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언론시민연합은 매달 ‘이달의 좋은 보도상’을 선정합니다. 지난 4월 ‘이달의 좋은 보도상’ 심사과정에서 수상작으로 선정되지는 않았으나 유의미한 보도로 평가받은 보도가 있어 특별히 소개합니다. 왜곡, 편파 보도 속에서 좋은 보도를 이어가는 언론이 늘어나고, 더 많은 곳에 알려지길 기대합니다. 민언련 역시 왜곡, 편파 보도에 대한 지속적인 비평과 함께 좋은 보도를 시민 여러분께 소개시켜 드리는 기회를 더 많이 마련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1년 전 ‘고용노동부와 이마트의 유착관계’를 폭로한 SBS
지난 2018년 6월 SBS는 고용노동부가 신세계 이마트 노조 파괴에 관여한 정황이 담긴 문건을 공개했습니다. 이에 민언련은 SBS의 보도를 2018년 6월 이달의 좋은 보도상 방송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했습니다.
당시 SBS <단독/근로감독관이 ‘감독 기업’에 정보 유출>(2018/6/26 원종진 기자)는 고용노동부의 이마트 관리감독 조사 계획 문건이 이마트 내부 직원 사이에서 이메일을 통해 공유된 점을 공개했습니다. SBS에 따르면 이마트 인사팀 주임은 팀원들에게 “고용노동부 산하 노동청의 실태 점검 계획서를 보내니 업무에 참고하라”는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이 내용은 “광주지방노동청이 작성한 '사내 하도급 점검 계획' 문서”였고 그 내용은 “광주의 이마트 지점이 보안, 주차, 운반 같은 하청업체 직원들에게 업무를 지시하고 감독했는지 조사하려는 계획”이었습니다. 실제 해당 이메일이 공유된 지 나흘 뒤, 광주지방노동청은 이마트를 점검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SBS는 중앙노동위원회의 공무원이 “이마트 노조가 가입한 민주노총 산하 주요 노조들의 동향이 망라돼 있었”던 “노동부의 '일일 상황보고서'를 2011년 2월부터 1년 가까이 이마트 인사팀에 보내줬”다는 정황도 함께 공개했습니다.
이어진 보도 SBS <단독/‘관리 명단’ 보니…노동부 차관까지>(2018/6/26 박찬근 기자)는 이마트가 별도의 문건을 만들어 고용노동부 차관과 청와대 노동 업무 행정관을 관리해왔다는 점을 공했습니다. 이마트는 2012년 설을 앞두고 “이름과 소속 기관, 직위에 이어 전화번호와 주소 그 뒤에 한우 세트와 천일염, 와인 같은 선물 품목과 가격이 쓰여 있”는 문건을 만들었습니다. 이 문건에는 앞서 노동부 일일상황보고서를 이마트에 넘긴 공무원과 함께 47명의 명단이 들어있었습니다. SBS는 “문건에는 금액에 맞게 법인카드로 집행하라는 문구까지 적혀 있”었다며 이마트의 노동부 관련 인사관리가 실행됐다는 정황증거를 함께 공개했습니다. SBS의 취재를 통해 이마트가 고용노동부와 유착관계를 맺어 노조를 탄압해왔다는 정황이 드러난 것입니다.
1년 후 또 다른 노조 파괴 고발한 SBS, 시민과의 약속 지켰다
민언련 선정 2018년 6월 이달의 좋은 보도상 시상식에 참석한 SBS 원종진‧박찬근 기자는 수상소감과 함께 “노조 파괴를 자행하는 기업을 끝까지 추적하겠다”는 약속을 한 바 있습니다. SBS는 시청자와의 이 약속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1년 여가 지난 2019년 4월 SBS는 ‘KT 하청업체 어용노조 설립’ 보도를 통해 또 다른 노조 탄압, 노조 파괴 실태를 고발했습니다.
SBS <단독/KT ‘부당노동 개입’ 의혹…협력사에 ‘어용노조 설립’>(4/15 원종진 기자)는 KT 직원이 계열사로 편입될 하청업체 MOS 부산 간부에게 노동조합 설립 절차 설명 문건을 보낸 정황과 녹취를 공개했습니다. 실제 KT 직원이 메일을 통해 MOS 부산 간부에게 문건을 전달한 다음날 “문건대로 노조 창립총회가 열렸고, 닷새 뒤 조 씨는 노조위원장에게 전달하라며 노조 규약까지 작성해 보냈”다는 점도 SBS의 취재를 통해 드러났습니다. SBS는 이를 통해 KT가 사측에 유리한 조건을 만들기 위해 어용노조를 설립했고, 실제 “KT 측이 보낸 단체협약 초안이 넉 달 뒤 MOS 부산 노사 간에 그대로 체결됐”다는 사실도 취재를 통해 확인했습니다. KT직원이 보낸 문건과 MOS 부산의 단체협약 문건은 “내용은 물론이고, 오타까지 똑같”았습니다.
△KT의 하청업체 어용노조 설립 고발한 SBS <8뉴스>(4/28)
SBS는 KT가 같은 방식으로 다른 지역의 하청업체에도 어용노조를 설립했다는 정황도 공개했습니다. SBS <단독/KT, 계열사 편입 전 전방위 ‘부당 노동 행위’ 정황>(4/28 원종진 기자)는 KT가 MOS 부산뿐만 아니라 충청, 호남, 대구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어용노조를 설립한 사실을 보도했습니다. SBS는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실이 노동청에서 제출받은 MOS 충청노사협약서를 보면 조 씨가 보낸 초안, MOS 부산의 단체협약서와 판박이, 오탈자 역시 같”았고 “MOS 부산의 전직 간부는 KT 직원 조 씨가 또 다른 계열사 편입대상인 MOS 충청과 호남에도 노사협약서 초안을 보냈다고 증언했”다는 점을 공개했습니다.
SBS는 보도 말미에 “MOS 부산, 충청, 호남, 대구 4개 회사가 모두 같은 날 노조설립을 신고”한 점과 문건을 메일로 보낸 조 모 KT 직원의 “다른 데(계열사)도 다 이렇게 똑같이 해놨어요. MOS호남 같은 경우도 거의 MOS부산하고 비슷하거든요”라는 녹취를 공개하며 KT가 계열사 편입 전 어용노조를 설립한 하청업체가 더 있을 가능성도 언급했습니다. 1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SBS의 지속적인 취재를 통해 노조파괴의 새로운 사례가 수면위로 올라온 것입니다.
‘노조 파괴’라는 심각한 ‘범죄’, 1년을 달린 SBS가 보여줬다
SBS는 KT의 어용노조 설립 정황을 보도하며 사측의 노조파괴 시도의 문제점을 총정리한 보도를 함께 진행했습니다. SBS <깊이있게본다/명백한 불법인데…어용노조로 부당개입 반복, 왜?>(4/15 정경윤 기자)는 유성기업의 사례를 통해 사측의 노조파괴 작업으로 노동자들이 받는 피해를 설명했습니다. SBS는 유성기업 사측의 노조파괴 작업을 설명하며 “유성기업은 새 노조의 사전 준비작업을 위해 노조 규약과 설립 신고서를 만들어주고 설립 총회 대본까지 작성했는데 이 문건의 내용이 그대로 실행”됐다는 점이 KT의 사례와 비슷하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어 “유성기업은 이렇게 만든 새 노조가 교섭 대표노조가 될 수 있도록 기존 노조의 조합원을 징계하고 단체 교섭을 거부하는 등 노조 와해 공작까지 펼쳤”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유성그룹의 유시영 회장이 “최종 유죄 판결을 받기까지 6년이나 걸렸”고 “이마저도 내부 문건과 그에 따라 활동한 정황이 고스란히 드러났기에 가능했”던 일이었습니다. 이처럼 사측이 적극적으로 노조파괴 작업을 펼치더라도 회사 대표가 부당노동행위로 처벌 받은 사례는 단 2건 뿐이었습니다. 노조파괴 작업에 대한 책임자 처벌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입니다.
SBS는 그 이유가 “사측의 부당노동행위를 입증할 부담이 노조에 있고, 회사는 노무 담당자가 노조 활동과 관련해 조언해준 것뿐”이라며 책임을 회피하기 때문이라 설명했습니다. SBS는 보도 말미에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처벌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이 전부”라는 점을 언급하면서 제도적인 해결책이 마련되야 한다는 점을 짚기도 했습니다.
‘노동권’을 ‘어젠다 키핑’한 SBS, 귀감이 되다
이렇게 1년이라는 긴 시간이 지나도록 시청자와의 약속을 지킨 SBS의 보도는 여러 모로 귀감이 됩니다. 1년 전 ‘노조 파괴 실태’를 고발했던 기자들은 꾸준히 해당 이슈를 보도했고, 헌법적 가치임에도 불구하고 뉴스의 주된 이슈로 주목받지 못하는 ‘노동권’이 지속적으로 뉴스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이는 언론의 ‘어젠다 키핑’ 역할이 무엇인지 여실히 보여줬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기자들은 해당 영역에 대한 전문성을 키울 수도 있을 것입니다. ‘노동권’의 가치를 고려할 때 이러한 전문성은 더욱 절실합니다. ‘노동권’은 약자의 목소리와 권익을 대변해야 한다는 언론의 역할과도 결부되어 있습니다. 시청자들과의 약속을 지킨 SBS 보도와 같은 사례가 더 많아지기를 기대합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8년 4월 1~30일 SBS <8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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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 임동준 활동가 (02-392-01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