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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 의도대로 사건 본질 흐리는 TV조선(3/27 일간 기고쓰)
등록 2020.03.27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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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해자 의도대로 사건 본질 흐리는 TV조선

많은 언론이 ‘집단 성착취 영상 거래 사건’ 가해자 조주빈의 부적절한 발언을 집중 조명하면서 그의 의도대로 움직인 가운데, TV조선 <이것이 정치다>(3/25)도 조주빈 등의 집단 성착취물 거래 사건의 심각성은 외면하고 그저 ‘손석희 음모론’을 부각하는데 집중했습니다.

먼저 진행자 윤정호 씨는 “조 씨가 의외의 인물들을 갑자기 언급하면서 도대체 왜 그랬을까 관심이 또 집중되고 있습니다”라며 “의외의 인물들”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그러자 정옥임 전 새누리당 의원은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돈부터 줬다? 그러다 보니까 과연 이 공개된 내용 외에 지금 또 다른 게 있는 게 아닌가”, “과연 이 세 사람만 있을까? 여러 가지 상상을 하게 만들고 들어갔습니다”라며 음모론을 펼쳤습니다.

이에 대해 이수정 경기대 교수가 “사건의 본질은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이대로 놔도 되는가”, “사기 피해자분들에 대해서 너무 많은 분석을 하는 것은 사건의 본질에서 좀 벗어난 것”, “갑자기 유명 인사들이 등장하면서 손석희, 윤장현, 김웅 사건이 돼 버린 느낌. 그러니까 정말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꼬집었습니다. 이처럼 전문가 패널이 성범죄의 본질에서 벗어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하는데도 진행자는 모르쇠로 일관했습니다. 진행자 윤정호 씨는 “그런데 일단 무슨 사건인지는 알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느닷없이 손석희 사장을 거론한 이유가 참 궁금해졌습니다”, “25살의 파렴치범한테 왜 손석희, 윤장현 이런 사람들이 이렇게 취약했는지 여전히 의문”이라며 집요하게 ‘잘못된 방향’으로 대담을 유도했습니다. 이런 대담이 무려 무려 16분간 계속되었습니다.

 

- TV조선 <이것이 정치다>(3/25) : https://muz.so/aaEC

 

2. 뉴스에서도 가해자 의도대로 보도하는 TV조선

방송 저녁종합뉴스에서는 TV조선이 나섰습니다.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중에서 유일하게 TV조선만이 ‘집단 성착취 영상거래 사건’을 보도하면서 가해자 조주빈이 아닌 ‘손석희’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TV조선 방송보도 제목은 <손석희 해명 불구 의문점>, 인터넷판 제목은 <손석희, 왜 신고 안하고 조주빈에 금품 주었나?>입니다. 사건의 중심을 ‘손석희’로 바꾸겠다는 의지가 두드러집니다. TV조선은 “조주빈을 신고해도 또 다른 행동책을 찾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신고를 미뤘다”는 손 사장 측 입장을 전하면서도 의문이 남는다는 식으로 보도했는데요.

그 근거는 “법조계에서는 손 사장이 신고를 하지 않은 것은 통상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는 게 전부입니다. “수사기관이 빨리 수사를 하게 하는 이런 방식으로 해결하는 방법 밖에 없는데, 통상적인 방법 하고는 좀 차이가 있죠”라고 하는 김지진 변호사 발언도 인용했죠. 협박 피해자들이 당장 신고하지 못하는 다양한 사례들이 있다는 현실을 굳이 고려하지 않아도, 이런 주관적 인상만으로 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행태가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참고로 TV조선이 근거로 활용한 김지진 변호사는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후보 공모에 신청한 531명 중 한 사람입니다.

 

-TV조선 <손석희 해명 불구 의문점>(3/26) https://muz.so/aaEE

 

3. ‘현실 부정의 이념 주도’? 조선일보를 두고 하는 말일까

3월 27일, 조선일보 박정훈 논설실장은 기명 칼럼에서 문재인 정부는 ‘남 탓 정부’라며 “경제가 악화할 때마다 미·중 통상 분쟁 탓이며 재벌 탓, 야당 탓, 언론 탓을 했다. 심지어 인구구조 탓에다 날씨 핑계까지 댔다(중략) 그중에서도 잦았던 것이 ‘보수 정권 탓’”이라고 했습니다.

특히 흥미로운 대목은 “이제 문 정권의 위기관리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그들이 그토록 탓하던 이명박 정부와 비교당하는 것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라며, “MB정권은 논란이 많지만 위기대응만큼은 최고점을 받을 만했다”, “문 정권의 초기 대응도 정석을 벗어나지 않고 있다”고 한 부분입니다. 문재인 정부가 코로나19 경제 위기 대응에서 MB정권을 잘 따라했다는 것이죠.

그러면서 “MB때와 응급조치는 비슷하지만 결정적 차이가 있다”며 “현실 부정의 이념 주도 국정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꼽았습니다. “주 52시간제, 과도한 최저임금, 덕지덕지 추가된 환경·산업 안전 규제, 세계 최악의 노동환경” 등 “자해 정책은 그대로인데 응급처방만 쏟아붓는다고 경제가 회복될 수는 없다”는 주장입니다.

급작스러운 외부 변수로 인한 경제위기 대처에 응급조치 말고 또 뭘 평가할 것이 있다는 건지 의문이지만, ‘세계 최악의 노동환경’을 ‘주52시간제’와 같이 “현실 부정의 이념 주도 국정”으로 지목한 걸 보면 그 뻔한 의도에 헛웃음이 나옵니다.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주52시간제가 ‘최악의 노동환경’과 함께 비난 대상이라니, 조선일보에게 ‘노동환경’은 노동자와는 무관한 것이죠. 이렇게 현실을 부정하는 조선일보, 잘하는 건 MB탓 못하는 건 문재인 정부 탓이라는 일차원적 관점에 머문 조선일보, “현실 부정의 이념 주도”가 누구에게 해당되는 말인지 고민해보길 바랍니다.

 

- 조선일보 <박정훈칼럼/'산 文정부'가 '죽은 MB'를 못 당하고 있다>(3/27 https://muz.so/aaE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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