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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기고쓰_
보수매체의 집단 성착취 범죄 보도, 엉망진창(3/26 일간 기고쓰)
등록 2020.03.26 18:37
조회 306

1. ‘집단 성착취 영상거래 사건’ 범인의 의도대로 보도하는 조선일보

‘집단 성착취 영상거래 사건’ 가해자 조주빈은 검찰 출석을 앞두고 포토라인에서 자신의 범행이나 피해자에 대한 사과가 아니라 다른 유명인사들을 언급했습니다.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리려는 그의 의도대로 움직인 언론 중 대표주자는 조선일보입니다. 조선일보는 선정적 보도로 일관했습니다. 26일 조선일보의 1면 기사 제목은 <손석희, 조주빈 협박에 돈 건넸다>입니다. 타사가 피해자에 사과가 없었던 조주빈 태도를 제목으로 쓴 것과 달리, 조선일보는 ‘손석희’에 집중한 겁니다.

4면 기사에서는 <손석희, 조주빈과 무슨 일 있었길래…왜 신고 않고 돈 입금했나>라는 제목으로 조주빈이 아닌 손석희 사장을 추궁했고, 심지어 이 기사의 부제는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이라던 손석희의 상식 밖 행동”이었습니다.

급기야 조선일보는 범죄자의 의도에 휘둘리지 않으려는 수사기관의 대응을 정파적 결정인 것처럼 폄훼하는 기사도 냈습니다. “친 정권 성향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박사 조씨와 손석희 사장 관련된 사안은 수사하지 말라’는 의중을 내비친 것 아니냐는 말”이 “일각”에서 돈다는 ‘카더라’ 보도입니다.

조주빈 사건을 다른 사안으로 넓히지 말자는 검찰 내부 반응이 ‘n번방 사건’ 관련 보고를 매일 하라는 윤석열 총장 지시와 “묘한 대립 구도가 형성됐다”고 쓴 부분에서는 대체 무슨 말인지도 알 수 없습니다. 성착취 사건에만 집중해 다른 사안으로 넓히지 말자는 의지가 철저한 조사 의지와 뭐가 대립된다는 걸까요? 익명과 ‘소문’만으로 구성한 이 부실한 기사에서 조선일보는 디지털성범죄보다 잿밥에 더 관심이 있어 보입니다. 보는 눈이 무섭지 않습니까?

 

- 조선일보 <손석희, 조주빈 협박에 돈 건넸다>(3/26 https://muz.so/aaEu)

- 조선일보 <검찰 n번방 수사책임자 “조주빈에 집중, 다른 사안 넓히지 말라”>(3/26 https://muz.so/aaEv)

 

2. ‘성착취물 유포방 지배자’였던 사람을 ‘최초 신고자’로 보도한 TV조선

3월 25일, TV조선이 ‘집단 성착취 영상거래 사건’의 가해자 중 한 명인 김재수 씨(가명)에게 ‘최초 신고자’ 타이틀을 주고 그를 인용한 단독보도도 냈습니다. 단독 보도 내용은 “박사방과 유사한 영상 공유방에 현직 고위 경찰이 가입했”다는 겁니다. 이 단독보도는 김재수 씨 증언에 기댄 것이었습니다. 그 다음 보도에서 신동욱 앵커는 “저희 취재진은 과거 N번방 가담자이자 이번 사건을 처음으로 신고한 제보자를 직접 만났습니다”라고 경위를 설명했고 기자는 화면에 등장한 김재수 씨를 “얼굴을 공개하지 말아달라며 취재진과 만난 남성. 지난 2019년 3월부터 N번방에 들어갔다가 성착취 실태를 경찰에 알린 최초 신고자입니다”라고 소개했습니다.

TV조선의 이날 보도에서 김재수 씨가 가해자라는 사실을 찾기는 어렵습니다. 오히려 ‘신고자’라는 규정만 반복했죠. 아주 잠시 자막으로 “텔레그램방 가담자”라고 딱 1번 표기하고 “양심의 가책을 느낀 김재수 씨는 결국 신고”했다고만 언급한 게 전부입니다. 그러나 김재수 씨는 이미 지난해 11월 한겨레 보도에서 등장합니다. 수 십 만원씩 받고 성착취물을 거래한 범죄자로 말입니다. 7개월 동안 텔레그램 성착취물 유포방 ‘지배자’로 살던 김재수 씨는 경찰 수사를 받으면서 범죄란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합니다. 그런 인물에게 TV조선이 ‘최초 신고자’ 타이틀을 붙여주고 범행 사실은 제대로 전하지도 않은 것이죠. 성착취물 거래와 유포에 가담했던 ‘운영자’에게 ‘최초 신고자’라는 말이 어울릴까요? TV조선은 그가 어떤 인물인지 몰랐던 걸까요, 아니면 알면서도 숨긴 걸까요?

 

- TV조선 <단독/“‘박사방’에 현직 경찰 고위간부 있었다”>(3/25) https://muz.so/aaDR

- TV조선 <“회원들도 적극 가담자”…신고자 폭로>(3/25) https://muz.so/aaDS

- 한겨레 <웹하드·단톡방 단속하자 텔레그램 ‘n번방’이 들끓었다>(2019/11/27) https://muz.so/aaDW

 

3. 집단 성착취 범죄마저 정치적으로 이용한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3/24)에서 ‘집단 성착취 영상 거래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발언이 나왔습니다. 진행자 김진 씨는 “이 N번방 사건과 관련해서 해당 용의자 조 모 씨가 한마디도 하지 않고 경찰에 쑥 들어가는 장면 보셨습니다. 이 장면을 보고 정치권에서는 조국 전 장관이 없앤 포토라인 금지가 이 조 모 씨에게 큰 혜택이 됐다 라는 주장도 나왔습니다”라며 미래통합당 이준석 최고위원의 SNS글을 소개했습니다. 이어 고승덕 변호사도 “N번방 범죄자들이 들어갈 때 똑같이 포토라인 자체에 서지 않을 수 있는 그 규정이 결국 이 조국 방탄 규정에 의해서 나온 것”이라며 조국 전 장관 비판에 몰두했습니다.

아무 관련도 없는 조국 전 장관을 동원하여 집단 성착취 사건을 정치적으로 오염시키는 부적절한 프레임입니다. 3월 25일, 미래통합당과 채널A 일부 출연자들이 그렇게도 강조한 ‘포토라인’에서 조주빈은 피해자들을 무시하고 느닷없이 손석희 JTBC 사장 등을 언급해 ‘물타기’를 시도했죠. 포토라인이 범죄자에게 발언권을 주는 기능만 했고 많은 언론은 또 조주빈의 의도대로 끌려다녔습니다. 포토라인을 빌미로 조국 전 장관을 운운했던 채널A도 이 사태에 책임이 없지 않습니다. 충격적인 디지털 성범죄가 드러나면 언론은 피해자를 보호하고 성범죄의 심각성과 구조적 해결 방안을 알리는 보도를 해야 합니다. 채널A도 정치적 의도는 버리고 꼭 필요한 보도만 할 수는 없을까요?

 

-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3/24) : https://muz.so/aa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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