한 겁니다. 물론 이는 미래통합당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당일인 8일 즉각 지시한 사항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이날 제명되지 않았다는 건 명확한 사실입니다. 이를 ‘통합당이 즉각 제명했다’고 보도하면 시청자로서는 미래통합당의 대처가 빠르게 이행됐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막말이라고 다 같은 막말이 아니다
TV조선 보도에 더욱 이해할 수 없는 지점은, 차명진 후보의 막말을 다른 당 지도부의 막말 논란과 동등하게 취급했다는 겁니다. TV조선은 통합당이 차명진 후보를 즉각 제명했다고 보도하자마자, 바로 이어 “통합당은 김종인 선대위원장을 돈키호테에 비유하며, 황교안 대표와 박형준 선대위원장을 비난한 민주당 윤호중 사무총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기로 했습니다”라고 덧붙였고, 윤호중 사무총장이 “(김종인 선대위원장은) 황교안 애마를 타고 박형준 시종을 앞에 데리고 대통령 탄핵이라는 가상의 풍차를 향해서…”라고 말하는 장면을 보여줬습니다.
물론 타 정당 인사를 과도하게, 감정적으로 비난한 발언도 비판적으로 보도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를 사회적 약자, 참사의 피해자에 가한 혐오 발언과 동일시할 수는 없습니다. 더구나 차명진 후보는 세월호 참사를 향한 망언을 반복했으며, 그걸 정당화하기 위해 세월호 유가족의 인격과 일상을 짓밟는 발언을 했습니다. 이를 총선 국면의 정당 간 ‘막말 대결’의 하나로 치부하는 것은 사태의 심각성을 축소‧은폐할 의도로 볼 수 있습니다.
심지어 TV조선 인터넷판 기사의 섬네일에는 차명진 후보와 윤호중 사무총장이 나란히 배치돼 있습니다. 이렇게 모든 막말과 망언을 ‘막말들’로 뭉뚱그리는 언론의 보도가 가져오는 부정적 영향이 너무 큽니다. 이러한 보도는 ‘막말 기준선’을 낮추어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또 다른 막말을 낳도록 할 위험이 있습니다.
‘이러니 삼류 총선’이라고 비판하기 전에 자사 보도 되돌아봐야
차명진 후보 망언을 다른 정치권 막말과 섞어 도매금으로 취급한 TV조선 보도는 또 있습니다. TV조선이 바로 다음 날 보도한 저녁 메인뉴스 앵커 논평의 제목은 <신동욱 앵커의 시선/이러니 삼류 총선>(4/9)입니다. 일단 선거를 두고 ‘이러니 삼류’라고 단언하는 것 자체부터 우려점이 있습니다. 선거가 지나치게 혼탁한 양상을 보인다면 언론은 치열하게 비판하고 선거의 의미를 되살려 보도해야 합니다. ‘삼류 정치’를 어떻게 유권자가 심판할 수 있는지, 우리 정치의 개선점은 무엇인지 제시해주는 것이 바람직한 선거보도입니다. ‘모두 다 삼류’라고 외치고 마는 기사는 ‘정치혐오’, ‘냉소’만 조장할 뿐입니다.
TV조선이 제시한 ‘삼류’라고 볼만한 근거는 무엇이었을까요? ‘막말’이었습니다. TV조선 신동욱 앵커는 “이 봄에 손 소독제로 귀를 씻고 싶은 막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선거판입니다”라더니 “민주당은 통합당 지도부를 가리켜 돈키호테, 애마, 시종이라고 하고, 통합당은 민주당에게 청와대 돌격대, 부역자, 거수기라고 맞받습니다”라고 전했습니다. 뒤이어 민주당과 통합당에서 나온 최근 막말을 나열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민주당 대표는 제1야당을 토착왜구당이라고 몰아붙이고, 부산에 가서는 ‘올 때마다 초라하다’고 했습니다”, “통합당도 낫지 않습니다. 한 후보는 ‘3,40대는 논리가 없다’ ‘나이가 들면 다 장애인이 된다’고 했다가 제명을 당했고, 세월호 유족을 비하한 다른 후보의 발언이 논란을 빚자 지도부가 대국민 사과를 했습니다”라고 소개한 겁니다. 결론은 “지금 선거판에는 시인의 이 야유가 더 어울릴 듯합니다. ‘입은 말의 항문이다. 배설물이 쏟아지지 않도록 조여라…’”라는 야유입니다.
여기서도 TV조선은 여야 정치권에서 오고 간 말씨름에 은근슬쩍 차명진 후보가 세월호 유가족을 겨냥해 내뱉은 혐오 발언을 끼워 넣었습니다. ‘세대 비하’나 ‘장애인‧노인 비하’ 발언 역시 정당 간 과열 경쟁에서 나온 말들과 동일선상에 두기는 어렵습니다. 우리 언론이 ‘막말’을 보도할 때 단순히 받아쓰면서 정작 ‘막말’의 사회적 해악과 근본적 배경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죠. TV조선 보도가 대표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선거를 ‘삼류’라고 비난하기 이전에, 자사 보도부터 되돌아봐야 할 것입니다.
선정위원 한마디
* 이번 총선의 정책 부재도 문제이나 축소된 총선 보도의 대부분을 정책이 아닌 삼류 기사로 채운 TV조선은 스스로를 반성해야.
3. TV조선 단독 “윤석열 총장 ‘몸무게 100kg이라 안 흔들린다’고 밝혀”
TV조선이 ‘단독’ 기사를 냈습니다. <단독/포커스/“흔들어대도 100kg 넘는 난 안 흔들려>(4/10 윤슬기 기자)가 바로 그것입니다. 제목만 보면 ‘다이어트 광고’인가 싶지만, 선거와 관련된 단독 보도가 맞습니다. TV조선은 이 기사에서 “조국 전 법무장관 측근들이 포진한 열린민주당”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의 “퇴진을 압박했”는데, “이에 윤 총장은 ‘흔들어대도 몸무게가 100kg이라 안 흔들린다’고 측근에게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썼습니다. 이게 ‘단독’이라 할 만한 내용의 전부입니다.
이 보도는 ‘조국 대 윤석열’ 프레임으로 만들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기사입니다. 선거 운동이 본격화되기 전부터 열린민주당을 ‘친조국’으로 규정하며 ‘친조국 대 윤석열 총장’의 프레임을 열을 올린 TV조선 보도들과 같은 맥락입니다. 이번 단독 기사의 요지는 열린민주당이 일으키는 거취 논란에 대해 윤 총장은 “정면 돌파하겠다는 자신감을 보”였단 겁니다. TV조선은 이에 “이런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검찰은 총선 와중에도 여권 인사들의 연루 의혹이 제기된 사건의 실체에 한발씩 다가서고 있습니다”, “신라젠 전직 임원 2명을 횡령 등 혐의로 어제 구속영장을 청구해, 자금 추적에 본격 나서고 있죠. 극단적 선택을 한 청와대 전 특감반원의 아이폰도 풀어,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사건과 유재수 감찰무마 의혹사건을 풀 물증도 확보했습니다”라며 ‘여권 연루 사건들’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친조국 여권’이 정부‧여당 관련 수사에 윤석열 총장을 흔들고 있으나 윤 총장은 흔들리지 않는다는 대결 구도를 위해 ‘몸무게 100kg’까지 동원한 겁니다.
TV조선이 언급한 검찰 수사 사건들은 총선과 무관하게, 총선 전부터 진행된 것입니다. 또한 TV조선이 매번 ‘조국 프레임’에 이용하는 열린민주당의 최강욱‧황희석 후보는 후보로 나서기 전부터 그 수사를 비판했습니다. 후보로서도 이어가고 있는 두 후보의 입장은 유권자가 판단하고 심판하면 될 일입니다. 총선과 무관하게 존재하던 현실을, 갑자기 총선용 ‘조국 대 윤석열’ 프레임으로 만드는 TV조선에 다른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볼 수 있는 이유입니다. ‘조국 프레임’으로 선거를 이끄는 것은 미래통합당이 보여준 선거 전략이기도 합니다. 이런 정치적 보도로 인해 유권자들을 위한 정책 보도가 사라졌다는 것도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프레임 싸움으로 선거판을 이끄는 것은 유권자에게 오히려 혼란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 윤석열 검찰총장이 100kg이라는 TV조선 단독 보도(4/10)
선정위원 한마디
* 신동욱 앵커가 말한 삼류 총선으로 둔갑시키는 기사. 결국 삼류 총선에 TV조선도 일조하네.
4월 2주 차, 좋은 선거 보도
1. SOC 공약 내면 주민들 좋아할까? MBC가 들어본 ‘진짜 민심’
집에 날아오는 선거 공보물을 보면 꼭 적혀 있는 말, 바로 ‘유치하겠다’, ‘건설하겠다’란 공약입니다. 후보자들이 이런 공약을 내놓는 건 유권자들 표심 얻으려고 하는 말일 텐데요. 실제 유권자들은 이런 공약을 원하고 있을까요?
이에 대한 해답을 MBC ‘로드맨’이 내놨습니다. MBC 뉴스데스크의 ‘로드맨’ 코너는 ‘길 위에 답이 있다’는 콘셉트로, 실제로 기자들이 거리로 나가 취재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4월 5일 보도된 <로드맨/또 왔어요, 그 공약>(4/5 염규현 남형석 기자)에서도 기자들이 길 위에서 주민들을 찾아다니며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자들이 내놓은 ‘공약’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주민들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쉽게 상상할 수 있는 ‘민심을 들어보는 보도’이지만 이번 총선에서는 이런 보도를 찾기 어려웠습니다. ‘공약에 대한 주민의 의견’을 들어보는 보도는 과거에도 흔하지 않았습니다.
먼저 MBC는 인천 부평갑 선거구를 찾아, 이 지역구 후보들이 늘 꺼내 드는 ‘경인전철 지하화’에 대한 민심을 들었습니다. 놀랍게도 실제 주민들은 해당 공약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는데요. 오히려 “지하화한다는 소리가 지금 한 몇 년 됐어요. 나온 지가. 선거 때만 되면 이렇게 공약이 나오는데”라거나 “국회의원들이 그걸 할 수 있는 일인가요? 시장도 그렇게 했다가 접은 사업을. 계속 그렇게 속아왔으니까”라며 차가운 반응이었습니다. 그러나 바닥 민심과는 다르게 이 지역 거대 정당 후보자들은 ‘내 공약은 다르다’라고 MBC에 전해왔습니다.
다음으로 찾은 경남 양산을도 비슷했습니다. 이 지역구엔 부산 지하철 종점과 울산을 잇는 철도가 양산을 거치도록 하겠다는 공약이 25년째 나오는 중이라는 게 MBC의 설명입니다. 그렇다면 이것도 유권자들이 좋아하는 공약일까요? 유권자들은 “저번에 선거 후보들도 나와서 몇 번 그걸 공약을 했는데 실행이 안 되고”, “공약은 그냥 선거를 위한 하나의 미끼라고 생각해요. 일단 국회의원에 대한 신뢰가 없는 거죠”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MBC는 이렇게 공약에 대한 신뢰가 낮은 원인으로 허황된 개발 공약을 지목했습니다. “입법부 대표를 뽑는 선거에 개발 공약만 난무하고 있”다는 게 MBC 분석인데요. 물론 흔히 지적되는 ‘쪽지 예산’ 문제는 있지만 국회의원은 기본적으로 예산을 심의할 뿐 이런 개발 관련 공약들을 직접 실행시킬 당사자는 아닙니다. 실제로 지난 20대 총선 공약을 보면, 개발과 관련한 재정 공약이 60%를 차지했지만 공약 이행률은 반도 못 미쳤습니다.
이에 그치지 않고 MBC는 유권자도 공약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점과 더불어 유권자의 관심을 애초에 막아버리는 정치권의 한계까지 짚었습니다. 선거 한 달 전까지도 후보가 정해지지 않았거나, 정책공약집을 너무 늦게 내는 문제가 크다는 겁니다. 선거철만 되면 나오는 ‘SOC 공약’. 정작 유권자들 표심엔 유효하지 않음을 후보자들에게 따끔하게 알려준 기사였습니다. 주민들의 무관심을 지적하면서도 제도 정치에서 벌어지는 이권 다툼으로 정보 값을 제대로 알기 어려움도 짚었다는 데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선정위원 한마디
* 엄지 척. 올바른 총선 보도에 딱 맞는 기획과 공을 들인 기사.
* 언뜻 좋아 보이지만 누구도 제대로 묻지 않았던 지역별 SOC 공약의 문제를 바로 짚고, 공약에 대한 유권자의 관심과 냉정한 평가의 필요성까지 되짚어 준 기사.
2. SBS ‘마부작침’의 사전 투표소 장애인 이동권 전수조사
SBS의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이 전국의 사전 투표소 3천 5백 곳을 전수조사했습니다. 주제는 장애인 이동권 보장 수준입니다. 일상에서도 이동이 쉽지 않은 장애인들이 과연 투표할 권리, 접근성은 얼마나 보장되어 있는지 점검한 겁니다.
SBS는 <승강기 없는 3층에 사전투표소…장애인은 어떻게?>(4/9 배여운 기자)에서 “사전 투표소를 장애인이 접근하기 힘든 곳에 설치한 경우가 적지 않”다고 보도했습니다. SBS가 취재한 결과, 사전 투표소 3천 5백 곳 가운데 270곳이 1층도 아닌 데다 승강기까지 없어 장애인들이 접근하기에 불편한 곳이었습니다. 장애인 유권자가 가장 많은 서울은 사전 투표소의 21%가, 부산은 16%, 인천 15%가 장애인이 이용하기 불편한 곳에 있었습니다.
SBS는 접근성뿐만 아니라 청각 장애인을 위한 수어 통역사가 있는지, 장애인 편의시설 중 위급상황 비상벨과 장애인 전용화장실, 점자유도블럭 등의 설치 현황은 어떠한지도 분석했습니다. 수어 통역사가 있는 사전 투표소는 7.9%에 불과했고, 그마저도 서울은 2.6%에 그쳤습니다. 위급상황 비상벨은 9%, 장애인 전용화장실은 27%, 점자유도블럭은 32%에만 설치돼 있었습니다.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총선 보도 자체가 부족했던 상황에서,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장애인의 권리를 짚은 SBS 보도의 가치가 큽니다. 우리 사회가 여전히 장애인 권리에 있어서는 가장 기본적인 참정권마저 제대로 보장하지 못할 정도로 갈 길이 멀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보도가 더욱 많아지고, 차후 선거에서는 이전 선거의 현황을 다시 보도하여 실제로 변화를 이끌 수 있어야 합니다.
선정위원 한마디
* 누구나 문제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누구나 무심코 지나친 문제를 그것도 전수 조사를 통해 확인한 좋은 기사.
3. “사전투표 조작된다”? 허위정보 검증한 MBC
MBC가 <단독/사전투표는 조작된다?…“가짜뉴스로 선거 방해”>(4/10 남효정 기자)에서 사전투표와 관련한 팩트체크를 했습니다. 당일, 같은 내용이 다른 방송사에서는 검증되지 않은 채 그대로 방송됐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MBC가 시의적절하게, 단독으로, ‘허위정보’를 팩트체크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MBC는 “요즘 서울 시내 곳곳에서 ‘사전 투표 엑스, 당일 투표 동그라미’ 이런 스티커가 자주 발견이 되고 있습니다”라고 팩트체크 대상을 소개했습니다. 실제로 MBC가 거리로 나가보니, “서울 서대문구의 한 버스정류장”은 물론 “전봇대와 신호등, 주택가 담벼락에도 같은 스티커가 붙어”있었는데요. “사전투표에 엑스, 당일 투표에 동그라미를 표시한 스티커”였습니다.
△ 시의적절한 사전투표 관련 팩트체크 선보인 MBC(4/10)
MBC는 “스티커를 붙인 단체는 서울 서초동에 사무실을 둔 공정선거 국민연대”, “이들은 사전 투표가 명백히 조작되기 때문에 참여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합니다”라고 전했습니다. 투표가 조작된다니 이게 무슨 말일까요? 일어나선 안 될 일이 일어나고 있다면 이는 큰 문제입니다. MBC는 선관위를 취재해 사실을 바로 잡았습니다. MBC에 따르면 선관위는 “사전투표는 조작될 수 없다”, “이들의 주장은 국민의 사전투표 참여 의지를 떨어뜨리는 중대한 범법행위”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선관위는 공정선거 국민연대 대표 양 모 씨와 보수 유튜버 5명을 허위사실유포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고, 서울중앙지검과 인천지검, 종로경찰서 등이 수사에 착수”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이러한 주장을 퍼트리고 있는 사람들의 이력을 MBC가 확인해 보니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을 주장하는 이른바 태극기 집회에서 똑같은 주장을 했”거나 “박근혜 전 대통령 법률대리인단으로 활동”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이런 주장은 “구독자가 수십 만 명에 달하는 보수 유튜브 채널들”에서도 나오고 있었습니다.
같은 날 채널A, “보수 유권자들 사이엔 사전투표 우려도 나와”
MBC와 달리 채널A는 <민주당 사전투표 vs 통합당 당일투표>(4/10 성시온 기자)에서 ‘보수 유권자들’이란 말로 포장해 ‘사전투표 조작설’을 그대로 인용했습니다.
채널A는 “여권은 문재인 대통령, 정세균 총리, 이해찬 민주당 대표까지 총출동해 사전투표를 마치고 투표를 독려했는데요. 반면 미래통합당 지도부는 15일 당일에 투표하기로 했습니다”라면서 “이것도 각 당의 전략이 담긴 결정이라고 하네요”라고 소개했습니다. 그러면서 채널A는 “보수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사전투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라면서 대표적인 보수 유튜브 ‘신의 한수’를 인용했습니다. 채널A가 인용한 화면에서는 신의한수 유튜버가 “사전 투표함이 4박 5일간 보관되어 있는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르는 위험이 있는 건데요”라고 말했습니다. 채널A는 이어 “통합당이 사전투표를 적극적으로 독려하지 않는 데는 이런 이유도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고 덧붙였습니다. 만약 채널A 말이 사실일 경우 통합당은 가짜뉴스에 기반해서 사전투표를 독려하지 않고 있는 셈입니다.
“사전투표함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위험”이라는 주장은 언론사라면 당연히 사실관계를 확인해봐야 하는 중대한 사안입니다. 그대로 인용해 특정 정당 전략의 근거로 갖다 쓰기에는 민망한 수준으로 근거가 없는 추정이기 때문이죠. 그러나 채널A는 그저 가져다 썼고 MBC는 검증을 시도했습니다. 이 차이만으로도 MBC 보도의 가치를 알 수 있습니다.
선정위원 한마디
* 이번 총선 관련 대표적 조작 정보에 빠른 팩트체크로 진실을 알려 준 기사.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20년 4월 4~10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뉴스9>(평일)/<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종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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