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로 ‘택배노동자의 현실’ 보여준 MBC
등록 2018.10.16 20:26
조회 503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은 2018년 9월 ‘이달의 좋은 보도’를 선정했습니다. 9월 ‘이달의 좋은 보도’ 방송 부문에는 택배노동자의 현실을 현장 취재한 MBC <바로간다> 보도가 선정되었습니다.

 

민언련 ‘이달의 좋은 보도’ 시상식은 10월 26일(금) 오후 2시 민언련 교육관(마포구 마포대로14가길 10 동아빌딩 3층)에서 열립니다. 시상식과 취재 기자들과 함께 하는 간담회는 누구나 참여 가능하고, 민주언론시민연합 페이스북 페이지 계정으로 생중계됩니다.

 

아래는 2018년 9월 이달의 좋은‧나쁜 보도 방송 부문 선정 사유입니다.

 

2018년 9월 ‘이달의 좋은‧나쁜 방송 보도’ 심사 개요

좋은 방송 보도

<바로간다/“숨 쉴 틈도 없었다”…‘죽음’의 알바 현장은?>

<바로간다/“밥도 없고 물도 없다”…어지러워도 ‘작업 계속’>

<바로간다/곳곳 ‘위험천만’인데…“속도 내라” 경고방송>

매체:MBC, 취재:윤수한‧김지경 기자, 보도일자:9/27~28, 10/1

나쁜 방송 보도

TV조선 <“원전 수출 없을 땐 12년 뒤 1만 2천 명 실직”>

채널A <“탈원전… 일자리 1만 개 사라진다”>

매체:TV조선‧채널A ․취재:주원진(TV조선)‧김지환(채널A) 기자, 보도일자:9/1

선정위원

김언경(민언련 사무처장), 엄재희(민언련 활동가/신문),

이광호(전태일기념사업회 이사), 이봉우(민언련 모니터팀장/온라인),

임동준(민언련 활동가/방송), 정수영(성균관대학교 연구교수)(가나다 순)

심사 대상

9월 1일부터 30일까지 KBS<뉴스9>, MBC<뉴스데스크>, SBS<8뉴스>, JTBC<뉴스룸>, TV조선<종합뉴스9>(주말<종합뉴스7>), 채널A<뉴스A>, MBN<뉴스8>에서 보도한 뉴스

 

9월 좋은 방송 보도, 현장취재로 ‘택배노동자의 현실’ 보여준 MBC

선정 사유 요약 지난 8월 CJ대한통운 물류센터에서 2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2번의 사고 모두 피해자는 일용직 노동자였다. 이에 MBC 인권사회팀은 <바로간다> 꼭지를 통해 택배 물류업 현장을 직접 취재해 사고의 근본적 원인을 찾았다. MBC의 취재결과 작업현장에서는 무지막지한 업무량에도 불구하고 법정 휴게 시간마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연이은 사망사고에도 불구하고 안전대책 역시 여전히 부실했다. MBC 윤수한 기자는 3곳의 물류센터에서 42시간동안 직접 일용직 노동자로 근무하며 현장의 문제점을 생생하게 전달했다. 이 보도는 ‘방송 기자가 땀 흘린 기사’로 인터넷 상에서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에 민언련은 MBC <바로간다>를 2018년 9월의 ‘이달의 좋은 방송 보도’로 선정했다.

 

지난 8월 6일 CJ대한통운 대전 물류센터에서 20대 일용직 노동자가 감전을 당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피해자는 16일 투병 중 사망했다. 그리고 채 한 달이 지나지 않아 30일에는 옥천 물류센터에서 50대 일용직 노동자가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고 하루 뒤 숨을 거뒀다. 이에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은 성명을 발표해 “상하차작업은 ‘죽음의 알바’로 악명을 떨칠 정도로 고강도 노동을 요구하고 있”다며 물류업 노동자의 작업환경 변화를 촉구했다.

 

반복된 물류업 일용직 노동자 사망사고에 MBC는 현장을 직접 찾아가 문제점을 지적하는 <바로간다> 꼭지를 통해 물류업 일용직 노동자가 처한 환경을 취재했다. MBC 윤수한 기자는 실제 사망사고가 발생한 CJ대한통운 옥천 물류센터를 비롯해 3곳의 현장에 일용직 노동자로서 근무했고, 이를 통해 현장을 생생하게 전달했다. 그간 한겨레21의 <노동orz> 시리즈 등 기자들이 노동 현장에 직접 투입되는 ‘체험형 기사’가 일부 있었으나 방송사가 화면으로 그 현장을 생생히 전달한 사례는 드물었다. 특히 MBC는 메인뉴스의 한 꼭지를 할애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와 파급력이 크다.

 

사망사고에도 현장의 환경은 변하지 않았다

MBC가 가장 먼저 찾은 CJ대한통운 옥천 물류센터에서는 사망사고 이후에도 달라지지 않은 위험한 현장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MBC <바로간다/“숨 쉴 틈도 없었다”…‘죽음’의 알바 현장은?>(9/27 https://bit.ly/2N5Lmnz)에서 윤수한 기자는 “(근로계약서 작성을) 재촉하는 통에 계약서에 뭐라고 돼 있는지 제대로 확인할 순 없었”고 “계약서 한 부는 반드시 노동자에게 줘야 하는데도 전부 가져가 버렸”다며 작업 시작 전부터 근로기준법 위반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작된 작업에서는 방대한 업무량과 과하게 빠른 작업속도가 위험요소로 드러났다. 현장을 직접 체험한 윤 기자는 “레일 돌아가는 속도가 엄청났”다며 “집중해도 실수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장의 노동자들은) 무시무시한 속도에 맞추려고 뛰어다니고, 사다리를 타고 레일 사이를 넘나들기도 합니다”라며 사고의 위험에 노출된 노동자들의 현실을 보여줬다. 그럼에도 작업장의 하청업체 직원이 “뭐해요. 빨리빨리 해야죠!”라며 노동자들을 재촉하는 상황도 카메라에 담겼다. 이 모든 상황이 기자가 직접 노동하는 생생한 화면을 통해 전달됐다.

 

고강도의 노동이 잠시 멈춘 것은 밤참을 겸한 휴게시간이 처음이었다. 하지만 휴게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들이 편히 쉴 곳은 마땅치 않았다. MBC는 “딱 하나뿐인 컨테이너 휴게실로 갔더니, ‘환자만 쓸 수 있다’고 적혀 있었”고 현장의 노동자들이 “다들 땅바닥에 앉거나 레일에 기대서 쉬고, 어떤 분은 포장 박스에서 한숨 돌린다”라며 휴식공간을 전혀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휴식 시간 끝나기 5분 전부터 레일이 돌아갔기 때문”에 “(휴게시간) 한 시간 다 채워서 쉴 수도 없었”다는 문제점도 드러났다.

 

사진1.JPG

△고강도 노동에도 제대로된 휴게시간이 없는 현장 지적한 MBC <뉴스데스크>(9/27)

 

휴게시간 이후에도 고된 작업이 이어졌다. 현장의 노동자는 “택배 와서는 좋은 걸 바라면 안 돼요. 좋은 거를 바라면 안 된다고…”, “몸 아프죠. 햇볕을 못 보니까. 끝나고 가면 잠깐 햇볕 봤다가 자야 되니까…”라며 고강도 노동의 문제점을 몸소 보여줬다. 이후 윤 기자는 “이날 하루 저는 총 12시간 35분을 일했”음에도 “4시간 일하면 30분 휴식을 주도록 돼 있는 근로기준법에 따라 최소한 1시간 30분은 쉬어야 했는데 실제론 55분밖에 못 쉬었”다는 점을 통해 근로기준법 위반이 자행되고 있음을 지적했다. 또한 “사망 사고 난 지 대체 얼마나 지났다고 이렇게 대놓고 법을 무시하나 싶었”다며 사고 이후에도 아무런 변화가 없는 현장을 지적했다. 보도 말미에는 “직접 경험해 보니, 그가 숨지기 직전까지 얼마나 힘들게 일했을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며 물류업 현장의 가혹함을 몸소 체험해 전달했다.

 

‘식사시간’ 조차 없는 현장에도 협력업체와 대기업은 침묵

MBC <바로간다/“밥도 없고 물도 없다”…어지러워도 ‘작업 계속’>(9/28 윤수한 기자 https://bit.ly/2NduTOe)에서는 “같은 물류센터라고 해도 규모가 작은 곳에선 더 어이없는 일이 벌어진다”며 소규모 물류센터의 경우를 보여줬다. 이곳 역시 위험한 작업환경은 마찬가지였다. 윤 기자는 “꼭대기까지 쌓인 상자를 옮기다 보니, 계속 얼굴이나 몸으로 떨어졌”고 “일이 고되다 보니, 작업장 여기저기서 탄식과 한숨이 나옵니다”라며 위험한 환경 속에서 고강도 노동이 벌어지는 현장이 물류업 노동자들의 현실이라는 것을 보여줬다. 작업을 마친 노동자들은 “한 차 까고 나면 완전히 땀범벅이야. 땀범벅”, “어지러워. 어지러워”라며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고강도 노동보다 더 충격적인 내용도 있었다. “화물차 9대 하차 작업에 뒷정리까지 해서 총 8시간 반을 일했”지만 “법적으로 4시간에 30분씩은 쉬도록 돼 있는데, 정해진 휴식시간이 없었”던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고강도 노동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식사도 제공되지 않았다. MBC는 현장에 대해 “오전 7시부터 오후 3시 반까지 8시간 반을 일했는데도, 밥 한 끼는 고사하고 과자 부스러기 하나 안 줬”다고 설명했다. 이어 “물류센터에서 밥까지 줄 의무가 있는 건 아니라고 하지만 김밥 한 줄 사먹을 데 없고, 시간도 없다 보니 다들 쫄쫄 굶으며 일했”다며 식사 여건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환경을 보여줬다.

 

MBC의 보도에서는 노동자의 안전에 더 유의해야할 여름에는 훨씬 더 악조건 속에 작업이 진행됐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현장의 노동자는 “이번에 여름에 물이 없었어요”, “한 달에 (생수통이) 40통이 배정이 돼 있어요. 보름이면 다 떨어져요”라고 증언했다. MBC는 당시 현장 영상을 입수해 실제 정수기에서 물이 나오지 않고, 빈 생수통이 즐비한 모습을 보여줬다. 또한 “지난여름 40도 육박하는 폭염에, 찜통이나 다름없는 화물칸에서 일을 시켜놓고도, 지금 보고 계신 저 낡아빠진 선풍기 몇 대 갖다 준 게 전부였다”는 점도 노동자의 증언과 함께 자료화면으로 등장했다.

 

사진2.JPG

△폭염 속 물류 일용직 노동 환경 고발한 MBC <뉴스데스크>(9/28)

 

고강도 노동과 최악의 작업환경을 고발한 MBC는 협력업체와 CJ대한통운에 원인을 물었다. 하지만 협력업체는 “요즘 그런 데가 어디 있냐?”고 문제를 부정하다 취재 사실을 알리자 “지킬 걸 다 지킬 순 없다”며 말을 바꿨다. 이어 원청업체인 CJ대한통운은 “부족한 점을 보완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하며 취재를 거부했다. 이에 MBC는 인터뷰가 성사되었다면 “법을 떠나서, 오전 7시부터 오후 3시 반까지 중노동을 하는데 밥 한 끼 먹을 수 없다는 게 말이 되는지”, “한여름에 낡은 선풍기 몇 대로 버티고 종종 물조차 떨어져 못 마셨다면 이게 단지 하청업체만의 책임인지” 묻고 싶었다며 보도를 마무리했다.

 

“속도와 안전은 반비례”…MBC가 보여준 현장의 현실

MBC는 노동자들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문제가 다양한 물류업체에서 드러난다는 점도 취재를 통해 보여줬다. MBC <바로간다/곳곳 ‘위험천만’인데…“속도 내라” 경고방송>(10/1 윤수한 기자 https://bit.ly/2Ory9tH)는 주문 하루 뒤 도착하는 ‘로켓배송’으로 유명한 소셜커머스 업체의 물류 현장을 찾아갔다. 현장에서는 “지게차가 경고음 없이 아슬아슬하게 지나가는 바람에 놀라기도 했고, 바닥에 떨어져 있는 물건에 걸려 넘어질 뻔” 하는 등 기본적으로 위험한 환경에 노동자들이 놓여있었다. 이뿐만 아니라 해당 창고에는 “소화기 있다는 표시만 있고 실제론 없는 데가 많았”고 “창고 4층과 5층에는 아예 소화기가 단 한 대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방화벽이 내려오는 곳에는 “상자 잔뜩 실은 팔레트를 저렇게 당당하게 놔뒀”다는 점이 드러났다. 화재사고에 대해 회사는 비상계단이 두 개나 더 있다고 했지만 노동자들은 이에 대한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현행법에서는 사고 방지를 위해 일용직 노동자도 1시간의 안전교육이 법으로 규정되어 있다. 하지만 해당 작업장에서는 “5분간 교육 영상 보여주다가 끊어버리더니 그냥 알아서 조심하라”고 설명한 것이 전부였다. 윤 기자는 “제가 다녀본 물류센터 중에선 안전교육 자체를 안 한 곳도 있었”다며 “이런 상황이니 물류센터에서 사람 안 다치는 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라고 지적했다. 현장에서는 안전 교육도 제대로 진행하지 않은 채 빠른 작업속도를 요구하기 바빴다. “본인이 아실 겁니다. 속도 올려주세요. 다시 한 번 명단에 올라오시는 분들은 관리자들이 조치하겠습니다. 사원님들 속도 좀 올려주세요”라며 노동자들에게 작업속도를 올릴 것을 요구한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MBC는 “이 일을 오래한 분치고 몸이 성한 분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실제 현장에서 벌어지는 사고들도 노동자들의 입에서 등장했다. 한 노동자는 “레일에 껴가지고 손가락 여기가 이만큼 떨어진 사람 있었”다고 증언했고, 또 다른 노동자는 “(급하게 화장실을 가려다) 맨몸으로 뛰어내리다가 그냥 하반신 마비된 사람도 있”었다고 증언했다. 이런 사고에도 불구하고 MBC는 “(사고처리를) 개인 의료보험으로 한 거예요. 그니까. 원래 사고사 같은 경우는 뭐 산재로 처리를 해야 하는데…”라는 현장 노동자의 증언을 보여주며 산업재해 처리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빈번하다고 지적했다.

 

‘돈이 아닌 노동자의 안전’…42시간의 노동이 준 깨달음

현장의 노동자들은 2년 전 정부의 점검에도 환경이 달라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MBC는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한 해 몇 명이나 되고, 다치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는지 궁금해서 노동부에 물었더니 택배 업종 전체 통계는 있어도 물류센터만 따로 잡은 통계가 없어서 자기들도 모른다고 했”다며 관련당국의 관리 소홀을 지적했다. 현장을 담당하는 하청업체에 문제를 제기하자 “단가 문제에요, 단가. 항상 돈하고 연결돼 있잖아요”라며 돈을 이유로 들었다. 이에 MBC는 “목숨과 안전에 대해 물었는데 답변은 늘 '돈'이었”다며 근본적인 구조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윤 기자는 “저는 이번에 물류센터 3곳에서 모두 나흘 동안 주간과 야간 합쳐서 총 마흔두 시간을 일하고 이 기사를 썼”다며 “그 마흔두 시간 동안 저는 택배회사들이 자랑하는 로켓 배송이니 총알 배송이니 새벽 배송이니 하는 게 알고 보면 노동자의 피땀 어린 눈물로 가능했고 심지어 안전까지도 희생한 대가라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고 설명했다.

 

MBC <바로간다>는 물류업 노동자들이 처한 위험한 노동환경을 발로 뛰는 취재를 통해 보여줬다. 이에 민언련은 물류업 노동환경을 현장취재한 MBC <바로간다> 보도를 2018년 9월의 ‘이달의 좋은 방송 보도’로 선정했다.

 

9월 나쁜 방송 보도, ‘탈원전 1만명 일자리 감소’ 왜곡 보도한 TV조선‧채널A

선정 사유 요약 지난 9월 1일 조선일보는 정부 보고서의 일부 내용을 바탕으로 ‘탈원전으로 일자리가 사라진다’고 주장했다. 이 내용은 같은 날 TV조선과 채널A의 저녁종합뉴스에도 등장했다. TV조선은 조선일보의 주장을 통해 탈원전 정책으로 일자리가 감소하면 원전 안전 운영에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 우려했다. 채널A 역시 조선일보의 보도를 통해 탈원전 정책으로 일자리가 감소하고 공기업의 부채가 늘어날 것이라 예측했다. 하지만 조선일보가 근거로 제시한 정부 용역 보고서에는 “현재 수준의 신규 채용을 유지하고 정년퇴직 등 자연스럽게 감소하는 인력을 고려하면 탈원전 영향 없이도 올해 3만 8천 400명인 원전산업 종사자가 2030년 3만 명으로 감소”한다며 탈원전 정책의 영향이 아님을 밝히고 있었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TV조선․채널A가 보고서 내용을 완전히 왜곡한 것이다. 이에 민언련은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왜곡한 TV조선․채널A의 ‘탈원전 1만명 일자리 감소’ 보도를 2018년 9월의 ‘이달의 나쁜 방송 보도’로 선정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꾸준히 문제 삼아왔던 조선일보는 지난 9월 1일 ‘탈원전 정책으로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주장을 펼쳤다. 조선일보는 그 근거를 정부 용역보고서의 내용을 설명했다. TV조선․채널A는 같은 날 저녁종합뉴스를 통해 조선일보의 주장을 바탕으로 탈원전 정책을 비판했다.

 

‘탈원전 정책→인력 감소→원전 운영 악영향’…TV조선의 짜깁기 식 논리

TV조선 <“원전 수출 없을 땐 12년 뒤 1만 2천 명 실직”>(9/1 주원진 기자 https://bit.ly/2oynwqx)는 “앞으로 추가적인 원전 수주가 없다면 1만 명의 원전관련 인력이 일자리를 잃게 될거란 보고서가 나왔”다며 “예측대로면 2030년까지 원전업계 종사자 4명 중 1명은 실직”한다는 보고서 내용을 설명했다. 이어 “올해 원전산업 인력은 3만 8800명.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 시장 인력수요가 감소’하면 2030년에는 3만명 밑으로 줄게된다”, “보고서는 ‘1~2건의 해외원전 수주로도 인력 수요 감소를 완화하기는 어렵다’며 2030년까지 원전산업 인력 4명 중 1명이 잃자리를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며 탈원전 정책이 그 원인임을 강조했다.

 

인력 감소에 대한 강조는 “국내 원전 관련 업체가 시장을 이탈하면 원전 운영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결론으로 이어졌다. TV조선은 그 근거로 “딜로이트가 설문 조사한 결과 원전 사업 유지 뜻을 밝힌 국내 업체는 보조 기기 분야 33% 시공 분야 27% 예비품 분야 17%에 불과했다”는 통계를 사용하기도 했다. 즉, ‘탈원전 정책→인력 감소→원전 운영 악영향’의 논리를 펼친 것이다. TV조선은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서 원전 생태계의 완전 붕괴 가능성이 가장 높습니다. 지금이라도 탈원전 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 하는 것이…”라며 같은 주장을 펼친 자유한국당 윤한홍 의원의 발언을 보여주기도 했다.

 

TV조선은 ‘원전 정책으로 인한 원전 운영 불안’이라는 엄청난 의혹을 제기한 보도구성에도 불구하고 반론을 제대로 보장하지 않았다. 보도 말미에 와서야 “산업부 관계자는 ‘보고서는 해외 원전수주나 정부의 지원책이 없는 최악의 시나리오일 뿐’이라며 ‘정부 지원을 통해 원전 생태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는 익명의 관계자 발언이 보도에 등장한 반론의 전부였다.

 

09월01일_190101_4_TV조선_12.ts_20180903_154149.150.jpg

△원전 산업 인력감소로 불안감만 조장한 TV조선 <뉴스9>(9/1)

 

‘탈원전 정책으로 인한 공기업 부채→국민적 부담’으로 결론 지은 채널A

채널A <“탈원전… 일자리 1만 개 사라진다”>(9/1 김지환 기자 https://bit.ly/2wLAy83) 역시 보도를 시작하며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2030년까지 원전 분야의 산업 인력 만 명이 일자리를 잃는다는 전망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어진 보도에서는 TV조선과 같이 인력감소를 언급한 뒤 “기획재정부는 올해 한국전력은 4480억 원, 한국수력원자력은 무려 1조 2천억 원의 적자를 낼 걸로 전망했다”, “4년 뒤에는 부채비율이 더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탈원전 영향이라는 지적이 나온다”며 탈원전 정책으로 인한 공기업의 부채 위기를 중점으로 설명했다.

 

‘탈원전 정책이 공기업의 부채를 증가시킨다’는 주장을 펼친 채널A 역시 반론은 매우 부실했다. 보도 말미에 와서야 “정부는 이에 대해 한전의 적자는 연료비와 전력구입비 상승의 영향이라고 반박했다”는 내용을 설명한 것이 전부였다. 반론을 짧게 설명한 뒤에는 “공기업의 적자는 고스란히 국민 부담으로 이어지는 만큼, 탈원전 정책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는 결론으로 보도를 마무리하기도 했다.

 09월01일_190037_2_채널A_12.ts_20180903_161457.367.jpg

△공기업의 부채까지 탈원전 정책에 떠넘긴 채널A <뉴스A>(9/1)

 

정년퇴직도 탈원전 정책 때문인가

TV조선‧채널A가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일자리가 1만명 감소한다’고 주장했던 근거인 정부 용역보고서에는 정반대의 내용이 실려 있었다. 보고서는 가장 긍정적인 상황을 제외한 대부분의 예상 시나리오에서 2030년 원전 관련 인력 감소를 예측했다. 하지만 “현재 수준의 신규 채용을 유지하고 정년퇴직 등 자연스럽게 감소하는 인력을 고려하면 탈원전 영향 없이도 올해 3만 8천 400명인 원전산업 종사자가 2030년 3만 명으로 감소”할 것이라며 인력감소의 원인이 탈원전 정책이 아님을 밝혔다. 하지만 조선일보‧TV조선‧채널A는 해당 보고서를 인용하면서 이 내용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사실을 생략해 ‘탈원전 정책 때문에 1만 명의 일자리가 사라진다’고 왜곡한 것이다.

 

‘원전 운영 악영향’, ‘공기업 부채 증가’도 왜곡

TV조선‧채널A가 중점으로 보도한 부분들도 사실 왜곡에 가까웠다. 먼저 TV조선이 “국내 원전 관련 업체가 시장을 이탈하면 원전 운영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근거로 설명한 통계는 보고서의 일부만을 인용한 것이었다. TV조선은 “딜로이트가 설문 조사한 결과 원전 사업 유지 뜻을 밝힌 국내 업체는 보조 기기 분야 33% 시공 분야 27% 예비품 분야 17%에 불과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TV조선이 보고서의 통계에서 누락한 부분이 있었다. 바로 원전의 안전과 운영에 영향을 끼치는 정비서비스 분야에서 25%가 사업 유지 의향을 표한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산업의 유지가능성을 파악할 수 있는 ‘원전 산업 이탈 의향 조사’에서도 “설계 분야 9%, 나머지 분야 0%”로 업체들의 이탈 의향을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었다.

 

채널A가 주장한 ‘탈원전 정책으로 인한 공기업 부채 증가’ 역시 단편적인 사실을 확대해석한 것에 가까웠다. 올해 한국수력원자력의 적자폭이 크게 늘어난 것은 월성 1호기의 조기폐쇄에 따른 것이었다. 월성 1호기는 판매수익보다 생산비용이 더 큰 원전이었고, 이로 인해 지난 10년간 연평균 1036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정부는 이와 같이 경제성이 좋지 않았던 월성 1호기를 조기폐쇄 하기로 결정했고, 그 결과 큰 규모의 손실이 한 번에 발생해 한수원의 적자의 폭이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배경을 채널A는 설명하지 않았고, 탈원전 정책이 공기업의 부채를 키웠다며 비판했다.

 

TV조선‧채널A의 보도는 정부의 보고서와 정반대의 주장을 펼쳤고, 왜곡된 사실을 통해 ‘원전 운영 불안’, ‘공기업 부채 증가’와 같은 결론으로 불안감을 키웠다. 이에 민언련은 TV조선‧채널A의 ‘탈원전 일자리 1만명 감소’ 보도를 2018년 9월의 ‘이달의 나쁜 방송 보도’로 선정했다.

 

<끝>

문의 임동준 활동가(02-392-0181)

 

monitor_20181016_300.hwp

PLUS