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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보도_
슬쩍 삭제하고 수정하고…코로나19로 드러난 언론의 자화상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사태 종식이 여전히 어려운 가운데, 한국 언론은 잇단 오보와 왜곡 보도로 불필요한 논란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오보나 왜곡 보도임이 밝혀진 이후 언론의 태도도 문제입니다. 오보의 경위, 정정 및 사과, 수정 이력을 밝히지 않고 잘못된 부분만 슬쩍 바꾸는 ‘도둑 수정’, 비판이 커지기 전에 없었던 일처럼 만들기 위해 문제의 보도를 몰래 삭제하는 ‘도둑 삭제’, 모두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습니다. 보도의 문제점이 확인되면 즉시 사실관계를 바로잡아 시민들의 오해를 최소화해야 하지만 논란이 커지고 나서야 슬쩍 기사를 삭제하거나 수정하면 잘못된 정보가 계속 노출되거나 언론사의 책임이 사라져버립니다. 엄중한 감염병 사태에서 오보‧왜곡보도와 그에 따른 ‘도둑 수정‧삭제’가 오히려 폭증하고, 오보‧왜곡보도의 대상이 주로 방역 주체인 정부나 방역당국, 의료진이라는 점도 주목해야 합니다. 당국과 의료진이 방역 상황에서 비판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악용해 언론이 무분별한 비난을 쏟아내고 결과적으로 방역을 방해하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두 번이나 수정하고 결국 삭제? 더 빨리 인정할 순 없나
3월 5일, 머니투데이는 <단독/우린 KF94 보냈는데...불량 마스크 보내온 중국?>이라는 제목으로 중국 웨이하이시가 인천시에 보낸 마스크가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보도 직후 인천시가 중국으로부터 수령한 마스크의 자체 품질 검사를 진행했고 모두 적합 판정을 받았다고 밝히면서 오보로 드러났습니다. 머니투데이는 극우 인터넷 커뮤니티의 낭설을 기사화한 것이었는데 인천시에 온 마스크는 애초에 종류가 다른 것이기도 했습니다. 오보임이 밝혀지자 머니투데이는 두 차례나 기사를 수정했습니다. 제목을 <단독/'우린 KF94 보냈는데'…중국이 준 마스크는 '부적합' 판정>, <단독/‘우린 KF94 보냈는데’…중국이 보내온 마스크는?>으로 고치고 기사 본문을 유지한 채 인천시 입장을 붙이는 식이었습니다.
이후 오보로 밝혀진 기사를 삭제하고 사과해야 한다는 여론이 빗발쳤고 결국 최초 보도 이틀만인 3월 7일, 머니투데이는 기사를 지웠습니다. 삭제와 동시에 “인천시에 확인한 결과 ‘부적합’ 판정을 받은 마스크는 ‘입체방호 마스크’로 인천시가 받은 일회용 일반 마스크와 달랐습니다. 이 일반 마스크는 ‘적합’ 판정을 받았습니다. 이후 기사를 수정했으나 논란이 계속돼 인천시와 협의 후 기사를 삭제하기로 했습니다. 사실과 다른 기사로 혼란을 드린 점, 독자 여러분과 인천시에 사과드립니다”라는 알림 기사를 냈습니다.
보도 직후 명백하게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 알려졌는데도 언론사가 오보 경위와 사과를 밝히고, 기사를 삭제하는 데 무려 이틀이나 걸렸습니다. 그 이틀 간 ‘우리는 KF94마스크를 보냈는데 중국은 불량품을 보냈다’는 원래 기사의 메시지는 계속 노출됐습니다. 기사 삭제 후에도 머니투데이가 송고한 기사는 일부 웹사이트에 여전히 게재되어 있기도 합니다. 예컨대 ‘MSN뉴스’에는 지금도 머니투데이 <[단독]'우린 KF94 보냈는데'…중국이 준 마스크는 '부적합' 판정>(3/5)이 노출되고 있습니다. 언론의 잘못된 보도와 ‘도둑 수정’, 뒤늦은 대처가 얼마나 되돌리기 어려운 악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습니다.
파문 컸던 ‘한국 진단키트 부적절’ 기사, 수정‧사과로 충분했을까
한국 진단키트의 신뢰성이 떨어지는 것처럼 보도해 파문을 일으켰으나 사실상 오보나 다름없는 부실한 기사였음이 드러난 사례도 있습니다. 한국일보는 <미국 FDA “한국 코로나키트, 비상용으로도 적절하지 않다”>(3/15 조철환 기자)(기자명 수정)에서 “우리나라가 사용 중인 코로나19 판정키트에 대해 미국 보건당국이 아직은 신뢰하지 않는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다면서 미국 마크 그린 하원 의원의 “한국의 (코로나19) 진단키트는 적절(adequate)하지 않으며, FDA는 비상용으로라도 이 키트가 미국에서 사용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인용했습니다. 마크 그린 의원의 발언 외에 따로 FDA가 그린 의원에게 제출했다는 서면 답변에 대한 분석 등 추가적인 근거는 없었습니다.
△ 한국일보 기사 수정 전(위)과 수정 후(아래) 제목 비교
문제는 마크 그린 하원 의원의 발언이 사실과 달랐다는 겁니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우리 정부는 유전자증폭 검사법으로 코로나19 확진 여부를 판단 중이며, 미국 의회에서 언급된 내용은 우리가 사용하지 않는 항체 검사법에 대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대한진단검사의학회도 담화문을 내고 해당 의원의 발언이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습니다. 마크 그린 의원이 언급한 ‘부적절한 키트’는 그 종류가 애초에 달랐던 겁니다.
논란이 일자 한국일보는 기사 제목과 내용을 수정했습니다. 제목은 <한국 진단키트 신뢰성 논란, 미 의원 “적절치 않다” vs 질본 “WHO 인정한 진단법”>로 바꿨고 우리 정부의 입장을 본문에 추가한 겁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적절성 판단 여부의 대상이 아예 다른데도 양측 입장을 병렬하는 식의 수정은 무의미했습니다. 한국 키트가 적절치 않다는 주장을 여전히 믿을만 한 정보로 취급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한국일보는 <독자 여러분께 알립니다>를 통해 “(미국 마크 그린) 의원의 발언을 전후 맥락을 검증하지 않은 상태에서 보도해 한국형 진단키트의 신뢰성 논란을 초래했다”며 “불필요한 논란을 야기한 점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습니다.
아무 설명도 없이 삭제한 기사, 이미 읽은 독자는 어쩌나
한국경제는 의도가 짙은 정부 비난 기사를 썼다가 아무 설명 없이 기사를 삭제했습니다. 한국경제 <BBC 출연해 ‘한국식 코로나 대응’ 자화자찬한 강경화>(3/15)는 강경화 외교부장관이 영국 BBC 방송에 출연해 한국의 코로나19 대처 방식을 설명하며 “한국의 경험이 다른 나라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 것에 “외교부 수장이 외신을 통해 설익은 자화자찬식 발언을 내놨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라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이 기사에서 ‘자화자찬 지적’의 근거는 네티즌의 댓글 몇 개뿐이었습니다. 이 기사에는 곧바로 반발이 쏟아졌습니다.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이 세계적으로도 모범적 사례로 꼽히고 해당 BBC 방송에 대한 해외 네티즌들의 반응에는 긍정적인 내용도 많았기 때문입니다. 일부 누리꾼 댓글을 내세워 국내 여론이 우호적이지 않다고 단정하고 강경화 장관이 영국BBC까지 나가서 자화자찬했음을 사실처럼 묘사했다는 점도 매우 부적절했습니다. 비판이 이어지자 한국경제는 아무 설명도 없이 기사를 삭제했고 그 이후에도 아무 입장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 한국경제의 <BBC 출연해 ‘한국식 코로나 대응’ 자화자찬한 강경화> 기사는 삭제됐다.
조선일보, 의료진과 보건당국 향해 오보
조선일보는 의료진과 보건당국을 향한 오보를 잇달아 내면서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조선일보 <코로나 난리통에…조합원 교육한다고 딸기밭에 간 서울대병원 노조>(3/9 곽래건 기자)는 민주노총 서울대병원분회 노조원들이 코로나19 사태 와중에 단체 휴가를 내고 딸기 따기 체험에 갔다며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나 이 보도는 사실무근이었습니다. 서울대병원 노조는 올해 초 조합원 교육 일정으로 딸기밭 체험을 예정하기는 했으나 코로나19로 조선일보 보도 보름 여 전에 이미 일정을 취소했습니다. 전화 한 통이면 확인될 사안을 확인하지도 않고 병원 노조를 때리기 위한 목적으로 기사를 낸 겁니다. 조선일보는 이틀만이 11일, <바로잡습니다>를 통해 “사실 확인 결과 노조는 코로나 사태 등의 이유로 일정을 취소하고 온라인 자율 교육으로 변경했기 때문에 바로잡습니다. 서울대병원 노조와 독자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고 밝혔습니다.
같은 날, 조선일보는 <“대구 거주자 아니다” 거짓말…서울 백병원 뚫렸다>(3/9 배준용 기자)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보건소에서 코로나 진단 검사를 거부당했다고 보도했는데, 이것도 거짓말이었습니다. 해당 확진자가 보건소에 방문한 적조차 없었던 겁니다. 이는 무려 4일이나 지난 13일, <바로잡습니다>를 통해 정정됐습니다. 조선일보는 “최종 확진자 동선 조사 결과 보건소에 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뒤늦게 방역당국과 독자에게 사과했습니다.
방역 최전선에 선 간호사들을 겨냥한 왜곡보도
의료진을 향한 왜곡 보도는 조선일보만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국민일보는 <“코로나19 걸리기 싫어” 전담병원 간호사 16명 무단결근>(3/1)에서 코로나19 전담 지정병원 포항의료원의 간호사들이 코로나19에 걸리기 싫다며 일방적으로 사표를 내가 무단결근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상당히 충격적인 기사인데 간호사들이 곧바로 반발하면서 사실상 오보임이 드러났습니다. 해당 간호사들은 육아, 이직, 결혼 등의 사정으로 1~2월 중 사직을 이미 의료원 측과 합의한 상황이었습니다. 오히려 코로나19가 대확산되면서 사직을 미루고 근무를 연장하기도 했죠.
국민일보 보도에는 더 본질적인 문제점도 있습니다. 평소에도 열악한 간호사들의 업무환경이 코로나19로 더욱 악화됐음을 완전히 간과한 채 “자신의 편의를 위해 환자를 헌신짝 버리듯 하는 처사는 용서받을 수 없다”와 같은 비난 발언까지 덧붙여 간호사들을 매도했다는 점입니다. ‘코로나19가 무서워 일방적 사표, 무단 결근’이라는 핵심적 사실관계가 틀렸음을 감안하면 너무도 참담한 기사입니다. 백 보 양보하여 국민일보 기사가 사실이라고 해도, 의료진 역시 감염병이 두려울 수밖에 없는 국민의 한 사람이고, 심지어 살인적 노동환경을 견디며 방역 최전선에 서있음을 생각한다면 이런 기사는 나올 수가 없습니다. 오히려 어째서 간호사들이 그렇게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는지, 노동환경이나 의료 시스템에 문제는 없는지, 의료진 노동권과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어떤 조치가 필요한지 고민하는 방향으로 기사가 나왔어야 합니다. 국민일보는 많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이 기사를 수정하거나 삭제하지도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3월 2일에도 비슷한 내용으로 <“코로나 걸리기 싫어” 집단 사표 낸 간호사들>이라는 기사를 또 내면서 논란을 키우려 했습니다.
시민들도 왜곡 보도의 대상으로
당국과 의료진 뿐 아니라 시민들까지 왜곡보도의 대상이 됐습니다. 조선일보 <단독/대구 다녀온 공중보건의 얼굴에 방역가스 뿌린 섬 주민들>(3/15)은 대구에 파견을 갔다온 공중보건의에게 지역 주민들이 방역가스를 뿌리며 “사람들 다 죽일 셈이냐”, “대구 의사가 여기 왜 왔냐”고 겁박한 것처럼 보도했으나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해당 지역 지자체가 주민들은 공중보건의의 대구 파견 사실조차 몰랐고 미리 예정되어 있던 일제 방역이 막 복귀한 공중보건의에게 미처 안내되지 않아 오해가 있언던 것이라 밝혔습니다. 주민들은 조선일보가 전한 겁박성 발언들을 하지 않았다고 반발하기도 했죠. 해당 공중보건의 역시 소독약품 분사에는 서운함을 표하면서도 “와전돼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조선일보는 자세히 확인해보지도 않고 주민들이 의료진을 공격한 것처럼 묘사한 것인데, 하루 만인 3월 16일 해당 기사를 대폭 수정했습니다. 주민들이 “사람들 다 죽일 셈이냐”, “대구 의사가 여기 왜 왔냐”라고 말했다는 내용은 익명의 “공중보건의협회 관계자”가 어디선가 들어서 조선일보에 전해 준 ‘전언’으로 바뀌었습니다. 주민들이 공중보건의의 대구 파견을 몰랐다는 지자체 해명도 추가됐습니다.
이는 대표적인 ‘도둑 수정’ 사례입니다. 사실상 오보나 다름 없다는 점, 애초 조선일보가 SNS에 퍼진 소문을 기사화하면서 구체적인 확인 절차도 없이 주민들을 부정적으로 묘사했다는 점에서 한 마디 설명도 없이 기사를 대폭 수정한 것은 책임 회피에 가깝습니다.
하루 만에 자기 기사 뒤집는 보도 내기도
사실관계가 확인됐지만 원래 기사를 고집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서울경제 <노르웨이, 강경화 전화 끊자마자 ‘한국인 아예 입국 금지’>(3/15 윤경환 기자)는 노르웨이가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자국 외교 장관과의 통화 직후 ‘한국인 입국 금지’를 단행한 것처럼 제목을 뽑고 기사 본문에서도 “통화 직후”를 강조했는데요. 강경화 장관이 통화를 통해 협조를 요청했음에도 의도적으로 통화 직후 입국 금지를 결정하면서 마치 강경화 장관이 무시당한 것처럼 묘사한 셈이 됐습니다. 그러나 서울경제도 기사에 썼듯이 해당 조치는 “모든 외국인 입국 전면 금지”였을 뿐, 한국인만 입국금지하거나 강경화 장관과의 통화와 관련이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마치 강경화 장관과의 통화가 노르웨이의 ‘한국인 입국금지’와 관련이 있는 것처럼 쓴 기사가 이어지자 주한 노르웨이 대사는 “(노르웨이의 결정은) 강경화 장관 통화 시점과는 무관하다”고 직접 밝혔습니다. 그러자 서울경제는 곧바로 다음날 단독을 붙여 노르웨이 대사의 반박도 보도했습니다. <단독/노르웨이대사 "입국금지, 강경화 장관 통화시점과 무관…급히 결정돼 못알려">(3/16)는 “노르웨이의 입국금지 관련 조치는 한국인뿐만이 아니라 모든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양국 외교부 장관 간 전화통화 시점과는 무관” 등 노르웨이 대사의 입장을 전했습니다. 이 기사는 본래 강경화 장관 통화를 언급했던 그 기사를 썼던 기자가 작성했습니다. PD저널에 따르면 노르웨이 대사관의 입장이 서울경제에만 전달된 것도 아니었습니다. 노르웨이 대사관은 PD저널에 “<서울경제>와 비슷한(노르웨이 입국금지 조치와 양국 장관 간의 통화 내용을 연결 지은) 기사를 쓴 매체들에 '입국금지 조치와 두 장관의 통화 시점은 관계가 없다’는 내용을 담아 (주한 노르웨이 대사의 설명이 담긴) 메일을 보냈다”고 밝혔습니다. 무엇보다 하루 만에 상반되는 기사를 썼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정정이나 설명이 없었다는 점이 놀랍습니다.
이외에도 코로나19 관련 오보와 왜곡보도는 상당히 많습니다. 시민들은 미처 알지도 못하는 사이 오보와 왜곡보도가 나오고 또 수정되거나 사라지기도 합니다. 재난 상황에서 언론의 책임은 평소보도 더 크며 그 어느 때보다 공익과 사태 종식이라는 명확한 목표 아래 기사를 내야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들의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앞서 살펴본 보도들로 인해 이미 우리 사회는 지불하지 않아도 될 사회적 비용을 치르고 있습니다. 언론으로 인한 사회 전반의 불신, 근거 없는 불안 가중은 결과적으로 방역을 지연시킬 수 있으며 사태 해결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칩니다. 이런 일은 되돌리기 어려우나 미연에 방지할 수는 있습니다. 우리 언론이 이제부터라도 더 신중하고 더 공익적이며 더 독자들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보도해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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