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기업 카르텔’, 모두 침묵할 때 ‘뉴스타파’가 밝혀냈다
등록 2019.03.25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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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은 2019년 2월 ‘민언련 이달의 좋은 보도상’ 온라인 부문에 뉴스타파 연속기획 <‘로비스트’ 박수환 문자>를 선정했다.

 

2019년 2월 ‘민언련 이달의 좋은 보도상’ 온라인 부문 심사 개요

수상작

연속기획 <‘로비스트’ 박수환 문자>

매체 :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뉴스타파, 보도일자 : 1/28~3/4

선정위원

김언경(민언련 사무처장), 엄재희(민언련 활동가), 이광호(전태일기념사업회 이사), 이봉우(민언련 모니터팀장), 임동준(민언련 활동가), 정수영(성균관대학교 연구교수)

심사 대상

2월 1일부터 2월 28일까지 온라인 상으로 보도를 내는 모든 매체

선정 사유

뉴스타파는 언론계‧재계를 관통하는 브로커 박수환 씨의 문자 2만9534건을 분석해 언론과 기업의 유착 및 기사거래 정황을 밝혀냈다. 그동안 일부 언론이 공정성과 공공성을 잃고 대기업이나 재벌의 입맛에 맞는 기사나 광고에 가까운 기사, 칼럼‧사설 등을 싣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있었으나, 뉴스타파 보도 이전엔 그 실체를 정확히 알 수 없었다.

뉴스타파는 8편의 기사와 해당 문자를 공개한 1편의 마무리 기사, 총 9편의 기획 기사를 통해 언론과 기업의 검은 거래 및, 그 거래를 엮은 ‘브로커 박수환’의 역할을 드러냈다. 홍보대행사의 대표인 박수환 씨는 자사 고객사의 이미지를 실추시킬 수 있는 기사는 빼거나 줄이도록, 회사 광고나 이득이 될 만한 사안은 보도되도록 언론에 청탁했다. 동시에 고위 언론인들에게 각종 특혜나 선물을 제공하는 정황이 문자에 고스란히 담겼다. 뉴스타파는 박수환 문자에 드러난 정황과 언론 지면, 당시 상황을 일일이 대조해 가며 박수환 문자 내용이 사실임을 드러냈다.

이를 통해 기사의 최종 소비자인 국민은 어느 언론사가 기사 거래를 하고 있었는지, 어떤 기사가 추악한 뒷거래의 결과물인지 판단할 수 있게 됐다. 스스로의 허물을 보도할 리 없는 언론계 현실을 감안하면, 뉴스타파의 이번 기획은 더욱 그 의미가 크다. 언론계 내부에서는 일부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뉴스타파는 연속 기획 말미에서 이미 관행이 되어버린 기사 관행의 구조적 문제를 우려하기도 했다. 이에 민언련은 뉴스타파 보도를 ‘2019년 2월 이달의 좋은 보도상’ 온라인 부문으로 선정했다.

 

‘로비스트’ 박수환 씨가 언론-기업 간 뒷거래의 연결고리라는 사실은 2016년에도 얼핏 알려진 바 있다. 당해 8월, 송희영 당시 조선일보 주필과 대우조선해양 사이의 유착 관계가 드러나 언론과 재계의 검은 거래가 화제가 됐다. 둘 사이를 이어주는 인물로 지목된 것이 바로 박수환 씨다. 그는 홍보대행사 뉴스커뮤니케이션즈(이하 뉴스컴)의 대표이며 오랫동안 자신의 언론‧정‧재계 인맥을 통해 여기저기 로비를 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송희영 전 주필은 접대 골프, 초호화 해외여행 등 향응을 제공받은 혐의로 실형을 선고 받았고(2심 진행 중), 박수환 씨는 대우조선해양 임원의 연임을 도와 거액을 챙긴 혐의로 2년 6개월 형을 확정 받았다. 이렇게 언론과 기업, 그리고 브로커의 공생 관계가 실체를 드러냈으나 언론은 주목하지 않았다. 언론 보도는 박수환 씨 존재 자체에 그리 주목하지 않았다. 기업 광고에 의존하여 광고성 기사가 이미 관행이 된 언론 입장에서는 스스로의 허물을 밝히기 어려웠을 것이다.

 

언론이 침묵한 ‘추악한 뒷거래’, 뉴스타파가 밝혀냈다

그 어려운 일을 뉴스타파가 해냈다. 뉴스타파는 지난 1월 28일부터 3월 4일까지, 총 9편의 기사를 통해 박수환 씨를 중심으로 연결돼 있는 언론-기업-법조계의 유착을 폭로했다. 뉴스타파가 단독 입수해 공개한 ‘박수환 문자메시지’가 기폭제가 됐다. 2013년 1월부터 2015년 7월까지 박수환 씨의 휴대폰에 저장돼 있던 문자 메시지이다. 뉴스타파는 3만 여 건에 달하는 방대한 메시지를 전수분석하여 언론의 기사 거래 정황을 포착했다. 기사 후반에는 박수환 씨가 직접 개입한 여론 조작 시도, 법조계 대상 로비까지 보도를 확장했다. 연속 기획의 마지막 보도인 8편에서는 기사 거래가 관행이 되어버린 점, 최근엔 더욱 노골적이고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 등 구조적 문제까지 짚어냈다. 이는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고 숨겨진 부조리를 밝혀냈다는 표면적인 공로를 넘어, 생존의 기로에 선 우리 언론계 전체에 각성의 계기를 제공한 것이다. 최근 모바일 플랫폼의 성장으로 설 곳을 잃은 언론은 SNS 사업 확대와 공격적 ‘마케팅’으로 활로를 찾고 있으나 근본적인 문제점은 그간 불신을 자초한 ‘반언론적 행태’에 있다. 언론이 기업과 금품 및 청탁을 주고 받으며 기사를 가장한 광고를 양산하는 이상 아무리 플랫폼을 혁신하고 광고를 유치한 들 생존할 수 없다. 언론의 본령은 진실과 민주주의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 핵심을 뉴스타파 보도로 살펴볼 수 있다.

 

언론과 기업의 검은 거래를 가까이 들여다 보다

뉴스타파가 밝혀낸 언론과 기업‧법조계 등 기득권 층의 뒷거래는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방불케 한다. 언론인들이 기업을 위해 광고나 다름 없는 기사를 써주면 기업은 채용 청탁을 들어주거나 초고가의 향응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 모든 걸 박수환 씨가 중개했으며 언론사는 그게 너무 고마웠는지 따로 박 씨에게 선물을 보내기도 했다. 뉴스타파가 아니었으면 영원히 묻혀 버렸을 추악한 뒷거래다.

 

뉴스타파는 기획 첫 머리 <‘로비스트’ 박수환 문자①/고위언론인의 채용 청탁>(1/28 강현석 기자)에서 이학영 한국경제 논설실장과 송의달 조선일보 에디터의 자녀 채용 청탁을 폭로했다. 박수환 문자에 따르면 이들은 자신의 딸을 자동차 회사인 한국GM 인턴에 채용되도록 박수환 씨에게 청탁했다. 박수환 대표는 이를 한국GM 황지나 부사장에게 전달했고 두 딸 모두 상시 채용이란 이름으로 인턴에 합격했다.

 

이어진 2편 <‘로비스트박수환 문자/조선일보 기자들이 받은 비행기 티켓, 에르메스 그리고 전별금>(1/29 박경현 기자)에서는 송의달 조선일보 편집국 선임기자, 강경희 조선비즈 디지털편집국장, 박은주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 사회부장이 각각 미국 왕복 항공권, 에르메스 스카프, 전별금 등을 받은 정황이 밝혀졌다. 또 이들은 박수환 씨의 부탁을 받고 청탁성 기사를 넣거나 비판 기사를 빼기도 했다. 송의달 기자 부녀의 항공권을 대신 구매해준 것으로 보이는 뉴스컴의 고객사, SPC그룹의 홍보 기사가 조선일보 지면에 실린 것이다. 전별금을 받은 박은주 기자에겐 박수환 씨가 자신의 고객사가 개최하는 전시회를 소개해달라고 부탁했고, 박은주 기자는 “기사 나오면 주소 찍어 드릴테니 편하게 계세요”라며 이후 기사 링크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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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환 씨가 한국GM에 언론인 자녀들의 인턴 채용을 부탁하는 문자 내용(출처: 뉴스타파)

 

동아일보의 기사 거래 정황도 뉴스타파에 포착됐다. <‘로비스트박수환 문자/동아일보 사주와 박수환>(1/30 강민수 기자)에서는 김재호 동아일보 사장이 박수환 씨를 통해 의사 처방없이는 구입이 불가능한 전문의약품을 제공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 약품은 동아제약의 선물이었다. 당시 동아제약은 국세청 세무조사와 검찰 수사 등에 직면해 있었다. 동아일보는 선물을 받은 보름 뒤, 동아제약 강정석 사장의 인터뷰를 가장한 동아제약 홍보기사를 내보냈다.

 

1등 신문 조선일보를 겨냥하다

4편 <‘로비스트’ 박수환 문자④/‘1등 신문’ 조선일보의 기사거래>(2/1 홍여진 기자)에서는 조선일보를 정조준했다. 박수환 문자 파일에 수십개 언론사 기자들이 등장하나, 조선일보의 기사 거래 정황이 눈에 띄었다는 것이 뉴스타파의 설명이다. 자칭 1등 신문 조선일보를 겨냥해 그들의 지면이 얼마나 신뢰할 수 없는 것이었는지 밝혀낸 것이다.

 

조선일보는 기업의 청탁을 받아 기고된 칼럼을 실었다. 뉴스컴의 고객사 GE의 청탁을 받은 박수환 씨가 이를 송희영 전 주필에 전달했고, 이는 지면에 실렸다. 이 와중에 해당 칼럼을 기고자 본인이 아닌 박수환 씨가 첨삭한 정황도 포착됐다. 그러나 당사자는 이런 사정을 모르고 있었다는 게 뉴스타파의 취재를 통해 밝혀졌다.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기고자는 “조선일보에서 청탁해 나름대로 논리적으로 써서 보냈는데 (조선일보가) 엉뚱하게 글을 잘라가지고 내보냈다”며 “글을 너무 잘라서 내용이 조악한 수준이었다”고 답했다.

 

그 외에도 기자의 기명칼럼에 뉴스컴 고객사 홍보를 은근 슬쩍 끼워 넣거나, 고객사에 불리한 기사를 빼거나 줄이도록 하거나, 사설에서까지 고객사의 입장을 대변하는 등의 기사 거래가 있었다. 그리고 이 모든 거래에는 박수환 씨가 중간 다리 역할을 했다.

 

언론의 ‘기사 거래’는 ‘관행’, 명쾌한 해답도 제시한 뉴스타파

이렇듯 대규모 기사 거래와 부정 청탁이 조선‧동아일보 등 이른바 주류 언론에서 자행됐다. 그러나 뉴스타파는 이것이 비단 규모가 큰 언론사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도 놓치지 않았다. 물론 <‘로비스트박수환 문자/언론과 기업의 검은 카르텔’>(2/15 신동윤 기자)에서 뉴스타파가 밝혔듯이 박수환 씨와 문자를 주고받은 기자 179명 중 무려 35명(20%)이 조선일보 기자일 정도로 ‘1등 신문’을 자처하는 조선일보의 뒷거래가 상당했다. 뉴스타파는 여기서 더 파고들어 조선일보 뿐 아니라 언론계 전체에 퍼진 관행임을 지적했다. 뉴스타파는 홍보업계를 취재해 “박수환 대표의 문자여서 그렇지 사실 조선일보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결론을 얻었다. 한 홍보대행사 직원은 “OO경제에서 고객사 인터뷰 요청이 있었는데 (중략) 기사 나간 당일에 페이지 단가를 알려주면서 이 정도의 광고비를 달라고 요구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뉴스타파가 직접 입장과 해명을 요구한 거래 당사자들의 입장에서도 언론인들의 뻔뻔함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기사를 거래하고 청탁을 주고받은 것으로 확인된 기자들은 뉴스타파에 “박수환 같은 고급 취재원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거나 “오랜 친분관계에서 주고받은 선물이라 부적절한 거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박수환의 고객사인 대기업의 입장을 충실히 담아 균형 잡힌 기사를 만들기 위해 사전에 기사를 보내거나 데스킹을 부탁했다”는 식의 변명을 했다. 이 답변을 전하며 뉴스타파는 “접대와 금품을 받아야만 취재원이 관리되고 또 기자생활을 잘 할 수 있는 걸까”라는 근본적 물음을 던졌다.

 

이에 대한 답으로, 뉴스타파는 박수환 씨와 문자를 주고받았지만 기사 거래 없이 취재를 진행했던 언론사 기자들의 답변도 전했다. “기자가 취재원인 박수환과 결탁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것이다. 나는 내 기사를 쓸 뿐이다”라고 말한 한겨레신문의 한 기자의 대답이 뉴스타파의 질문에 명쾌한 해답이 되어 주었다.

 

국민들이 제대로 알 수 있도록…문자 원본 공개

‘기사의 최종 소비자인 국민들이 제대로 기사를 평가할 수 있게 한다’는 뉴스타파의 기획에 가장 충실했던 기사는 <‘로비스트박수환 문자언론과 기업의 로비, 기사거래문자 원본 공개>(3/4 임송이 기자)였다. 자녀의 취업청탁을 한 언론인, 금품을 수수한 언론인, 기사 거래를 하는 기업과 언론 이렇게 세 가지 주제로 공개해뒀다. 인터랙티브 그래픽 형태로, 궁금한 주제를 선택하면 언론인이나 경제인 등 박수환과 문자를 주고 받은 사람들의 이름이 등장하는데, 이를 클릭하면 그들이 주고받은 문자 원본 내용을 볼 수 있다. 뉴스타파는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대화가 이뤄진 시간 순서대로 이를 배치했고, 또 직접적인 내용 외에 청탁이 있는 부분 앞뒤 맥락까지 시각화해 공개했다.

 

결국 이 기획의 쓰인 이유는 ‘국민’이다. 국민이 언론들의 기사 거래 관행을 알고 이를 비평적인 시선에서 바라보게 만드는 데 이 기사의 목적이 있는 것이다. 문자 원본 내용을 보고 직접 시민들이 판단할 수 있도록 한 마지막 기사는 기획의 목적에 제대로 부합했다고 볼 수 있다. 시민들의 알 권리와 공공성을 지키는 수단이 되어야 할 지면이 파렴치한 언론인들의 사익을 챙기는 데 쓰이고 있음을, 뉴스타파가 홀로 밝혀냈다.

 

<끝>

문의 이봉우 모니터팀장(02-392-0181) 작성 조선희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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