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저히 못 하겠다” 도망자 속출…가축 살처분 노동 문제 짚은 한겨레
등록 2019.03.19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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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은 2019년 2월 ‘이달의 좋은 보도상’ 신문 부문에 가축 살처분 노동 문제를 짚은 한겨레 <살처분 트라우마 리포트>를 선정했다.

 

2019년 2월 ‘이달의 좋은 신문상’ 방송 부문 심사 개요

좋은 방송 보도

획보도 <살처분 트라우마 리포트>

매체 : 한겨레, 취재 : 황춘화 이유진 오연서 이정규 이주빈 장예지 전광준 기자

보도일자 : 2/13~2/23

선정위원

김언경(민언련 사무처장), 엄재희(민언련 활동가), 이광호(전태일기념사업회 이사), 이봉우(민언련 모니터팀장), 임동준(민언련 활동가), 정수영(성균관대학교 연구교수)

심사 대상

2월 1일부터 28일까지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서울신문,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등 지면 보도와 온라인에 게재된 기사

선정 사유

한겨레는 2019년 2월, <살처분 트라우마 리포트> 4건에서 살처분을 하는 노동자의 고통을 살피고, 이들의 노동권 문제를 짚었다. AI와 구제역이 발생할 때마다 벌어지는 살처분은 동물에게도 끔찍한 일이지만, “죽여야 하는 사람”의 트라우마와 살처분 이후의 위생 및 안전 문제도 심각했다. 대부분의 살처분 작업은 ‘하청’으로 이루어졌고, 자본의 논리만 존재하는 하청업체에게 안전과 방역 등 사회적 책임을 기대하긴 어려웠다. 이로 인해 살처분 노동자는 우리 사회의 가장 소외받는 자들의 몫일 수밖에 없었다.

한겨레는 살처분 노동의 문제를 점검하고 이들이 우울증과 악몽 등 심각한 트라우마를 겪고 있음을 보여줬다. 그리고 그 대안으로 △전염병 예방 사업에 대한 지원 △살처분을 우선하는 ‘편리한’ 관행 대신 백신 개발에 역량 투입 △인도적 살처분 방식 도입 △공장식 축산 문제 개선 등을 짚었다. 민언련은 “더불어 살아가는 생명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며 살처분 관련 논의의 장을 펼친 한겨레의 <살처분 트라우마 리포트>를 이달의 좋은 보도로 선정했다.

 

“도저히 못 하겠다” 도망자 속출, 가축 살처분 노동

지난 3년 동안 AI와 구제역으로 살처분 당한 가축의 수는 4천500만 마리를 육박한다. 전염병의 확산을 막겠다는 이유로 바이러스에 감염된 가축뿐 아니라 멀쩡하고 건강한 가축도 죽임을 당한다. 뉴스에선 살처분하는 장면을 대부분 모자이크 처리한다. 살아 있는 돼지를 불도저가 구덩이로 밀어 버리고, 살아 있는 닭을 포대자루에 쑤셔 넣는 장면은 차마 눈을 뜨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죽어야 하는 가축 건너편엔 죽여야 하는 사람”이 있다. 지옥을 방불케 하는 그 가축 살처분도 결국 누군가의 손을 거쳐야만 한다. 한겨레는 이 문제의식을 가지고 <살처분 트라우미 리포트>의 4건의 기사를 통해 살처분 노동의 현실을 정면으로 짚으며 살처분을 ‘동물권’ 문제를 넘어 ‘노동권’ 문제로 조명했다.

 

가축 살처분 노동은 누가 하고 있었을까

첫 번째 기사인 <살처분 노동자 “피 튀기고 산 채로 기계에 갈리는 닭의 비명 끔찍>(2/13 특별취재팀)에서는 살처분 노동자의 목소리를 듣는다. 어지간한 사람은 살처분 현장에 보고 ‘도망’갔다고 한다. 한겨레는 “일한 지 1시간 만에 ‘나 못 하겠다’며 두손 두발 드는 사람, 농장 앞까지 왔다가 돌아서는 사람이 현장마다 꼭 있다”고 전했다.

노동에 참여한 대부분의 살처분 노동자는 악몽과 우울증, 대인기피증 등 심각한 트라우마(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를 겪고 있었다. 동물들도 ‘대량학살’이라는 범죄의 피해자이지만, 이를 실행하는 노동자도 피해자였다. 그리고 살처분 노동은 우리 사회의 가장 소외받는 사람의 몫으로 돌아갔다. 처음에는 ‘동원하기 쉬운’ 지역 공무원과 군인들이 살처분을 맡았다. 그러나 공무원 노조와 군인 부모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쳤고, 결국 이 몫은 외국인 일용직 노동자에게 돌아갔다. 아무도 그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주지 않았기 때문이고, 국가는 이들을 이용하기로 했다. 그들은 노동 사각지대에서 노동권을 제대로 보장 받지 못한 채 장시간‧야간 노동에 노출됐고, 지옥 속에서 일하는 듯한 정신적 고통을 감내해야만 했다.

한겨레는 살처분 노동자들을 직접 만나 하나하나 그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인터뷰에 응한 우즈베키스탄 이주노동자 이잠은 “뭔지 모르지만 그냥… 식욕이 사라졌어요. 지독했어요. 지독해요. 병에 걸려서 사지가 갈라진 모습, 내장이 흩뿌려져 땅에 들러붙어 있는 모습….”라며 고통을 호소했다. 다른 살처분 노동자는 “제게 트라우마가 있는 것 같아요. 심리검사를 받고 싶어요. 제가 왜 이런 건지 설명을 듣고 싶어요”라며 어렵게 입을 떼기도 했다.

 

외주화로 ‘구멍난 방역 시스템’

<한해 50억만 벌었으면...AI 살처분을 기다리는 사람들>(2/16 특별취재팀)에서는 살처분 노동의 외주화 문제를 짚었다. 오르지 ‘돈’에만 움직이는 하청업체에게 사회적 책임의식은 없었다.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해 싸게 부려먹고, 그들이 전염병에 옮든지 말든지 신경 쓰지 않았다.

한겨레는 “문제는 외국인 노동자들 상당수가 추적·관리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비자에 문제가 있는 외국인 노동자인 경우 문제는 더 심각하다. 관광비자로 들어왔거나 근무지를 무단이탈했다거나 저마다의 이유로 미등록 신분이 된 외국인 노동자들이 살처분 현장으로 모인다”고 지적한다.

살처분 노동 이후 질병 확산을 막기 위한 철저한 사후 관리감독이 필요하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게다가 하청업체 사장들은 AI가 터져야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AI가 터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새끼 돼지 태워 죽인 공무원 트라우마, 국가는 책임을 외면했다>(2/20 특별취재팀)에서 살처분 노동 이후 장시간 트라우마에 고통받는 또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꺼냈다. 초기 살처분 노동을 담당했던 지역 공무원들이다.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 실태조사를 보면, 살처분 노동에 참여한 공무원(응답자)의 76%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유사 증상과 우울증세를 보였다. 빠른 시간안에 처리해야하는 방역 특성상, 과로사한 공무원도 많다. 국가도 제대로 지원해주지 않고 있었다

 

살처분 이외의 다른 대안은 없을까

마지막 <방역사 1명당 가축 91만마리…무너지는 살처분 ‘최후의 방어선’>(2/23 특별취재팀)에서는 나름이 ‘대안’을 찾는다. 한겨레는 “현장의 아픔과 달리 정부는 ‘간편한’ 패러다임을 펼친다. 무분별한 살처분에 충분히 훈련되지 않은 인력이 투입되는데다, 심지어 그 인력은 점점 외주화하고 있다. 이런 인력이 대량 학살을 단시간 안에 처리하려다 보니 트라우마에 쉽게 노출된다. 그것은 동시에 동물권이 처참하게 짓밟히는 일이기도 하다”며 △전염병 예방 사업에 대한 지원, △ 살처분을 우선하는 ‘편리한’ 관행 대신 백신 개발에 역량 투입 △인도적 살처분 방식 도입 △ 공장식 축산 문제 개선 등을 짚었다.

특히, 공장식 축사 문제는 심각했다. 좁은 공간에 밀집형 닭장을 아파트 2~3층 높이까지 쌓아두는 공장식 축산에서 가축 전염병은 마른장작에 불이 옮겨 붙듯 빠르게 퍼져나간다. 그곳엔 동물의 권리 따위는 없었다. 생명을 키우는 곳이 아니라, 부품을 생산하는 공장같다. 또, 가축 전염병 자체가 이러한 공장식 축사 환경 때문에 발생한다는 주장도 있다. 동물자유연대 활동가 장병진씨는 “사람도 그렇지만 밀집된 공간에서 몸도 제대로 못 움직이고 햇볕도 제대로 못 쬐면 당연히 면역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동시에 전염병이 전파될 확률도 높다”고 지적했다

한겨레가 여러 가지 대안을 제시했지만, 어느하나 쉽지 않다. 그러나 한겨레는 이렇게 기사를 마무리 한다.

 

살처분을 아예 없애는 건 당장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지금의 살처분이 과연 동물과 인간을 위한 최선의 방법인지 계속 물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것이 더불어 살아가는 생명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민언련은 살처분 관련 변화를 촉구하는 논의를 시작한 한겨레의 <살처분 트라우마 리포트>를 ‘민언련 이달의 좋은 보도상’ 신문 부문 수상자로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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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문의 엄재희 활동가(02-392-0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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