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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앞두고 ‘인터넷 음모론’에 꽂힌 조선·동아
등록 2020.03.11 21:42
조회 629

3월 1주차, 이주의 나쁜 선거보도

 

1. 총선 앞두고 ‘인터넷 음모론’에 꽂힌 조선·동아

지난 2월 말에서 3월 초 사이, 극우 인터넷 커뮤니티인 일간베스트에 올라온 한 게시물에서 시작된 ‘차이나게이트’라는 음모론이 확산됐습니다. 조선족과 중국인 유학생으로 구성된 중국인 여론 조작단이 친정부 성향 댓글을 조직적으로 쓰며 여론을 조작하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심지어 ‘중국의 여론조작은 김대중 당선 때부터 시작했으며, 태블릿PC를 조작해 문재인 대통령을 당선시켰다’고도 합니다. 이 음모론을 유포한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3월 1일, 포털 네이버에 ‘차이나게이트’를 집중적으로 검색하여 ‘차이나게이트’를 인기 실시간검색어에 올리는 데 성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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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가 허위정보에 빠르게 반응한 건 ‘이례적’이라며 ‘국운을 건 실태 파악’을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김순덕 동아일보 대기자(3/5)

그러자 조선·동아일보는 이 음모론을 기사화했습니다. 조선일보 <조선족이 국내 여론 조작? 온라인서 차이나게이트시끌>(3/2 오로라·표태준 기자)는 인터넷에 돌고 있는 음모론의 내용을 기사 전체에서 충실히 받아썼고 “중국이 다른 나라의 인터넷 여론을 조작한다는 의혹은 처음이 아니다”라며 타국의 의혹까지 덧붙여 음모론에 신빙성을 부여하려 했습니다.

동아일보의 김순덕 대기자는 <김순덕 칼럼/청와대가 펄쩍 뛴 차이나게이트’>(3/5)에서 청원 사이트의 트래픽을 빠르게 공개해 ‘차이나게이트’의 허구성을 밝힌 청와대를 두고 “지금까지 청와대가 이렇게 신속하게 나선 적이 있었나 싶다”, “중국의 여론 조작 여부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가 청원 사흘 만에 딱 잘라 부인한 건 이례적이다”라고 했습니다. 그리고는 조선일보와 똑같은 논리로 ‘중국이 다른 나라의 인터넷 여론을 조작한다는 의혹’을 들더니 “중국공산당의 통전공작이 어디까지 파고들었는지, 국운을 건 실태 파악을 문재인 정부에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별지섹션에 실려 선거보도로 집계되지는 않았으나 중앙일보도 기사가 있습니다. 중앙일보 <코로나 여론 조작 논란데이터 방역필요하다>(3/3 심서현 기자)는 “음모론이 대개 그렇듯, 내용은 충격적이고 검증은 어렵다”라고 일축하면서도 ‘기사 댓글들의 접속 국가 비율, 우회 접속 비율 공개’, ‘청와대 국가별 트래픽 상시공개와 소셜 로그인 삭제’ 등 “음모론에 적용할 ‘데이터 공개’ 방역”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기사화할 가치가 있는 음모론으로, ‘방역’이 필요할 정도로 치명적인 의혹 수준으로 취급해준 것이죠. 그러나, 해당 음모론의 요지는 ‘이미 조선족과 중국인 유학생이 중국인 입국금지를 하지 않은 문재인 정부의 의중대로 국내에 들어와서 활동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미리 결론을 정해놓은 이러한 음모론은 정부가 ‘데이터 공개 방역’을 이중삼중으로 해도, 똑같이 모든 게 ‘여론조작’이라 주장하기 마련입니다. 중앙일보가 지적한대로 청와대 청원 사이트에 보완이 필요하지만, 중앙일보식 대책은 이런 음모론을 원천적으로 방지할 수 없습니다.

미래통합당은 소위 ‘조선족 음모론’을 등에 업고 포털사이트가 게시자의 접속 국가명 표시를 의무화하는 법안까지 제출했고, ‘중국발 조직적 여론조작’의 수괴라며 팔로워가 5천명 수준인 트위터 이용자 한 명과 ‘신원불상자’들을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죠. ‘보수언론’이 최소한의 의심과 검증도 없이 사실상 음모론을 유포하고, ‘보수정당’은 그 음모론을 제도권에 편입시킨 겁니다. ‘북한’을 악용해 비판의 목소리, 시각이 다른 목소리를 탄압하던 ‘용공’의 악몽이, ‘북한’만 ‘조선족’ ‘중국’으로 바뀌어 되살아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됩니다.

 

* 선정위원 한마디

- 떠도는 음모론을 대하는 기자의 자세를 되묻게 하는 나쁜 보도입니다. 팩트체크의 책무를 잊지 말기를 바랍니다. 소제목에 있는 ‘대부분(조선족)’이란 표현도 문제입니다.

- 일베와 보수언론이 소재를 주고받으며 자가발전하는 모습이 안타깝습니다.

 

2. ‘관료사회에 퍼진 소문’까지 간 익명 보도

언론들의 익명 취재원 활용이 문제가 된 건 하루 이틀 일이 아닙니다. 3월 2일부터 7일까지 1주간 선거보도로 분류한 기사 312건 중 익명 취재원이 활용된 보도는 79건(25.3%)이었습니다. 공익적 사유 등 꼭 필요한 경우에만 익명을 써야 한다는 원칙을 고려할 때 4건 중 1건이 익명 보도라는 사실은 그리 바람직한 현상이 아닙니다.

‘익명 보도’의 수법도 나날이 발전해, 급기야 ‘관료사회에 퍼진 소문’까지 분석의 근거로 인용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중앙일보 이철호 칼럼니스트는 <퍼스펙티브/국민 정서 민감하게 건드린 치명적 장면들>(3/5)에서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부정평가가 올라간 요인들을 짚었습니다. 여기까지는 할 수 있는 비판입니다. 그런데, 이철호 기자는 “장관이나 대통령 측근들의 자충수와 설화가 꼬리를 물고 있다. 그러나 책임 추궁은커녕 오히려 친문 네티즌들의 열광적 지지를 받고 있다. 그 결과 관료와 전문가들은 침묵한다”더니, “정치권 관계자들은 이런 왜곡 현상의 근원을 2018년 봄에 열린 청와대 비공개회의에서 찾고 있다”고 운을 띄웠습니다. 지적하고자 하는 어떤 현상의 본질적 원인이라면 근거가 명확해야 하는데, 이철호 칼럼니스트는 “극소수 측근들이 참가한 이 회의의 정확한 내용은 확인되지 않지만 청와대 담장을 넘어 고약한 소문이 번졌다는 게 문제다”라고 했습니다. ‘정확한 내용은 확인되지 않지만’, 어쨌든 청와대 비공개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참모의 건의를 묵살했다는 그 회의는 “관료사회에 퍼진 소문에 따르면”이라는 출처로 인용됐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이철호 칼럼니스트는 “이후 누구도 싫은 소리를 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굳어졌다고 한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익명 취재원 활용의 본래 목적은 기자들이 예민한 정보를 얻었을 경우 취재원에게 닥치는 불이익 방지 등 공익적 필요에 의한 경우들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이처럼 ‘카더라 통신’을 사실처럼 쓰는 데 애용되고, 별다른 이유도 없이 관습적으로 익명 처리를 하는 경향마저 엿보입니다. 독자들이 최소한 ‘정확한 내용이 확인되지 않은 소문’에 기초해 오판하게 되는 일이 없도록, ‘익명 보도 관행’의 개선이 필요합니다.

 

*선정위원 한마디

- 2020 총선보도제작준칙 위반입니다. 카더라식 따옴표 보도는 이제 그만.

- ‘2년 전’이라는 시차와 ‘관료사회’라는 불분명한 출처로 인해, 논거라기보다는 견강부회에 가깝다고 느껴집니다. 참석자들의 말은 모두 따옴표로 인용이 되어 있는데 크로스체크를 거친 뒤 나온 기사인지 의심스럽습니다.

 

3. 정의당 비례대표 선출결과 축소보도

정의당은 현재 6석을 차지한 원내 4당입니다. 각 정당의 공천과 비례대표 선출이 진행되는 가운데 정의당의 비례대표 선출 결과 역시 기본적인 ‘선거 뉴스’라 할 수 있습니다. 언론은 정의당에 비판적이든, 긍정적이든 모든 유권자에게 정의당 비례대표의 선출 방식과 결과를 알릴 필요가 있죠.

그러나 거대 양당에만 치우친 우리 언론지형에서는 정의당의 비례대표 선출 소식도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중앙일보는 3월 7일 단신 <정의당 비례 8번 박창진, 9번 이자스민>(3/7)으로 처리했고, 동아일보는 <“통합당 위성정당은 비례의석 도둑질 촛불세력 단일화로 탄핵추진 막아야”>(3/7 황형준·윤다빈 기자)에서 기사 말미에 한 문단으로 전했습니다. 동아일보 기사의 경우 제목에서 드러나듯 민주당의 비례대표용 정당 창당과 관련된 기사입니다. 정의당은 누차 비례정당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도, 정의당의 독자 비례대표 선출을 민주당의 비례대표용 정당을 다룬 보도에 끼워넣은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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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당 비례대표 선출결과를 단신 처리한 중앙일보 기사(3/7)

 

3월 1주차, 좋은 선거 보도

 

안타깝게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 2020총선미디어감시연대가 시민 여러분의 후원을 기다립니다. 올바른 선거 보도 문화를 위한 길에 함께 하세요. 링크를 통해 기부하실 수 있습니다. https://muz.so/aatw

 

* 부적절한 선거 보도나 방송을 제보해주세요. 2020총선미디어연대가 확인하여 대응하도록 하겠습니다. 링크를 통해 제보를 하실 수 있습니다. https://muz.so/aatx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20/3/2~3/7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지면보도에 한함)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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